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MPORARY ART] 작지만 아름다운 공간
INNOCEAN Worldwide 기사입력 2014.06.30 04:24 조회 8631




작지만 아름다운 공간
Text. 이세정 (월간 전원속의 내집 편집장)

나 홀로 지내는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이미 전체인구의 24%를 넘어서면서, 20년 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구 형태가 1인가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탈가족화로 인해 1인 생활 패턴에 맞춘 주택, 복지, 치안, 교육, 식품, 생필품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신의 편리를 최우선에 둔 일종의 개인주의 트렌드에 사회와 경제 시스템이 맞춰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쟁점인 주거 문화는 최근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소유보다는 임대의 개념이 커지고, 1~2인 가구를 위한 주거 패턴의 소형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도심형 생활주택, 오피스텔을 거쳐 최근에는 1인 가구가 모여 사는 다양한 형태의 거주 양식들이 태어나고 있다. 물개성적인 아파트를 떠나 혼자만의 공간을 찾고, 그곳에서 누리는 자신만의 시간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성향은 비 건축을 떠나 인테리어까지 전방위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1~2인 가구를 위한 주거 형태의 다변화
키워드는 소형화, 개별화, 공업화
그동안 우리나라의 집은 삶의 공간인 동시에, 중요한 자산 가치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이제 아파트의 투자 가치가 무너지고 1인 가구가 증대되면서 집에 대한 생각 역시 많은 부분 달라졌다. 대표적으로 자신만의 집을 꿈꾸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모여살기’가 시도되고 있다. 그 선두주자는 많이 알려진 ‘땅콩집’이다. 두 세대가 한 필지에 사는 땅콩집, 듀플렉스홈은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등지에 이미 널리 보급된 주택 유형이다. 국내에서는 등기나 소유권 문제에 몇 가지 걸림돌은 있지만, 가격과 효율성 면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크다. 듀플렉스홈은 한 가구당 대개 100㎡(30평)를 넘지 않는 면적으로 1층에 공용 공간을 두고 2층과 다락방은 개인공간으로 활용한다. 마당이나 지하, 다락방에 취미 공간을 구성해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덕분에 판교, 용인 동백, 화성 동탄 등의 택지지구에는 어린 자녀를 둔 3~4인 가구나 싱글족이 모여 사는 합리적인 주거 형태로 안착하고 있다. 애초 건축 기획 단계부터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 버거운 이들은 한 가구가 대출을 통해 집을 먼저 짓고, 나머지 세대를 임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많다. 임대 세대는 주변 아파트와 비슷한 시세로 1인 가구나 신혼부부들이 입주 경쟁을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캥거루하우스’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집도 나타났다. 겉으로 보기엔 단독 주택과 똑같은데, 두 세대가 함께 사는 집으로 일종의 다가구주택으로 보면된다. 큰 집이 작은 집을 품고 있는 디자인으로, 주인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임대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어린 자녀를 둔 주인 세대는 2층과 다락, 옥상 정원을 활용하고 1층 일부분은 소규모 가구에게 임대한다. 주인세대가 자녀가 성장해 공간이 더 필요하게 되면 1층까지 같이 쓰다가, 자녀가 독립하면 다시 임대로 돌려 노후 수익을 보장받는 메리트도 있다. 대지 면적은 최대한 줄이는 대신 층수를 높여 다양한 가구가 모여 사는 시도도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축소판으로 1층은 카페나 아트숍 같은 상업
공간으로, 2층은 소규모 스튜디오, 3층은 주거용으로 쓰는 식이다. 주인은 2개 층의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입주자들은 작지만 개성 있는 공간에 



서 단독주택에 버금가는 생활을 누릴 수 있다. 50㎡ 내외의 좁은 땅을 활용하는 이러한 프로젝트는 최근 젊은 건축가들 사이에서 새롭게 제안되고 있는 건축 디자인이다.
이 외에도 셰어하우스(Share house), 코하우징(Co-housing) 등 ‘공유’의 개념으로 접근한 주거 형태도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입주자가 각각 개인 공간을 확보하고 주방, 서재 등은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개인은 적은 비용으로 좀 더 풍요로운 주거 환경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입주자 간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확보할 수 있다. 1인 가구지만 입주자 간의 연대로 주거의 근본적 기능을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는 대안이다.
실제 ‘우주(Woozoo)’라는 한 셰어하우스 브랜드는 오래된 집이나 비어 있는 집을 개보수한 후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프로젝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만 서울에 12~13채의 셰어하우스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변화하는 주거 콘텐츠에 맞춰 건축의 하드웨어 역시 소형화, 개별화, 공업화의 길을 걷고 있다. 골조, 전기배선, 온돌 등 집의 70~80%를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간단하게 조립해 짓는 모듈러(Modular) 공법이 대표적이다. 이전에 기숙사나 군대 막사 등에 적용하던 기법을 일반 주거용으로 변형한 형태로, 공사 기간이 짧고 해체와 이동, 재활용이 가능하다. 다가구 주택, 원룸 건물, 소형 면적의 아파트까지, 그 적용 범위가 넓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 주택 시장에는 시멘트콘크리트 대신 경량 건식 공법인 목조주택이 확산되고 있고, ‘패널라이징(Panellizing)’ 공법이 막 도입되는 추세다. 공장에서 벽체와 지붕 등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시스템으로 모듈러하우스와 마찬가지로 공업화 주택의 한 면모라 할 수 있다.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을 좇는 주거 문화 트렌드
단순하고 실용적인 힐링 인테리어
소형 가구일수록 설계와 디자인은 더욱 까다로워진다. 공간이 작아도 욕실, 주방 등 기본 생활 요소가 들어가야 하니, 최적화된 실내 구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데드스페이스(Dead-space : 쓸모없는 자투리 공간)를 철저히 없애고 층고를 다소 높여 다락을 두는 등의 아이디어로 부족한 공간을 보완한





다. 동선은 최대한 간결하게, 인테리어 역시 심플하고 효율적인 구성을 최우선에 둔다. 화려한 장식을 배제하고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은 스칸디나비아 스타일로 불리는 북유럽 디자인 문화와 일맥상통한다. 최근 가구, 소품, 패브릭 등 대부분의 인테리어 요소들에서 북유럽 디자인 성향을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은 친환경, 아날로그, 개인주의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들과 맞물려 커다란 흐름을 이룬다. 결국 스스로 ‘트렌드를 좇지 않는 디자인’이라 말하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스스로 트렌드가 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공존하는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 작은 공간도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마인드, 오롯이 혼자만이 사색할 수 있는 공간 등 북유럽의 마인드는 우리나라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멘토처럼 다가온다.
무한경쟁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집을 통해 힐링받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주거에 ‘라운징(Lounging)’의 의미를 더하기에 이르렀다. ‘라운징’이란 자기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취미에 몰두하고 자신의 만족을 위한 활동을 모색하는 것을 뜻한다. 이 중 ‘나 홀로 라운징’은 2013 트렌드코리아에서 올해의 키워드로 선정한 만큼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쉬는 데 그치지 않고, 혼자만의 라운징을 통해 휴식을 취하고,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활동을 찾는 등 개인적인 공간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고자 하는 사회 전반의 욕구로 인식된다.

ALONE WITH LOUNGING
온전한 삶을 위한 동굴 같은 공간
디자이너, 예술가, 영상작업자, 수집가 등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이들이 라운징 공간을 주도하고 있다. 거실을 다이닝룸, 서재 등 여러 용도로 결합해 쓰거나 집안 한 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작업실, 수장고 등 나만의 공간을 배치한다. 지하의 A/V룸, 다락방의 공예실, 별채의 목공소 등도 모두 개인만의 라운징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뿐 아니라 차를 즐기고 오수를 누리는 등 24시간 있어도 부족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꾸며진다.
창의적인 작업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시대 누구나 나만의 공간은 필



요하다. 미국의 한 TV 프로그램은 목수가 유명인의 집을 찾아가, 그의 비밀공간을 만들어주는 내용이었다. 창고가 오토바이 수리실로, 다락방이 잡동사니 연구실로 뚝딱 변신하면 유명인은 손바닥만 한 공간에 온갖 호들갑을 떨며 환호한다. 이 프로그램의 제목은 ‘맨케이브(Man cave)’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동굴 같은 공간은 ‘나 홀로 라운징’에 최상의 조건이다. 50㎡(약 15평)짜리 집을 짓고 사는 한 남자는 최고급 홈시어터 시설을 둔 지하실을 갖고 있었는데, 내려가는 통로를 교묘하게 숨겨두어 웬만해서는 찾기 힘들었다. 어떤 안주인은 부엌 뒤에 조그맣게 혼자 책을 읽는 한실을 두고 문 앞에 이런 글귀를 붙여놓았다. ‘2시간은 누구든 접근 금지’. 집이 작다고 라운징 공간을 만들 수 없는 건 아니다. 어떤 이는 거실 한 켠에 작은 물확과 의자를 두고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내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곳에서 사색하고 이를 통해 재충전을 할 수 있다는 손바닥만 한 작은 곳이라도 그에게는 충분한 라운징 공간이다. 현대 사회는 누구에게나 동굴을 가지라 권한다. 작은 집, 그 속에서 누리는 나 홀로 라운징은 시대를 말하는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다.

북유럽 디자인 스타일링
인테리어의 기본은 자연주의. 아늑한 원목가구, 질감이 강조된 패브릭, 북유럽 특유의 따뜻한 색감, 이 세 가지 요소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을 푼다. 먼저 벽의 경우, 화이트 또는 베이지, 오트밀 등의 잔잔한 색채 및 나뭇결을 살린 질감 있는 벽지를 활용
한다. 한쪽 벽면을 목재패널을 시공해 내추럴 느낌을 강조하면 더욱 감각적으로 연출할 수 있다. 블라인드나 테이블, 수납장은 원목(또는 원목 느낌)으로 차분하게 꾸미고, 실내 소품인 조명 등, 쿠션, 액자를 오렌지ㆍ블루ㆍ그린 등 비비드한 컬러로 포인트를 주어 배치하면 바로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북유럽의 스타일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조명은 어두운 실내 조건을 장점으로 극복하고자 한 북유럽 디자인의 핵심으로 꼽히므로, 놓치기 쉽지만 가장 완성도를 높여주는 인테리어 아이템이다. 한 공간에 하나의 조명을 쓰기보다 테이블 램프와 플로어 램프 등을 다양하게 두도록 하고 간접조명으로 벽과 천장, 바닥에 빛을 반사해주면 은은한 실내 분위기를 완성할 수 있다. 또한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사실적 문양이나 그래픽 패턴이 그려진 그림을 걸어 보다 감각적인 공간을 연출해볼 수도 있다. 최대한 간결하고 단순한 삶, 북유럽 인테리어는 비운 상태에서 최소한을 더한다 생각하고 접근한다.
이노션 월드와이드 ·  주거형태 ·  단독주택 ·  디자이너 ·  인테리어 ·  건축디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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