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시작된 이래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며 미래기술의 비전을 제시해 온 IFA는 본래 ‘베를린 라디오 박람회’로 시작된 국제산업전시회이다. 아마 그 시절의 라디오는 인류에게 통신생활의 혁명을 불러일으킬 혁신적 기술이었을 터. 지금은 ‘혁신’보다 ‘전통’에 가까워졌지만, 90여 년 전 이러한 기술을 선보였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이 행사가 지닌 놀라운 ‘혜안(慧眼)’의 의미를 반증한다.
메인 전시의 콘셉트, 2013년과 2014년을 비교하다
2013년 IFA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Connection·Connectivity’였다. 전체 전시의 콘셉트가 ‘Get In Touch’이기도 했지만, 참여 브랜드는 제품과 소비자, 나아가 그들의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결’시키고 ‘접속’하는 데 초점을 뒀다. 더 이상 제품은 물리적 ‘한계’에 그치지 않고, 그 기능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연결’되며 또한 ‘소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전시 콘셉트와 트렌드를 발현시키는 기술적 키워드를 요약해 보면 4K UHD, Energy Efficiency(A+++), Smart 세 가지다.
소비자 가전에 있어 에너지 효율성이나 ‘Smart’란 아젠다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에너지를 다룸에 있어 태양광 기술 등 친환경적 기술을 좀 더 부각했다는 점, 제품의 네트워킹 기술을 대폭 강화했다는 점 등을 차별화 요소로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4K UHD라는 요소는 전년 행사의 거의 모든 디스플레이 관련 브랜드가 소구했던 기술로, 향후 가전업계의 디스플레이 스탠더드를 조망해 볼 수 있는 핵심 잣대로 다뤄졌다.
1. Origin of the Curve. 삼성전자는 디지털 아트 작가와 협업을 통해 Curved TV를 이용한 인터랙티브 조형물을 선보였다.
2. 일러스트 작가와 협업을 통해 탄생한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주제로 한 작품 전시.
반면 2014년 IFA 현장에선 ‘Future of Home’이란 콘셉트가 주를 이루며,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으로 구현된 소비자 경험 및 생활(Lifestyle)을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됐다. 거의 대부분의 종합가전브랜드가 Cooking, Cafe 등 가전을 통한 실질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체험존을 구성해, 관람객이 직접 먹고 마시고 참여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전년과 더불어 발전, 보완된 기술적 키워드는 Curved, Wearable, Smart Home이다.
가전제품에 사용된 디스플레이의 경우, 4K UHD를 기반으로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인(Surreal) 영상 구현은 기본이고, 형태적으로는 Curved를 바탕으로 생활 및 신체 곳곳에 보다 밀접하게 적용되었다. 모바일 기기로 시작된 스마트 혁명은 세탁기, 냉장고 등 주방가전을 비롯하여 에어컨, 조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디지털 에코시스템의 구성을 시도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그 효용가치 및 연결성, 사용성 등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었다.
전시 트렌드를 한눈에
IFA는 전시 규모가 규모인 만큼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갤러리 형태는(Art Exhibition) 그 세를 점점 확장하고 있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맞게 그 어느 때보다 경험·체험 중심의 부스가 늘고 있으며, 일반 소비자, 관람객 및 B2B(리테일러)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스토어 형태의 전시는 꾸준한 비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전시 기법은 크게 Art Exhibition, Experience, Retail Store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었다. 브랜드 가치를 중심으로 마치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각종 모뉴먼트를 활용해 갤러리 형태로 꾸며놓은 부스들(Electrolux, Loewe), 그야말로 경험 및 체험 중심의 부스(Sony, Bosch), 끝으로 실제 매장 환경의 구축(LG)을 시도한 사례를 들 수 있다.
3. 삼성전자의 Cooking Studio(2014년 IFA).
4. 삼성전자의 Premium House 내 Club des Chefs 존(2013년 IFA).
5. 2013년 IFA 삼성전자 전시의 Smart Home.
1. 2013년 IFA Sony 전시의 커다란 원형 전시장. 모든 카테고리가 Experia를 중심으로 연동된 채 전시됐다.
2. 2014년 IFA Sony 전시.
3. 2013년 T-Mobile의 전시장.
4. 2014년 T-Mobile의 전시장. 2013년의 컬러 및 디자인 등을 유지했다.
5. Black & White와 곡면을 살린 LOEWE의 프리미엄한 2013년 전시 디자인.
6. 2014년 LOEWE의 전시 디자인. 전년과 컬러 및 디자인이 동일하다.
브랜드별 전시 특징
•SAMSUNG: Experience, Lifestyle and Art
2013년 전시에서 삼성은 제품을 이용한 관람객 참여 게임, 제품 기능 전시 등 체험과 경험,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위주로 구성했다. 2014년에는 아트적인 요소까지 가미돼 한층 풍성해졌다. 커브드 TV의 장점을 극대화한 인터랙티브 조형물부터(Origin of the Curve), 일러스트 작가와 협업을 통해 크리스탈 블루 도어 세탁기의 디자인적인 요소를 강조한 작품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리빙 카테고리에서는 2013년과 2014년 모두 Premium House, Premium Lounge라는 콘셉트를 이어나갔고, 쿠킹 스튜디오를 통해 주방 라이프스타일의 구현을 강조했다. 스마트홈(Smart Home)은 지난해에 이어 2014년에도 단연 삼성전자 리빙 전시의 키포인트로 부각되었다. 삼성전자 윤부근 대표이사의 IFA 2014 기조연설에서도 엿볼수 있듯, “Bringing Your Future Home”이라는 주제 하에 제품 간 유기적인 기능과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감성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었다. 2013년에는 실제 가정환경을 구현하여 스마트홈의 기술과 효용을 소비자가 경험하도록 한 반면, 2014년 IFA에서는 연극적 연출을 통해 스마트홈이 적용된 삶을 스토리로 구성해, 기술이나 기능보다는 다가올 미래적 삶의 변화에 포커스를 맞췄다.
•SONY: Experience, experience, experience!
Sony 전시장은 IFA 전시의 여러 브랜드 중 관객 참여도가 높고 활기 넘치는 곳 중 하나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커다란 원형으로 구성된 전시장은 Sony의 여러 제품군들을 연동해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한 요소들로 가득했다. Sony의 모바일 제품인 Experia, 그리고 그 외 카메라, 음향기기, 플레이스테이션, 액티브캠 등을 연동해 Sony만의 Fun하고 액티브한 체험을 가능하게 했다.
•T-Mobile: One big ‘Experiential Show’
작년과 올해 동일하게 브랜드 컬러인 핫핑크를 강조한 Fun하고 볼드한 전시 디자인을 적용했다. 전체 전시장 내에 무대공간의 비중을 매우 크게 둬, 콘서트 등 공연 중심으로 T-Mobile이 추구하는 Young & Fun 콘셉트를 확실히 살렸다. 워낙 요소가 많은 공간이다보니 각 부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액티비티 등을 상부구조물에 배치한 레터링(Lettering)을 통해 안내해 시인성을 높였으며, 록페스티벌에서나 볼 법한 기념 티셔츠, 헤나 타투 등 젊고 Fun한 이벤트로 가득했다.
•LOEWE: Art Exhibition
2013년과 2014년 모두 Black & White의 미니멀한 Art Exhibition 스타일을 고수. 다수의 제품과 라인업 중심의 타브랜드와는 달리, 한 두 개의 메인 제품을 중심으로 심플하고 대범하게 전시하는 방식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차별화가 돋보인다.
1. 2013년 Grundig의 전시 공간. 부엌 및 거실.
2. 2014년 Grundig의 전시 공간.
3. 2013년 Miele 전시에 소개됐던 디지털 키오스크. 가상 주방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4. 2014년 Miele 전시에 소개된 세탁기 컨트롤 패널을 비교하는 디지털 키오스크.
5. 2013년 IFA B2B 대상 Dark Room에서 VIP 리테일러를 대상으로 시연했던 삼성전자 CenterStage의 초기 콘셉트. 프로젝터와 UHD로구성됐다.
6. 2014년 IFA에서 공개된 CenterStage Commercilized Version. 매장 환경에 맞춰 하드웨어는 UHD와 LFD로 변경되고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등은 Cinder를 기반으로 전면 개선, 개발됐다.
•GRUNDIG: 공간 연출의 강자
2013년 전시에선 개인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주제를 상당히 높은 완성도로 표현하고 잘 살린 브랜드라 생각한다. 가정의 각 공간, 즉 거실, 침실, 주방, 욕실, 세탁실 등의 공간을 구성하고, 그 공간들을 쭉 이어보도록 동선을 배치해 마치 가정집을 순차적으로 둘러보는 느낌을 줬다. 깔끔하고 심플한 제품 디자인에 어울리는 통일감 있는 전시 디자인을 구현했다. 상대적으로 타브랜드에 비해 제품 체험? 경험보다는 디자인 요소를 더 부각시켰다.
이와 달리 2014년 전시에서는 2013년에 비해 디자인 및 라이프스타일 요소보다는 놀이동산처럼 에너지 넘치는, 전작에 비해
반전 요소가 가득한 공간을 연출했다. 각 제품군에 어울리는 컬러와 디스플레이 요소들을 다채롭게 이용했고, 공간마다 각기 다른 테마를 부여해 시종일관 변화무쌍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Interactive Digital
•MIELE
작년에도 올해도 타브랜드에 비해 디지털 키오스크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브랜드. 작년에 처음 소개되었던 빌트인 가전제품용 버추얼 키친(가상의 주방에 가전제품 배치 및 주방디자인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올해에도 설치됐고, 세탁기 제품별로 컨트롤 패널만 비교 체험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설치되었으나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사용성 및 콘셉트로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SAMSUNG - CenterStage
바로 제일기획 RX2팀이 클라이언트 삼성전자와 함께 콘셉트 개발부터 직접 제작에 참여한 Retail Innovation Platform으로, IFA 2014년 전시 Digital Kiosk의 종결자. Digital Kiosk 중 단연 돋보이는 크기와 화질, 그리고 성능으로 무장해 많은 관람객과 리테일러들의 호평을 받았다. 작년에는 Concept Pitching에 머물렀던 CenterStage가 1년 간의 개발을 통해 Commercialized Version으로 완성돼 올해 IFA 2014에서는 퍼블릭존에 전시됐다. 가전제품이 가지는 한계(크기, 부피 및 화재와 전기 등 매장 규정)를 디지털 기술(4K, Real Size, Cinder)을 활용해 극복하고(Unplugged → Plugged), Branded Experience를 유도해 제품 선택과 판매를 용이하게 함이 그 탄생 배경이다. 올해 6월부터 북미, 유럽 등의 실제 매장에서 파일럿을 시작해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는 CenterStage의 숨겨진 이야기는 곧 공개될 예정이다.
IFA 萬波
‘IFA 방학’은 제일기획만의 공공연한 은어다. 기간 중 상당수의 제일러가 출장으로 자리를 비워 썰렁해진 사무실을 빗댄 말이겠지만, 그만큼 많은 제일러가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하고 참여하는 글로벌 종합가전전시회란 반증이기도 하겠다. IFA를 배경으로 한 갖가지 무용담, 신기술과 신제품에 관한 이야기가 한동안 넘쳐나곤 하는데, 놀라운 점은 이러한 ‘이야기’가 곧 ‘현실’이 되어 돌아온다는 점이다.
아이디어가 열정을 타고 퍼져 나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 생각을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멋진 일이 또 있을까. 2015년의 베를린이 짐짓 기다려지는 대목이다. 아니, 이번엔 IFA 방학이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