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벤트산업은 광고 시장과 맥을 같이하여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광고시장에서 BTL(직접 대면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규모는 빠르게 상승하여 2004년 ATL(매체를 통한 직접 광고활동)의 규모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국내의 이벤트 산업의 시장규모는 얼마나 될까? 우선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하면 전시 및 행사대행업(75992)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시장규모는 약 1조 3천억 원, 종사자는 2만 5천 명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보다는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근거로는 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하는 자료로 1조 6천억 원에서 2조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KIET, 2010). 이에 대한 근거는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행사 규모가 7,277억 원(2009, 안전행정부), 국내 광고시장은 연간 9조 3,116억 원(코바코, 2008)정도인데 이 중 10~15% 정도인 9,000억 원~1조 3,000억 원을 더한 금액이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에서 용역으로 수행한 ‘2012 이벤트 산업 활성화 방안연구’에 의하면 전국 16개 광역시도별 이벤트개최현황을 합했을 때 총 5조 3천억 원의 규모를 보이고 있다(2012, 한국관광공사).
이처럼 국내의 BTL산업은 날로 양적 팽창과 실적 향상을 통해 조만간 국내의 대표적인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불어 닥친 불경기와 경제민주화의 환경 속에서 여러 가지 풀어가야 할 과제가 생겼다. 이에 다양한 각도에서 BTL산업의 2013년 주요 이슈와 전망을 알아본다. 혹여나 다소 주관적인 관점이 있을 수 있으니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경제민주화의 영향, 공공행사의 경우?
최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가 사회의 쟁점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하여 정부 각 부처에서 중소기업 우대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BTL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출범을 알리는 대통령 취임식은 그 동안의 관행을 깨고 중소기업이 직접 수행했다. 그 동안 대통령 취임식 행사대행업체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를 대상으로 제한 경쟁을 통해 선정해왔다. 국내 경제를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굴지의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가 수주를 하고, 협력관계로 있는 이벤트회사가 연계되어 모든 일을 수행했다.
이번에도 처음에는 대기업 광고대행사 3곳을 대상으로 제한 경쟁을 하긴 했다. 그런데 기획서 마감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계획을 철회하고 이벤트회사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회사들을 대상으로 경쟁을 실시하여 한 곳을 선정해 실행을 마쳤다.정부 측 행사관계자들도 매우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여하튼 취임식을 중소기업에 처음으로 맡겼다는 매스컴 기사 덕분인지 이벤트회사의 위상이 올라간 것은 확실하고 이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여기저기서 감지됐다.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국가에서 정하는 지식서비스산업인 전시 및 행사대행업(74992)에서 중소기업의 범위는 ‘300인 미만 혹은 연간 매출 300억 원 미만’이므로 국내의 이벤트회사는 100% 중소기업에 해당된다. 2012년 이벤트회사 중에서 가장 매출액이 높았던 곳이 650억 원인데 인원이 100명이 안되므로 중소기업에 해당된다.
최근 발의된 ‘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위한 특별조치법’이나 ‘정부조달 중소기업 우선참여제도’가 대표적인 중소기업 보호제도라고 할 수 있다. 2억 3천만 원 미만의 물품·용역 공공사업입찰에 참여하는 경우 중소기업만이 참가를 할 수 있으며 필수적으로 중소기업 확인서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공공행사 입찰의 경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법률’과 ‘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법률’에 의거하고 안전행정부, 기획재정부 등의 예규에 의해 계약자 조건 등을 기준으로 경쟁하는 형태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일부 행사입찰 조건에 있어 방송국 자회사, 대기업에 유리한 조건들이 많았는데, 올해 공고되는 내용을 보면 중소기업을 우대한다는 내용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서울시청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전처럼 방송사 자회사, 광고대행사 등에서 수주해 이벤트회사가 수행하는 형태인 공동도급을 금지하거나 점수 배점 중에서 중소기업에는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직접적인 수혜를 주고 있다. 앞으로는 공공기관,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중소기업을 더욱 우대하는 기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영향, 일반기업의 경우?
삼성, 현대, LG그룹 등에서 직접발주 시스템을 이미 가동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는 1,780억 원을 외부업체에 나눠줬는데 ‘2014년형 쏘나타 프로모션’의 경우도 3개의 중소업체가 경쟁을 벌여 중소대행업체가 수주를 했다. 이에 그 동안 참여기회조차 없었던 일부 중소 이벤트회사들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라는 것은 일부에게는 좋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광고대행사에는 협력업체 제도라는 것이 있다. 여타 산업군도 마찬가지겠지만 광고대행사는 각 부서별, 업무별로 전문회사를 협력업체로 지정하여 각 사안별 적정한 회사를 선정해서 일을 하고 있다. 계열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발주를 하자 광고대행사의 협력업체로 등록되어 있던 이벤트회사에 불똥이 떨어졌다. 일부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협력회사에 들게 되면 일정정도의 물량을 보장받을 수 있고 대외적으로 신뢰의 가늠자가 되기에 협력회사 군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다. 그런데 이들이 피해를 받는 형국이 되었다. 직접발주를 시행하는데 있어 계열 광고대행사를 배제하다보니 자연적으로 협력업체 군에 있는 회사도 배제하게 된 것이다. 협력사의 선정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전문성, 안정성 등 나름대로는 업계에서 일정정도 기준 이상이 되는 회사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 동안은 광고대행사와 협력회사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에게 윈-윈(win-win)이 되는 사슬구조였는데 직접발주시스템이 긍정적인 결과일지 부정적 결과일지는 두고 봐야할 것이다. 물론 협력회사에 들지 않은 회사에게는 또 다른 기회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직접발주를 하더라도 회사의 규모, 실적, 전문성, 브랜드 등이 기준이 될 것인데 결국은 혜택을 받는 회사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도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이벤트회사와 컨벤션회사와의 경쟁심화
소위 MICE(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hibition)산업은 정부지원을 받는 거대산업이다. 일부 학자나 업계관계자들은 MICE에 ‘Exhibition & Event’라고 하여 이벤트 산업을 포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벤트학에서는 컨벤션을 회의이벤트라고 하여 이벤트의 범주에 두고 있다(2002, 이경모). 호주의 경우도 국내에서 얘기하는 MICE를 ‘비즈니스 이벤트’라고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벤트와 컨벤션을 다른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컨벤션은 이벤트에 비해서 학제적 연구가 먼저 시작되었고 정부와의 유기적인 관계로 컨벤션산업법률도 이미 오래전에 생겼으며 권익 단체도 이벤트보다 앞선 것은 확실하다.
최근 이벤트회사와 컨벤션회사의 경쟁이 잦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국가 17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지정이 될 만큼 국가적인 지원과 관심이 있었고 또한 ‘아셈정상회의’, ‘G20 정상회의’등 굵직굵직한 국제회의가 개최되어 국격을 높이는데 일조를 했다. 행사규모가 커지고 비즈니스 가치가 생김에 따라 이벤트 회사를 비롯하여 광고대행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한 컨벤션회사 입장에서도 그 동안 축적한 국제회의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이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결국 양자 간에 일부 경계가 무너짐에 따라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노리는 경쟁관계가 된 것이다. 메가이벤트가 늘어남에 따라 이벤트회사, 컨벤션회사의 영역이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규모의 경쟁보다는 내실이 중요한 시점
우리나라에는 몇 가지 특성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외형’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큰 회사를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간혹 필자가 행사주최자로부터 문의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다짜고짜 ‘큰 회사순으로 5위 안에 드는 회사’를 소개시켜달라고 한다. 물론 기준점으로 볼 때 ‘자금력이 좋은 회사’, ‘건실한 회사’, ‘성실한 회사’ 등 정성적 판단보다는 정량적 판단이 명확하긴 하다. 어떤 공기관은 1억 원 정도의 행사에 큰 회사를 소개시켜 달라기도 하고 모 다국적 회사는 1억도 안 되는 행사에 큰 회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의 이벤트회사는 양적, 질적 성장으로 직원 규모 100여 명에 취급액이 수백억 원 이상인 회사도 여럿 있다. 행사대행만으로 그만큼을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평준화’라고 할까? 이제는 규모에 의해 행사성과가 보장되고 과정이 순탄한 시대는 거의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규모는 작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용역을 수행하는 회사가 매우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규모가 큰 회사의 과장이 책임자가 되어 하는 경우와 소규모회사의 대표가 직접 수행하는 경우는 뭔가 다를 것이다. 큰 회사에서 십 수 년간의 경험을 가진 소규모 회사의 대표는 그야말로 목숨을 바쳐서 한다. 결과는 좋을 수밖에 없고, 광고주의 만족도도 높을 것이다. 그만큼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회사가 많아졌고, 용역에 임하는 인식과 자세가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무조건 큰 규모를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내실과 실력을 중시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벤트회사의 수익률 저하
통상적으로 이벤트회사의 대행형태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직접 수주와 간접 수주이다. 직접 수주는 말 그대로 광고주(공공행사주최자, 일반기업)로부터 직접 수주를 받는 형태이고, 간접수주는 광고대행사나 방송사 자회사 등을 통해서 받는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는 대행료의 요율이 점점 낮아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고, 후자의 경우는 저가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벤트의 경우에는 광고대행만큼 수수료가 높지 않으며 광고주에 따라 고무줄이다. 최근 ‘갑의 횡포’라고 일컫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수수료 협상’이라고 보면 된다.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니 결국 가격이 당락의 기준점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특히 공공행사의 경우 낙찰예정가의 80%선이 되는 것이 관례가 되고 있다. 특히, 방송사 자회사, 소수의 광고대행사로부터 시작된 저가 가격 경쟁이 전 업계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책임이 요구되고 있지만 쉽게 개선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낮은 수익률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수익률 방어가 최우선의 과제다.
보릿고개를 넘겨야
작년에는 여수세계박람회가 있어 이벤트 회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적게는 수 억 원에서 많게는 백 억 원이 넘는 행사를 수주해서 운영하였다. 수익을 떠나 자금회전을 통해 조직을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여수세계박람회와 같은 메가 이벤트가 거의 없는 편이다. 몇몇 지방박람회의 경우 100억 원이 넘는 입찰규모였지만 수혜를 받은 회사는 극소수이다 보니 대부분 회사의 매출손실이 불가피 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보험사, 은행 등 영업조직을 위한 행사를 하는 곳이나 VVIP를 위한 행사를 하는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행사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있다. 최근 이벤트회사 대표들을 만나보면 불경기가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적자를 염두에 두고 경영전략을 짜고 있는데, 몇몇 회사는 구조조정을 시행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어떤 회사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그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을 정도다. 또한 최근 들어서 계획했던 행사를 취소하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이벤트산업은 경기에 매우 민감하다. 예산 절감이 필요하면 가장 먼저 삭감을 하고, 경기가 살아나는 경우에는 가장 늦게 추경을 한다. 매년 예측하기 힘든 시장이었지만 올해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혜로운 경영과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행사주최자 환경의 변화,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BTL업계에는 커다란 변곡점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1998년 IMF을 맞았을 때 Inner Promotion에서 Consumer Promotion시장으로 변화를 이뤘고 지방자치제도의 본격적인 실시, 지방박람회 및 지역축제의 활성화 등으로 공공행사가 비중이 높아지는 시기도 있었다. 경제는 늘 주기적으로 변화한다고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이벤트회사에게는 긍정적인 점이기도 하지만 영원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어떤 사회적 이슈와 변화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외부적 환경으로 잠시 힘든 상황이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위기가 기회가 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일반기업 등 각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행사라는 수단이 필요하다. 또한 국제적 교류, 사회·경제적 발전, 국민의 수준제고 등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은 BTL(직접 대면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장기적으로 보면 더욱 활성화될 것이고 이에 따른 산업의 규모도 확장될 것이다.
올해는 다소 어려운 환경이 부담은 되지만 BTL업계를 이끌고 있는 관계자들의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헤쳐 나가면서 대한민국 지식서비스 산업으로서의 정착과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