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report] 브랜드의 이상향, 카탈로그
‘이것이 바로 당신이 원하던 겁니다.’ 우연히 뒤적여본 작은 책자가 속삭인다. 과연 정말일까? 멋들어진 글과 사진으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고, 그것을 고스란히 반영한 브랜드가 바로 여기 있음을, 슬그머니 제시하는 것. 하나의 소책자에 불과했던 카탈로그는 어느덧 이렇게 영리한 의사소통 방식의 하나로 등장했다.
한 권의 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은 바로 내가 꿈꾸던 이상향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그래서 그것을 오래도록 보고 싶다는 열망과 같다. 이것을 간파한 몇몇 브랜드는 거미줄 내뿜듯 펼치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접어두고 현재 ‘아날로그’ 소통을 향해 되돌아오는 중이다. 단순한 제품 나열로 ‘상품판매채널’ 역할을 했던 카탈로그의 과거와는 대조되는 현상이다. 이제 카탈로그는 고객을 끌어당기는 하나의 강력한 수단이다. 비결은 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을 제안해 마음을 사로잡는 것. 단,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낸 글과 사진을 활용해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케아로, 그들의 목표는 ‘겉보기에는 아무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지 않고 대신 말해준다’이다. 우선 일차적으로 고객에게 브랜드에 대한 환상을 불어넣고 매장으로 이끈다. 이케아의 전문가들은 방문객의 호감을 더욱 상승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쇼룸을 꾸미고, 고객은 자신이 원했던 이상향을 마음껏 감상하다 결국, 구매에 이른다. 특히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현장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소품, 계절성 혹은 의외성이 있는 상품들을 주로 진열한다고. 실제로 부피가 크고 고가인 제품들은 현장 구매하는 비율보다 인터넷 주문량이 많다고
하니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 외에도 유사한 운영방식으로는 일본 브랜드 무인양품이 있다. 그들은 매 시즌 패브릭, 화장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소책자를 발행해 신제품이 사람들의 단란한 삶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에게 카탈로그는 라이프스타일 안내서인 동시에 고객에게 호감을 주고 그것이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이러한 역할 변신 뒤에는 단순한 제품 홍보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목표와 가치를 라이프 스타일에 녹여내려는 노력이 있었다. 유행을 좇아가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하나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것, 예시로 스노우피크를 들 수 있겠다.
매해 멋진 사진으로 캠핑의 소소한 재미를 소개해, 스노우피크에 대한 호감을 더욱 상승시키고 아웃도어 라이프를 열망하도록 만든다. 게다가 그들의 감각적인 카탈로그는 강한 소장욕구를 불러일으켜 하나의 매거진처럼 유상으로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계절이나 특정한 시기에 출시되어 희소성을 보유한 소책자들은 이미 하나의 소장품으로 대우받고 있다. 이렇게 오감을 통해 인간의 정서에 접근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위한 ‘브랜드 북’, 제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제작하는 ‘아이템 북’들로 영역을 확장 중에 있다. 현재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접근으로 고객이 브랜드에 대해 느끼는 경험과 감각을 극대화하는 것을 ‘옴니채널 리테일링(Omni-channel retailing)’이라 지칭한다. 소비자들이 미처 잊고 있었던 ‘감성’과 취향까지도 섬세히 배려해주는 것, 그것이 앞서 열거한 브랜드들의 핵심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은 동시에 행복한 삶을 위해 고민한다. 구식으로 보일지 모르는 카탈로그라는 접근 방식은 그런 점에서 더 영리한 선택일 수 있다. 이 같은 소비자들에게는 즉각적으로 쏟아부어지는 정보보다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사진과 설렘을 주는 몇 개의 문장이 더 효과적이다. 결국 행동을 유발하는 건, 정확히 말하면 구매겠지만, 호기심과 가지고 싶다는 일차적 욕망. 그러니 이 한 권의 책에 마음이 설렌다면 일단 진정할 필요가 있다. 이건 바로 당신을 위해 만들어진 달콤한 속삭임이니까.
1.무인양품
무인양품은 ‘No brand, Good product’ 그리고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겠다’는 철학을 가진 다정한 브랜드다. 상표 없이도 무인양품임을 바로 알아챌 수 있는 특유의 간결함은 그들만의 새로운 미의식을 구축했다. 이들의 카탈로그는 소품과 가구 중 어떤 제품을 선택해도 모든 물건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어울린다는 걸 보여준다. 일본 특유의 다정다감한 일상화보를 보노라면, 마치 스푼 하나를 구입한다해도 마치 그들처럼 세련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2. 스노우피크
단 한마디로 정의하면, ‘Natural lifestyle creator’이다. 1958년에 탄생한 스노우피크는 야외에서 얼마나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지, 인간이 얼마나 기분 좋게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지를 제안해왔다. 그런 그들이 표현하는 자연은 꾸밈없이 신선해서, 뭉클하다. 카탈로그 속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들과 에세이는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이 느껴지고, 당장떠나고 싶은 마음이 꿈틀대니 유념해서 펼쳐볼 것.
3. 이케아 카탈로그
이케아의 디자인은 아름답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실용적이다. 그들이 등장함으로써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이 손쉬워졌다. 스웨덴 특유의 화사하면서 강한 패턴과 밝고, 원색적인 컬러들로 채워진 카탈로그는 가구도 하나의 패션임을 말해준다. 매해 한 번씩 발간하는 이케아의 카탈로그는 트렌디한 인테리어 잡지일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공간연출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소장가치가 높다.
4. Paper Passion
게르하르트 슈타이들과 디자인 잡지 <월 페이퍼>는 오래된 책에서 풍겨 나오는 정겨운 향기를 추억하기 위한 공동작업을 진행했다. 그들은 수많은 책, 갖가지 종이와 잉크를 연구해서 실제로 ‘그’ 향기에 가까우면서 사용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냈고 이름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향수’다. 이 제품은 칼라거펠트가 디자인한 책에 비밀스럽게 담겨 있다. 책을 펼치면 유명인사들의 헌정 에세이와 이 제품의 탄생 배경, 제품 소개가 적혀 있으니 정말로 아이템 북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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