새해 첫 번째 인사말, 기업의 신년광고 헤드라인은 어떤 게 적당할까? 당연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이다. 가장 좋은 사원모집 광고 헤드라인이 “사원모집”이고, 가장 좋은 런칭광고 헤드라인이 “00 탄생”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각 기업들의 신년광고 헤드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했다. 밝게 타오르는 새해 일출을 배경으로 큰 절 올리는 한 가족의 밝은 웃음과 함께, 주력차종 쏘나타, 뉴산타페, 그랜저GX로 신년하례를 대신했다. 전통적인 이야기 방식을 택한 것이다. 하이마트의 경우에도 공식은 같다. 대표이사가 직접 사인한 광고에 모델들과 함께 등장하여 “정해년(丁亥年) 돼지띠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회사를 대표해서 인사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태양이라고 해도 금호아시아나와 SK로 오면 달라진다. 금호아시아나는 만나야할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새해”가 된다. 연인처럼, 친구처럼 새해 일출을 바라보는 두 사람을 새식구는 다름아닌 대우건설이라는 “이야기”다. SK의 해가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벌써 여러 해째 목판화의 거친 느낌과 카피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헤드라인 “2007년 00일보에는 행복한 이야기만 실렸으면 좋겠습니다”는 둥근 태양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자신만의 이야기 “행복”을 말하고 있다. 게다가 행복한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니 믿어볼만한 이야기다.
얼마전 TV토크쇼에서 영화배우 차승원이 맥주모델에 관한 옛이야기를 했다. 광고모델이면서 광고주 제품을 음용하지 않아 겪었던 수모에 관련된 이야기다. 평소에도 홍보를 몸으로 보여주지 않아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던 그런 이야기이다. 사실 광고모델과 관련해서는 답을 찾기 매우 힘들다. 다만, 설득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전문성(expertness), 매력도(attractiveness), 신뢰성(credibility) 등과 같은 에토스(Ethos)가 화자(話者)에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늑대소년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동아제약 판피린 광고나 니콘 쿨픽스 광고를 보면서 이들의 매력도는 인정하지만 신뢰성에 의문이 생긴다. 한 사람은 몇 년전 경쟁사의 제품을, 다른 한 사람은 제품은 다르지만 같은 업종에 광고모델로 활동한 바 있다. 물론, 이것을 역으로 이용해 소비자의 “인지부조화”를 극대화한 L텔레콤도 있었지만 왠지 딱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은 없다. 반면 참소주는 참 좋은 모델이다. 3월 27일 케냐 뭄바사에서 날아온 2011년 세계육상대회 유치 소식에 대구시민들 참소주 꽤나 마셨을테니까 말이다.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보게 해야 좋은 모델이 아닐까 싶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눈과 귀가 쏠리듯 재미있는 광고에 오감이 모이는 건 당연하다. 더구나 약간의 지적(知的) 게임이 관여를 높인다면 해답을 얻으려는 두뇌는 감각기관에게 오랜 시간 광고에 머물 것을 명령한다. 그래서 광고에 수사적 비유가 많이 사용된다. 파스퇴르 쾌변 요구르트 “뒤는 내가 책임진다”는 일종의 카피수사학으로 Pun(동음이의의 익살)의 한 예이다. “뒤”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는데, 답은 바로 쾌변에 있다. 우리은행의 “금돼지, 돈돼지 페스티벌”에서도 같은 이야기다. “~~되다”라는 기본형이 “~~돼지”로 바뀌고 그림으로 제시된 돼지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인지와 이해는 배가된다. 광고는 물론, 브랜드 네임에서도 수사적 기법을 유용하다. 가령 KTF의 WCDMA 서비스명이 SHOW(쇼)기 때문에 SKT 광고에서는 “쇼는 싫다”고 받아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선수를 친 SHOW의 런칭광고는 거미줄 같은 전국 서비스망으로 SK의 행복날개를 잡으려는 시각적 은유를 써 일진일퇴의 뒷담화를 남기기도 하였다.
광고 속으로 예술이 들어왔다. 아니 예술 속으로 광고가 들어왔다. 고흐 고갱 등 명화를 패러디한 아트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LG그룹은 명화 사이에 자사의 제품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하여 명화 패러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는 명작이 신문지면에 올라왔다. 빈센트 반 고흐의 “닥터 가셰”, 그의 손에도 LG사이언이 들려있다. 헤드라인 처럼 “우리 생활 속에 LG가 많아진다는 것은 생활이 예술이 된다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에 투자하는 물펀드, 공기에 투자하는 산소펀드까지. 투자자의 관심이 펀드에 몰리고 있다. 주황색과 군청색이 조화로운 미래에셋펀드의 광고는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장기 수익률로 말합니다”이다. 남다른 색감과 앞선 실적이라면 증거를 보여줌으로써 많은 이야기를 생략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 광고는 식목일이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떠올리는 마술이 있다. 사반세기를 이어온 성공 캠페인은 광고가 해야 할 이야기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세상 여기저기서 “스토리텔링”이란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신화나 옛날 이야기 처럼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광고라기보다 재미있는 이야기 시간, 이야기 공간으로 제시된 광고에 시선이 모이고 더 많이 읽힌다.“소비자들은 누구나 자기 나름의 세계관을 가지며, 그 세계관은 당신이 상품을 판매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의 세계관은 당신의 모든 말과 행동을 독자적으로 해석하도록 만든다. 그들의 세계관에 맞추어 스토리의 틀을 짜라. 그러면 당신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들리게 될 것이다.”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에서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Seth Godin)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제, 광고에도 스토리텔링 크리에이티브 시대가 온 것이다.
이희복│상지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