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에서 시각의 자극
중요도는 58%이다. 후각 자극이 45%라는 점을
감안하며 생각보다 시각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업들은 현재
오감의 특정한 요소를 마케팅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들이 다중 감각
마케팅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과학으로 진화하는 체험 마케팅
‘체험 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 대략 15년이 흘렀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개념적 지침으로서 업계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킨 체험 마케팅은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이라는 또 다른 마케팅 사조와 함께 현대 마케팅을 이끌어 왔다고 평가된다. 또 최근에는 ‘인게이지먼트 마케팅(Engagement Marketing)’이나 ‘라이브 마케팅(Live Marketing)’이라는 유사 개념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위에서 언급한 접근들은 소비자의 감각적 체험(Sensory Experience)을 중요시하고 체험의 가치를 마케팅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는 점에서 이들 마케팅 개념은 대동소이하다. 결국 마케팅 자극에 ‘노출(Exposure)’되고 반응한다는 일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지양하고,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나는 체험의 질에 무게중심을 둔다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접근들은 오감의 특정한 요소들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마케팅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예를 들면 특정 냄새 또는 소리가 어떻게 소비자에게 특정한 심리적 상태 또는 행동을 촉발시키는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컨설팅사인 밀워드 브라운(Millward Brown)이 2003년 행한 조사에 의하면 광고를 비롯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전체 중 80% 이상이 전적으로 TV나 지면 광고를 활용한 시각(Vision) 자극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시각 자극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미각 및 후각 등 여타 감각 자극에 비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감각 역시 의사결정에서 큰 중요성을 지니고 있음이 속속 증명되고 있다. 예컨대 후각의 영향력에 대한 한 연구에 따르면 냄새는 한 해가 지나더라도 65% 이상 기억에 잔류한다(참조: Sense of Smell Institute).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음식의 맛을 성년이 된 후에도 상당 부분 기억하며 유사한 음식을 맛볼 때 향수를 느끼고 즐거워한다. 더욱이 특정 냄새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소비자의 마음을 전환시키는 영향력이 있다. 예컨대 바닐라향은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기분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지닌다고 한다(참조: P&G Everyday). 또한 서구의 장례식장에서 활용되는 계피향은 시신에서 발생하는 불쾌한 냄새를 완화시키는 동시에 장례에 참석한 손님들에게 가족의 따듯한 감성을 전달한다. 커뮤니케이션 활동 중 58%의 자극 중요도를 가지는 시각에 비해 후각 자극은 45%의 중요도를 지니고 있어 향후 마케팅 활동에서 후각 자극 활용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Millward Brown, 2003). 최신 IT기술의 발전에 따라 과거 상상에만 그치던 후각 마케팅은 보다 실천적인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실례로 P&G는 수년 전부터 종이 용지에 특정 향기를 프린트하는 향기 프린팅(Aroma Printing)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향기 프린팅 기술은 향후 입체물을 출력해 내는 3D프린팅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놀랄 만한 발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참조: fespa.com). 구체적으로 기업들은 소비자의 추억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후각 단서들을 인쇄광고뿐 아니라 점내 판촉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청각 자극의 경우 영화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에서 이미 많은 현장 실험을 거쳐 우리에게 더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특히 효과음 같은 특정 사운드의 조작을 통해 영화가 주는 정서적 영향을 높이려는 노력들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광고에서는 특정한 소리나 멜로디를 활용한 징글(Jingle) 기법이나 내레이터가 슬로건을 읽어주는 방법만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어떤 장르의 음악이 구매 접점에서 어떤 효과를 유발시킬지 알지 못하며 마케터들의 경험에 의존해서 직관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배경 음악을 마케팅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최대의 라디오 채널 사업자인 ‘크리어채널(clearchannel.com)’은 자사 인터넷 라디오 솔루션인 ‘아이허트 라디오(iheart.com)’를 기반으로 메이시스 백화점에 쇼핑 배경 음악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판도라(Pandora)나 스포티파이(Spotify) 같은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라디오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요즘 소위 브랜드 라디오 방송국(Brand-curated Station)은 감각 마케팅의 지식을 적극 활용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아이의 웃음소리, 새 소리, 음식 하는 소리 등 우리가 실생활에서 만나는 다양한 소리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배경 음악보다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청각자극을 활용한 마케팅 시장은 큰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몇몇 회사들은 이미 청각 자극을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할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소재하고 있는 ‘무드 미디어(moodmedia.com)’와 리치몬드시에 위치하고 있는 ‘플레이 네트워크(playnetwork.com)’는 백화점이나 이벤트 공간 같은 특정 공간에 특정 기분을 유발시킬 수 있는 다양한 청각 자극을 연출하는 글로벌 사업자로 성공 행보를 걷고 있다.
1. 커뮤니케이션에서 각 감각의 중요도(Millward Brown사의 2003년 조사).
2. 컴퓨터에 연결하면 프로그램된 향기를 발생시키는 장치. 향후 이러한 향기 발생기는
비디오 게이밍, 인터넷 쇼핑, 리테일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참조:
scentsciences.com).
3. 크리어채널이 메이시스 백화점에 배경 음악으로 제공하고 있는 마이스타일 라디오(My
Style Radio).
4. 소비자를 브랜드에 몰입하게 하는 음악을 제공하는 청각 자극 사업자 플레이 네트워크.
1.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다감각 연구소.
2. 도미노 피자(Domino’s Pizza)의 다중 감각 마케팅 사례.
3. 질감을 고려한 파이브 검(Five Gum)의 최근 광고 캠페인.
4. 스코틀랜드산 위스키를 홍보하기 위한 버스 쉘터. 코르크 모양 버튼을 누르면 각각의
위스키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다중 감각 마케팅 성공을 위한 제언
이미 마케팅의 주요 도구로 정착해 버린 체험 마케팅만을 주장하는 것은 날로 격심해지는 시장 경쟁에서 공허한 외침으로 간주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업들도 다중 감각 마케팅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 90개국에 200여 개 오피스를 가지고 있는 JWT(jwt.com)는 2013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다감각 연구소(psyweb.psy.ox.ac.uk/xmodal)’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오감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보스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그룹 아놀드 월드와이드(arn.com) 역시 수년 전부터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다중 감각 마케팅을 위해 전용 연구실을 완비하고, 감각 전문 인지과학자를 고용해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IT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인 시스코(cisco.com)도 디지털 사이니지 네트워크 사업을 기반으로 리테일 사업자를 공략하고 있다. 광고를 전달한다는 개념에서 ‘소비자 쇼핑 체험을 변화시킨다(Customer Experience Transformation)’는 개념으로 감각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데이터 기반의 리테일 마케팅인 ‘린 리테일(Lean Retail)’과 통합해 데이터 기반의 감각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그렇다면 다중 감각 마케팅의 성공을 위해서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 제언으로 정리한다.
1. 감각과 브랜드의 연결은 기본이다
리바이스는 TV 광고를 통해 80년대 당시 유행하던 노래인 ‘Stand By Me’와 강력한 브랜드 연결을 구축한 바 있다.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광고를 접하는 지금, 리바이스의 사례처럼 감각과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연결하기는 힘들다. 이런 점에서 시각과 청각 자극뿐만 아니라 기타 자극을 적극 활용하는 다중 감각 마케팅은 강력한 ‘감각- 브랜드 연결’을 만드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2.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다중 감각 캠페인
광고안을 제작하는 것처럼 다중 감각의 활용 역시 창의적이며 전략적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점포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매장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극하는 캐럴을 활용하고 있는데, 상당수의 점포들이 11월초부터 지나치게 서둘러 크리스마스 캐럴을 활용함으로써 점포 간 차별화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연말 매출 효과까지 깎아내리는 현상을 만들었다. 반면에 최근 도미노 피자는 특별한 다중 감각 마케팅으로 주목을 끌었다. 인기 DVD 후면에 특수잉크로 피자 모양을 출력해 둔 것인데 이 피자 모양은 DVD를 통해 가열될 때 피자 냄새와 함께 형체가 나타난다. 늦은 밤 영화를 본 후 허전할 수 있는 최적의 순간에 시각과 후각을 통합적으로 활용한 재치 있는 캠페인이다.
3. 상상 감각도 감각이다
감각 요소를 실제로 느끼지는 않더라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미국 껌 브랜드인 ‘파이브 검(Five Gum, 5gum.com/global)’은 TV 광고를 통해 가상 촉각을 유발하려 노력하고 있다. 껌이 맛뿐 아니라 씹히는 질감 또한 매우 중요함을 고려해 보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감각을 자극하라(Stimulate Your Senses® & Experience)’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선택이다.
4. 통합 감각 관점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고민하라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질적으로 다른 감각을 연결시키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향후 다중 감각 마케팅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촉각 자극이 어떤 청각 자극과 결합될 때 매장에서 원하는 소비자 행동을 촉발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다중 감각 마케팅의 현재와 과제
감각 마케팅 전문가인 린드스톰(Lindstrom)에 따르면 1950년대가 제품의 특장점 중심인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의 시대였다면, 1960년대는 소비자 개인적인 차이와 소비자 감성에 중심을 둔 ESP(Emotional Organizational Variety Proposition) 시대였다. 1980년대에 이르러 브랜드가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중심이 된 BSP(Brand Selling Proposition)가 도래했는데 해리포터, 포켓몬등은 80년대 브랜드 시대의 산물이다. 1990년대는 소위 MSP(Me Selling Proposition)의 시대로 불리는데, 이는 소비자 개인(Me)이 마케팅의 중심으로 브랜드를 능가하게 됐기 때문이다. 나이키나 리바이스가 소비자 맞춤 주문을 할 수 있는 맞춤 문화(Custom Made Culture)를 시작한 것은 90년대의 특징적인 현상으로 분석할 수 있다. 현재는 HSP(Holistic Selling Proposition)라고 정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소비자와 브랜드가 공유하는 모든 감각적 산물들이 통합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HSP 시대의 도래와 함께 현재 각 감각 자극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나, 각 감각들의 결합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해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결국 다중 감각의 통합 효과를 어떻게 현장의 문제에 활용할지는 더 많은 실험과 확인이 요구된다. 후각, 청각, 촉각 그리고 미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각 자극을 마케팅 또는 기업경영에 활용하려는 과학적인 노력이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중 감각 마케팅은 커뮤니케이션으로 브랜드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제를 가지고 있는 광고업체에게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글로벌 이슈]시각 마케팅의 한계를 넘어서라 '다중 감각 마케팅'
체험 마케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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