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Technology in Marketing]집, 로봇이 되다 Smart Home
주인이 외출한 사이 집 안 곳곳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는 로봇청소기는 SF의 영역이 아니라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홈’이라는 개념이 IT 업계의 새로운 중심으로 주목
받는 가운데, 이제 집 안에 들어온 테크놀로지는
로봇청소기 같은 제품군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생활 경험을 창출하는 플랫폼 형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일상생활의 안식처를
변화시키고 있는 스마트 홈과 그 핵심 배경 기술 중
하나인 로보틱스 기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그리는 스마트 홈 로드맵
스마트 홈(Smart Home)은 넓은 의미로는 자동화를 지원하는 개인 주택을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제품이나 조명이 자동으로 온? 오프되고 원격으로 컨트롤이 가능한 홈 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에서 한층 더 진화한 테크놀러지 환경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동화된 인프라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집 안 사물들이 냉장고 안 음식의 유통기한을 알려주는 등 사용자와 소통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동작하는 능동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환경을 의미합니다. CES 2014에서 갤럭시 기어를 통해 집 안 사물을 제어하는 스마트 홈 체험관을 선보인 삼성전자는 올해 초 모바일 디바이스와 가전제품을 아우르는 하드웨어 분야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스마트 홈 플랫폼을 서드 파티에 개방해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구글에서는 모바일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OS를 중심으로 스마트 홈 플랫폼을 구상하고, 소규모지만 잠재력 있는 온도조절기 제조사인 네스트 랩스를 32억 달러라는 거액에 인수하며 스마트 홈 시장 경쟁을 가속화했습니다. SXSW 2014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집 안 환경을 컨트롤하는 ‘Digital Life’ 서비스를 소개한 AT&T에서는 이미 사회에 구축된 통신망과 모바일 환경을 중심으로 스마트 홈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실행 중입니다. 이처럼 스마트 홈은 하드웨어, 서비스 플랫폼, 통신 환경 등 다양한 테크놀로지가 이루는 컨버전스의 총체이기에 각기 다른 산업 분야에서 이 시장의 선점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1. CES 2014에서 선보인 삼성의 스마트 홈 플랫폼.
2. 학습형 온도조절기, 네스트 러닝 써모스탯.
3. 인텔리전트 연기감지기, 네스트 프로텍트.
스마트 홈과 로보틱스 기술
스마트 홈의 활용 사례에서 자동으로 가사 일을 수행하고, 스스로 환경을 파악해 동작하는 기능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로보틱스(Robotics) 기술입니다. ‘로봇(Robot)’과 ‘공학(Technics)’의 합성어인 로보틱스 기술은 주어진 일을 자동으로 처리하거나 작동하는 로봇에 관한 기술 공학적 연구를 지칭합니다. 로보틱스 기술은 환경을 감지하는 센서 공학, 두뇌를 대신하는 인공 지능, 그리고 피지컬 영역인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습니다. 로보틱스 기술 중에서도 특히 자율 판단(Autonomous Decision) 분야는 사물이 센서를 통해 환경 데이터를 스스로 수집하고 자동으로 동작을 수행하는 기능을 하며 스마트 홈이 제공하는 편리하고 쾌적한 생활을 지원합니다. 사용자가 조작하는 과정이 없어도 온도나 조명을 최적의 상태로 조정하고, 사용자의 생활 패턴에 맞춰 요리를 조리하거나 가사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 인공지능과 자율 판단을 비롯한 자동화 기술이 이용됩니다. 이러한 로보틱스 기술은 집 안의 사물을 대체하는 새로운 지능형 스마트 홈 제품들을 생산하는 배경이 되며, 나아가 능동적으로 스마트 홈 제품들을 연결해 기능하게 만드는 플랫폼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집 안 사물을 대체하는 스마트 홈 제품들 최근 주목받는 스마트 홈 제품들은 스마트 폰 연동을 이용한 원격 제어와 자율적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기능을 가진 IoT(Internet of Things) 제품 형태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직접 움직여야 했던 청소기 대신 로봇청소기가 등장한 것처럼 집 안 사물들이 소비자와 연결되고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해 2세대 제품이 출시된 네스트 랩스의 러닝 써모스탯(Learning Thermostat)은 81㎜ 지름의 작은 장치로 집 안의 공조 시스템에 연결돼 실내 온도 및 대기 환경을 조작할 수 있는 자동 온도조절기입니다. 스마트 폰과 연동해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는 앱이 있고, 학습 능력과 동작인식 센서, 알람 기능을 통해 자동으로 실내 온도를 조절합니다. 뿐만 아니라 러닝 써모스탯은 스스로 집 안 난방 기구의 상태를 고려하고, 집 안에 복사열이 얼마나 들어오며 습도는 얼마인지, 외부 날씨는 어떤지를 파악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동작합니다. 단순한 자동 온도조절기가 아니라 에너지 문제에 도움을 주는 능동적인 스마트 홈 시스템인 것입니다. 러닝 써모스탯을 이용해 에너지를 절약하면 네스트 리프(Nest Leaf)라는 녹색 나뭇잎이 표시되며, 사용자는 자체 내장된 에너지 리포트를 통해 한 달간 사용한 에너지의 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스트 랩스에서는 또한 지난해 말 네스트 프로텍트(Nest Protect)라는 인텔리전트 연기 감지기를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연기 속 일산화탄소의 양을 파악하여 각각의 상황에 선별된 알람을 울리고 스마트 폰의 앱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송합니다. 설치된 실내 구역의 정보를 입력하면 담배 연기인지 증기인지 화재인지를 스스로 분별해 불필요한 알람을 울리지 않습니다. 또한 모션 센서를 탑재해 제품 앞에서 손을 흔들면 알람이 꺼지고, 밤에 프로텍터 근처에 사람이 지나가면 미등이 켜지는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구글에 인수된 네스트 랩스에서 다음 제품으로 어떤 스마트 홈 시스템을 출시할지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벤처기업에서 개발해 2013년 인디고고(indiegogo.com)를 통해 펀딩에 성공한 고지(Goji)는 스마트 폰으로 열쇠를 대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스마트 락입니다. 고지는 문의 자물쇠 부분에 설치하는 원형의 장치와 애플리케이션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고지는 블루투스 모듈을 통해 문 앞에 있는 스마트 폰을 인식해 동작합니다. 전용 앱에 자신의 스마트 폰을 등록한 사람이라면 열쇠가 필요 없이 도어락에 부착된 고지의 잠금쇠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기만 해도 자동으로 문이 열립니다. 또한 고지는 전용 앱에서 원격 제어 기능을 지원해 사용자가 외출 중이어도 고지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문자를 모니터링하고 대신 문을 열어주거나 잠글 수 있습니다. 필립스에서는 2013년 스마트 조명 휴(Hue)를 출시했습니다. 휴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1600만 가지의 색을 만들어 내고, 사용자의 기분에 따라 색과 밝기를 조절하며 알람과 타이머 기능을 쓸 수도 있는 LED 램프입니다. 제품은 휴 램프와 램프를 연결해 주는 브릿지로 구성돼 있으며, 집 안의 무선 공유기와 연결돼 동작합니다. 기상 시간이 되면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거나 문자가 오면 불빛이 변하며 알려주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은 불을 끄고 켜는 일상생활에도 스마트 폰이 연동되기 시작했다는 시사점을 전달합니다. 또한 API를 공개해 비가 올 때, 메일이 올 때, 외출 스케줄이 있을 때 조명의 변화를 통해 정보를 알려주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추가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조명 같은 집 안 환경이 알림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제품입니다.
4. 스마트 락 고지.
5. 필립스의 스마트 조명 휴.
6. 스마트 가전들에 음성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는 허브인, 아이비 슬릭.
7. 스마트 홈 허브 장치, 닌자스피어.
허브 형태의 스마트 홈 제품들
최근 스마트 홈 시장에서는 제품 단위로 출시되는 스마트 홈 제품뿐 아니라 다른 제품 간 연결을 돕는 허브나 자율적인 활용을 유도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 형태의 제품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작년 킥스타터에서 모금돼 올해 초 출시된 아이비 슬릭(Ivee Sleek)은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탁상시계입니다. 이 제품은 자체적으로는 알람과 라디오 기능 정도만을 가지고 있지만, 웹 대시보드를 통해 다른 스마트 가전과 연결됩니다. 마치 시리(Siri)처럼 집 안 스마트 홈 제품들에 음성으로 동작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알람, 시간, 날씨, 주식 가격 문의, 일정 상기 기능 정도를 가지고 있으며 추가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더 많은 음성 명령과 기기 연결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호주의 벤처기업 닌자블록(Ninjablocks)이 개발한 닌자스피어(Ninja Sphere)는 주거 환경을 인식하고 사용자의 스마트 기기로 정보를 보내주는 스마트 홈 허브 장치입니다. 이 시스템은 내장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집 안의 온도, 조도, 에너지 사용량, 사람의 움직임 등의 환경을 스마트 기기로 전달해 줍니다. 사용자는 스마트 폰이나 웨어러블 기기로 집 안 정보를 전송받을 수 있으며 허브에 명령을 내려 원격으로 가전제품을 작동시킬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닌자스피어는 동작 인식 센서가 내장돼 있어, 사용자가 손을 흔들거나 몸을 움직이는 간단한 제스처를 통해 집 안 사물들에 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오픈 소스로 프로그래밍된 닌자스피어는 자유롭게 추가 명령을 설정하거나 추가 장치를 입력할 수 있어 집 안의 모든 환경과 연결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합니다. 아이비 슬릭과 닌자스피어는 모두 앞서 소개해 드린 네스트의 러닝 써모스탯, 스마트 락 고지, 필립스의 휴와 연동되며, 추가로 보급형 CCTV인 드롭캠, 원격으로 전기를 켜고 끌 수 있는 벨킨의 위모 등 다양한 스마트 홈 제품들과 연결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로봇이 되는 집
집 안에서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물건이 움직이거나 음식이 조리되고, 혼자 사는 사람이 심장 마비 같은 긴급 상황에 처하면 자동으로 집 안의 환경이 병원에 위험 신호를 보내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스마트 홈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보안 문제를 해결하고, 인공 지능을 통해 능동적으로 행동하며 마치 인간의 편리함을 보좌하는 로봇처럼 발전하고 있습니다. 집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노년층이 하기 어려운 가사 일을 돕고, 건강관리를 보조하거나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고 재택근무가 손쉽게 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면서 스마트 홈의 주된 수혜층은 실버 세대가 될 것이라 예측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상용화 단계의 제품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지팡이를 터치하면 집 안 사물이 동작하고, 휠체어에 앉아서 모든 집안일을 수행할 수 있는 콘셉트 제품 등 실버 세대를 위한 다양한 스마트 홈의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과거 공상 속 로봇청소기가 어느새 익숙한 풍경이 된 것처럼, 가트너의 예측대로 IoT 기기가 260억 대로 늘어나는 2020년에는 아이언 맨의 인공지능 집사인 자비스(JAVIS)가 집집마다 구비될지도 모릅니다. 스마트 홈은 우리 가정의 경험 전반을 개선하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스마트 생태계의 구심점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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