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REPORT] 김현주 기자의 F5+IT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야 할 이유 있나?
김현주
IT가 낳은 ‘희대의 기형아’. 2010년 8월~현재까지 <아이뉴스24>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있다. 6년째 쩔뚝거리며 쓰는 중.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야 할 이유 있나?
지금 내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살펴보자. 옷과 벨트, 귀고리·목걸이·반지 등 액세서리, 안경을 끼고 팔에 시계를 차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무엇인가 정보를 전송하고 수신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된다고 생각해보자. 이를테면 옷은 내 심장 고동이나 땀, 체취 등을 측정해 건강 정보로 만들고, 안경은 지도 정보를 수신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SNS 수신까지 가능해지는 세상. 편리할 것 같긴 한데 이런 것들이 꼭 필요할까? 혹은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실현되는 시점이 언제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을 이은 ‘대세’ 산업이 된다는 데 이견을 표하는 이는 없는 듯하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꼭 그렇게 되리라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급성장해 2017년 1억 2천5백만 대 규모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관련 앱 개발에 대거 참여해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에서도 주인공은 단연 ‘웨어러블 디바이스’였다.
MWC는 한 해의 세계 모바일 업계 트렌드를 보여주는 만큼 올해 웨어러블 기기가 봇물 터지듯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누가, 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만드나
아쉽지만 현재까지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관련 기기나 앱을 만들어서 특별히 돈을 많이 번 기업이 없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도 스마트워치인 갤럭시기어를 선도적으로 내놨지만 소비자들의 차가운 외면을 받았다. 100만 대 남짓도 팔리지 않았다. IT 세계에서 선두주자로 나선다는 것은 외면받을 확률이높다는 의미와 같다. 누가 만들어놓은 시장에서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는 것보다, 시장을 직접 만드는 것이 더 어렵고 투자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잰걸음을 멈출 수가 없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만들고 ‘혁신’의 아이콘이 됐듯 온갖 악평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MWC2014를 통해 후속 모델인 기어2 2종과 기어핏을 선보인 것도 그 때문이다. IT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졸면 죽는다, 아니 굼뜨면 죽는다!”
‘손목 쟁탈전’, 왜?
일단 업체들은 가장 쉬워 보이는(?) 분야인 손목시계를 대체할 기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손목형 기기는 크게 헬스케어 밴드와 스마트워치 등 두 가지로 나눠지고 있다. 헬스케어 밴드는 운영체제(OS)를 탑재하지 않고, 스마트폰 연계 기능이 적으면서 만보계·건강관리 기능이 특화된 제품이다.
나이키의 퓨얼밴드, 조본사의 업바이 조본, 핏비트의 플렉스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 중에서도 액정이 있어 시계 역할을 대체하는 제품도 있다. ‘스마트워치’로 불리는 제품은 OS를 탑재했다. 소니의 스마트워치나 삼성 갤럭시기어는 안드로이드를 채용했다. 기어2는 타이젠OS를 최초로 탑재했다. OS를 탑재하면 스마트폰과의 연동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전화나 문자, SNS 수신을 알려주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삼성 기어의 경우 전화를 걸 수도 있다. 기어에 통신칩은 없지만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리모컨 기능을 하는 것이다. 또한 별도 저장공간이 있어서 음악 등을 재생할 수 있고 카메라로 사진 및 동영상을 찍을 수도 있다. 만보계, 심박동 체크 등 기능도 결합돼 헬스케어 기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서드파티 업체들이 만든 앱도 다운로드받아 이용할 수 있는데, 현재는 그리 쓸 만한 앱은 없다. 두 제품군 모두 헬스케어 기능을 채용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지난 MWC2014를 통해 화웨이가 헬스케어 밴드와 스마트워치의 중간 형태인 ‘토크밴드’를, 소니가 ‘스마트밴드 SWR10’을 발표 했다.
LG전자도 최근 ‘라이프밴드 터치’를 선보였다. 구글과 애플도 스마트시계나 스마트렌즈를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시장 조사업체 시그널앤시스템텔레콤은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이 2014년 90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향후 6년 동안 매년 4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워치가 홈오토메이션 기능에 특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애플이 만들고 있다는 아이워치는 집 안의 조명, 온도, 방범 TV 등을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쨌든, 기능 확장은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다.
“왜 사야 할까?” 물음에 답할 제품 출시해야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정말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스마트기기 산업이 되려면 스마트폰만큼 많이 팔려야 한다. 인간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어야 하고, 고장 나면 또 살 만큼 교체 주기도 분명해야 한다. 그러려면 스마트폰 때문에 시계를 거부한 사람들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시계 사용자들에게는 스마트워치로 바꾸게 할 강력한 요인도 필요하다. 현재는 얼리어답터이거나, IT 종사자, 건강관리에 충실한 사람들 외에 일반 소비자들은 구매에 나서지 않는다. 문제는 또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IT업체들이 주도권 경쟁을 하면서 만들다 보니 디자인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나 스마트워치예요”라고 말하는 듯한 투박하고 못생긴 디자인에 일반 소비자들이 움직일 리가 없다. 이건 비단 스마트워치뿐 아니라 다른 웨어러블 제품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문제에 착안해 헝가리 출신 디자이너 가보밸러흐는 기존의 ‘손목시계’처럼 둥근 디스플레이에 유려한 디자인을 채용한 스마트워치 디자인 콘셉트를 내놔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스와로브스키, 모스키노 등 유명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한 시곗줄과 액세서리를 내놓을 계획이다. 소니도 탈착이 가능한 스마트워치 제품을 내놓고 서드파티들이 다양한 디자인으로 밴드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과도기적인 제품일 뿐이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디자인과 사용성을 충분히 갖춘 멋진 제품을 소비자들이 앞다퉈 구매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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