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스테이지는 FMOT와 ZMOT 개념을 포괄한 인스토어 솔루션·플랫폼이다. 단기간의 판매율 향상보다 어느 매장에서 여태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특별한 경험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뒀다. 리테일 측면에서 센터스테이지가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으며, 리테일러들이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게 됐는지 살펴본다.
The Rules
2005년 P&G는 FMOT(First Moment of Truth)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Director of FMOT’라는 직책까지 만듦으로써 FMO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FMOT는 소비자가 제품 구매에 대한 자극을 받은 후 매장에서 그 제품이 놓인 진열대, 또는 그 공간을 마주하고 난 직후 7초간의 시간을 말한다. P&G는 구매의 순간, 그 진실의 순간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역설했던 것이다.
한편 구글은 2011년 <Winning the ZMOT>라는 책을 출판하며 ZMOT(Zero Moment of Truth)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ZMOT는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각종 디지털 툴을 이용해 온라인이나 주변 지인의 후기를 통해 이미 ‘Moment of Truth’를 한 번 접한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구글은 소비자 조사를 통해,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요인은 구매 자극(Stimulus)이나 FMOT가 아니라 ZMOT, 즉 주변 정보가 더 큰 비율을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들은 매장에 도착하기 전 마음속으로 이미 제품 선택을 끝내고, 매장에는 단지 자신의 선택을 확인하기 위해 들른다는 얘기다.
Winning All ‘MOT’
센터스테이지는 앞서 말한 FMOT와 ZMOT 개념을 포괄한 개념의 인스토어 솔루션·플랫폼이다. 삼성전자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에 방문한 소비자에게는 구매 확정을 유도하고, 타 브랜드 제품을 염두에 두고 온 소비자에게는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살펴보고, 부가적인 정보를 습득하여 구매 의사를 재고하게 되는 강력한 마케팅·프로모션 기능을 내재하고 있다.
가전제품은 본래 제품 생애 주기도 길고, 값이 비싼 대형 제품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철저한 사전 조사 및 가족과 지인을 통해 듣는 후기가 제품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일반적이다. 가전제품은 그만큼 ZMOT에 영향을 많이 받는 카테고리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센터스테이지는 소비자가 매장 진열대와 마주하는 그 FMOT의 순간에 타 솔루션이 줄 수 없는 확장된 제품 경험을 가능케 한다.
최근 북미 지역 파일럿팅 매장의 실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센터스테이지 경험 후 단순한 제품 수준의 정보 습득을 넘어,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인상이 제고된 걸 확인할 수 있다. 센터스테이지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Wow’, ‘High-tech’, ‘Innovative’ 등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비단 제조사 브랜드뿐만 아니라 센터스테이지가 적용된 유통 매장 브랜드에 대한 인상도 동시에 좋아지는 긍정적 연쇄 효과 또한 볼 수 있었다.
1. The traditional 3-step mental model. 출처: <Winning the ZMOT>, 짐 레신스키
2. The new mental model. 출처: <Winning the ZMOT>, 짐 레신스키
Integrating the ‘Virtual and Physical’
전통적 관점에서의 리테일은 ‘Physical Retail World’와 ‘Online Retail World’가 따로 있고, 그중 하나가 성장하고 하나가 실패하는 식의 연계 사이클로 이해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근래의 리테일은 발전된 디지털 기술의 도움으로 이러한 경계 자체가 점차 흐려졌으며, ‘Physical Retail World’와 ‘Online Retail World’로 분리됐던 두 가지 개념이 공존의 톱니바퀴를 함께 돌려나가는 것으로 재해석해 볼 수 있다. 향후 리테일의 열쇠는 이러한 통합을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가에 있다.
여기서 잠깐 J.C.Penny의 CEO였던 론 존슨(Ron Johnson)의 말을 되새겨 보자.
“매장은 그저 재화를 물건으로 ‘교환’하는 곳이 아니다. 그보다 더 큰 가치,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물건을 더 팔지?’보다는 ‘어떤 가치와 경험을 전달하지?’라고 되물을 수 있는, ‘Value-creation Mind-set’이 중요하다.”
“미래의 리테일 리더는 가상과 현실이 조합된 경험을 가장 잘 구현한 브랜드가 될 것이다.”
“지금의 온라인 경험은 그저 편의성을 고려한 쉬운 가격 비교, 스펙 비교 등을 가능케 할 뿐이다. 이는 ‘새로운 가치’는 아니다.”
센터스테이지는 론 존슨이 말한 ‘Mind-set’을 염두에 두고 구현한 플랫폼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마케팅은 세일즈를 추구한다. 하지만 우리는 센터스테이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단기간의 판매율 향상보다는 보통의 가전 매장에서는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전달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센터스테이지는 단순히 정보만 나열된 디지털 카탈로그가 아니다. 실제 사이즈로 느끼는 제품 경험, 라이프스타일이 녹아든 놀라운 7K 콘텐츠가 그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물과 불, 전기 사용에 관한 매장 규정으로 죽어 있는 제품 일색인 가전 카테고리에 ‘Plugged Experience’, 즉 살아있는 제품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전달했던 것이다.
1 . Sources used by net type. 출처: <Winning the ZMOT>, 짐 레신스키
SKU is Everything
효율적 매장 SKU(Stock Keeping Unit) 관리는 리테일의 가장 주요한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어떠한 제품을 언제, 어떻게 진열하는가 하는 문제는 아트에 가깝다. 자칫 일차원적인 조사 결과 등에 근거해 제품 선정과 배열을 할 경우,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일례로 월마트는 2008년 ‘매장에 물건이 너무 많아 지저분해 보인다’라는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진열 제품 숫자를 줄였다가 매출이 15%나 하락했다. 식료품 유통업체 A&P의 ‘슈퍼프레시(Super Fresh)’라는 브랜드는 판매가 저조한 제품 매대를 비우고 그 자리를 신제품 소개를 위해 활용했다. 그러나 판매가 저조했던 그 제품들이 정작 소비자들의 구매 행위에 있어서 필수적인 제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전체 쇼핑 매출의 저하로 이어지며 ‘슈퍼프레시’는 파산에 이르렀다.
센터스테이지는 이러한 SKU 관리에 있어 고질적인 문제 자체를 뒤엎는 솔루션이다. 오래된 옛날 세탁기를 진열대에서 빼야 할지, 판매율이 낮은 고가의 하이엔드 프리미엄 냉장고를 모든 매장에 진열해야 할지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1:1의 실제 모습 그대로, 아니 그보다 더 실제처럼(Hyper-real) 무한대의 상품을 진열할(Endless Shelf)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제품과 달리 상대적으로 물리적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가전 카테고리였기에 이러한 효과는 더욱 배가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미국과 유럽 매장에 설치된 센터스테이지에 적용된 제품 수는 각각 60개, 40개 정도이다. 하지만 이미 각 리테일러들로부터 앞다퉈 Physical SKU를 취급하지 않았던 제품까지 Digital SKU로 확장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파일럿 매장 중 한 곳에서는 Physical SKU의 진열 없이, 오직 센터스테이지만을 통한 Digital SKU의 경험만으로 고가의 냉장고가 판매된 사례도 생겼다. 실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2,3. 센터스테이지의 제품군별 모습. SKU가 무한정으로 확장될 수 있다.
Design of CenterStage
센터스테이지는 가로 3.5m, 세로 2m를 넘는 고화질 대형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아마도 가장 큰 크기의 인터랙티브 키오스크이다. 특유의 거대한 사이즈로 인해, 어둡고 정적이기만하던 DA Zone에 조도(照度) 자체를 높여주는 옥외 광고의 기능도 수행한다. 센터스테이지의 외피라 할 수 있는 하우징(Hosing)의 경우에도
지속성, 양산성을 고려해 설계됐다.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매장 환경에 맞추기 위해서는 여러 매장의 실제 공간을 분석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했다. 우리는 미주 및 구주 매장 분석을 통해 매장마다 어떤 제약 사항들이 있는지 파악했고, 리테일러별 레이아웃과 소비자 동선, 기존 집기 타입 및 사이즈 분석을 통해 매장 환경에 잘 맞는 형태, 사이즈, 유지 보수 방안을 찾아냈다. 센터스테이지의 크기 자체가 일반적으로 매장에 놓이는 집기들에 비해 거대했기 때문에 최초 설계 시 소비자가 쉽게 다가와 터치해 볼 수 있도록 곡선형으로 디자인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를 초대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인터랙티브 존을 형성하여, 좁은 매장 환경에서도 기본적인 체험 공간을 확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