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는 전통 매체의 광고에서 새로운 디지털 매체의 광고로 성공적인 트랜지션을 이뤄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데이빗 드로가에 대해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거꾸로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마침내 ‘2015 The Agency Of The Year'에 선정된, 말 그대로 최고의 종합 에이전시 R/GA를 살펴보고자 한다.
글 ┃ 장승은 오버맨 대표
위_ NIKE + 플랫폼 / 아래_ NIKE Fuel Band
R/GA는 리차드 그린버그와 밥 그린버그, 두 형제에 의해 1977년 세워졌다. 리차드는 디자이너였고 밥은 프로듀서이자 촬영감독이었다. R/GA는 필름 프로덕션으로 시작해 디지털 스튜디오, 인터랙티브 광고회사, 그리고 종합광고대행사로 9년의 주기를 두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거듭났다. 프로덕션이었을 때 영화 <슈퍼맨>의 오프닝 타이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디지털 스튜디오로 변모하면서 TV광고 쪽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그리고 곧 리차드는 떠나고 밥 그린버그의 단독 체제로 운영되기 시작한다. 인터랙티브 광고회사로 변모를 꾀할 때 IBM, Levis, Nike, Verizon 등 빅 클라이언트들의 파트너가 되면서 온라인 사이트 구축을 주로 해오다가 오프라인 매장까지 인터랙티브 영역을 확장한다. R/GA는 2004년부터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를 맞아 클라이언트의 변화하는 니즈를 채우기 위해 서비스 영역을 모바일, 소셜, 디지털 광고로 넓히고 이 기간에 그 유명한 NKE ID, NIKE+ 온라인 플랫폼, NIKE Fuel Band를 만들며, 나이키를 말 그대로 ‘디지털 마케팅의 킹덤’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디지털 기술과 크리에이티브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창출하며 칸느 그랑프리 수상은 물론, ‘Digital Agency Of Decade’로 선정된다.
닥터 드레 Beats <Hear What You Want> 캠페인 ▲
런던 유학 시절, 광고계에 종사하던 외국 친구를 통해 들은 여담을 하나 소개하자면, Weiden+Kennedy가 당시 광고주인 나이키에 데리고 들어갔던 디지털 파트너가 R/GA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광고주가 R/GA를 더 신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단지 디지털 Function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캠페인 아이디어 자체에 대해서도 그러했다고 하니, 뜻밖에 기술적 장점 외에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인 크리에이티브 펀더멘털이 얼마나 탄탄한 회사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는 곧 R/GA가 세상에 쏟아낸 성공 캠페인들로 인해 증명이 되었는데, 닥터 드레의 <Hear What you want>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이 캠페인은 운동선수들이 게임 전에 세상과 자신을 차단해 마음을 가라앉히는 수단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인사이트를 Beats Wireless 헤드폰의 노이즈 제거 기능과 결합한 수작이다. 당시 Brooklyn Nets로 이적하여 부진한 활약과 팀과의 부적응 등으로 팬들의 노여움을 샀던 케빈 가넷의 스토리를 담아 큰 공감을 더했다. 그를 향한 소속팀 팬들의 비난과 분노는 음악을 방해하는 듣기 싫은 수준의 노이즈가 아니라 빅매치를 앞두고 페이스를 잃게 만들고 슬럼프에 빠지게 할 무서운 노이즈인 것이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당당히 걸어 들어가는 케빈 가넷의 차분함에서 조금의 놓침도 없이 완벽하게 소음을 제거하는 비츠 헤드폰의 기술력 또한 드러난다. 비츠 헤드폰의 필요성도, 역할도, 가치도 그 매력적인 스토리 안에 완벽하게 녹아든 것이다. R/GA는 이렇게 전통적인 메인 스트림 영역에서 조차도 선이 굵은 캠페인을 보여주며 광고시장을 평정해버린다.
위_ The Beats Pills / 아래_ Beats Musuc 애플리케이션
이 외에도 Pill 캐릭터를 만들어 집행했던 <The Beats Pills> 캠페인 또한 많은 사랑을 받았었는데, 알약 모양의 작은 스피커의 출력이 얼마나 큰지를 빅마우스를 가진 시끄러운 수다쟁이 캐릭터로 표현하는 센스를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Beats Music을 개발하여 단기간에 앱 순위 6위에 올려놓는 등 다각적인 솔루션과 캠페인들로 클라이언트와의 남다른 파트너십을 보여주고 있다.
▲ R/GA의 2015 칸느 페스티벌의 스타트업 관련 세미나 포스터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를 ‘에이전시’라 부르지 않고 ‘컴퍼니’라 부르는 R/GA가 가장 최근 보여주고 있는 주목할 만한 행보가 있으니, 바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서의 활약이다. 2014년 Techstars와 함께 사물인터넷 관련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시작했는데 일단은 꽤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엑셀러레이터들이 네트워킹 지원 위주인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브랜딩,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 등 비즈니스의 핵심역량에 가치를 더한 것이다. R/GA의 CCO 닉 로우는 관료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론으로 스타트업과의 협업의 가치를 말하기도 했다. 필자는 지금 칸느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발에 와있는데, 가장 기대되는 세미나 중 하나가 바로 R/GA가 주최하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에 관한 세미나이다.
그 밖에도 R/GA가 시작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행보가 바로 컨설팅이다. 나이키와 오래 일하다보니 마케팅에 국한된 파트너십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음을 깨닫고,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재구축 등 비즈니스 본질에 있어서의 대화와 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R/GA가 자신들의 경쟁회사 중 하나로 당당히 맥킨지로 꼽고 있는 것에서 이미 마케팅 파트너가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스탠스를 잡았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 2015 칸느 페스티벌에서 영예로운 the lion of St. Mark 수상하는 R/GA창업자이자 CEO 밥 그린버그
얼핏 보면 R/GA의 변화는 급진적이다. 그러나 들여다 보면 R/GA의 변화는 아주 당연하다. 항상 누구보다 먼저 흐름을 읽고 먼저 움직였을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변화를 현실화시킬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R/GA가 자신들의 문제해결법으로 밝힌 Think-Make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괴물과 같은 R/GA의 역량은 외의로 이 간단한 생각하기와 만들기에 있음을. 그것이 앱이든 웹이든 필름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제대로 만들 줄 아는 능력과 만들기 전에 클라이언트의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하는 능력 2가지 외에 더 무엇이 필요할까. 대부분의 문제는 둘 중 한 부분이 결여되어 있거나 능력이 모자른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선견지명을 가지고 에이전시의 미래가 되어온 Founder이자 CEO인 밥 그린버그는 드디어 2015 칸느 페스티벌에서 세계 광고 및 커뮤니케이션에 뛰어난 공헌을 해온 개인에게 수여되는 The lion of St. Mark의 영예로운 수상자가 된다. 그는 과연 어떤 수상소감을 밝힐까? 이 글이 인쇄될 즈음에는 곱슬머리 아저씨의 푸근한 얘기를 들을 수 있겠다.
글 ┃ 장승은 오버맨 대표
위_ NIKE + 플랫폼 / 아래_ NIKE Fuel Band
R/GA는 리차드 그린버그와 밥 그린버그, 두 형제에 의해 1977년 세워졌다. 리차드는 디자이너였고 밥은 프로듀서이자 촬영감독이었다. R/GA는 필름 프로덕션으로 시작해 디지털 스튜디오, 인터랙티브 광고회사, 그리고 종합광고대행사로 9년의 주기를 두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거듭났다. 프로덕션이었을 때 영화 <슈퍼맨>의 오프닝 타이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디지털 스튜디오로 변모하면서 TV광고 쪽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그리고 곧 리차드는 떠나고 밥 그린버그의 단독 체제로 운영되기 시작한다. 인터랙티브 광고회사로 변모를 꾀할 때 IBM, Levis, Nike, Verizon 등 빅 클라이언트들의 파트너가 되면서 온라인 사이트 구축을 주로 해오다가 오프라인 매장까지 인터랙티브 영역을 확장한다. R/GA는 2004년부터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를 맞아 클라이언트의 변화하는 니즈를 채우기 위해 서비스 영역을 모바일, 소셜, 디지털 광고로 넓히고 이 기간에 그 유명한 NKE ID, NIKE+ 온라인 플랫폼, NIKE Fuel Band를 만들며, 나이키를 말 그대로 ‘디지털 마케팅의 킹덤’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디지털 기술과 크리에이티브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창출하며 칸느 그랑프리 수상은 물론, ‘Digital Agency Of Decade’로 선정된다.
닥터 드레 Beats <Hear What You Want> 캠페인 ▲
런던 유학 시절, 광고계에 종사하던 외국 친구를 통해 들은 여담을 하나 소개하자면, Weiden+Kennedy가 당시 광고주인 나이키에 데리고 들어갔던 디지털 파트너가 R/GA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광고주가 R/GA를 더 신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단지 디지털 Function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캠페인 아이디어 자체에 대해서도 그러했다고 하니, 뜻밖에 기술적 장점 외에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인 크리에이티브 펀더멘털이 얼마나 탄탄한 회사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는 곧 R/GA가 세상에 쏟아낸 성공 캠페인들로 인해 증명이 되었는데, 닥터 드레의 <Hear What you want>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이 캠페인은 운동선수들이 게임 전에 세상과 자신을 차단해 마음을 가라앉히는 수단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인사이트를 Beats Wireless 헤드폰의 노이즈 제거 기능과 결합한 수작이다. 당시 Brooklyn Nets로 이적하여 부진한 활약과 팀과의 부적응 등으로 팬들의 노여움을 샀던 케빈 가넷의 스토리를 담아 큰 공감을 더했다. 그를 향한 소속팀 팬들의 비난과 분노는 음악을 방해하는 듣기 싫은 수준의 노이즈가 아니라 빅매치를 앞두고 페이스를 잃게 만들고 슬럼프에 빠지게 할 무서운 노이즈인 것이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당당히 걸어 들어가는 케빈 가넷의 차분함에서 조금의 놓침도 없이 완벽하게 소음을 제거하는 비츠 헤드폰의 기술력 또한 드러난다. 비츠 헤드폰의 필요성도, 역할도, 가치도 그 매력적인 스토리 안에 완벽하게 녹아든 것이다. R/GA는 이렇게 전통적인 메인 스트림 영역에서 조차도 선이 굵은 캠페인을 보여주며 광고시장을 평정해버린다.
위_ The Beats Pills / 아래_ Beats Musuc 애플리케이션
이 외에도 Pill 캐릭터를 만들어 집행했던 <The Beats Pills> 캠페인 또한 많은 사랑을 받았었는데, 알약 모양의 작은 스피커의 출력이 얼마나 큰지를 빅마우스를 가진 시끄러운 수다쟁이 캐릭터로 표현하는 센스를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Beats Music을 개발하여 단기간에 앱 순위 6위에 올려놓는 등 다각적인 솔루션과 캠페인들로 클라이언트와의 남다른 파트너십을 보여주고 있다.
▲ R/GA의 2015 칸느 페스티벌의 스타트업 관련 세미나 포스터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를 ‘에이전시’라 부르지 않고 ‘컴퍼니’라 부르는 R/GA가 가장 최근 보여주고 있는 주목할 만한 행보가 있으니, 바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서의 활약이다. 2014년 Techstars와 함께 사물인터넷 관련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시작했는데 일단은 꽤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엑셀러레이터들이 네트워킹 지원 위주인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브랜딩,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 등 비즈니스의 핵심역량에 가치를 더한 것이다. R/GA의 CCO 닉 로우는 관료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론으로 스타트업과의 협업의 가치를 말하기도 했다. 필자는 지금 칸느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발에 와있는데, 가장 기대되는 세미나 중 하나가 바로 R/GA가 주최하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에 관한 세미나이다.
그 밖에도 R/GA가 시작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행보가 바로 컨설팅이다. 나이키와 오래 일하다보니 마케팅에 국한된 파트너십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음을 깨닫고,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재구축 등 비즈니스 본질에 있어서의 대화와 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R/GA가 자신들의 경쟁회사 중 하나로 당당히 맥킨지로 꼽고 있는 것에서 이미 마케팅 파트너가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스탠스를 잡았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 2015 칸느 페스티벌에서 영예로운 the lion of St. Mark 수상하는 R/GA창업자이자 CEO 밥 그린버그
얼핏 보면 R/GA의 변화는 급진적이다. 그러나 들여다 보면 R/GA의 변화는 아주 당연하다. 항상 누구보다 먼저 흐름을 읽고 먼저 움직였을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변화를 현실화시킬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R/GA가 자신들의 문제해결법으로 밝힌 Think-Make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괴물과 같은 R/GA의 역량은 외의로 이 간단한 생각하기와 만들기에 있음을. 그것이 앱이든 웹이든 필름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제대로 만들 줄 아는 능력과 만들기 전에 클라이언트의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하는 능력 2가지 외에 더 무엇이 필요할까. 대부분의 문제는 둘 중 한 부분이 결여되어 있거나 능력이 모자른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선견지명을 가지고 에이전시의 미래가 되어온 Founder이자 CEO인 밥 그린버그는 드디어 2015 칸느 페스티벌에서 세계 광고 및 커뮤니케이션에 뛰어난 공헌을 해온 개인에게 수여되는 The lion of St. Mark의 영예로운 수상자가 된다. 그는 과연 어떤 수상소감을 밝힐까? 이 글이 인쇄될 즈음에는 곱슬머리 아저씨의 푸근한 얘기를 들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