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승연 제이미디어렙 마케팅국 국장
콘텐츠가 왕이다(Content is King)
1996년 69.3%였던 일간신문 가구 구독률은 2001년 51.3%였다가, 2014년 20.2%로 떨어졌다(20년간 일을 해오면서, 종종 격세지감을 실감한다). 가구의 일간신문 정기구독이 일반적이었던 15, 20년 전 신문을 읽는 행위란 매일 비슷한 시간에 배달되는 같은 신문사의 신문지를 펼쳐 들고 1면부터 혹은 맨 뒷면부터 지면을 넘기면서, 관심을 끄는 기사를 읽거나 흥미 없는 기사는 건너뛰는 일이었다. 당시는 해당 신문의 일부 혹은 기사 전부를 읽었다는 것이 곧 신문을 읽었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따라서 어제 읽은 신문을 기준으로 신문의 경쟁력 평가요소인 열독률이 측정되었으며, 광고 게재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즐겨읽는 면’을 조사한 결과가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또한 구독자 입장에서는 구독신문에 대한 로열티가 있었다.
그러나 신문의 소비가 인터넷으로 옮겨가면서 신문기사를 읽는 것과 신문을 읽는 것은 별개의 일이 되었다. 필요에 따라, 혹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인터넷 기사를 접하지만, 어느 신문사에서 나온 기사인지는 인지하기 어렵다(참고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의하면, 국내에 등록된 일간신문은 387개, 인터넷신문은 6,174개며, 2014년에만 1,258개의 인터넷신문이 정기간행물로 등록했다고 한다). 간혹 SNS 친구들이 추천해주는 링크 기사를 흥미롭게 다 읽고 난 후에야, 읽은 내용이 최근 기사가 아닌 수년 전 옛날 기사였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해외신문 기사의 번역문도 빠르고 손쉽게 찾아보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텍스트 기반의 신문보다는 동영상의 특성 때문에 저장 매체의 용량 확대까지 시간이 걸려 시차가 있긴 있지만, TV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IPTV나 인터넷TV, N스크린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전의 TV시청은 TV를 켜고, 채널을 선택하고, 채널에서 생방송되는 프로그램을 보고, 프로그램이 끝나거나 재미가 없어지면, 채널을 돌려서 다른 채널의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보는 일이었다.
따라서 신문기사를 읽는 일이 신문을 보는 것과 같은 것처럼, TV 프로그램 시청이 곧 TV를 보는 행위와 동일하였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경우에 TV프로그램 시청은 TV가 아닌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와 실시간 방송, VOD방송, 다운로드한 파일 재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표1], [표1-1] 게다가 수년 전 방송되었던 드라마를 뒤늦게 몰아보는 것도 흔한 일이 되었다. 미드, 영드, 일드, 중드 등 다양한 해외 드라마도 어떤 경로로든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출처 : 2014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방송통신위원회)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2006년 처음 도입된 IPTV가 2015년 현재 십 년 만에 1,110만 가입가구를 넘어섰다(KT 600만, SK브로드밴드 300만, LG유플러스 210만). 시청자가 TV를 보는 행위는 TV수상기를 앞에 두고 특정 시간에 특정 채널을 틀고 있는 것과 동일하지 않다. 습관적으로 TV 채널을 재핑(Zapping)하다가 우연히 눈에 띄는 프로그램을 보거나, 혹은 반대로 특정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 TV를 켜기도 한다.
‘방송 5사 주요 콘텐츠 경쟁력 평가’ 조사에서도, 뉴스 시청자의 46%, 예능 시청자의 65%, 드라마 시청자의 66%가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콘텐츠를 보게 되었다’고 답했다. ‘무한도전’, ‘개그콘서트’, ‘ 해피투게더’, ‘해피선데이’, ‘일밤’ 등 장수 프로그램들은 시청자의 90% 이상이 방송채널을 정확히 알고 있지만, 최근 시작한 일부 프로그램들의 경우에 많게는 50% 이상 사람들이 채널을 잘못 알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림1] 채널을 의식하지 않고 그냥 프로그램을 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서 케이블TV에 가입한다거나, 특정한 인기 미드를 보기 위해 특정 IPTV에 가입하는 것처럼 특정 콘텐츠 때문에 서비스 자체에 가입하기도 한다. OTT서비스나 통신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하는 것도, 유튜브가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것도 결국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출처 : 방송 5사 주요 콘텐츠 경쟁력 평가 조사 (J미디어렙)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케이블TV가 사업을 시작한 1995년 당시 시청 채널이 20개 늘어나는 것은 굉장한 일이었다. 2015년 IPTV는 각사별 요금제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많게는 200개가 넘는 채널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하루에 3시간씩 TV를 본다고 해도, 200개 채널을 균등하게 본다고 가정하면 채널별로 54초를 볼 수 있을 뿐이다. 채널이 많은 것이 과연 시청자 입장에서 즐겁기만 한 일일까?
유명한 선택심리학자 쉬나 아이엔가의 연구에 따르면 선택기회가 많아질수록 만족도는 떨어진다고 한다 (쉬나의 유명한 잼 실험에서 6개의 잼을 진열한 매대가, 24개의 잼을 진열한 매대보다 많은 매출을 올렸다). 선택할 수 있는 채널이 몇 개 안 되었던 1990년대만 해도 시청률 50% 이상의 드라마들이 다수 있었다. 서너 개 채널을 돌려가면서 보면 되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선택도 지금보다 훨씬 쉬운 일이었다. 선택장애가 사회적 트렌드가 된 것도 선택지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서점에서는 베스트셀러를 사고, 극장에서는 흥행 영화를 관람하고, 인기검색어 순위에 뜨는 검색어를 검색하게 되는 것처럼, 세간의 화제가 되는 ‘꽃보다할배’, ‘비정상회담’, ‘냉장고를 부탁해’와 같은 프로그램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이야기를 하고, 이 같은 화제성이 다시 시청자층 확대로 이어지는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히트 콘텐츠(킬러 콘텐츠) 제작은 더욱 중요해진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의 신화적 성공에 힘입어 연매출이 1000억 원 이상 증가하면서, 2015년 매출액은 13% 이상, 영업이익은 60% 이상 개선될 전망이라고 한다. 각 방송국의 광고 매출도 대표 킬러 콘텐츠의 흥행 성공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다. 그렇다면 킬러 콘텐츠를 가늠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시청률 조사
시청률이 물론 일차적인 기준은 될 수 있겠다. 그러나, 방송사의 대표 광고상품이 해당 채널의 시청률 1위 프로그램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MBC의 대표 콘텐츠인 ‘무한도전’은 MBC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 아니다. 시청률 조사가 논란이 되는 일차적인 이유는 발표되는 시청률 수치와 체감 시청률간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대별로 TV에 대한 인식과 시청시간이 크게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그림2], TV시청률 조사의 패널구성이 TV를 적게 시청하는 저연령층과 1, 2인 가구비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수 차례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일부 개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시청률에 관한 다양한 논의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따로 자세히 살펴 보고자 한다.
출처 : 2014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방송통신위원회)
방송 5사 주요 콘텐츠 경쟁력 평가
콘텐츠 중심으로 TV가 소비되고 광고시장이 움직여가기 때문에, 광고 관점에서 콘텐츠의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진다.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제이미디어렙에서는 시청률 지표를 보완하고 콘텐츠의 경쟁력을 정성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파일럿 조사로서, ‘주요 방송 5사 콘텐츠 경쟁력 평가’를 수행하였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송 5사에서 조사 시점에 방영 중이거나 방영을 막 끝낸 주요 콘텐츠들을 대상으로 시청 전 영향력(예시 : 일부러 찾아보았다)과 시청몰입도(예시 : 시작부터 끝까지 집중하여 본다), 시청만족도, 시청 후 전파력(예시 : 주변 사람에게 추천하겠다) 등을 각기 세분화한 항목으로 조사하였다. 또한 각각의 결과값들을 항목별 가중 평균을 통하여 통합 평가하였다. [그림3]
조사결과는 시청자의 반응, 광고시장의 반응을 유사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향후 지속 시청의향과 주변 추천 의향률이 높은 프로그램일수록 시청률 상승이 예상된다(시청 후 전파력 항목에서 상위 5개 콘텐츠에 들었던 ‘냉장고를 부탁해’는 조사시점 이후 실제 시청률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출처 : 방송 5사 주요 콘텐츠 경쟁력 평가 조사 (J미디어렙)
TV 혹은 방송사를 다시 생각한다
“콘텐츠가 왕이다(Content is King)”라는 말은 빌 게이츠가 1996년 처음 말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로부터 10년 후 2006년 IPTV가 시작되고, 다시 10년이 지나 스마트폰이 TV를 대체 보완하는 시청 디바이스로서 자리매김하고, 시공간적 제약 없는 시청행태가 확산되면서 새삼 되새기게 되는 말이다.
약 50%의 사람들이 집에서도 스마트폰으로 TV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약 40%는 TV가 없어서가 아니라 못 본 방송을 보기 위해서 스마트기기를 사용한다. 약 30%의 사람들이 가족 간 선호 프로그램이 다를 때, 채널권을 다투지 않고 각자 개인기기로 TV를 본다고 한다(‘2014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 참조’). 이전에는 TV 기기를 통해 접할 수 있는 특정 채널을 점유하고 있는 방송사업자가 곧 방송사였으나, 시청행위가 채널 단위가 아닌 콘텐츠 단위로 이루어지는 만큼, (제대로 된)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주체가 곧 방송사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이런 관점에서 2013년 2월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넷플릭스는 방송사다(올해 일본 진출에 이어, 내년 국내 진출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 초창기 인터넷서점으로 알려졌으나 다양한 커머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아마존도, 영화감독 우디 앨런을 내세워 콘텐츠 제작 및 유통 계획을 밝힌 방송사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을 통한 1인 방송들 중 일부는 기존 방송사를 넘보는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에 대해 광고주, 광고회사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실감한다. TV의 정의 자체가 세대와 개인에 따라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예산의 매체별, 스크린별 배분과 같은 기존 미디어플래닝의 도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현 시점에서 보다 중요한 일은 가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가치를 의미 있는 방식으로 측정하고, 마케팅에 적용 가능성을 찾는 일일 것이다.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 제이미디어렙에서 실시한 <방송 5사 주요 콘텐트 경쟁력 평가> 파일럿 조사결과(한국리서치, 서울수도권 및 5대 광역시 1,232명 대상)와 2015년 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2014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KISDI, 전국 6,042명 대상)내용 일부 인용하였음.
이승연 제이미디어렙 마케팅국 국장
- 前 SK플래닛(SK마케팅앤컴퍼니) Comm. Insight팀장/미디어플래닝팀장(2008-2015)
- HS애드(LG애드, 1995-1999)/엔즈웰(1999-2003)/금강오길비(2003-2006)/이노션(2006-2008)에서 다양한 업종의
국내외 광고주를 위한 미디어플래닝과 AOR대행 업무 담당
- 서울대 언어학과 졸업
[Media Insight 2] 콘텐츠가 왕이다(Content is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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