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광고물의 홍수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 주변에는 불법광고물이 무질서하게 난립해 있다. 합법적인 광고물과 불법적인 광고물을 정확하게 구분해서 불법광고물은 걸러내고, 불법광고물에 대한 사회인식을 개선시키는 등 아름다운 도시환경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과 성과를 보이고 있는 부산광역시와 서울시 관악구 사례를 소개한다.
글 _ 천용석(한국옥외광고센터 기획개발부 담당관)
부산시
U-옥외광고물통합관제시스템 구축
부산시의 옥외광고물 관리에 대한 접근법
부산광역시에 속한 16개 자치구·군은 2014년 한 해 동안 옥외광고물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이는 부산시의 주도로 이루어진 전략적 사업추진이었다. 부산시는 부산 전역에 설치되어 있는 옥외광고물을 전수조사하고 합법적인 광고물과 불법적인 광고물을 걸러내고, 불법적인 광고물은 다시 요건이 구비되어 있는 상태(요건구비)인지 아니면 요건이 구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요건불비)인지를 파악하여 신고를 계도할 것인지 혹은 철거를 명령할 것인지 판단했다.
이에 대한 성과로 부산시는 2015년 11월 18일 현재, 요건구비 불법광고물 중 약 21.5%를 양성화(설치 신고)시키는 획기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부산시의 옥외광고물 관리에 대한 전략적 접근과 성과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옥외광고물의 효과적 관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옥외광고물 전수조사와 U-옥외광고물통합관제시스템 구축
부산시는 지난해 부산 전역에 설치되어 있는 옥외광고물의 관리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고자 옥외광고물 전수조사와 U-옥외광고물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전수조사를 통해서 파악된 합법광고물은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고, 불법광고물은 양성화 또는 철거를 통해 근절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추진했다.
그 결과 총 4억 3,000만 원(부산시가 1억 4,000만 원, 구·군이 2억 9,000만 원)을 들여 부산시 전역에 대한 옥외광고물 전수조사를 마쳤다. 예산은 부산시와 지자체의 매칭 펀드로 조성되었는데, 부산시는 시비를, 지자체는 옥외광고정비기금 등을 사용했다. 매칭 비율은 부산시 대 지자체가 3 대 7 혹은 5 대 5 비율이었다. 부산시에서 지자체에게 최대 1,000만 원을 지원했기 때문에 지자체 규모에 따라서 전수 조사 비용이 비교적 많이 소요되는 곳은 시비의 지원액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자체적으로 사용했다(표 1 참조).
이에 그치지 않고 16개 구·군의 광고물 현황과 각종 통계자료를 실시간으로 관제하여 광고물을 관리할 수 있는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했다(그림 1 참조). 이는 부산시가 1억 6,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인·허가 건수, 적/불법광고물 현황, 광고물 정비 상황, 과태료 부과, 요건구비 불법광고물 양성화 등과 관련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 이러한 업무가 가능한 이유는 지자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새올행정시스템과 세외수입정보시스템의 데이터가 관제시스템에 연동되어 있어 통합적으로 데이터가 처리 및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전수조사와 관제시스템의 성과
부산시는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전수조사 및 관제시스템 구축 그리고 불법옥외광고물 양성화를 추진해 왔다. 전수조사 결과 부산시 내 옥외광고물의 개수는 총 39만 9,620개이며, 그 중에서 적법 옥외광고 물은 14만 3,864개(36%), 불법 옥외광고물은 25만 5,756개(64%)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옥외광고물 중에서도 합법화(양성화) 될 수 있는 요건구비 옥외광고물은 13만 656개(전체 중 33%, 불법 중 51%)이며, 합법화될 수 없는요건불비옥외광고물은12만 5,100개(전체중 31%, 불법중 49%)로 나타냈다(표 2 참조).
2009년 행자부 추진의 전국적인 전수조사 결과와 비교하자면 부산시의 현재 옥외광고물 상태는 적법비율이 2009년 45% 보다 다소 줄었으며, 불법비율에서는 2009년 55% 보다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전수조사가 부산시에 한정된 조사이기 때문에 전국적인 비율로 확대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부산시의 경우를 빗대어 보자면 2009년에 비해 적법비율보다 불법비율이 다소 늘어났음을 예측할 수 있다.
불법옥외광고물을 감축하기 위해서 부산시는 양성화가 가능한 요건구비 불법옥외광고물의 경우 지자체 단위에서 광고물 광고주(점포주)에게 계고하여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광고주 중에서는 본인 점포의 광고물이 불법적으로 설치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고를 통한 양성화가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지자체 담당공무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옥외광고센터(2014)의‘옥외광고 인지도 및 정책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 중 34.5%, 점포주 중 15.0%는 옥외광고물 설치기준(표시방법) 정책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게다가 광고 제작자가 광고물 설치 시 점포주에게 옥외광고물 설치기준(표시방법)을 안내하지 않는 경우도 전체 중 1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점포주가 자신의 광고물이 불법적으로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따라서 부산시는 단순히 단속을 통해 철거하기 보다는 점포주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저지른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 합법화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관련 조치를 시달하고, 지자체는 점포주에 대한 계고 활동을 통해서 양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관제시스템과 연동되어 요건구비 불법옥외광고물이 얼마나 양성화 되고 있는지 일주일 단위로 업데이트 되고 있다.
양성화대상광고물에한해서는 양성화유인책으로 수수료를면제해주는 것은물론허가·신고절차를 간소화하기위해전수조사를 통해취합한원색사진과 원색도안의 제출을 제외시켜 주고 있다. 또한 부산시는 지자체의 자발적인 양성화 업무 추진을 독려하기 위해 양성화 실적을 구·군 종합평가 점수에 반영하고 있다. 부산시와 지자체의 이러한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지난 11월 18일 현재 양성화 대상광고물총5만5,228개 중에서 약 21.5%의 광고물을 양성화하여 제도권내에 관리하고 있다(그림2 참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필요
부산시는 이러한 시스템 운영의 노하우를 가지고 향후 격년마다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이어갈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2016년에 전수조사를 위한 예산으로 총 3억 2,000만 원(시 예산 1억 6,000만 원, 지자체 예산 1억 6,000만 원)을 책정해 두었으며, 양성화 정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 언론홍보 및 광고물 관련 단체 등에 전파할 예정이다.
관악구
현수막 정비·관리방안 정책 토론회 개최
지난 10월 23일 서울시 관악구가 아름다운 도시환경 조성을 위한‘현수막 정비·관리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200여 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관련 업계, 시민단체, 정당, 중앙정부, 지방 자치단체 등 각계각층의 패널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1·2부로 나눠서 이루어진 이번 행사에서는 먼저 김정수 한국옥외광고정책연구소장이 발제자로 나서서“최근 불법 현수막의 급격한 증가로 도시미관 저해는 물론, 시민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어서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을 위한 현수막의 효율적인 정비와 관리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이 오히려 불법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1부에서는 임병욱 한국전광방송협회장이 진행을 맡은 가운데 고은정 명지대학교 교수, 민경조 행정자치부 주민생활환경과사무관, 민영진관악구의회행정재경위원회부위원장, 박승한사단법인관악사회복지 상임이사, 박진애 종로구청 광고물팀장, 위성연 한국옥외광고센터 간판개선부 과장, 정우윤 새정치민주 연합서울시당홍보국장,최영균사단법인서울특별시옥외광고협회장이참석해토론을벌였다.
열띤 토론을 벌이는 가운데 참석자 대부분이 불법현수막을 관리해야 할 주체인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 지방자치단체가 오히려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영진 관악구의회 행정재경위원회 부위원장은“관악구는 불법광고물을 정비하기 위해 연간 1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관악구청각과와주민센터등에서대주민홍보현수막게첨비용으로지출한금액이2014년에모두합쳐서1억원가량이었다”고설명했다.
박진애 종로구청 광고물팀장 역시“불법광고물 중에서도 국가 등 공공기관과 각 정당의 현수막이 급증하고있다”면서 각 기관에서는 공익목적으 로표시하는 공공 현수막, 정당 현수막을 우선적으로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위성연 한국옥외광고센터 간판개선부 과장은“거리에 난립하고 있는 현수막이 불법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법현수막에 대한 처벌수준이 약하고, 정비하는 공무원 인력이 부족하고, 현수막을 대체할 수 있는 홍부수단이 부재한 데다가 불법 현수막에 대한 사회인식 수준이 미흡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 해결방안으로 불법 주·정차 스티커와 같이 불법 현수막임을 알릴 수 있는 스티커부착이나 불법현수막을 식별하는 사회인식수준을 높여 고객과 시민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회사나 공공기관이 경각심을 가질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무조건 단속 대신 다른 대안 필요하다
발제자들은 불법 현수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불법 현수막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과 함께 합법적인 현수막 게시대 확대, 전자현수막 등 다른 홍보수단 마련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영균 사단법인 서울특별시옥외광고협회장은“현수막 게시대 수량이 부족하여 불법으로 현수막을 부착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불법 현수막이 많은 위치를 중심으로 현수막 게시대 수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영진 관악구의회 행정재경위부위원장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인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중에서 광고물의 범위에 디지털광고를 추가하여 불법현수막 대신에 초기비용은 들지만 광고효과가 큰 전자현수막 게시대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위성연 한국옥외광고센터 간판개선부 과장 역시“새로 지정게시대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것이 현실이기에 디자인만 잘 고려한다면 단층형 현수막이 대안이될수있고, 외국처럼공사·보수현장등에서 차폐광고를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밖에도 박진애 종로구청 광고물팀장은“주말 등 요일과 장소를 정해서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도록‘기간제 허용’을 해주는 것은 어떨까”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해진 구역의 허용일 이외에는 강력하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무조건적인 단속이 아니니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않을까 하는 의견이었다.
이날 중앙정부 대표로 참석한 민경조 행정자치부 주민생활환경과 사무관은“불법유동광고물이 1~2년 내의 문제가 아니라 몇십 년 동안 쌓여온 문제여서 쉽게 해결하기 힘들다”고 설명하면서 올해 국조실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 중 하나로‘불법유동광고물 정비계획’을 마련해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정비 경과 불법유동광고물이 많이 개선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의 불법 현수막을 우선적으로 단속하고, 현수막 게시를 자제해달라는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부족한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불법 현수막을 교차 단속하거나 민간단체와 함께 공동 단속을 펼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마련중이라고 민경조 행정자치부 주민생활환경과 사무관이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특정기간이나 특정장소에 현수막 설치를 허용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좀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하고“현수막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매체나 대안 게시대는 현재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