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Ken Segall TBWA/Chiat/Day 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14.08.11 05:13 조회 8017


인터뷰·정리 I 김보경 기자

한국에서는 Ken Segall CD님은 애플의 광고마케팅을 이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잘 알려져 계신데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애플의 광고대행사인 TBWA/Chiat/Day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저희 회사를 마치 애플의 일부처럼 대해주었고, 잡스 개인적으로도 애플의 광고 개발에 적극 관여했습니다.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 캠페인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Think Different’ 캠페인은 1997년에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한 후 첫 캠페인이었습니다. 이것은 순전히 브랜드 캠페인이었기 때문에, 새 컴퓨터였던 iMac은 캠페인 런칭 후 6개월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캠페인의 목적은 세계와 애플의 임직원들에게 애플의 정신과 가치관이 건재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각 광고는 남다른 생각으로 세상을 바꾼 이들의 인생을 축복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여기에는 과학자, 음악가, 탐험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노력을 한 사람들이 포함됐습니다. 주요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자신이 존경하는 누군가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었고, 애플은 애플이 존경하는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애플의 철학을 확고히 전달하고자 한 시도였습니다.

iMac, iPhone 등의 ‘i’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i는 iMac 네이밍 당시 탄생했습니다. iMac은 스티브의 복귀 후 소개되는 최초의 컴퓨터였기 때문에 작은 디테일 하나도 완벽해야 했습니다. iMac의 컨셉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손쉬운 방법(the easy way to get onto the Internet)’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PC에서 인터넷 접속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메일 주소도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i는 인터넷, Mac은 매킨토시를 줄인 단순한 표현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i’가 애플의 미래 제품 이름의 기본 요소가 될 것이라는 걸 믿었습니다만, 우리 중 누구도(스티브 잡스 조차도) 이것이 애플 브랜드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애플은 오로지 컴퓨터만 만들었고, 손에 들고 쓸 수 있는 초소형기기를 만들 계획이 없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광고는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로는 ‘Crazy Ones’을 꼽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광고가 ‘Think Different’ 캠페인을 런칭한 광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광고가 스티브 잡스의 복귀와 함께 애플의 새로운 혁신을 이끌었고, 애플 역사상 가장 중요한 광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옛 기록 영상을 매력적으로 구성해 애플 브랜드의 핵심을 두 마디의 심플한 단어로 설명했습니다. ‘Think Different.’ 이 두 마디가 진정한 애플을 완벽하게 표현했습니다. Think Different는 70년대 차고에서 첫 애플 컴퓨터가 만들어질 때부터, 그 후로 30년 이상이 지나 iPad를 소개할 때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도 이 광고를 마음에 들어 해서 그 후에도 제품 런칭 때마다 오리지널 버전을 계속 보여줬습니다.



현재 애플 크리에이터들에게 조언 한 말씀 해주세요.

애플은 좋은 광고를 하는 기업으로서 다채로운 역사를 가졌지만, 저는 사람마다 좋은 광고란 무엇인지에 대한 각기 다른 의견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최고의 애플 광고는 지성(intelligence)과 위트(wit) 2가지 요소를 갖췄습니다. 애플은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광고하기에 엄청나게 흥미로운 요소들을 가지고 있고, 항상 정보들을 총명한 유머 감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그것이 애플이 사랑 받을 수 있는 이유고, 앞으로도 그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인텔, IBM, BMW 등 다양한 광고주들과 일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담당하셨던 다른 광고 캠페인도 소개 부탁 드립니다.

BMW 8 시리즈가 런칭될 때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그 광고에서 진화되고, 파워풀하면서도 우아한 BMW의 특징을 ‘the soul(영혼)’으로 표현했습니다. 인텔과는 새로운 무선랜 랩탑 센트리노 기술을 런칭하며, 사람들이 ‘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unwire)’을 강조했습니다. 긴 시간 동안 광고업계에 몸 담은 만큼 할 얘기가 너무 많은데 다 얘기할 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저서 ‘미친듯이 심플’에서 언급한 단순함의 11가지 원칙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냉혹하게 생각하라(Think Brutal). 보다 심플한 비즈니스를 위해서 동료들 앞에 정직해라. 완벽히 투명하게, 하얀 거짓말 없이, 반쪽짜리 진실도 없이.
작게 생각하라(Think Small). 애플이 가진 큰 무기 중 하나는 ‘스마트한 사람들로 구성된 소규모 집단’이라는 점이다.
최소로 생각하라(Think Minimal).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선택지를 주지 말고, 적은 것들을 잘 하는 데 집중해라.
상징을 생각하라(Think Iconic). 강력한 이미지 하나가 20 페이지짜리 논리적 논거보다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다.
표현 방식을 생각하라(Think Phrasal). 평범한 단어를 사용해 평범하지 않은 것을 설명하라.
평소처럼 생각하라(Think Casual). 좋은 아이디어는 덜 형식적인 환경에서 나오곤 한다. 화이트보드에 스케치할 수 있다면 뭣 하러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가?
인간을 생각하라(Think Human). 머리와 마음 둘 다 믿어라. 종종 당신의 직감이 수치보다 더 가치 있다.
회의적으로 생각하라(Think Skeptic). ‘No’를 너무 성급히 수긍할 필요는 없다. 때론 불가능한 것이 가능할 때도 있다.
전쟁을 생각하라(Think War). 복잡함과 맞설 압도적인 전력을 내세워라. 당신의 단순한 아이디어들을 추진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무기를 이용하라.
앞서 생각하라(Think Ahead). 애플의 큰 성공은 단기 이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가치 실현에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흐름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혹은 글로벌 크리에이티브는 어디로 흘러야 한다고 보시나요?

저는 글로벌 트렌드가 단순함과 디자인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애플이 iPod, iPhone, iPad 등의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이러한 트렌드를 감당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 같은 제품들이 성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단순함과 디자인의 가치에 대한 인지도가 더 높아지고 있고, 그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제조업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법을 아는 기업들은 언제나 최대의 보상을 받을 겁니다.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키워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항상 ‘집중(focus)’이라고 대답합니다. 많은 광고들이 너무 많은 것들을 담으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집중’은 커뮤니케이션에서 단 하나의 포인트(혹은 매우 간결한 메시지)인 핵심을 뽑아내는 것이자 이러한 메시지를 가장 단순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방법으로 전달하는 광고를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최근 5~10년간 아시아 크리에이티브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전 세계가 점점 가까워지도록 하는 기술에 계속 놀라고 있습니다. 이제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기술, 영화, 패션, 음식,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트렌드에 대해 깊이 인지하고 있습니다. 각 문화는 여전히 대조적이지만, 이제 우리는 더 세계적인 시각을 갖게 됐습니다. 경제 성장이 창의적 사고의 큰 촉매가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결과적으로 창의성 역시 그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 광고가 국제적으로 더 주목 받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Be Creative!’ 이것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입니다. 주목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하고, 다수가 따르는 것들에 주목해야 합니다. 물론 광고제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광고제는 작품이 만들어진 후에 따라오는 것이니까요. 몇 가지 것들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첫째, 창의력이 육성되고 보상받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마케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무리수가 있는 크리에이티브 작품일지라도 기꺼이 지원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들은 입증하기 어렵고 주관적이더라도 좋은 아이디어라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크리에이티브하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주목 받는 방법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용감해지는 것(Be Brave)’입니다.

한 사람으로서, 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제가 스티브에게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생각해볼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스티브가 제게 매우 단순한 것을 가르쳐주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제 개인적인 삶, 그리고 전문가로서의 삶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옳은 일을 하라(Do the right thing)’ 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스티브는 크게 도덕관념과 사업감각 두 가지 측면에서 옳은 일을 했습니다. 인간으로서, 스티브는 주로 이익보다는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택했고, 저는 그 점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비즈니스적 결정을 내릴 때는 편의성 보다는 경험을 우선시 했습니다. 저는 자신의 마음이 따르는 한, 옳은 일을 하면 성공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rofile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 셀러인 ‘미친듯이 심플’의 저자이며,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스티브 잡스와 12년 이상 함께 일하며 애플, 넥스트 등의 광고를 담당했다. 켄은 애플의 유명 캠페인인 ‘Think Different’ 캠페인 팀을 이끌었고, iMac을 네이밍하며 애플 i 시리즈의 동반자로 일했다. 그는 IBM, BMW, Intel, Dell 등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했으며, 현재는 주요 브랜드의 브랜딩과 제품 네이밍 등의 크리에이티브 업무를 하고 있다. 테크놀로지와 마케팅을 다루는 블로그(kensegall.com)와 가짜 애플을 소개하는 유머사이트인 Scoopertino.com도 운영하고 있다.
Ken Segall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CD ·  광고마케팅 ·  애플 ·  다르게생각하라 ·  인텔 ·  IBM ·  BMW ·  미친듯이 심플 ·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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