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지난 30여 년 광고인으로서의 삶을 바탕으로 한국 콘텐츠산업의 세계 상륙을 꿈꾸는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을 만나보았다.
인터뷰 · 정리 ┃ 김민정 한국광고총연합회 조사연구부 과장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취임소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난 삼십여 년 간 콘텐츠산업 현장에서 크리에이터로 살아왔습니다. 이제 그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콘텐츠산업 발전과 문화 융성’이라는 과업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광고계에 오랫동안 몸담아 오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광고인으로 원장님의 삶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1982년 2월 제일기획에 입사하면서 광고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이후 2006년 6월까지 일하면서 삼성전자 애니콜, 매직스테이션, 노트북 센스를 비롯해 코리아나 화장품, 맥심커피 등 300여 편 이상의 TV광고와 500편 이상의 인쇄광고를 만들었고, 마케팅 전반의 크리에이티브를 제안, 실행하였습니다. 특히 2003년 1월 제작본부 170여 명의 크리에이터를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총괄본부장(상무)으로 취임하면서 제일기획을 국내 제1의 크리에이티브로 포지셔닝하는데 보탬이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콘텐츠산업이 창조경제의 핵심동력이라고들 합니다. 그렇다면 2015년 콘텐츠 진흥원의 핵심 목표는 무엇입니까? 또한, 원장님의 임기 3년 동안 이루고자 하는 가장 큰 목표는 무엇입니까?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줄곧 강조하고 있는 목표는 바로 3년 내 세계 초일류 콘텐츠를 만들어 내자는 것입니다. 물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우리 진흥원이 직접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단순히 지원사업을 펼쳐 지원금을 나눠주는 행정관리자가 아니라 우리 직원들이야말로 프로듀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획을 찾을 수 있는 안목과 그것이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게끔 하는 역할, 때로는 유통사보다 더 빠르게 국내외 판로를 찾아내고 제작사와 연결해주는 역할까지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말 그대로 세계 속에 우리 콘텐츠가 뻗어나가는 베이스캠프가 되고, 그래서 정말 전 국민이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세계 초일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내 콘텐츠산업에서 광고산업이 차지하는 부분과, 아울러 그 중요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요?
국내 콘텐츠산업의 매출시장 규모는 2013년도 기준 91조 2천억 원입니다. 이중 광고산업의 매출액은 13조 3천 6백억 원으로 전체 콘텐츠산업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매년 9.8%의 성장률을 보이며 콘텐츠산업 전체 성장률 8%를 상회하고 있지요. 콘텐츠산업 전체로 봤을 때 결코 작지 않은 산업입니다. 특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광고는 콘텐츠산업으로 대표되는 창조산업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분야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현재 정부의 조직체계상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광고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업무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결국 모든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크리에이티브한 마케팅이 이뤄져야 하고 그 마케팅의 핵심이 광고에 있다는 점에서, 광고시장 활성화가 우리나라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방송광고에 대한 규제법규가 좀 더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업계와 광고업계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콘텐츠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재일한국인디지털콘텐츠엔터테인먼트협회’ 등 교류의 장을 마련하셨던데요. 국내 광고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광고업계에서 일하면서 가장 노력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 광고대행사를 벤치마킹하여 제일기획의 시스템으로 재구축하는 일이었습니다. 여러 선진 광고대행사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 생각해보면 그들의 비즈니스는 글로벌하지만, 그들의 해외 진출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에 있다고 봅니다. 진출하는 나라나 지역의 문화, 소비자 심리에 대한 철두철미한 연구와 전략을 통해 해당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내야 ‘성공하는 광고’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 덴츠는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중일광고교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다른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광고도 역시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입니다. 무작정 우리 것을 내보내겠다는 마음보다는 섬세한 접근으로 수용자 중심의 해외진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대륙별, 나라별로 풀 커버(full cover)할 수 있는 역량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발표하신 ‘2015 콘텐츠 산업 10대 트렌드’에서 옴니채널 전성 시대를 맞이하여 광고와 유통시장의 격변을 예고하셨는데요, 광고계에 미칠 영향과 광고산업이 헤쳐 나가야 할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이 온라인 유통으로 넘어와 서로 경쟁과 보완을 했다면, 이제는 소비지가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유통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쇼핑하는 옴니채널 시대입니다. 이제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하나의 채널이 아니라 구매의 전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관된 정보와 스토리로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합니다. 광고산업에게 옴니채널은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침체로 인해 광고주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을 요구하는 현실에서 기존의 발상에서 벗어나 온/오프라인 등 다양한 채널을 하나로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합니다. 또,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참신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공하며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야 할 터이니, 그런 점에서 광고와 다양한 콘텐츠의 융합이 앞으로 더욱 확대되어 갈 것입니다.
광고계 출신 한국콘텐츠진흥원장으로서 혹시 광고 산업과 콘텐츠 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진흥원 차원에서의 지원방안 등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아직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광고계에서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콘텐츠산업에서 어떻게 공유하고, 접목할 것인가는 제가 꼭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진흥원의 목표인 ‘세계 초일류 콘텐츠 생성’을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베이스캠프로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끝없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아직 우리 콘텐츠산업은 전략적이며 크리에이티브한 마케팅이 부족한 편인데, 광고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광고계에 계셨던 선배로서 후배 광고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재석과 같은 명MC가 되어라”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가끔 집에서 ‘개그콘서트’를 보면 5분의 퍼포먼스를 만들기 위해 무한한 고민과 고통에 시달리는 개그맨들의 모습이 광고인과도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개그맨들 중 다수는 막상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자신이 미리 준비한 이야기를 다 하고 나면 말이 없어지곤 합니다. 개그맨이 곧 명MC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데, 유재석씨는 작가가 쓴 몇 문장의 스크립트를 갖고 50분이 넘는 방송분량을 끌고 갑니다. 결국, 명MC가 되기 위해서는 5분의 퍼포먼스를 만드는 것 이상의 뼈를 깎는 노력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또, 전문가적 폐쇄성에서 벗어나 사업가로서의 안목과 능력을 키우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크리에이터는 단순한 아이디어맨이 아니라 부가가치 창출자여야 합니다. 콘텐츠산업에서는 360도의 비즈니스를 위한 OSMU(One Source Multi Use)를 이야기합니다. 이게 광고계에서 이야기하는 IMC와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현장에서 그런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숙명일 것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빅 킬러 콘텐츠(Big Killer Contents)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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