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엘은 세계 어디선가 착한 기업의 스토리텔링을 진행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상상도 못했던 스토리텔링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토리텔링으로 시작되어 만들어지고, 자라나는 기업이기에 키엘은 스토리텔링에 모두를 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한 것은 언제일까? 마케팅 서적에 기록된 마케팅이 아닌,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것 들 중에서 찾는다면 무엇일까? ‘혹시 성경은 아닐까’ 하지만, 종교적인 부분이기에 대상에서 제외.
그렇다면 이야기를 물건으로 거래를 성사시킨 경우가…있다! 아리비안나이트의 ‘천일야화’가 그 주인공이다. 세헤라자데는 천일 하고도 하루 동안 왕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재미없으면 죽음이 찾아오는 상황에서 그녀는 자신의 목숨 값으로 이야기를 바쳤다. 그녀의 이야기는 가치가 뛰어난 물건이었고,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세헤라자데는 훌륭한 이야기꾼이며 마케터이다. 자, 당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시작은 쉽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배워서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면 된다.
비하인드 스토리텔링
지난호에 키엘의 히스토리 스토리텔링과 비하인드 스토리텔링을 분석해 보았다. 분석? 이런 단어는 싫다. 그러나, 가장 적절한 단어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성분에 착한 기업이 대세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물론이며 글로벌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착한 기업의 모습을 보여준다. 키엘은 오래 전 키엘 약국 앞에 있던 배나무로 또 하나의 비하인드 스토리텔링을 한다. 소비자들의 관심 변화와 트렌드에 맞춰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오래된 나무 살리기’라는 타이틀로 키엘이 펼친 프로모션을 겸한 스토리텔링이다. 키엘의 약국 앞에는 ‘뉴욕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배나무가 있었다. 1867년 마차가 나무를 들이받아 수명을 다하고 말랐다. 키엘은 배나무를 모티브로 오랜 역사를 품은 나무들의 중요성을 알리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시작한다. 스테디셀러인 ‘울트라 훼이셜 크림’을 한정판으로 생산해 수익금의 일부를 오래된 나무 살리기에 쓴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된 네 그루의 나무(주실마을 숲의 250살 먹은 느티나무, 경북 예천의 금당 실수, 이천 송말 숲의 연리목, 춘천 올미마을 심금솔 숲의 나무)에 후원하기도 했다.
세계 전역에서 펼쳐지는 이 캠페인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키엘은 ‘오래된 나무를 살리는’ 회사”라는 소문이 퍼지도록 했다. 물론 울트라훼이셜 크림을 쓰는 고객에게도 ‘나는 착한 소비자’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착한 기업을 향한 스토리텔링 중 키엘을 착한 기업으로 만드는 스토리텔링은 자체 진화를 통해 현재도 계속 이어진다. ‘환경·아이들·에이즈’ 세 가지 테마로 전세계 청소년을 대상으로 에이즈 퇴치 교육과 후원, 국제 미아·착취 아동을 위한 기금 마련, 핀란드·아마존 밀림 보전 등을 펼치며 착한 걸음을 걸어가고 있다. 2008년에는 브래드 피트와 함께 전세계 환경보호를 위한 ‘졸리피트 파운데이션 에코시스템스’를 설립, 첫해 판매 수익금 10억 원을 기록할 만큼 소비자들의 반응도 열렬하다. 지금까지 키엘이 쌓은 착한 기업의 이미지가 제대로 자리 잡은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세상을 사는 오늘, 키엘은 또 한 번의 진화를 한다. 2011년 키엘 기브즈(Kiehl’s Gives)라는 온라인 기부사이트를 만들어 온라인상에서도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강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홍보대사로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 줄리언 무어를 앞에 내세워 자선활동에 대한 소개와 세계 24개 자선 파트너 기관에 1만 6천 달러를 기부하기 위한 투표를 ‘키엘 기브즈’ 사이트에서 실시했다. 키엘 기브즈의 사이트 투표 참여방법은 3개의 자선활동을 확인한 후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지원하고 싶은 활동에 투표하면 된다. 그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자선 활동이 가장 큰 기부금을 지원받게 된다. 아직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사이트를 찾아가 봤지만 안 쓰는 도메인으로 나와 있어 애석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지금도 키엘은 세계 어디선가 착한 기업의 스토리텔링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약국’·‘친환경’·‘인간적인’·‘기부’를 뛰어 넘는, 어쩌면 우리는 상상도 못했던 스토리텔링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토리텔링으로 시작되어 만들어지고, 자라나는 기업이기에 키엘은 스토리텔링에 모두를 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랑콤 마스카라, 텔러는 자연의 소리
2011년 랑콤의 마스카라 광고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한 스토리텔링 광고다. 프랑스 화장품이라는 사실 말고는 키엘과 대등할 정도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하지 못하는 회사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 믿고 싶다. 랑콤 ‘얼루어뷰티 필름 마스카라’편에서는 ‘소리’가 스토리텔링을 한다. 성우도, 프랑스의 유명 배우도 아니다. 새소리와 바람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가 스토리텔링을 한다.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 바람 소리가 들린다. 바람에 깃털이 날리고, 맑고 청아한 휘파람새 소리가 경쾌하게 퍼져 나간다. 한껏 올라간 속눈썹이 보인다. 숲속을 나는 새처럼, 모델의 눈은 바람을 맞으며 비상하기 위해 날개를 ‘펄럭’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여유롭게 휘파람을 분다. 바람이 불어도 흐트러지지 않는 가벼운 날개 같은 속눈썹의 느낌이다. 숲과 새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마치 새가 날아다니는 숲속이 그려진 한 편의 동화책을 본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자연의 소리만으로 마스카라의 특징을 스토리텔링했다.
혹시 제품이 100% 자연성분은 아닐까? 확인은 안 되지만 소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로는 그런 듯한다. 이 광고에서의 텔러는 사람도 모델도 아니다. 소리다. 자연의 소리.
다른 화장품 광고의 스토리텔링은?
부르조아도 독특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부르조아 파리는 1963년 나폴레옹 부르조아에 의해 설립됐다. 당대 최고 여배우였던 사라 베르나르와 친분관계가 돈독했던 알렉산더 부르조아가 무대용 화장품이 마음이 들지 않아 불만을 토로해 오직 그녀만을 위해 개발하고 만들어진 화장품이 그 시초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여성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화장이 하나의 마술 같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한다. 부르조아는 세계 최초로 가루형 블러셔를 선보인 브랜드다. 키엘에 비교해 스토리텔링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11년 우리나라에 스토리텔링 바람이 불며 부르조아도 신제품 런칭에 스토리텔링 개념을 도입했다. 런칭 쇼를 ‘만약 파리가 부르조아의 뷰티 이야기라면…’이라는 타이틀로 한 권의 동화책처럼 보여줬다. 실제 그랬는지는 물음표다.
홀리카 홀리카는 400년 전통의 불가리아 로즈 시크릿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스토리텔링 라인을 갖는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신비한 매직 코스메틱이라 말하는 홀리카 홀리카는 불가리아의 ‘장미의’ 계곡에서 채취한 최상급 다마스크 로즈를 이용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제품의 성분을 이용한 전형적인 스토리텔링이다. 더 샘은 고대 인도 무갈 여왕들의 ‘다이아몬드 미용비법’에서 나온 ‘젬 미라클 다이아몬드’를 말하고, 노르웨이젼은 세상 가장 강한 추위를 견디는 여인의 피부를 이야깃거리로 들고 나왔다. 딱! 들어보면 안다. 키엘의 스토리텔링과 뭐가 다른지. 원료에 머문 이야기는 매력적이긴 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심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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