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3억이 넘는 인구에 세계 3위의 국토, 그리고 확연히 다른 지역색과 지역마다 사용하는 언어마저도 다른 수십 개의 도시들, 그 안에서 한족을 중심으로 55개의 소수민족들이 마치 여러 개의 국가들을 모아놓은 것처럼 부조화스러운듯 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중국.
이런 중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그 규모가 너무 크고 방대하다보니 중국이란 나라 전체를 아우르는 트렌드나 유행이란 것이 존재할 수 없고, 그 나라를 한마디로 규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실제로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들었던 생각도 ‘중국은 정말 알면 알수록 모르겠는 나라’였다.
하지만 이처럼 제각각의 특징과 문화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남녀노소 한결같이 선호하는 코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중국의 전통 요소이다. 중국의 전통 요소라는 것은 문화 전반은 물론 광고계에서도 환영받는 소재이며 근 몇 년간 크리에이티브와 관련된 산업에서는 더욱 이슈가 되었다.
이러한 중국적인 요소를 광고에 잘 반영하여 지역과 연령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면서 중국 전반적으로 큰 이슈를 뿌렸던 광고 두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소개할 광고는 중국의 국영TV인 ‘CCTV’의 자체 광고, 이광고는 2010년 뉴욕 광고페스티벌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싱가포르 ‘Promaxbda asia’에서 최고의 이미지 필름상, 최고의 애니메이션 금상, 그 외 다양한 국내, 국제 광고제에서 수상을 할 정도로 많은 이슈가 된 광고로서 영상의 완성도가 상당히 뛰어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광고이다.
“무형에서 유형으로” 라는 이념을 전통문화와 수묵을 이용한 회화적인 표현으로, 묵이 물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물들이는 방식을 사용하여 형태가 멈추지 않고 변하면서 중국의 정기를 받은 명산에서 큰 바다로, 바닷속 물고기들이 선학으로 변하고 그 다음 승천하는 용으로, 더 나아가 만리장성으로 변화하고, 태극 등 중국 특색의 요소들이 결국은 인간으로 변하는 모습을 절묘하게 펼쳐낸다. 또한 그 안에는 고대문명(예술,건축 등)과 현대 사회(과학)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시간과 공간의 경계선을 타파하였으며, 웅장하고 힘찬 교향곡을 BGM으로 사용하여 아주 참신하고 조화로운 영상을 만들어냈다.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수묵화 화면을 애니메이션 기법과 세련된 오디오를 통해서 전통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 느낌이다.
TV에서 이 광고를 봤을 때, 당시 정말 진한 인상을 남겼었다. 중국에서 절대적인 권위성을 가진 CCTV의 광고라는 것도 일조를 했지만 이 1분밖에 안 되는 단편 속에 중국 특유의 예술 표현방식을 대표하는 수묵화를 이용해서 중국의 넓고도 깊은 전통문화를 남김없이 다 표현해낸 것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묵화를 사용한 표현은 이전에도 선보였던 적이 있었지만 CCTV의 광고는 전통적인 소재와 현대적인 기법의 완벽한 조합을 통한 신선감의 힘으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번째로 소개할 광고는 중국에서 국삼(國參)이라 불리며 전 지역을 막론하고 높은 인지도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신개하’라는 인삼 브랜드의 광고이다. ‘신개하’ 인삼은 원래 옛날부터 있었던 백두산 주변 길림성의 인삼 상품이다. 이 신개하가 중국 의약계의 대표 기업인 강미그룹과 합병하면서 대대적인 광고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광고캠페인이 중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광고 내용은 신개하 브랜드 스토리와 역사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를 담아 신개하가 전통적으로 전승된 신비로운 밀방을 가진 상품으로 임금에게 올려진 최고의 상품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인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고귀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한 편의 영상으로 한껏 뽐내고 있다. 이 광고는 일반적인 상업 광고라기보다는 그 스케일이나 영상의 완성도 측면에서 한편의 단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유명 연예인이 대거 출연을 하고 동원된 엑스트라만 해도 수백 명이 등장한다. 전체 제작비에 대한 정확한 금액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출연진들 모델료만 대략 추정을 해봐도 수십억에 달할 것이고, 광고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로케이션 장소나 세트들도 어마어마한 규모로 보인다. 더욱이 이 광고가 눈에 띄는 이유는 의상, 세트, 소품 하나하나까지 중국의 전통을 그대로 살리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는 것이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과 품질만을 중요시하던 과거와는 달리, 제품 브랜드의 고유 이미지와 가치를 제품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방식을 브랜드에 접목시켜 소비자가 스스로 브랜드에 담긴 이야기를 체계화하면서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고, 브랜드에 친밀감과 호감도를 높여 관심을 이끌어냈다.
또한 이 광고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뮤직비디오 형식을 빌려서 만들었기 때문에 광고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음악이 큰 축을 이루고 있는데 이 음악 작업도 오랜 시간동안 중국의 유명한 음악 제작자들이 작업하여 완성한 곡으로 중국의 전통적인 음색과 가슴을 울리는 듯한 중후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영상의 무게감과 진정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그래서 광고음악도 영상만큼이나 화제가 되었는데 중국의 중장년층 이상의 사람들이 흥얼거리면서 따라 부르는 효과를 거두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단기간에 제고하였고, 이런 효과들이 모여 신개하 브랜드는 중국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브랜드로 국삼이라는 칭호로 불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만큼 신개하 브랜드를 최고의 브랜드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이 광고는 그야말로 광고의 대작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광고를 진행한 광고주를 둔 광고회사가 부럽기만 할 뿐이다.
광고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이기는 하지만 광고를 보는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잡아 유쾌하고 기쁘게 해주어야 한다. 만약 광고작품이 아무런 새로움도 없고, 무미건조하거나 혹은 지루하고, 볼거리가 없다면 대중의 자극을 이끌어 낼 수 없다. 그래서 독특하고 새로운 표현과 접근은 광고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자칫 구태의연해질 수 있는 전통이라는 소재를 현재 시점에서 보아도 전혀 어색함 없이 오히려 다른 광고들 속에서 더 신선하고 더 참신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표현해낸 이 두 편의 광고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운다.
[Global Creative] 중국의 광고는 스케일도 중국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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