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미인이시네요, 옥상달빛
미인이시네요, 옥상달빛
괜찮아. 잘될 거야. ‘입에 발린 위로’만큼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것이 있을까. ‘동시
대 언니들의 감성을 논픽션으로 노래하는’ 옥상달빛의 위로 아닌 위로는 그래서 참 반갑고, 마음이 편안하다. 이게 나야. 그래서 뭐 어쩔 테냐! 듣기에 화려해도 도무지 따라 부를 수 없는 노래가 아니기에 더욱 정이 간다. 일상에 치여 돌아볼 틈이 없었던 내 마음에 조용히 스며드는 달빛을 오랜만에 만났다.
새로운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습니다
유효영 대리(이하 효영) 처음 뵙겠습니다. 이노션 통합플래닝팀 유효영입니다. 이쪽은 이인규입니다.
김윤주(이하 윤주) 예,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인규 대리(이하 인규) 회사에서 만난 절친인데,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이 자리에 왔어요. 둘 다 격하게 옥상달빛 팬입니다!
박세진(이하 세진) 어머, 취향이 바람직하신 분들이네요.
효영 홍대에서 가장 감정기복이 심하다는 세진 씨, 오늘 기분은 어떠세요?
세진 지금 좋아요. 오늘 기분 완전 좋습니다.
인규 다행이다.(웃음) 실제로 뵈니 팬심을 접어놓고 봐도 정말 예쁘세요. 본인들을 ‘홍대 흔녀’라 하셔놓고, 이렇게 예쁘면 반칙 아닌가요? 비결 좀 공유해주세요.
윤주 어휴, 저는 그냥 할머니 같고요. 오늘 오면서 너무 할머니 같아서 깜짝 놀랐네요. 세진이는 교정이 거의 끝나가는 단계라.
세진 부의 상징이죠. 아주 지긋지긋합니다. ‘반칙’은 안 했습니다만, 서른이 넘으면서 둘이 같은 피부과에 다니고 있어요.
인규 아, 피부관리! 진짜 중요하죠. 저희도 요즘 절감하는 부분이에요.
효영 나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얼마 전에 정규 2집 ‘Where’를 내셨잖아요. 1집 ‘28’과 비교해보면 뭐랄까,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말 감히 하긴 그렇지만 옥상달빛이 확실히 성장하고 있구나….
윤주 어이구, 감사합니다.
인규 저도 좋았어요. 그런데 일부 음악평론가 중엔 ‘너무 밝다’고 안좋게 보는 시각도 있더라고요.
세진 그건 제대로 안 들어본 사람이에요!
윤주 앞면 ‘새로운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습니다’가 발랄하고 통통 튀는 느낌이라면, 뒷면 ‘이 세상의 모든 히어로’는 어딘가 슬프고 진중한 느낌으로 꽤 대조적이죠. 사람들이 뒤까지 안 들어봤구나….
세진 뭘 안다고, 진짜!(웃음)
인규 앨범을 들으면 전체에 흐르는 스토리가 있잖아요. 예전 옥상달빛 노래들을 들으면….
윤주 자학?
세진 뭔가 가족스러운 것?
인규 음…반성! 그래, 반성. 근데 2집에서는 그런 것보다 ‘괜찮아, 잘 할 수 있어!’ 이런 긍정적인 메시지가 느껴졌어요.
효영 크게 나누자면,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를 깼다는 평과 아이덴티티가 흐려졌다는 평으로 갈리는 것 같아요. ‘하드코어 인생’에서 시작해 ‘없는 게 메리트’였다가 이번에 급 ‘새로와’졌으니….
윤주 저희 딴엔 정말 새롭다고 생각해서 타이틀곡을 정한 건데, 한편 으론 ‘안 새로운데?’ 하는 반응도 있어요. 그래도, 저희는 저희가 하고 싶은 곡을 담았습니다.
인규 여자들은 20대 후반이 제일 싱숭생숭하잖아요. 막상 서른이 되면 의외로 마음이 편하고. 다른 사람들이 사는 방식 혹은 세상이 바라는 기준에 점점 연연하지 않게 된달까? 옥상달빛의 2집도 그렇게 탄생한 것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드네요.
윤주 그것도 맞는 말이에요.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으면서 우리도 시선이 달라지잖아요. 좀 더 다양한 것, 많은 걸 보니 사람이 더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안 좋은 것도 그만큼 많이 보게 되지만, 아마도 내년엔 좀 더 긍정적이지 않을까요?
세진 죽을 땐 아마…긍정왕!(웃음) 준비할 땐 참 힘든 앨범이었는데, 마치고 보니 만족스러운 작업이었어요. 이 세상의 모든 히어로
인규 옥상달빛의 음악이 ‘힐링음악’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동의하시는지. 그것이 아니라면 ‘힐링을 해야 한다’는 대중의 기대가 부담스럽진 않으세요?
효영 이제 ‘2집 가수’잖아요. 물론 전에 싱글 앨범이 있긴 했지만. 팬들의 기대와 옥상달빛이 가고자 하는 방향 차이로 인한 고충도 있었을것 같은데, 어떻게 중심을 잡는지 궁금해요.
윤주 밝고, 긍정적이고, 힘을 주고…이런 이미지가 강해서…. 그걸 벗어나고 싶었어요. 언제까지 우리가 힐링을 할 거냐. 그러려고 모인 밴드도 아닌데. 그게 제일 고민이었죠.
세진 아까 잠깐 얘기가 나왔지만 저랑 윤주 정서가 막 “세상을 맘껏 비판해주마!”가 아니고 그냥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다시 힐링으로 돌아온 것 같긴 한데. 처음엔 부담감이 정말, 정말 컸어요. 막상 시작했을 땐 ‘어차피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니, 앞으로도 쭉 그냥 해보자!’ 하며 점점 편해졌지만요.
효영 그럼, 2집에서 팬들이 가장 열렬히 반응하는 곡은 무엇이던가요?
윤주 아무래도 선공개한 ‘새로와’죠. 얘네가 이런 것도 하네? 이런 반응. ‘괜찮습니다’는 지금까지 쓰던 가사랑 많이 달라서 관심을 가지시더라고요. 많이 노력한 게 보인다고. 참, ‘히어로’도 정말 좋아들 하세요. 전철에서 듣다가 많이 울컥 하신대요.
인규 아, 저도 그랬어요!
아까도 잠깐 나온 얘기지만, 29살과 30살의
가장 큰 변화는 ‘의연함’인 것 같아요.
누가 옆에서 잔소리를 해도 예전처럼
크게 신경 쓰이지 않고 나는 내 갈 길을 간다!
윤주 저도 많이 울었어요. 세진이가 쓴 노래.
세진 자자, 앞으로도 많이 울어주시고요.(웃음) 의외로 윤주가 쓴 ‘하얀’이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네요.
효영 매니아틱한 매력이 있어요.
윤주 사실 저한테 대중적이지 못한 정서가 많거든요.
세진 이젠 그게 대중적인가봐.
윤주 그런가?(웃음) 1집에 ‘그래야할때’라고, 제가 아끼는 노래가 있어요. 그 노래와 ‘하얀’의 정서가 같거든요. 편곡이 너무 아쉬워서 지금은 잘 안 듣지만, 이렇게 다시 ‘하얀’에 관심을 가져주시니 당황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신기하네요.
세진 일단 멜로디가 심하게 좋잖아요. 아마 타이틀곡을 누르지 않을까?
윤주 안 눌러, 안 눌러. 아~무도 안 눌러.
인규 그럼 2집에서 가장 아끼는 곡은 무엇인가요?
윤주 세진이는 ‘공중’, 저는 ‘숲’이죠. 2집 구상하면서, 둘이 작업 핑계 삼아 태국으로 여행을 갔는데….
세진 먹기만 했어요.
윤주 네, 진짜. 실컷 놀다가 마지막 날 불안해서 둘이 새벽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저희 둘이 종교가 같아요. 별 이야기를 다 하다가 ‘신이 만약 우릴 사랑한다면 어떤 느낌일까’란 화제까지 왔고, 그렇게 각자 만든 곡이에요.
세진 그래서 두 곡이 가사가 같아요. 막 완성했을 땐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래, 이건 타이틀감이야!’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프로듀서 오빠는 냉정했어요.
인규 저는 개인적으로 ‘하드코어 인생아’를 제일 명곡으로 꼽거든요. 마침 그때 제 인생도 하드코어이기도 했고.(웃음) 옥상달빛 노래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감’이라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어디로 훅! 가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윤주 못 갈걸요?
세진 어딜 가, 가긴. 거추장스러운 건 사양할게요
효영 아까도 잠깐 나온 얘기지만, 29살과 30살의 가장 큰 변화는 ‘의연함’인 것 같아요. 누가 옆에서 잔소리를 해도 예전처럼 크게 신경 쓰이지 않고 나는 내 갈 길을 간다!(웃음)
인규 어렸을 땐 다방면에 촉수를 뻗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면, 지금은 쓸데없는 걸 배제하고 꼭 필요한 것만 하려고 하죠. 나를 더 잘 알게 됐으니까. 이런 게 요즘 떠오르는 ‘미니멀 라이프’인가?
효영 옥상달빛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거예요.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것만 들어 있잖아요.
세진 어머, 웬일이야.(박수)
윤주 이번 주에 들은 칭찬 중에 가장 좋은 칭찬이에요!
효영 그래서 사람들이 옥상달빛 음악을 두고 미니멀하다, 미니멀하다 하나 봅니다.(웃음)
어렸을 땐 다방면에 촉수를 뻗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면, 지금은 쓸데없는 걸 배제하고 꼭 필요한
것만 하려고 하죠. 나를 더 잘 알게 됐으니까.
이런 게 요즘 떠오르는 ‘미니멀 라이프’인가?
윤주 그건 옛날부터 들어온 얘기인데요. 극과 극인 것 같아요. 너무 어쿠스틱 사운드란 얘기도 있고, 반대로 그 여백이 좋다는 얘기도 있고.
인규 그 사이에서 조율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두 분 스타일이 아무래도 조금씩은 다를 것 같은데요.
윤주 편곡에서 갈려요. 곡 쓰는 건 서로 좋아하니까 터치하지 않지만, 편곡 취향은 확실히 달라요. 세진이는 클래지(clazzi)한 쪽, 이를테면 보다 대중적이고 듣기에 편안한 쪽을 선호하고, 저는 좀….
세진 윤주는 음, 범세계관적인…. 이번 앨범에서 예를 들면 ‘하얀’이죠.
인규 아, 그런 거!
윤주 약간 좀 가는 거?(웃음) 본래 땅 파는 정서가 있어서. 지금 프로듀서 오빠랑 EP(Extended Play)앨범 때부터 쭉 같이 작업했는지라, 우리 세 명의 의견이 제일 중요해요. 셋이 얘기하다 정말 결론이 안 날땐 과감히 다수결! 셋 다 거추장스러운 요소를 좀 싫어해요.
세진 일단 제 주변의 모든 것이 다 미니멀해요. 윤주는 더하죠. 옷부터가 완전 모노톤.
윤주 원체 그런 컬러를 좋아하는 데다, 집이 더러우면 잘 못 견디는 성격이라.
세진 집에 가보면 모델하우스가 따로 없어요. 왜 잡지 라이프 섹션에 실리는 그런 집 있죠? ‘이런 인테리어 했어요’ 하는.
윤주 1~2년 동안 집 인테리어를 세 바퀴는 돌려요. 확실히 기분전환이 되거든요. 특히 곡을 쓸 땐 작업할 수밖에 없는 형태로 만들어놓죠.
인규 왠지 맘에 드는 옷 딱 하나만 사면 한동안 그 옷만 입고 다른 옷이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세진 그쵸, 비싸고 좋은 거 하나만. 그에 반해 저는 돈을 다 어디다 썼는지 모르겠어요….(웃음) 하지만 삶이 돌아가는 방식은 단순해요.
윤주 호불호가 아주 명확한 친구예요.
세진 기다 아니다를 잘 판단하고. 이런 성격이 단순한 삶을 유도하나봐요.
효영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뭘 하세요?
세진 일어나서도 루틴이 있어요. 일단 일어나자마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꼭! 마셔야 되요.
인규 도시여자!(웃음)
윤주 저랑은 좀 반대죠. 전 싫어하는 것도 별로 없고, 누구랑 싸워본적도 없고…. 근데 사람들한테 꼬박꼬박 연락하는 걸 잘 못해요. 사람들한테 스스로 잘려나가는 편? ‘유서’ 쓸 때도 그랬어요. 이런 무심한 나에게도 아직 남아 있는 친구들이 있구나. 고맙더라고요.
세진 에이, 윤주가 말만 그렇게 하는 거예요. 어디 좋은데 가서 누가 생각나면 그 사람한테 바로 전화하거든요.
윤주 내가 그러나!?
세진 근데 전 생각나도 안 해요. 그래서 친구가 진짜 없어요. 가족밖에 없어요.
윤주 그냥 우리 둘밖에 없다고 생각하시면 돼요.(웃음) 괜찮아요, 우린 좋으니까!
인규 어휴, 두 분 말씀만 들어도 얼마나 깊은 사이인지 알겠어요. 옥탑라됴 때도 심상치 않더니.
윤주 어딜 가도 이 친구랑 하던 옥탑라됴가 제일 재밌었네요.
세진 개그가…지금도 둘의 개그는 둘밖에 모르는 것 같아요.
효영 왜 이러세요, 그 개그코드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앞으로도 계속 개발해주세요!
윤주 감사합니다. 아마 졸업하고,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서로가 없었으면 너무 다른 걸 하고 있었을 거예요. 세진이는 원래 작곡만 하려던 친구였고….
세진 김형석 씨처럼 대중음악작곡가를 했을 거예요. 노래 안 하고?
인규 아니, 왜 노랠 안 하세요!
세진 그러니까요.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웃음)
윤주 저는 어디서 땅 파는 음악 하고 있었을 거예요. 혼자 심취해서. 전 정말 제가 이런 정서를 갖게 될 줄 몰랐어요. 따뜻하고 편안한 감정 이 세진이를 만나서 더 커졌으니까요.
인규 서로가 서로에게 신이 준 선물, 이런 건가요? 훈훈하다.
윤주 2집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각자 여행을 갈 계획이에요. 일단 저는 북유럽에 좀 머무르면서 땅 파는 음악을 할까 하고요.
세진 저는 ‘토이’처럼 객원보컬을 섭외해서 프로젝트 앨범을 만들어보려고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노래를 불러주는 작업. 그렇게 각자 공부한 뒤 3집을 만들어야 ‘발전’이 있지 않을까요?
효영 우와, 개인앨범!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세진 열심히 만든 2집이지만, 싫어하셔도 별로 기분 나쁘진 않아요.
윤주 왜냐면, 우린 좋으니까!(웃음)
옥상달빛
1984년생 동갑내기 김윤주, 박세진이 만든 싱어송라이팅 포크 듀오. 줄여서 ‘옥상달빛’이라 부른다. 홍대 앞 놀이터에서 처음 공연할 무렵엔 ‘동방울 자매’라는 이름이었으나, 각자 좋아하는 단어인 옥상과 달빛을 붙여 ‘옥상달빛’이란 이름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 EP 앨범 ‘옥탑라됴’로 정식 데뷔, 2011년 1집 ‘28’과 2013년 2집 ‘Where’를 발표하며 ‘공감음악’의 대명사로 자리를 굳혔다. 드라마 <파
스타>에 삽입된 ‘옥상달빛’을 비롯해 ‘없는게 메리트’, ‘하드코어 인생아’ 등의 주옥같은 명곡으로 동시대 청춘을 어루만진 옥상달빛은 TV와 라디오, 드라마 및 영화 OST 등 폭넓은 활동으로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유효영 + 이인규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다소 절제가 필요함’이란 학생부 기록으로 오지라퍼를 인증한 이인규 대리와, ‘만’으로 서른이라 여전히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하고 아찔한 청춘 유효영 대리가 만나 이노션 통합플래닝팀의 소문난 ‘82모임’이 탄생했다. 경주용 말처럼 무작정 앞만 보며 달리기 보다 길에서 만나는 여러 매력적인 요소를 모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고자 BTL전략을 짜는 팀에 왔건만, ‘통합’과 ‘플래닝’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고. 그래도 좋은 광고인,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두 여자는 ‘즐겁게 즐겁게!’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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