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는 해외 광고업계의 최신 동향을 살펴보기 위한 칼럼이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빅 데이터(Big Data)’를 둘러싼 업계의 움직임을 소개한다. 빅 데이터는 그간 광고의 역사에서 갈등을 빚었던 ‘과학’과 ‘예술’을 상승적인 관계로 바꿔가고 있다. 지금 크리에이티브와 데이터라는 양축을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특화된 광고회사들은 과학으로서의 크리에이티브, 즉 ‘데이터 크리에이티브(Data Centric Creative)’라는 미래의 비전을 제안하고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광고회사들의 경쟁
이제 광고 산업에서 빅 데이터의 광풍은 쉽게 꺼지지 않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과거 전단지 광고(Direct Mail)를 주로 다뤄 비주류 콘퍼런스로 폄하되던 미국 다이렉트 마케팅 콘퍼런스(Direct Marketing Association Conference)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콘퍼런스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심화되는 시장 경쟁에서 경쟁 우위를 찾고자 최근 글로벌 광고·PR 회사들이 ‘데이터 중심(Data Centric) 광고 전문가 집단’으로 리포지셔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3년 12월 스타콤(Starcom MediaVest Group)은 세계적인 소비자 빅 데이터 리더인 엑시옴(Acxiom)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선포했으며, 디지털 전문 기업인 퍼블리시스 그룹 산하의 광고회사 디지타스(digitas.com)는 최근 유튜브 비디오 중 인기를 모을 가능성이 높은 포스팅을 미리 판별해내는 예측모델 ‘탤런트 트레커(Emerging Talent Tracker)’를 개발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몇 달 전인 7월에는 하바스 미디어 그룹(havasmedia.com)이 코그니티브 매치(cognitivematch.com)와 협업을 통해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목표 소비자에 가장 최적화된 온라인 광고를 맞춤
게재하는 ‘크리에이티브 최적화(Creative Optimization) 솔루션’을 제안한 바 있다.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대안을 미리 만들어두고 소비자의 프로파일에 맞게 가장 타당한 광고 메시지를 최적 시간에 노출시키려는 의도이다.
앞에서 언급한 글로벌 광고회사들의 공통점은 자사의 크리에이티브 또는 미디어라는 전문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데이터 전문사와 협업 및 합병을 통해 데이터 분석력이라는 추가적인 경쟁력을 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디지타스의 ‘탤런트 트레커’는 소위 특정 비디오가 대중적 관심을 끌기 이전에 광고비 선투자를 통해 지출을 줄이면서 목표 소비자에게 경쟁사보다 먼저 다가감으로써 마케팅 성과를 극대화하자는 포석을 깔고 있다. 이는 디지타스의 디지털 콘텐츠 전문성에 빅 데이터 분석력을 더함으로써 광고주에게 부가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와 같은 글로벌 광고회사들의 움직임은 광고를 제작하고 집행하는 피상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관습에서 벗어난다. 이들은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프로그램 콘텐츠에 더욱 깊이 개입,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콘텐츠를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1. 퍼블리시스 그룹 산하의 광고 대행사인 ‘디지타스’는 최근 유튜브 비디오 중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포스팅을 미리 판별해내는 예측모델을 선보였다.
2. 하바스 미디어 그룹의 데이터 분석 파트너인 코그니티브 매치가 활용하고 있는 다이나믹 크리에이티브 (Dynamic Creative)의 데모화면. 목표 소비자의 특성에 맞게 광고안의 메시지 요소들이 자동으로 변하게 된다.
3. 미국 알칸사주의 소도시인 리틀락(Little Rock)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엑시옴은 2012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빅데이터의 성장에 따라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데이터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
구체적인 광고 효과 매트릭스에 기반한 크리에이티브 개발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성패는 광고 효과 목표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진다. 매스미디어 시대의 크리에이티브 메시지는 전체적으로 노출 시점에 시청자의 주목을 높이는 ‘주목의 크리에이티브’로 간주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광고가 광고 시장을 주도해 왔었다. 반면 온라인 환경, 특히 소비자가 중심에 선 소셜미디어가 주도하는 환경에서는 노출 이후의 단계인 행동 반응까지 책임을 지게 되었다. 따라서 크리에이티브 역시 행동 반응 척도에 맞춰 준비되어야 한다.
예컨대 페이스북에서 브랜드 페이지 포스팅에 대한 광고 반응을 정량화하면 기본적으로 광고 노출(Number of Views), 브랜드의 팬 수(Number of Fans), ‘좋아요’의 수(Number of Likes), 공유한 정도(Number of Shares), 댓글의 수(Number of Comments), 댓글의 성격(Characteristics of Comments)으로 분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광고 노출, 팬의 수가 광고에 대한 인지 효과(Awareness Effect)로, ‘좋아요’의 수를 광고에 대한 태도 효과(Attitude Effect)로, 댓글의 수와 성격을 브랜드 인게이지먼트(Brand Engagement)로, 마지막으로 공유의 수를 구전 효과(Word of Mouth Effect)라고 효과의 성격상 구분해 볼 수 있겠다.
이렇게 각 행동 지표에 따라 크리에이티브 역시 달라져야 하는데 그 이유는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 크리에이티브와 소비자의 댓글 반응을 유도하고 공유를 유도하는 크리에이티브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캠페인 전에 효과 지표 매트릭스에 따라서 광고 효과를 정량화하는 한편 상응하는 크리에이티브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상황에 적합한 실시간 크리에이티브 대응
온라인 데이터에 기반한 크리에이티브의 가장 큰 이점은 실시간 대응이 가능한 마케팅 순발력이다. 소비자의 실시간 반응에 따라 광고할 크리에이티브를 달리할 뿐 아니라 노출 시점 및 노출 채널도 변화시켜 소비자 반응률을 높이고, 또 긍정적인 반응을 촉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높은 소비자 반응을 유발시킨 크리에이티브, 소위 ‘아웃라이어 크리에이티브(Outlier Creative)’의 경우 리서치를 통해 향후 유사 전략의 크리에이티브를 재집행하는 것도 중요한 전술이 될 수 있다.
데이터 크리에이티브는 자동화된 컴퓨터의 콘텐츠 ‘맥락 분석(Contextual Analysis)’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쉽게도 현재 인공지능은 콘텐츠의 숨은 맥락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실제로 2013년 12월 9일 마이크로소프트의 배너광고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세계 최악의 광고 실패(World’s Wildest Advertising Failures)’로 거론됐다. 여자 친구와 장시간 쇼핑을 하던 중 쇼핑몰에서 뛰어내린 한 중국인에 대한 충격적인 기사 하단에 ‘앞을 향해 뛰어라(Jump ahead)’라는
헤드라인으로 엑스박스 콘솔을 광고한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기사 중 ‘뛴다(Jump)’라는 단어가 자주 활용되고 있어, 인공지능이 점프와 관련된 헤드라인의 광고를 자동적으로 할당했기 때문이다. 기계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한 데이터 크리에이티브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빠른 광고 대응도 중요하지만, 상황의 숨은 맥락을 제대로 간파하는 통찰이 더 중요하며 이런 부분에서는 여전히 전문 광고인의
예리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장기적이고 단기적인 효과를 염두에 둔 크리에이티브
흔히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은 측정 가능한 척도를 통한 실제적인
성과를 중시하기에 단기적 성과 달성만 급급한 경향이 있다. 문제는
단기적 성과가 장기적 실패를 담보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단기 판촉을 위한 가격 할인 광고, 연관 상품을 함께 파는 보너스 팩, 유통 과정 촉진을 위한 채널 프로모션 등의 전통적인 마케팅 테크닉은 단기 성과에는 적합하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 로열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향후 빅 데이터 마케팅은 장단기적인 목표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서 가장 적합한 크리에이티브를 전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4. 소셜미디어의 광고 효과 매트릭스 사례 (Hoffman, 2010).
5. 2013년 12월 집행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배너광고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세계 최악의 광고 실패’로 거론되고 있다.
빅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향한 질주
지난 10여 년 동안 광고회사가 크리에이티브 제작사로 간주되며 마케팅 컨설팅 능력이 폄하되던 경향이 있었다. 광고주의 마케팅·광고 4. 소셜미디어의 광고 효과 매트릭스 사례 (Hoffman, 2010).
5. 2013년 12월 집행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배너광고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세계 최악의 광고 실패’로 거론되고 있다.
부서가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을 주도하고, 광고회사는 적합한 광고 작품과 매체 선정만 담당하면 된다는 분업 또는 하청의 논리였다. 최근 빅 데이터가 광고 산업을 들뜨게 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산업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광고회사들이 변화의 시대에 맞는 성장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주가 대량의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고, 그에 맞는 앞선 분석력을 갖추고 있는 현실에서 광고회사들이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현재 마케팅 영역에서 빅 데이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순히 대량의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실제 분석 결과를 통해 걸맞은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형식은 빅 데이터로 무장하고 있지만, 광고로 보여지는 결과물은 과거와 다르지 않은 셈이다. 빅 데이터가 단순히 광고회사의 마케팅 슬로건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빅 데이터에 걸맞은 ‘빅 크리에이티브(Big Creative)’를 만들어내는 ‘데이터 크리에이티브’ 전문사로 발돋움해야 하며, 전문성 제고를 통한 장기적인 체질개선이 필수적이다. 정보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빅 데이터 시대에 데이터와 크리에이티브는 뗄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크리에이티브 조직으로 발전해온 광고회사가 주도적으로 캠페인을 운영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현 시점은 광고회사에게 빛나는 기회의 시간이다. 광고회사는 과학이 예술을 꽃피우는 ‘데이터 크리에이티브’ 시대에 걸맞은 창조 조직으로 스스로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이슈] 적에서 동지로 ‘데이터 크리에이티브’
제일 월드와이드 ·
유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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