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희 교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jinheechoi@korea.ac.kr
한 해를 돌아보고, 앞으로 또 한 해를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2013년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들은 무엇이고, 2014년에는 무엇으로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2013년의 소비자들은 20여년 전인 90년대에 열광하였고, 두툼한 아웃도어 의류를 입고 야외를 돌아다녔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에 참여하고자 하였고, 수많은 양의 정보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썼다.
레트로 마케팅
90년대를 기억하라
2013년 소비자들은 90년대 문화에 푹 빠져 지냈다. 지난해 ‘응답하라 1997’과 ‘건축학개론’으로 90년대에 대한 향수가 시작되더니, 올해에는 ‘응답하라 1994’가 인기몰이를 하며 소비자들을 90년대로 돌려놓았다. 90년대 유행했던 더플 코트와 야구 점퍼, 청청 패션 등이 다시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TV에선 90년대 스타들이 그 때를 추억하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90년대에 전성기를 보낸 농구에 사람들은 다시 열광하고 있다.
2013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왜 90년대에 열광했을까. 올해도 계속되는 불황으로 인해 전세값은 나날이 상승하고 몇 년씩 취업준비를 하는 취업 재수생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불황에는 복고가 뜬다. 과거로부터 위로를 얻고 현재의 어려움을 잊고 싶은 심리때문이다. 취업 포탈 잡코리아는 90년대 제약광고를 패러디한 시리즈 광고로 인기를 끌었다. 약이 통증을 치료하듯 직장 상사에게 시달리는 사원들의 이직을 도와준다는 내용으로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는데, 이 과정에서 속쓰림엔, 피로엔, 눈치 결림엔 등 제약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문구에 직장인들의 고충을 적절히 결합하여 공감과 함께 웃음을 자아내며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3040 아저씨들의 부활
불황과 함께 90년대를 추억하게 만든 또 하나의 주역은 3040 남성들이다. 구매 결정권을 아내와 아이들에게 빼앗겨 소비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되던 3040 남성들, 그 중에서도 특히 40대 초중반 남성들이 2013년 문화와 소비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 해 ‘신사의 품격’을 통해 40대 남성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면, 2013년에는 그들이 전면에 나서 다양한 소비 트렌드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선배들이 대학생활 내내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심각한 토론을 하며 무거운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지금의 3040들은 사회에 대한 고민 없이 비교적 단순하고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가부장적이고 엄격했던 이전 세대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성장한 그들의 사고 방식과 생활 방식 등은 선배 세대와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재 대중문화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 제작자와 예능프로 PD, 영화 감독 등 중 다수는 9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3040들이다. 이들은 가족을 중시하고 여가를 즐기며 보수적이지도 개인적이지도 않다. 이런 그들이 90년대 문화를 다시 소비하고, 자녀와 캠핑을 가는 등의 소비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4-50대들의 7080복고 문화가 오래 지속되지 못했던 것에 비해, 90년대 복고는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사고와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는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웃도어 마케팅
아이들과 함께 하는 3040 아빠들
3040 남성들이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름과 동시에 2013년의 문화와 소비를 이끌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3040 세대의 자녀, 아이들이다. 올해 1월, 오랜 기간 낮은 시청률에 허덕이던 ‘일밤’을 단숨에 회생시킨 것은 다름 아닌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컨셉의 ‘아빠 어디가’ 였다.
그 인기로 인해 아이들은 2013년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그 후 우후죽순으로 아이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났으며, 인기를 얻은 아이들은 보험, 라면, 장난감, 이동통신사 등제품군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광고에서 맹활약중이다. 아이들은 3040 아빠와 함께 캠핑을 떠나 텐트를 치고, 엄마와는 할 수 없는 놀이를 즐기며, 밤에 짜파구리를 끓여 먹는다. 이들의 인기는 2013년 우리가 열광했던 라이프 스타일을 형성했으며 다양한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였다.
아웃도어 입고 캠핑을 떠나자
주5일제의 시작과 함께 몇 해전부터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한 아웃도어 시장의 인기는 2013년 가히 폭발적이었다. TV에서는 노스페이스, 레드페이스, 블랙야크, K2, 네파 등 다양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었고, 이와 더불어 코베아 등 캠핑 용품의 인기도 여전했다. 캠핑과 아웃도어 시장의 폭발적 인기 역시 3040 남성들로 귀결될 수 있다. 이들은 그들의 아버지와 달리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주말에 집에서 잠을 자기보다는 캠핑을 가고 등산을 하는 등 레져 활동을 즐긴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캠핑한번 떠나보지 않은 아빠는 무심한 아빠가 되어가는 세상이고, 아웃도어 제품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다.
공익 마케팅
소비하는 만큼 기부를
몇 해 전부터 시작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관심은 올해도 계속되었다. 2013년 대부분 기업의 화두는 사회적 책임과 사회 공헌이었다. 사회 공헌과 공익에 관심이 없는 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 기업이 사회 공헌에 참여하면서 소비도 증진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소비자의 구매를 통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자선 활동에 기부하는 공익연계 마케팅(Cause Related Marketing)이라 할 수 있으며,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다양한 공익연계 마케팅은 계속되었다.
CJ는 미네워터 바코드롭 캠페인을 통해 물방울 모양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소비자, 제조사, 유통사가 각각 100원씩을 식수 부족으로 허덕이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마실 물에 기부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었다. 홈플러스는 지난 해부터 생명의 쇼핑카트 캠페인을 통해 구매액의 1%를 소아암이나 백혈병 등 소아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환자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기부
이처럼 제품을 구매하는 것 뿐 아니라 SNS 등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소셜 기부(Social Donation)도 유행처럼 번졌다. 특히 직접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은 휴대폰 문자, 걸음, 광고 시청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를 할 수 있는 어플들이 등장하여 인기를 끌었다. 남은 문자와 통화량을 기부하여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식수를 지원하는 힐링 기부, 광고를 시청하면 자동으로 원하는 단체에 기부가 되는 기부 타임, 걷는 만큼 기부가 되는 빅워크, 게임을 통해 나무를 키우면 실제로 사막 지역에 나무를 심어주는 트리 플래닛, 통화 발생 수수료 중 일부를 기부하는 기부톡 등 정말 다양한 기부 어플들이 등장하여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더 재미있고 손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서 사회 공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빅데이터 마케팅
수많은 정보를 의미 있는 내 것으로
지난 해부터 서서히 주목 받기 시작했던 빅데이터가 2013년에는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방대한 양의 정보들이 축적되어 가고 있으며, 이처럼 많은 양의 데이터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어 적절히 해석한다면 소비자의 숨겨진 욕망과 심리를 읽고 심지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신용카드 회사들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소비자의 모든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이용하여 소비자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즉 빅데이터를 상품화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삼성카드의 m포켓, 현대카드의 마이 메뉴, 롯데카드의 스마트 컨슈머 등은 모두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어플들이다.
이처럼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과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 빅데이터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견해들도 나오고 있다. 우선, 단순히 많은 양의 정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적절히 걸러내고 정확히 해석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기업에 가치를 부여하고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어야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사생활 침해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시대의 메시아처럼 생각되는 빅데이터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2014년은..
2014년의 소비자들은 무엇에 마음이 움직일까
2014년에는 2013년 소비자들을 열광시켰던 대부분의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시작된 3040 남성들의 주도 하에 90년대 복고 문화와 아웃도어 시장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보이고, 사회 공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창의적인 어플 개발로 인해 다양한 방법의 기부도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빅데이터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이를 보다 엄격하고 의미 있게 활용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다. 이와 더불어, 2014년에는 브라질 월드컵, 인천 아시안게임 등 굵직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빅 스포츠 이벤트들이 있는 해에는 항상 그렇듯이 스포츠와 관련된 각종 마케팅들이 특수를 노릴 것이다. 2014년에는 계속되는 불황으로 지친 마음을 90년대 문화 소비와 버려지기 쉬운 것들을 통한 기부, 그리고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 응원을 통해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