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2] 소비자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뉴로 마케팅 시대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이는 머지 않아 겪게 될 우리의 미래상을 보여 주는 단편적인 사례다. 물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문제들이 있기에 여기에 약간의 과장을 더해졌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러한 미래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 뉴로 마케팅 연구가 채 100년이 되지 않았기에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고, 이미 뉴로 마케팅이 많은 영역에서 그 활용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뉴로 마케팅은 제품의 브랜드나 로고, 혹은 포장 디자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광고와 소셜 미디어와 같은 소비자 소통 채널의 효과까지 간파해 내고 있다(표 1).
사례 #1. 세계로 가는 비자카드
2010년 비자카드는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행해진 비자카드의 멀티미디어 캠페인, ‘세계로 가자’를 대상으로 TV광고인 ‘내 인생의 여행’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두뇌 전체를 측정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TV에 방송된 광고 테스트, 비자카드 밴쿠버 올림픽을 위한 특별 웹사이트,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서 광고를 보는 사람들의 잠재 의식의 반응을 측정했는데, 그 결과소셜 미디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자카드가 이번 실험을 통해서 얻은 주요 사실들은 다음과 같다.
(1) 광고, 특히 여자들이 등장하는 광고의 전반적인 효과가 가장 높았던 것은 페이스북
(2) 광고에 의해 생겨난 구매 의향은 페이스북과 TV가 가장 높음
(3) 광고 메시지가 가장 강렬하게 전달된 것은 인터넷, 그중에서도 페이스북이 웹사이트보다 강렬
(4) 가장 높은 주의를 끈 것은 인터넷
(5) 비자카드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가장 향상된 경우는 TV
이는 소셜 미디어가 마케팅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과학적으로 측정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SNS의 대중화로 인해 기업에서 앞다퉈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마케팅 활동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그것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입증된 바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이 소셜 미디어가 실제 고객에게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지 밝혀냈다.
사례 #2. 디즈니의 비밀 연구실
지난 2009년 디즈니는 소비자가 어떠한 종류의 광고에 반응하고 주의를 기울이는지를, 그리고 왜 그러한 행동이 나타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나섰다. 디즈니는 전형적인 시청자 의견을 담은 보고서에 의존하지 않고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미디어 광고 연구실(Disney Media & Advertising Lab)을 개설했다. 디즈니 미디어 광고 연구실은 소비자가 TV와 인터넷을 보는 행동 패턴을 관찰한다. 특히 뉴로 마케팅 접근 방식으로 어떠한 종류의 광고가 왜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지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 활동을 위한 다양한 장비를 활용하는데, 연구실에는 실험 참가자의 변화를 측정하는 고글 형태의 시선 추적 기구부터 얼굴 근육에 붙이는 장치로 표정 변화를 분석하는 컴퓨터, 심장 박동 측정기, 피부 온도 측정기 등이 즐비하다. 이러한 기구를 활용해 디지털:HD TV광고, 3D TV광고, 공동 브랜딩 광고, 인터넷 배너 광고 등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실험하는 것이다.
한 예로 ESPN은 디즈니 미디어 광고 연구실에 광고 효과성을 의뢰했다. 스폰서 기업 광고를 경기중간에 보여 준 결과 TV 중계 중간에 상영되는 광고에 사람들이 단지 광고 시간의 12.6초만 관심을 기울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반면 기업 이름이 화면에 비치면서 동시에 기업 이름을 오디오로 말하는 기업 광고가 가장 큰 효과를 나타냄을 확인했다.
디즈니 미디어 광고 연구실은 다양한 실험 결과를 토대로 광고 제작자와 광고주를 대상으로 광고에 대한 가치 있는 투자와 그에 상응하는 성과 측정에 대한 의미 있는 가이드로 활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기획하고 결과를 측정하며 소비자에게 성공적으로 각인되는 광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디즈니는 미디어 산업에서 사람들의 변화하는 소비 성향을 확인하고 예측하기 위해 뉴로 마케팅이 나아갈 미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사례 #3. 제품을 살리는 포장의 요건
캘리포니아 올리브 랜치(California Olive Ranch)는 프리미엄 올리브오일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올리브오일은 맛도 좋고 우수한 품질을 가진다. 회사는 더욱 신선한 올리브오일을 만들기 위해 올리브를 수확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데도 앞장선다. 하지만 우수한 제품력과 경쟁이 심하고 포화된 올리브 시장에 새 브랜드를 진출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캘리포니아 올리브 랜치는 신제품을 출시하며 인간의 두뇌를 식품 마케팅에 특별한 방식으로 적용했다. 소비자의 잠재의식을 파헤쳐 소매업자의 진열대 공간에서 소비자 주목을 이끄는 신제품 포장 디자인의 신경과학적 효과를 검증한 것이다. 회사는 캘리포니아 주의 지도가 멋지게 그려진 포장, ‘지도’ 디자인 하나와 올리브오일을 수확하는 정경의 ‘과수원’ 포장 두 가지 포장을 개발했다. 그리고 뇌파를 측정하고 시선을 추적하는 두 단계의 실험을 거쳐 포장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확인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포장 디자인에 소비자들의 잠재의식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봤다.
이어 두 번째 단계에서는 캘리포니아 올리브 랜치라는 새로운 브랜드 자체와 그 브랜드의 속성에 사전 인지 차원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봤다. 테스트의 신경학적 결과를 통해 어느 포장 디자인이 소비자의 주의를 끌고 감정적으로 개입을 시키며 기억 보유를 자극하는지를 파악한다. 이로써 구매 의향, 새로움(Novelty) 측면에서 각 포장 디자인의 평가는 물론 회사의 의도된 메시지 전달력, 그리고 경쟁 제품과의 비교까지도 확인했다.
테스트 결과 소비자들의 두뇌는 ‘지도’ 디자인보다는 ‘과수원’ 디자인을 선호했다. 식품 마케팅에서 거울 뉴런 이론은 큰 역할을 한다. 거울 뉴론 이론은 누군가가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 우리 뇌가 자동적으로 그 행동을 시뮬레이션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관찰할 때 두뇌는 사실상 같은 감각을 경험한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두뇌는 식품과 관련 있는 ‘자연’ 이미지를 보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판매 결과는 어떠했을까? 판매율 역시 ‘과수원’ 디자인의 포장이 높았는데, 이로써 뉴로 마케팅의 시장 적용 가능성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사례 #4. 강렬한 오렌지색의 유혹, 치토스
치토스로 유명한 스낵 회사 프리토-레이는 2008년에 치토스 광고를 재제작하며 치토스에 열광하는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자 치토스를 먹는 실험 참가자의 뇌파(EEG) 측정을 통해 소비자의 두뇌 중 어느 부분이 열광적으로 반응하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소비자는 치토스를 먹은 후 손가락에 남는 끈적한 오렌지색 치즈 양념에 강렬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소비자가 제품의 지저분함을 즐기더라는 매우 충격적인 반전을 내포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치토스는 광고뿐만 아니라 제품 포장지도 소비자가 강렬하게 주목하는 오렌지색을 강조해 새로 출시됐는데, 이처럼 프리토-레이는 제품 속성에도 소비자의 즐거움을 최대화하는 요인을 찾는 데 뉴로 마케팅을 사용했다. 포테이토칩의 주 고객층인 여성을 대상으로 여성의 뇌가 반응하는 원하지 않는 메시지(짭잘한 맛, 튀긴 감자칩은 몸에 좋지 않다 등)는 배제하고, 긍정적으로 반응한 감자 사진이 담긴 무광의 포장재 등을 반영해 레이스를 새로 제작해 출시했다.
뉴로 마케팅의 현재와 미래
처음 뉴로 마케팅이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하지만 학계의 지속적인 연구로 뉴로 마케팅의 실무적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해외에서는 이미 뉴로 마케팅을 실무에 적용한 지 꽤 됐으며, 국내 시장 역시 이제는 뉴로 마케팅을 실무에 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뉴로 마케팅이 해결해 주는 것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오랫동안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투자해 방대한 양의 시장 조사를 진행해 왔었고, 이를 통해 무수히 많은 행동 데이터들을 모아 왔다. 하지만 이것들이 설명해 줄 수 있는 것들은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실제 업계에서는 시장 조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늘 가지고 있었다.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매년 수많은 시장 조사를 반복하고 있던 찰나 구세주가 나타났다.
뉴로 마케팅은 인간의 신경학적 인지적 프로세스에 기반해 구매 활동의 메커니즘을 뇌과학적 기전에서 찾아 냈다. 이는 매우 새롭고도 고무적인 결과들을 얻을 수 있게 해줬다. 그 동안 몰랐던 소비자 구매 행동의 비밀을 풀 열쇠를 찾은 것이다. 최근에는 일부 국내 기업들도 뉴로 마케팅을 이용한 소비자 조사 방법을 적용해 기록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브랜드 네임이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밝혀 획기적인 성공을 거둔 기아자동차의 K시리즈나 fMRI를 통해 색조 화장품에 대한 여성 소비자들의 반응을 측정한 아모레퍼시픽의 색조 브랜드 성공에 뉴로 마케팅이 지대한 공로를 했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성과이다. 또한 최근 각광받는 이슈 중의 하나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있어서도 신경 네트워크 활성에 따라 일반 제품과 CSR 제품의 구매 결정자의 두뇌 활성도를 비교한 연구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지속 가능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일반 제품을 선택한 소비자에 비해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관장하는 영역인 전두-두정엽 신경 네트워크에서 상대적 저주파인 쎄타파(E.-J. Lee et al., 2013) 혹은 알파파의 활성도가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중문화 연구에서 또한 뉴로 마케팅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 비디오를 보는 뇌혈류 반응을 살펴본 연구들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 비디오를 보는 대중문화 소비자들의 뇌혈류 변화를 측정한 결과, 흥미로운 시각적 자극에 반응하는 저주파 대역에서의 뇌혈류 변화가 관찰됐다.
반면에 인기를 얻지 못한 대조 뮤직비디오를 보는 소비자들의 뇌에서는 매우 졸립고 따분한 상태가 발현되는 과탄산혈증(체내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 증상) 상태에서 관찰되는 고주파 대역에서의 혈류 반응이 관찰됐다. 이 외에도 음악을 듣는 동안의 뇌 반응을 측정해 해당 음악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한 연구들도 있다(Berns and Moore 2012). 그들의 연구는 처음 접해 보는 음악일지라도 소비자의 뇌에서는 이미 그 음악이 대중적으로 얼마나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발견의 요지이다.
이렇듯 뉴로 마케팅은 이제 단순히 브랜드나 제품의 성공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소비 그리고 더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혹은 친환경적 제품을 구매하는 윤리적 소비에 대한 메커니즘까지 풀어 나가고 있다. 앞으로 뉴로 마케팅이 해결해야 할 산더미 같은 과제들은 기업이 가장 궁금해 하는 소비자의 머릿속 비밀의 문을 열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소비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소비자 역시 자신에게 꼭 맞는 제품과 브랜드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은주(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양승은 : 신미주(경영대학 박사 과정) elee9@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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