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LIMELIGHT] 2013 SPECIAL OLYMPICS WORLD WINTER GAMES
TEXT. <Life is Orange> Editorial Dept
18개월의 뜨거운 기록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지금까지, 올림픽은 지구촌의 축제다. 우리가 가진한계를 때론 극복하고, 때론 뛰어넘는 그 순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가 스타 금메달리스트의 유려한 몸짓에 찬탄을 표하는 순간, 또 다른 세상에서 남몰래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올림픽, 패럴림픽과 함께 3대 올림픽으로 불리는 스페셜올림픽의 주인공이다. 지적장애를 가진 이들이 2년마다 한 번씩 모여 꿈의 나래를 펼치는 스페셜올림픽이 지난 2월, 평창에서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소복이 내리는 눈처럼 조용히, 그러나 오래도록 기억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최선을 다한 참가자들을 위해 한발 먼저 길을 준비하고, 말없이 뒤에서 응원하던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있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꿈의 합창’을 모티브로 하여 꾸민 개막식. 공존과 화합을 향한 인류의 아름다운 꿈의 메시지가 전 세계에 닿은 날이었다.
이노션은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홍보·마케팅을 총괄 대행했다. 프로그램표가 너덜너덜할 정도로 모든 일정이 머릿속에 완벽히 들어 있었지만, 프로모션3팀은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다.
스페셜’한 올림픽, 스페셜올림픽
평창이 그토록 염원하던 동계올림픽 유치 소식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던 탓일까.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을 처음 들었을 때 ‘벌써?’란 생각이 앞섰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아닌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이란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오해가 풀렸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오해하세요. 그리고 뒤이어 질문하시죠. 그냥 올림픽과 스페셜올림픽은 뭐가 다르냐고. 아마 대부분 잘 모르실 거예요. 저희 역시 행사를 맡기 전까진 제대로 몰랐으니까요.”
이노션 프로모션3팀 오상도 국장의 말이다. 스페셜올림픽의 목적은 금메달이 아니다. 지적ㆍ자폐성 장애인들에게 지속적인 스포츠 훈련 기회를 제공해 신체적 능력과 사회 적응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주요 목표. 따라서 성적보다는 올림픽에 참여했다는 경험,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서로 교류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차별받고 외면당하기 쉬운 그들이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받는다면, 스페셜올림픽은 그 역할을 다한 셈이다.
오상도 국장을 비롯, 프로모션3팀의 구경우 부장, 노현택 차장, 이주명 차장, 박병규 대리, 신장용 사원 6명은 1년 반 전부터 스페셜올림픽을 담당해왔다.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5일까지, 8일간의 여정을 숨가쁘게 진행하고 이제 마지막 피날레, 폐막식만을 남긴 상황. 이미 오랜 철야와 긴장의 반복으로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눈빛만큼은 기대와 흥분으로 빛나고 있었다.
폐막식 마지막 리허설을 체크하던 노현택 차장이 잠시 숨을 고르며 뿌옇게김 서린 안경을 닦았다. “사실 이번 대회는 저희에게 매우 값진 경험이었어요. 이미 월드컵과 엑스포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운영했던 이노션에게도 특별한 경험일 거예요. 보통 국제스포츠 행사는 여러 대행사가 파트별로 나눠서 진행하는데,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은 이노션이 단독으로 모든 부분을 총괄했으니까요. 개ㆍ폐막식 기획부터 후원 기업 유치, 전 국민 홍보 외에도 대회 기간 동안 진행되는 30여 개의 문화행사를 기획했는데 오늘이 폐막식이라니…. 1년 반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네요.”
개막식 축하공연에 참가한 가수 인순이와 이적, 그리고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의 이병우 예술총감독의 모습
스노우맨이 전한 따뜻한 우정
개·폐막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무엇일까. 머리를 질끈 동여 맨 이주명 차장은 두 번 고민하지 않고 ‘지적장애인을 이해하는 일’이라 대답했다. “맨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개·폐막식의 콘셉트는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 하거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화려함이었어요. 이전 스페셜올림픽을 보면 대부분 국가의 위상이 드러나는 외면적인 것들이었거든요. 하지만 아이디어를 진행할수록 어딘가 허전하달까요.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인공이자 관람객인 지적장애인들이 감동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런 고민에서 새로 시작하게 되었죠.”
지적장애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이 가진 재능을 마음껏 뽐낼수 있는 자리. 그때 이병우 예술총감독이 ‘스노우맨’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드디어 개막식 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지적장애인을 상징하는 ‘스노우맨’의 탄생과 성장을 담은 이야기가 화면 가득 펼쳐졌다. 3중 장애를 이겨낸 ‘기적의 소년’ 박모세 군의 애국가 제창과 자폐증을 극복한 황석일 선수의 성화 점화는 전 세계 106개국에서 모인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의 주제인 ‘꿈의 합창(Dream Chorus)’이 잘 드러났던 개막식은 ‘감동과 눈물이 있다’는 외신의 극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막내인 신장용 사원 역시 고무감을 숨기지 않았다.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 림픽의 또 다른 묘미는 ‘재능기부’예요. 개막식의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준 아트센터 나비와 가수 이적 씨, 피겨 유망주 강감찬 군 모두 노개런티로 흔쾌히 참여했어요. 오늘 폐막식 역시 홍보대사인 김연아 선수와 미셸 콴이 합동 아이스쇼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또한 지적장애인 피겨 스케이터들과 함께하는 플래시몹 형태의 쇼로 지적장애인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려 합니다.”
몇 시간 뒤, 그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머라이어 캐리의 발라드곡 ‘히어로(Hero)’에 맞춰 유려한 동작을 선보이던 김연아와 미셸 콴이 20여 명의 지적장애인과 함께 ‘강남스타일’에 맞춰 경쾌하게 말춤을 출 때, 우리는 이미 하나가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1년 반 동안 고생한 직원들을격려차 평창을 방문한 이노션통합부문 이우찬 전무. 초반후원기업 유치의 어려움을딛고 목표를 초과달성한 프로모션3팀이 내심 대견하고, 또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진심이 저지른 ‘대박 사건’
박병규 대리는 뉴미디어의 저력과 사람들의 관심이 빚어낸 ‘진심의 위력’을생생히 경험했다. “해외에서 스페셜올림픽은 스타벅스나 맥도날드보다 더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지적장애인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스페셜올림픽에 대한 인지도도 낮은 편이죠.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후원과 협찬을 이끌어내기란 분명 쉽지 않았어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만 했죠. 젊은층에게 익숙한 SNS 십분 활용하기! 그렇게 대회의 진정성을 알아주시는 분이 하나둘씩 늘면서 거스 히딩크, 김태원, 팝핀현준, 남경주, 양준혁, 홍명보, 이문세 씨 등 많은 유명인사가 스스로 동참해주셨어요. 주제곡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주신 네이버의 도움도 컸고요. 개막식이 가까워질수록 스페셜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스페셜올림픽의 의미와 진정성이 알려지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기업들의 시선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0%에서 출발했던 소년’ 박모세 군의 애국가 제창과 자폐증을 극복한 황석일 선수의 성화 점화는 전 세계 106개국에서 모인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의 주제인 ‘꿈의 합창(Dream Chorus)’이 잘 드러났던 개막식은 ‘감동과 눈물이 있다’는 외신의 극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막내인 신장용 사원 역시 고무감을 숨기지 않았다.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의 또 다른 묘미는 ‘재능기부’예요. 개막식의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준 아트센터 나비와 가수 이적 씨, 피겨 유망주 강감찬 군 모두 노개런티로 흔쾌히 참여했어요. 오늘 폐막식 역시 홍보대사인 김연아 선수와 미셸 콴이 합동 아이스쇼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또한 지적장애인 피겨 스케이터들과 함께하는 플래시몹 형태의 쇼로 지적장애인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려 합니다.” 몇 시간 뒤, 그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머라이어 캐리의 발라드곡 ‘히어로(Hero)’에 맞춰 유려한 동작을 선보이던 김연아와 미셸 콴이 20여 명의 지적장애인과 함께 ‘강남스타일’에 맞춰 경쾌하게 말춤을 출 때, 우리는 이미 하나가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스페셜올림픽의 인지도가 70%까지 높아지면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후원이 연일 이어졌고, 급기야는 목표했던 후원 금액을 초과하는 ‘대박 사건’까지 벌어졌다. 그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지, 오상도 국장이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솔직히 이번 대회는 다른 국제스포츠 행사에 비해 스폰서십에 대한 기대가 낮았어요. 경기 자체를 TV로 중계하지 않았으니까요. 기업 입장에서 보면쉽게 후원하기 어려운 일이죠. 그러나 결국 경제적 효과를 넘어 ‘사회적 변화’라는 대회 취지를 공감해주시더라고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과 공존, 마냥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에 얼마나 힘이 나던지요.”
18개월 동안의 우여곡절을 어찌 다 말로 풀 수 있을까. 그러나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에는 이노션 프로모션3팀의 까칠한 수염과 부스스한 머리, 다듬지 못한 손톱을 보상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106개국에서 모인 3,000여 명의 선수단과 경기장을 채운 20만 명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관중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 말하지 않아도, 그들의 ‘진심’을 알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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