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촉] 핀테크, 새로운 금융생태계가 열리다
요즘 ‘핀테크(Fintech)’라는 신조어가 뜨고 있다. 이 생소한 단어가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것이 과연 내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트렌드일까? 핀테크의 현황과 사례를 짚어보고, 핀테크가 가져올 소비문화 지형도를 살펴본다.
금융 분야에 불고 있는 혁신의 바람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합성어다. 모바일 결제, 모바일 송금, 온라인 개인 재정관리, 크라우드펀딩 등 금융서비스와 결합된 각종 신기술을 의미한다. 복잡한 은행 업무를 전산 시스템으로 처리한다든지, 은행에 가지 않고 인터넷뱅킹으로 돈을 주고받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금융에 기술을 접목한 활용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금융은 어디까지나 금융회사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던 것이 SNS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전 세계에 스마트폰이 급속하게 보급되면서 모든 분야에 불어 닥치고 있는 파괴적 혁신 바람이 드디어 금융 분야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각종 규제와 보안 문제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기존 대형 은행이나 증권회사들이 못하는 금융 분야의 혁신에 스타트업들이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 이는 마치 우버(Uber.com)나 리프트(Lyft.com)가 모바일 앱을 이용한 택시 서비스로, 혁신에 둔감한 전 세계의 택시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과 같다. 세계 호텔업계를 긴장하게 만드는 공유경제형 숙박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com)가 가져오는 파괴적 변화도 이와 비슷하다.
1. ‘글로벌 핀테크 공룡’이라 불리는 페이팔. 국내에서도 기본적인 간편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igaom.com
2. 애플의 야심작 애플페이. 미국에서 대형 카드사 및 주요 신용카드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확장 중이다. ⓒwired.com
3. 구글이 개발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 구글 월렛. NFC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폰을 통해 직불카드, 신용카드, 멤버십카드 등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 다. ⓒgoogle.com/wallet
소비자 편의성을 생각하는 서비스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기술을 이용해 시중의 돈이 보다 합리적으로, 또 적은 비용으로 빨리 돌도록 해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부상하면서 기존 금융기관들의 역할을 대체한다면 소비자의 소비 행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기존에 없었던 혁신적인 방법으로 금융업을 변화시키는 대표적 핀테크 스타트업으로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com)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2011년 시작한 이 서비스는 개인 간 거래(Peer to peer) 국제송금 서비스다. 은행을 통해 환전해서 돈을 보내는 것보다 10분의 1의 수수료만 들어간다는 것이 강점이다. 모바일 앱을 통해서 쉽게 돈을 보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럼 어떻게 해서 트랜스퍼와이즈는 이렇게 저렴한 수수료로 환전과 송금을 가능케 할 수 있을까? 일반 은행은 실제로 국경을 넘어 돈을 보내고 환전을 한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비싼 수수료가 발생한다. 그런데 트랜스퍼와이즈는 상대 국가로 돈을 보내려는 사람과 상대 국가에서 돈을 받으려는 사람을 서로 온라인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매칭시켜 준다. 즉, 파운드를 달러로 바꿔서 미국에 보내려는 영국 사람과 미국에서 달러를 파운드로 바꿔서 송금 받으려는 영국 사람을 바로 연결시켜 파운드끼리 교환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돈이 국경을 넘어가지 않으니 환전할 필요가 없어 자연히 수수료가 낮아진다. 트랜스퍼와이즈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 네트워크 경제는 더욱 효율화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비싼 은행의 송금서비스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큰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4. 런던에서 ‘은행은 백주 강도(Daylight Robbery)’라는 공격적인 광고를 게재해 화제를 모으며 급성장 중인 트랜스퍼와이즈. ⓒtransferwise.com
지금 급부상 중인 핀테크 분야
개인 간 돈을 빌려줄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개인대출(Peer to peer lending) 분야도 세계적으로 급부상 중인 핀테크 영역이다. 2006년 설립된 샌프란시스코의 렌딩클럽(Lending club)은 이런 개인대출 분야의 개척자 같은 회사다. 렌딩클럽은 돈을 빌려 주려는 개인 투자자와 돈을 빌리려는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자를 온라인마켓 플레이스로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뉴저지에 사는 제임스라는 사람이 집수리를 위해 3천 달러를 6개월 동안 빌리고 싶다는 글을 올려놓았다 치자. 그럼 그 글을 보고 연리 8%에 돈을 대부해 주는 식이다.
다만 렌딩클럽은 위험 분산을 위해 채권의 사전 심사를 하며, 위험도를 측정해 A, B, C, D 등으로 표시해 놓는다. 그리고 25달러 단위 채권으로 쪼개서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 렌딩클럽은 기존 은행과 비교해서 물리적인 오프라인 지점이 없기 때문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으며, 자체 기술을 통해 연체율을 낮춰 기존 금융업체와 비교해 대출자에게는 더 낮은 이자율을, 투자자에게는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고 한다.
5. 개인대출 P2P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렌딩클럽. 개인대출은 핀테크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분야다. ⓒlendingclub.com
핀테크 스타트업이 가장 활발하게 나오는 분야는 결제(Payment)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결제서비스는 소비 행위를 간편하게 해줌과 동시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가 지출을 줄일 수 있도록 해준다. 아이폰 6를 단말기에 대고 손가락을 누르면 바로 결제가 되는 애플페이에서 보듯이 결제를 쉽게 도와주면서 보안성도 높일 수 있는 결제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가 많다. 그중 아일랜드 출신의 패트릭 콜리슨과 존 콜리슨 형제가 2009년 보스턴에서 창업한 스트라이프(Stripe.com)는 모바일 결제 분야의 떠오르는 신성 같은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온라인에서 카드를 통한 결제를 쉽게 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데스크톱이나 랩탑 컴퓨터 화면과는 달리 아주 작은 스마트폰 스크린에서 사용자가 카드번호를 입력하고 돈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이 회사는 이런 과정을 용이하게 만들어 준다. 모바일 앱 개발자는 스트라이프의 API코드만 가져다 자신의 앱에 삽입하는 것으로 쉽게 전 세계의 고객으로부터 매출을 올리고, 이틀 안에 대금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하게 139가지 통화를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은행계좌 이체, 비트코인, 더 나아가 중국의 알리페이까지도 지원하기 때문에 글로벌한 비즈니스를 하는 모바일 회사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스트라이프는 대신 결제 1회당 거래 금액의 2.75%와 30센트의 수수료를 받는다.
6. 스트라이프는 모바일 결제를 쉽게 만들어 주는 뛰어난 기술력과 함께 투명하고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stripe.com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였던 맥스 레브친이 지난해 시작한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 어펌(Affirm.com)도 주목할 만한 회사다. 어펌은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신용을 바탕으로 할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결제서비스다. 어펌 결제를 이용하는 고객은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생년월일, 사회보장번호 4자리만 넣으면 된다. 그러면 고객의 신용도 등 공개된 데이터를 이용해서 수초 만에 신용도 조사를 마친 뒤 어느 정도의 이율에 할부가 가능한지를 문자 메시지로 알려준다. 1천 달러짜리 구매를 하는 경우 신용도가 좋은 경우는 16달러, 나쁜 경우는 50달러 정도의 추가 수수료를 내고 3개월 할부가 가능하다. 대신 어펌은 신용카드사와 똑같이 온라인 가맹점에게는 바로 물건 대금을 지급해 준다.
더 편리해진 소비 생활
너무 많고 복잡한 신용카드 사용 내역에 신음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특히 언제 어디서 사용했는지도 모르겠는 이상한 내역이 튀어나와서 슬금슬금 돈을 빼내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수수료가 착오로 잘못 부과되는 경우도 있다. 빌가드(Billguard.com)는 이런 복잡한 청구서를 해독하는 안티바이러스 시스템이다. 예측 알고리즘을 통해서 고객의 신용카드와 은행계좌 이체 내역을 감시하고, 수상한 내용이 나오면 경보를 울려서 알려준다. 역시 모바일 앱으로 자신의 다양한 신용카드와 은행계좌를 통합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금융서비스를 새롭게 혁신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은 해외에서 붐을 이룬다. 금융기관들도 직접 나서서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인큐베이터를 만들어서 육성할 정도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간편한 모바일 송금서비스를 만드는 비바리퍼블리카, 신용카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뱅크샐러드 등 몇몇 용감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나와서 시동을 걸고 있는 정도다. 공인인증서, 액티브X 등 각종 규제로 인한 금융기관들의 수동적인 경영 방식이 금융 혁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핀테크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어서 국내에서도 변화를 기대해 볼만하다.
임정욱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조선일보 기자, 다음커뮤니케이션 본부장, 라이코스 CEO를 역임했으며 현재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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