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lture] Brave New Fantasy 용감한 판타지, 용감한 신세계
INNOCEAN Worldwide 기사입력 2014.06.19 03:18 조회 6493


판타지는 눈 뜨고 꾸는 꿈
각종 온라인 게임과 가상커뮤니티 세컨드라이프, SNS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선 매일 판타지가 펼쳐진다. 현실에선 가능하지 못한 것들이 이뤄지는 곳이다. 가상공간의 매력에 더 깊이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재미없고 불만스러워서일 거다. 현실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굳이 가상공간에 판타지적 상상력을 끌어들일 필요도 없지 않겠나. 현실에선 소심하고 약한 사람이지만, 온라인게임 리니지 속에선 강력한 전사이자 지도자로 수많은 이를 이끌 수도 있다. 온라인에 들어갈 필요도 없이, 현실에선 집 한 채 없어도 부루마블 게임 속에선 집이나 성은 물론 세계의 도시를 다 내 소유로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걸 두고 못난 사람들의 상상 속 일탈이라 여겨도 상관없다. 다만 이런 상상, 아니 판타지가 있어 그들이 그 순간만큼은 현실을 잊어버릴 수 있다. 눈 뜨고 꾸는 꿈, 그게 바로 판타지다.
판타지를 현실로 옮겨놓은 대표적인 공간인 디즈니랜드에는 그 넓은 거리에 휴지조각하나 보이지 않는다. 철저한 관리다. 디즈니랜드 자체가 판타지 공간인데 현실 같은 느낌이 들면 금방 판타지에서 벗어나게 마련이다. 현실에선 눈에 잘 띄는 쓰레기가 디즈니랜드에선 곳곳에 숨어 있는 관리인들의 빠른 움직임 덕분에 전혀 보이지 않게 된다. 만화나 영화 속 주인공이 살아나온 듯 정교한 인형탈을 쓴 이들도 여기저기서 마주친다. 분명 인형탈 속에 사람이 들어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우린 진짜 미키마우스와 도날드덕과 백설공주를 만난다. 그들과 안고 사진 찍는 순간 더 깊은 판타지로 몰입한다. 그런 점에서 디즈니랜드는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판타지를 몸소 경험할 가장 매력적인 공간이니까.

아직 시크릿 가든에서 살고 있다
드라마에서 주로 나오던 삼각관계나 사각관계, 혹은 알고 보니 배다른 남매였다는 등의 흔해빠진 설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나오는 것은 그것이 현실이 아닌 판타지여서 그렇다. 현실을 그대로 투영해서 봐야 한다면 굳이 드라마를 볼 것 없이 다큐멘터리를 볼 거다. 드라마를 본다는 것은 적어도 현실에서 익숙하지 않은 상황, 즉 판타지를 보고 싶어 해서다. 과거에 비해서 점점 드라마 속 상황은 비현실적인 비약이 심해진다. <시크릿 가든>에선 길라임과 주원의 영혼이 바뀐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을 우린 유치함과 비현실의 결합이라 외면하지 않고 새로운 로맨틱 판타지라 여기며 자연스럽게 몰입하지 않았던가.
시청률 30%를 넘고 수많은 시가폐인을 양산한 것도 모자라, 드라마 OST는 음원차트를 휩쓸고, OST 콘서트는 2,000석을 5분 만에 매진시켰으며, 드라마 속에 중요한 모티브가 된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드라마 효과만으로 11만 부 이상을 추가로 팔았고, 수년간 몇 권 팔리지도 않던 어떤 시집은 화면에 잠시 잡힌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수백 권이나 팔리기까지 했다. 주원의 서재에서 화면에 조금이라도 잡힌 책은 모두 판매량이 급증할 정도였다. 진짜 재벌이라면 입을 것 같지 않은 반짝이 트레이닝복은 복제품이 쏟아질 정도로 유행이고, 드라마 나가는 동안 광고는 완판이었으며 그 매출만 82억원 이상이다. 해외판권은 이미 13개국 이상에 팔렸으며 국가별로 20~30억의 수익이 예상된다. 이것이 모두 판타지에 몰입시킨 덕분에 얻은 경제적 효과이고, 매력적인 판타지의 값어치인 셈이다. 그리고 아직도 <시크릿가든>의 여운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이 꽤 있다. 그들은 드라마 속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가 아니라, 매력적인 판타지 속에서 현실의 모든 문제를 떨쳐버리고 몰입했던 그 기억을 놓고 싶지 않아서다. 판타지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우린 다시 일상의 고단함에 빠져야 하니까.

판타지를 가지는 것은
사람들의 지극히 당연한 욕구다.
우린 늘 현실이 채워주지 못하던 것을 상상해왔고
그걸 꿈꾸며 활력을 얻는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판타지를 충족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용기다.
과감한 도전이나 용기가 없다면,
꿈은 그냥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이다.


현실에서 못하니까 판타지가 필요한 거다
부당한 상사의 지시나 불합리한 일처리에 과감히 반기를 든 채 멋지게 사표 한 장 던지고 회사를 박차고 나온다? 담배를 피는 교복 입은 고등학생들에게 다가가 머리를 한 대씩 쥐어박고 담배를 못 피우게 어른 된 입장에서 호통을 친다? 깡패로 추정되는 무리에게 괴롭힘당하는 사람을 보고 거침없이 뛰어들어 화려한 발차기로 깡패들을 물리친다? 재벌 2세이면서도 자신의 환경을 숨기고 평범한 직장인처럼 일하는 멋진 남자가 가진 것 없는 서민의 딸을 만나 열렬한 사랑 끝에 결혼을 한다? 뭔가 그럴 듯하면서도 묘한 어색함이 있는 상황들이다. 그렇다. 이건 다 일상의 판타지다. 저런 일들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있지 현실에선 찾기 힘들다.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면 결코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린 늘 현실이 채워주지 못하는 결핍을 판타지라는 이름으로 갈구한다. 그리고 판타지는 우리의 결핍을 채워주는 조건으로 늘 우리 곁에서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다.
<슈퍼스타K2>에서 사람들이 존박이 아닌 허각에 더 환호한 것도 묘한 판타지의 여운을 준다. 진짜 현실적으로 보자면 훨씬 더 상품성 있는 존박이 승자가 되는 게 당연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에겐 그건 너무 판타스틱하지 않은 결론이다. 현실에서의 승자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것이 바로 판타지다. 물론 투표에선 허각이 승자였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와보니 인기나 상품성에선 여전히 존박이 더 승자이긴 했다. 결국 판타지의 승자는 허각, 현실에서의 승자는 존박인 셈이다.
우리에겐 더 많은 판타지가 계속 필요하다. 우린 앞으로도 계속 현실을 잠시 잊을 판타지도 필요할 것이고, 현실을 바꿔줄 상상이 되어줄 판타지도 계속 기다릴 것이다. 고단한 현실을 잊게 만드는 것도 콘텐츠 분야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의 숙제다.

판타지와 현실의 연결고리가 상상과 용기다
과거의 판타지는 콘텐츠 속의 픽션으로 존재했다면 현재의 판타지는 현실 속에서의 논픽션으로도 종종 존재한다. 바로 온라인에서의 가상공간과 소셜네트워크로 얽힌 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그 속에선 별의별 상상도 못하던 일이 벌어진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리오 퍼디낸드와 팔로워가 되기도 하고, 그에게 초코파이를 국제특송으로 보내면 그는 그걸 받은 사진을 인증샷으로 트위터에 올리기도 한다. SNS 속에선 오바마도 만나고, 할리우드 스타도 만난다. 국내 스타는 두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건 분명 과거의 사람들에겐 현실일 수가 없었다. 먼 과거도 아니고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물론 이런 놀라운 일상도 가만있는 자에겐 다가오지 않는다. 먼저 용기를 내서 말을 걸면, 상대는 거기에 반응을 하고 그러다 보면 세계적인 셀러브리티와 SNS를 통해서 친구도 된다. 그러다 진짜 친구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정말 판타스틱한 일이다.
우리가 아주 당연한 듯 누리는 가상세계는 과거의 사람들에겐 환상적인 판타지였겠지만, 우리에겐 그냥 소소한 일상의 일부분이다. 과거의 판타지가 현재의 현실이 되는 건, 기술문명과 사회의 진화 덕분이다. 머지않아 해외여행하듯 우주를 여행하는 건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닐 것이며, 제2의 페이스북을 만든다며 과감히 대학 중퇴하고 창업을 선택한 이들이 페이스북을 대체하는 SNS를 만들어낼 일도 판타지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낸 판타지는 저 멀리 잡히지 않을 무지개 같은 존재가 아니라, 서서히 하나둘씩 우리 손에 잡혀진다. 물론 그러는 사이 새로운 판타지가 다시 생겨나게 될거니까 판타지가 소멸될 일은 전혀 없다.
판타지를 가지는 것은 사람들의 지극히 당연한 욕구다. 우린 늘 현실이 채워주지 못하던 것을 상상해왔고 그걸 꿈꾸며 활력을 얻는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판타지를 충족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용기다. 과감한 도전이나 용기가 없다면, 꿈은 그냥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이다. 우리에게 용기가 있는 한, 판타지에서 보여준 놀라운 상상이 매력적인 현실로 옮겨지는 걸 더 많이 지켜보게 될 것이다.
이노션 월드와이드 ·  판타지 ·  소설 ·  프로그램 ·  시크릿가든 ·  드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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