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if copywriter's view : storytelling
Story + Teller + Marketing
스토리와 칸, 그리고 수상작
셰익스피어는 말한다“. 대결의 구도는 좋은 스토리 구조다. 나쁜 편과 좋은 편의 대결은 그저 그렇게 좋다. 최고의 대결은 좋은 편과 좋은 편의 대결이다”. Dove의 'Real Beauty Sketch’ 캠페인은 좋은 편과 좋은 편의 숨겨진 대결구도를 지녔다.
2013년 프랑스 칸에서 광고제가 열렸다. 10살, 20살도 아닌 60살을 기념하는 회갑연이다.
광고제는 그 자체로 수많은 스토리가 생겨서 전파된다. 얼마나 유명한 광고인이 오는가, 각 나라에서 이미 꽤나 괜찮게 평가 받은 광고는 무언인가, 어떤 광고가 유력한 수상 후보인가. ‘세계 최대의 광고제’란 명칭에 셀 수 없이 많은 카테고리와 참가하는 광고회사의 숫자, 광고주 숫자를 곱하는 만큼의 스토리가 생겨나 살아남거나, 순간적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올해 칸은 60살의 회갑연까지 곱해져 더 많은 스토리가 그 곳을 떠돌아 다녔을 것이다. 칸에는 광고제의 스토리만 존재했을까? 아니다. 올해 수상의 영광을 잡은 운 좋은 광고들은 하나같이 스토리를 담고 있다. 특이한 기술? 멋진 모델? 아마도 그건 영화제에 넘겨주었으리라.
비극과 희극
스토리를 아무 생각 없이 나눈다면 비극과 희극으로 나눌 수 있다. 슬픈 스토리와 재미있는 스토리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모든 것을 이분법적 구조로 나눈다. 대상을 비롯해 많은 부문에서 수상한 호주 메트로(Metro)의 광고는 이분법적 구조를 아이러니로 풀었다. 가장 비극적인 소재와 비극적인 상황으로 가장 희극적인 광고를 만들었다. 요즘 아이들 말로 대.다.나.다.혹자들은 아이디어가 뛰어나다, 아니다 말들이 많은 광고다. 수 천의 광고주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뜻이다. 단 한 번도, 단 한 명의 입에도 오르지 못하는 광고가 대부분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호주 메트로는 청소년(?)들의 자살이 고민이다. 죽음·자살이라는 가장 비극적인 소재로 누군가, 광고에서는 ‘무언가’ 죽는 가장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비극적인 광고는 가장 희극적인 느낌을 가져다준다. 아이러니(Irony; 기대 밖의 상반된 결과를 가져다주다)를 만든 것은 3가지다. 비극적인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흥겨운 노래가 첫째이고, 역시 열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죽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는 그림이 둘째다. 셋째는 노래의 가사다. 제목은 자살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을 정확히 말한다. ‘멍청하게 죽는 법(Dumb Ways to Die)’이다.
여기서 아이러니는 싹을 보인다. 자살은 멍청한 짓이지만, 어느 누구도 그리 말하지 못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살에 대한 어떤 표현은 금기사항에 가깝다. 그렇다, 아이러니는 금기를 깨는 것에서 시작된다. 가사 주요 부분을 보자(아래).
멍청하게 죽는 다양한 상황들이다. 실제 그렇게 죽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속으로 뜨끔한 분 있으십니다). 자살의 방법을 정확한 스토리로 풀어냈다. 그런데 그것이 희극인 점이 아이러니다. 죽는 법을 가르쳐 주는 스토리가 희극의 결과를 가져왔다. (아이러니는 소설의 플롯 중 하나이다.) 물론, 수상의 영광도 가져왔다.
머리에 불붙이기 / 나뭇가지로 불곰 찌르기
유효기간 지난 약먹기 / 피라냐 구역에 몸 집어넣기
바보같이 죽는 방법들, 정말 많은 바보같이 죽는 방법들
포크로 토스트기계에서 빵 빼기 / 전기제품 스스로 고치기
비행기 조종법 독학하기 / 냉장 안한 2주된 파이 먹기
바보같이 죽는 방법들, 정말 많은 바보같이 죽는 방법들
살인마 집에 초대하기 / 마약상의 신상품에 흔집내기
우주 밖에서 헬멧벗기 / 옷건조기를 숨는 장소로 쓰기
바보같이 죽는 방법들, 정말 많은 바보같이 죽는 방법들
방울뱀 애완동물로 키우기 / 인터넷으로 콩팥 두개다 팔기
강력접착제 한통 먹기 / “이 빨간 버튼은 뭐하는거지?”
바보같이 죽는 방법들, 정말 많은 바보같이 죽는 방법들
사냥 시즌에 순록처럼 입기 / 쓸데없이 말벌집 건드리기 /
기차역 플랫폼 가장자리에 서있기 / 철도 건널목에서 빨간
불일 때 지나가기 / 플렛폼 사이 기찻길 가로질러가기
이건 운율이 안맞을 수 있지만 꽤 가능한 얘기
최고로 바보같이 죽는 방법들
정말 많은, 정말 많은 바보같이 죽는 방법들
기차 주변에선 조심해주세요
이 메시지는 METRO에서 보냅니다.
Set fire to your hair / Poke a stick at a grizzly bear
Eat medicines that’s out of date / Use your private parts as piranha bait
Dumb ways to die, so many dumb ways to die
Get your toast out with a fork / Do your own electrical work
Teach yourself how to fly / Eat a two week old unrefrigerated pie
Dumb ways to die, so many dumb ways to die
Nvite a psycho-killer inside / Scratch your drug dealer’s brand new ride
Take your helmet off in outer space / Use your clothes dryer as a hiding place
Dumb ways to die, so many dumb ways to die
Keep a rattlesnake as pe / Sell both the kidneys on the internet
Eat a tube of superglue / “I wonder what’s this red button do?”
Dumb ways to die, so many dumb ways to die
Dress up like a moose during hunting season / Disturb a nest of wasps
for no good reason / Stand on the edge of a train station platform /
Drive around the boom gates at a level crossing / between the platforms
They may not rhyme but they’re quite possibly
Dumbest ways to die
So many dumb -So many dumb ways to die
Be safe around trains.
A message from Metro.
좋은 편 나쁜 편
셰익스피어는 말한다. “대결의 구도는 좋은 스토리 구조다. 나쁜 편과 좋은 편의 대결은 그저 그렇게 좋다. 최고의 대결은 좋은 편과 좋은 편의 대결이다”. 도브(Dove)의 ‘리얼 뷰티 스케치(Real Beauty Sketch)’ 캠페인은 좋은 편과 좋은 편의 숨겨진 대결구도를 지녔다. 남이 보는 자신의 외모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외모가 더 아름답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인사이트를 담은 광고다. 화면은 정확히 2개의 구도로 나뉜다. 왼쪽에는 몽타주 화가가 존재한다. 오른쪽에는 A라는 여성이 앉아 자신의 외모를 말로 표현한다. 몽타주 화가는 이야기만 듣고 그녀의 얼굴을 그린다. A가 나가고, A와 함께 있던 B라는 여성이 들어와 A의 외모를 이야기로 표현한다.
몽타주 화가는 B의 이야기대로 그림을 그린다. A라는 여성과 B라는 여성은 둘 다 좋은 편이다. 도브에서 주최하는 리얼 뷰티 스케치 캠페인에 참가한 좋은 사람들일 뿐이다.
스토리를 잘 보면 A와 B 사이에는 대결구도가 존재한다. 두 여성이 아느냐 모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가 대결구도로 인식하느냐이다.
우리의 뇌는 대결구도로 인식한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두 여성이 경쟁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그러면서 결과를 기대하게 된다.
누가 이길 것인가. 좋은 편과 좋은 편의 대결이기 때문에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좋은 편과 나쁜 편의 대결은 결과가 뻔하다. (정의는 승리한다). 그만큼 기대와 재미는 반감한다.
좋은 편끼리의 대결은 궁금증을 최대로 높인다. 결과도 바로 나온다.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인 스토리다. 몽타주 화가가 그린 두 개의 그림이 보인다. 왼쪽은 A가 이야기한 A의 얼굴, 오른쪽은 B가 이야기한 A의 얼굴이다.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몇몇은 본인이 이야기한 얼굴이 더 아름다울 것이라 짐작했을 것이다.
결과는 정반대다. 본인은 자신의 단점만을 부각한 주관적인 얼굴이 나오고, 남이 본 본인의 얼굴은 객관적이다. 좋은 편과 좋은 편의 대결에서 B가 승리한다. 이런 대결이 1개가 아니라 50여 개가 나온다.
좋은 편끼리의 대결은 지루하면 안 된다. 짧은 시간 안에 피를 부르지 않는 이성적인 대결이어야 한다. 길면 지루해지고, 피를 부르면 나쁜 편과 좋은 편의 대결이 된다. 나쁜 편과 좋은 편의 대결로 인식되는 광고의 예를 말하자면 ‘펩시와 코크의 블라인드 테스트’가 있다. 이 경우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코크가 나쁜 편이다.
강자는 나쁜 편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펩시가 맛있다고 말하고 계속해서 코크를 마시는 이유는 좋은 편의 손은 들어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실제 구매 시에는 망각이라는 코드가 발동돼 코크를 마신다.
미스터리
늑대인간 이야기를 아는가? 낮에는 사람이지만,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늑대로 변한다. 인텔(Intel)과 도시바(Toshiba)가 함께 한 ‘뷰티 인사이드(Beauty Inside)’ 캠페인은 늑대인간의 스토리 구조를 빌려왔다. 늑대인간의 이야기는 미스터리의 전형적인 구조이다. 주인공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 주위 사람들은 변화의 결과만 보기에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나는지 모른다. 미스터리(Mystery : 도저히 이해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일)다.
뷰티 인사이드 캠페인에서 알렉스는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여자·할아버지·뚱뚱한 남자·마른 남자…… 마치 늑대인간이 보름달이 뜬 밤에 늑대로 변하듯이 달라진다. 뷰티 인사이드 캠페인은 미스터리 구조로 캠페인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미스터리 구조에서는 주인공과 주위 사람과의 관계가 핵심이다. 주인공은 관계 속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파트너가 되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을 자신과 같이 변화하도록 한다.
알렉스는 계속 다른 사람으로 바뀌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주위 사람과 관계를 맺어간다. 전형적인 미스터리 구조와 다른 건 문제를 해결하거나 남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미스터리 구조에서 주인공은 불행한 듯 보이지만 선택받은 사람이다.
뷰티 인사이드 캠페인은 아침이면 변하는 알렉스가 되어줄 사람을 모집하고 선택했다. 과연 광고를 만든 크리에이터는 이 점을 알았을까.
심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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