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REPORT] Teach Me How to Play Alone 베짱이라 놀리지 말아요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위대한 유산> <올리버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등으로 친숙한 영국 출신 작가 찰스 디킨스. ‘19세기의 셰익스피어’라 불릴 만큼 독자들에게 열렬히 사랑받은 작가였다. 끊임없는 작품 활동과 강연회, 낭독여행 등 30여 년의 작가생활을 쉼 없이 달려온 그가 남다른 게으름뱅이였다는 건 의외의 사실. 문학적 동지이자 지기인
윌키 콜린스(Wilkie Collins)와 함께 <게으른 작가들의 유유자적 여행기>란 에세이까지 냈으니 말 다 했다. '문학'이라는 고매한 부인에게서 도망친 두 작가가 특별한 목적 없이 오로지 '빈둥거리기 위해' 떠난 여행은 당연히 온갖 사건과 사고에 휘말리지만, 이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게으르고자 한다. "시간을 보내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소파에 엎드린 채 가만히 시간이 흘러가도록 두었다.(107p)" 그가 이토록 '빈둥거림의 끝판왕'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그의 유년기에서 짐작해볼 수 있을 듯, 가세의 급격한 몰락 이후 변호사 사무실 사환과 법원 속기사를 전전하며 노동해야만 했던 15세의 소년에게 가장 간절했던 건 바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었
을 테니까. 그의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에는 일상의 여유를 배제당한 참담함이 절절히 드러난다. “No advice, no counsel, no encouragement, no consolation, no support from anyone that I can call to mind, so help me God! ”
: 치명적인 매력 모성애를 자극하는 할리우드 스타급 소설가의 과거
: 주의 그 앞에서 가난한 자를 함부로 박해하지 말 것
<겨울왕국> 올라프
디즈니 프린세스 중 역대급 최강미모라는 엘사에 이끌려 <겨울왕국>의 문을 두드렸다면, 나갈 땐 올라프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짤똥한 몸매와 친숙한 비율, 어딘가 우스꽝스러우면서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유쾌한 얼굴, 몸 어디에 꽂아도 허허 웃고 즐거워하는 당근 코…. 툭하면 동문서답에 자기가 하고픈 말을 계속 반복하고 실제 전력에 거의 도움이 안 되지만, 정체 모를 무한긍정으로 안나와 크리스토프의 멘탈을 독려한다. 얼핏 보면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얼음괴물이 뒤쫓아오는 절체절명의 순간도 그가 등장하면 심각함이 날아간다. 그러나 “친구를 위해서라면 녹아도 괜찮아”라며 안나와 함께 난롯불을 쬐는 장면에서 <겨울왕국>의 주제인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기도 한다. 눈사람의 본분을 잊고 봄날의 피크닉을 꿈꾸는, 뜨거운 태양 아래 해변에서의 칵테일을 소망하는 그의 망상(?)이 ‘올라프라면 할 수 있어’라고 생각되는 이유다. 인생 뭐 있나. 올라프처럼 일희일희하다 돌아보면 ‘참 행복한 삶이었다’로 마무리될 것을.
: 치명적인 매력 Oh look at that, I’ve been impaled! : 주의 엘사가 아닌 이상 화기엄금, 졸라도 엄금
전우치(田禹治)
‘전우치’ 하면 강동원이 떠오른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전우치> 때문인데, 이보다 한참 앞서 유명했던 것이 바로 <전우치전>이다. 그러나 전우치는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실존했다는 사실! 황진이와 서경덕이 있던 16세기 송도에는 기인 중의 기인, 전우치도 함께했던 것이다. <지봉유설>와 <대동기문> 등 조선시대 기록에
그의 갖가지 ‘무용담’이 뚜렷이 적혀 있는데, 전우치와 친하게 지내던 재령 군수 박광우에게 ‘전우치를 죽이라’는 공문이 떨어졌다는 <어우야담>의 내용을 보아 당시 조정이 그를 상당히 시기하고 경계했던 듯하다. 실제로 그는 부패한 관리들을 상당히 괴롭힌 것으로 보이나 홍길동과는 성향이 조금 다르다. 오히려 게르만신화의 로키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꾸러기’에 가깝다고 할까. 남의 남편으로 변신해 집집마다 부녀자를 희롱하고 ‘한양 천지에 정숙한 아녀자가 하나도 없다’고 방을 붙이는가 하면, 친구들을 잔뜩 불러 상다리가 휘어지게 대접한 음식이 실은 말똥이었다든가, 동자를 시켜 옥황상제의 천도복숭아를 몰래 훔쳐 한턱 냈다가 도망간다든가, 조정에서 잡아 죽이라니 직접 목매달아 죽어놓고 지인에게 책을 빌려간다든가 하는 식이다. 한양 출신이다, 송도 출신이다, 부평에서 활동했다, 관만 남은 묘가 재령에 있다, 남양 전씨에 고향은 전남 담양이다…. 비밀스러운 실체만큼이나 갖가지 소문만 무성한 이 남자. 아, 왠지 잘생겼을 것 같다.
: 치명적인 매력 만인의 연인, 차가운 개성남자
: 주의 절에 보냈더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여우 도술서 훔치는 손버릇
별에서 온 도민준
모태솔로 ‘도할배’가 베짱이라니?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남녀 간 사랑을 호기심, 질투, 성욕, 소유욕, 연민, 의리, 습관 내지 착각이라 여기며 400년 동안 동정(?)을 지켜온 도민준은 외계인 같은 놈이 아니라 진짜 외계인이니까. 그렇다고 그가 청교도인처럼 금욕적인 생활을 해왔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도민준은 충분히 유희를 즐길 줄 아는 외계인이다. 조선시대 다양한 인사와 교류를 나눴으며 개화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은행가, 의사, 변호사, 건축가, 대학교수 등 갖가지 직업을 경험하며 지식욕을 맘껏 채웠다. 게다가 김홍도의 그림과 허균의 도자기, 갖가지 고문서 등 진귀한 예술품을 총망라하는 어마어마한 컬렉터이기도 하다. 술도 들킬까봐 참은 것이지 맘껏 마실 상황이었다면 아마…. 자기 별로 돌아갈 400년의 시간을 고통의 유예가 아닌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워가던 그. 천송이를 만나기 전까지 웬만한 자극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본인의 루틴을 사수하던 철벽 절식남이었다.
: 치명적인 매력 400년 묵은 베짱이력을 바탕으로 한 철옹성 : 주의 대취 시 말 타고 달까지 날아갈 수 있음
진격의 소트니코바
전 국민이 이름을 외우게 만든 아델리나 소트니코바(Adelina Sotnikova). 1996년생의 이 깜찍한 아가씨는 알다시피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이다. 율리아 리프니츠카야의 엉덩방아 이후 뒤늦게 ‘깜짝 등장’하며 대한민국에 잠 못 이루는 밤을 선사했다. 1년 전보다 무려 50점이 수직상승한 점수를 받았다거나, 한 마리 나방 같았던 인상적인 갈라 무대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은 없다. 대신 베짱이적 관점에서 볼 때 그녀의 멘탈은 가히 독보적이다. “나는 충분히 금메달 감이었다”고 스스로를 돌직구로 칭찬하는 용기, 비록 면허는 없지만 인스타그램에 푸친이 준 벤츠를 인증하는 행동력, IOC 왜곡 보도 논란에도 180도 다리 찢기를 자랑하는 태연함. 자신에 대한 놀라운 사랑과 확신, 어떠한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라이프스타일만큼은 가히 배짱이 두둑한 베짱이 챔피언이다. 이러다 정말 모 걸그룹의 경우처럼 “소트니코바, 내가 졌다”는 댓글이 속출할지도? 당신의 의지에 박수를 드려요. 짝짝짝.
: 치명적인 매력 체조선수에 버금가는 쩍벌녀
: 주의 그러니까, 걍 좋게 말할 때 나오라고
‘놀고 있네’ 유인석, 김현기
이보다 더 잉여력이 넘칠 순 없다. 고시공부하는 삼촌이 딱 이런 느낌일까. 에브리데이 입어 마치 한 몸이 되어버린 츄리닝, 방금 잠에서 깬 듯 베개 자국이 선명한 머리와 순면 100% 아빠 난닝구, 삼선 슬리퍼가 완벽한 백수 패션을 완성한다. 엄마가 보면 속 터질 모습이건만 정작 그들은 태연하다. 유리 천장에 가로막힌 미래를
불안해하기보다 근시일에 찬란한 내일이 도래할 거라 믿으며 이런저런 망상에 빠진다. 경찰이 되어 잠복근무를 하기도 하고, 의사가 되어 응급환자를 치료하는가 하면, 고급 바에 들어가 ‘항상 마시던 그거’를 주문하며 호기롭게 “당신의 눈동자에 치얼스!”를 외친다. 작년 ‘뺏을까’란 어록을 남긴 ‘오성과 한음’에 이어 88세대의
웃픈 자화상을 보여주는 유인석과 김현기. 그들이 상상하는 내일은 갖가지 영화에서 멋진 장면만 짜깁기해 현실성이 전혀 없고, 그래서 웃음을 준다. 어르신들이 딱 싫어할 법한 두 백수에게 마냥 돌을 던질 수 없음은 하릴없이 가장한 그들의 ‘철없음’이 일상과 맞닿은 우리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 치명적인 매력 인생 한방이야!
: 주의 ‘이거’만 남발하다 리셋증후군 올지도
베짱이 ·
베짱이 지수 ·
찰스 디킨스 ·
겨울왕국 ·
올라프 ·
전우치 ·
소트니코바 ·
별에서 온 그대 ·
도민준 ·
놀고 있네 ·
유인석 ·
김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