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SSUE]건강을 즐기는 시대
건강을 즐기는 시대
헬스케어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높아지고, 미디어 채널의 발달로 건강 정보가 홍수를 이루면서 헬스케어 시장에도 ‘소비자 주권시대’가 도래했다. 환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병원들은 치열한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의사와 약사만 바라보던 제약사, 의료기기 회사도 이제 환자들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Word by 김동석(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 엔자임 대표) 무엇보다 헬스케어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질병 치료(Cure) 시장 못지않은, 건강 관리(Care) 시장의 급속한 팽창이다.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오래 사는 장수(長壽)가 아닌, 질병 없이 건강하게 100세 시대를 누리고자 한다. 치료에 앞서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관련 건강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헬스케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역시 변화된 시장 상황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최근 헬스케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국내외 트렌드는 4E로 요약할 수 있다. 경험(Experience), 지지(Endorsement), 오락(Entertainment), 개입(Engagement)이 그것이다.
기술이 아닌, 경험을 디자인하라
의료 영역 역시 정보 유통이 용이해지면서 기술(Technology)의 독점권을 오래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이는 의료 기술 외에 또 다른 차별화 요소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던져준다. 경험은 기술보다 종합적인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술보다 모방이 쉽지 않다. 또한 경험은 기술보다 다양성이 있어 잠재된 가치의 종류가 무한하며 새롭게 발굴될 가능성 역시 크다. 최근 헬스케어 분야에서 경험 중심의 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진행하고 있는 HUSH(Help Us Supporting Healing) 캠페인은 환자 경험 관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를 상상해보자. 환자들은 밤늦은 시간에도 주사를 맞고 링거를 교체하느라 잠에서 깨기 일쑤며, 각종 검사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아픈 몸을 이끌고 검사실 앞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병원은 환자들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불편한 공간이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을 제공한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이러한 경험을 개선하고자 환경에 변화를 주었다. 취침 시간에 병실을 방문하는 간호사에게 랜턴을 사용하도록 했고, 되도록 이른 아침을 피해 검사를 실시함으로써 환자들이 충분히 숙면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환자들은 병원과 관련해 긍정적인 경험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치료·입원 기간을 단축시키는 실질적 효과도 있었다. 【사례 2】 브라질 A.C.카마르고(A.C.Camargo) 암센터는 어린이 암환자들의 치료 의지를 높이기 위해 ‘Superformula To Fight Cancer’ 캠페인을 진행했다.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슈퍼히어로를 링거에 박스 형태로 덧씌우거나, 슈퍼히어로가 암세포와 싸우는 영상을 제작해 상영한 것. 이는 환자 자신의 의지가 암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했고 고통일 수밖에 없는 치료 과정에 작은 즐거움을 느끼는 효과도 보았다. 【사례 3】
사례 1
비만을 중점 진료하는 365mc 병원은 병원 광고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귀여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극장이라는 특수성을 스마트하게 활용한 전략은 병원의 특징과 젊은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제3자 인증 효과를 노려라
헬스케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신뢰’에 있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헬스케어 서비스나 제품을 마케팅할 때는 강력한 ‘신뢰의 메시지 전달자’로서 의사, 약사, 영양사 등 권위 있는 제3자의 지지를 활용하곤 한다. 제3자 인증 효과는 유명인이나 권위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인 역시 상당한 파괴력이 있는 제3자 인증 효과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대중이 의료기관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집단이 다름 아닌 ‘가까운 지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람들은 자신과 ‘경험의 공유 영역’이 비슷한 이들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2002년, 흡연으로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개그맨 이주일 씨가 금연광고에 출연해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리고 얼마 후, 결국 폐암으로 사망했는데 이때 남성 흡연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아마도 TV에서 매일 보던 사람이 흡연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터. 미국에서는 최근 ‘Tips From Former Smoker’라는 금연광고를 진행했다. 흡연으로 인해 목소리와 다리를 잃은 환자들이 모델로 등장하는데, 광고가 집행되자마자 흡연자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나도 광고 속 사람처럼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금연 시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을 이용한 제3자 인증 효과의 힘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다.
헬스테인먼트에 주목하라
건강(Health)은 과학(Science)의 영역이다. 그래서 어렵고 지루하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 역시 힘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헬스테인먼트(Health+Entertainment)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한때 열풍이었던 ‘비포 앤 에프터(Before & After)’ 형식의 메시지가 효력을 다하자 병원 광고계에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다. 비만을 중점 진료하는 365mc병원은 이를 ‘귀여운 캐릭터’로 돌파했다. 쉽게 제거할 수 없는 지방을 캐릭터로 표현해 다양한 스토리가 담긴 광고를 제작한 것. 딱딱하기만 했던 병원 광고에 ‘재미’라는 요소를 더해 호평을 받고 있다. 할리우드 어드벤처 영화 방식을 차용해 극장이라는 특수성을 스마트하게 활용한 극장광고 역시 병원 광고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마치 어드벤처 영화, 또는 그 예고편처럼 제작된 광고는 유머와 반전을 담고 있어 관객의 집중도를 높였고 병원의 특징과 젊은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사례 1】 게임 역시 헬스테인먼트의 주요한 도구다. 극소형 나노봇(Nanobot)을 조종해 소아암 환자 몸속에 자라고 있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게임 ‘레미션(Re-Mission)’이 대표적인 예다. 개발비로 400만 달러가 투입되고, 소아종양학과 의사들이 기획자로 참여한 이 게임은 병마와 싸우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즐거움과 용기를 선사한다. 소아암 환자들이 이 게임을 한 후 질병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질병 치료의 효과도 높아졌다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사례 2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진행하고 있는 ‘HUSH’ 캠페인은 환자 경험 관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료 환경 개선으로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입원 기간도 단축시켰다.
사례 3
브라질 A.C.카마르고(A.C.Camargo) 암센터는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슈퍼히어로 마크를 박스 형태로 제작해 링거에 덧씌웠다. 이는 어린이 암환자들의 치료 의지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캠페인이다.
자연스럽게 개입시켜라
헬스케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소비자의 ‘습관’과 ‘구매 행동’을 바꾸는 일이다. 이러한 의도가 소비자에게 노출되면 소비자는 저항하고, 목적 달성은 어려워진다. 이때 유용한 방법은 ‘자연스러운 개입’이다. 미국 제약회사 헬프 레미디스(Help Remedies)는 번거로움 때문에 사람들이 골수 기증을 꺼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일회용 밴드 박스에 면봉과 골수기증센터로 보내는 무료 반송용 봉투를 넣었다. 상처에 일회용 밴드를 붙이기 전, 면봉에 혈액을 묻혀 반송용 봉투에 넣어 보내기만 하면 손쉽게 골수 기증 등록을 할 수 있는 것.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골수 기증 등록 절차를 완료할 수 있도록소비자들을 자연스럽게 개입시켰다. 이 제품은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비쌌지만 1900%에 달하는 판매량 신장을 기록했고, 골수 기증 등록 건수 역시 3배 이상 증가하는 성공을 거뒀다. 【사례 4】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는 9~11세 아동 비만 예방을 위해 ‘Verb(동사)’ 캠페인을 진행했다. 대상이 아동이라는 점을 고려해 ‘비만’이라는 질환 용어 대신 많이 움직이라는 의미의 ‘Verb’를 캠페인명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다양한 운동 미션이 담긴 노란 공을 아이들에게 무료로 보급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비만예방이라는 취지를 잊고 재미있게 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비만 예방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사례 5】 헬스케어 마케팅은 지금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이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팽창하는 헬스케어 시장을 경제적 시장 논리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헬스케어 시장에서 마케터와 커뮤니케이터의 처방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독약(毒藥)이 될 수도 있고, 명약(名藥)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책임감과 윤리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분야다.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훌륭한 처방전이 끊임없이 창조되기를 희망한다.
사례 4
헬프 레미디스(Help Remedies)가 만든 일회용 밴드 키트. 면봉과 골수기증센터로 보내는 무료 반송용 봉투를 함께 넣어 손쉽게 골수 기증 등록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례 5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아동 비만 예방을 위해 ‘Verb(동사)’ 캠페인을 진행했다. 다양한 운동 미션이 담긴 노란 공을 제공해 아이들이 재미있게 운동하면서 비만 예방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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