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는 공상가들의 머릿속에서 나온다. 돌이켜보면 우리 시대의 모든 진보를 이끈 이들은 모두 공상가였다. 하늘을 날고 싶은 꿈, 달나라에 가고 싶은 꿈도 처음에는 어느 한 사람의 황당한 공상일 뿐이었다. 자신의 길을 걸으며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미래를 설계해가는 각 분야의 공상가들. 이들이 꿈꾸는 미래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분명한 건, 상상하는 만큼 미래는 새로워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자신을 소개해달라
자신을 소개해달라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자신을 소개해달라
생각버스 프로젝트 디렉터이면서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이다.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문화행사에 관심이 많아 직접 돌아다니길 좋아한다. 활달한 성격에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고 패션에도 관심이 많다.
어쩌다 공상가가 되었나?
중학생 때부터 미술을 전공해왔고 대학에 와서도 계속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연스레 공연문화행사나 예술 분야 이벤트에 참여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는데, 그러면서 더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찾아 나서려고 노력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생각버스 프로젝트를 하기 전부터 버스 타는 걸 좋아해서 버스로 서울여행을 많이 했다. 보고 경험하는 게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일을 상상해보고 만들어보고 구체화하게 됐다.
주로 언제, 무엇을 떠올리는가?
버스를 탈 때다. 그래서 집중해서 고민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일부러 버스를 타기도 한다. 작업하고 있는 것에 고민이 필요하거나 결정할 것이 있을 때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은 꽤 가치가 있다. 그리고 버스에서 막연히 이런저런 풍경과 사람들을 마주하다가 메모해둔 것 중에 재기발랄한 것이 많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주로 버스를 타고 가며 보는 풍경들과 연관이 될 때가 많다. 간판이나 도시 풍경을 보면서 ‘각각의 마을이나 동네가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수는 없을까?’ 혹은 ‘버스를 타면서 어떤 것을 경험하면 좋을까?’ 같이 주로 보고 경험하는 것들 위주로 상상을 시작한다.
공상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체력과 끈기다. 공상가는 사전적 정의처럼 쓸모없고 현실성 없는 상상을 한다고 치부하기 쉬운데, 그런 상상들도 현실화하고 싶다거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모든 상상, 공상들도 사실은 언젠가는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해내는 것들이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이미 세상에 있지는 않은지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 보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체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필요한 덕목은 끈기다. 아무리 새롭다고 한들 끈기를 가지고 지속하지 않으면 실현할 수 없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작은 움직임이라도 계속 유지해나가는 끈기가 중요하다.
공상은 나의 힘이다?
지속적인 공상과 호기심이 계속해서 재미있는 일을 물어오는 역할을 해주는 듯하다. 내가 해온 다양한 공상들, 그리고 이뤄낸 것들 덕분에 다시 새로운 일이 생기고 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더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하게 된다. 내가 공상가이기 때문에 평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공상은 그렇게 자신에게 가치를 부여하며 계속해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주변사람들은 내게 말하지
앞에서 말한 가치부여에 대한 표현은 지인이 내게 해준 말이다. 때론 낙담하고 지친 나에게 대단한 사람이라며 치켜세워줬다. 아마도 공상으로 끝나지 않고 추진해서 일을 이루어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해줬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상상하는 미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서울에 살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지치지 않고 즐거운 일을 찾아 나서고 있지 않을까 한다. 피터팬처럼 나이가 들어도 아이같이 사는 삶을 꿈꾸게 된다.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보고 후회하지 않는 삶 말이다.
그래도 이것만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꿈’ 아닐까, 힘들고 각박해서 모두가 가장 먼저 덮어두는 게 꿈이라지만, 그저 잠시 덮어두었을 뿐 가장 빛나는 게 꿈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공상가답게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누구나 쉽게 꿈을 말할 수 있고 남들에게 말하지 않아도 소중히 간직하는 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이를 먹어도, 혹은 아무리 힘들어도, 세상이 변한다고 해도 변하지 않을 단 하나의 것이 아닐까.
상상하는 미래가 현실이 되는 데 필요한 것
앞에 말한 체력이나 끈기만큼 중요한 것이 추진력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시기에, 계획한 것을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주춤한다면 그 꿈과 상상은 이루지 못하고 저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자신을 소개해달라
스웨덴스러운(?) 외모를 가졌다. 사람들의 발소리마저 정겨운 북촌에 터를 잡아 창업한지 10개월이 됐다. ‘다락방 구구’라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알베르게(여행자숙소)를 닮은 공간과 교육프로그램 기획사를 함께 꾸려가고 있다.
어쩌다 공상가가 되었나?
시골에서 자랐다. 이순신 장군이 달 뜨는 것이 아름답다고 해서 ‘미월(美月)’이라 이름 붙인 동네였는데, 텔레비전 말고는 문명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곳이었다. 가난하기도 했고, 그래서 아버지가 맹신하는 TV너머,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고 사는 꿈을 어릴 때부터 꿔왔다.
하루 중 주로 언제, 무엇을 떠올리는가?
자기 전에 항상 책을 읽는다. 나 자신도 미처 몰랐는데 오랜 시간 그렇게 살아왔더라. 책을 읽으며 덜거덕 걸리는 문장들을 되뇌며 ‘왜 그랬을까, 정말 이게 맞을까’ 곰곰이 곱씹어보는 일을 좋아한다. 침대에 앉아서 ‘신촌문예 도전은 언제하지’, ‘앞으로 회사는 어떻게 운영하지’ 등 현실과 이상 사이를 오간다.
공상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이다. 그래서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가볍게 결단을 내리려고 노력한다. 세상에 정감은 없으므로 해보고 안 되면 또 해보고,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른 방식으로 해보고... 친구들이 보기에는 무모해 보이지만 난 실수를 거듭하면서 진화한다.
공상가라서 좋은 점
음... 통찰력이 있다는 점? (부끄럽다.) 정답은 몰라도 오답이 뭔지는 알 것 같다. 내 나름대로 ‘구슬 꿰기’ 라고 표현하는데, 아이디어들을 관통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본질에 대해서 항상 묻고 답한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말하지
여자 정주영. 같이 일한 직원이 해준 말인데, “우리 이거 한번 해보면 어때?”라고 말한 뒤에 “왜 안돼? 이렇게 하면 되지 않아?”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그걸 바로바로 해내는 것이 신기하다며, 그러나 그 모습을 견디기 힘들어 퇴사했으니... 분명 장단이 있다.
내가 상상하는 미래는?
웬만한 일들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게 될 테고 인간은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할지 몰라 방황하고 카트를 끌면서 온종일 마트를 돌아다니고 있지 않을까. 예술, 창작 영역, 힐링과 정신 치유 등 몇 개만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으로 남을 것 같다.
그래도 이것만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이것만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사랑받고 싶은 욕망. 사람들은 모두 가치 있고 인정받는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 공상을 실현하는 힘도, 이룬 것들을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근처에 깔렸기 때문인 것 같다.
상상하는 미래가 현실이 되는 데 필요한 것
사랑이다. 쉬워 보이는 일도 친구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걸 처절하게 깨달았다. 더욱이 나는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약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 마음을 나누고 위로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워커홀릭으로 산던 과거를 벗어나 친구나 가족에게 잘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리고 1,0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끝없이 질문하고 답한 과정이 있었기에,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찾을 수 있었다. 요즘도 하루 한 시간은 걸으며 마음속의 복잡함을 덜어내려고 한다.
자신을 소개해달라
친구들이랑 노는 거 좋아하고 장난기 많은, 미래의 한량을 꿈꾸는 사람이다. 마침 ‘안 될 건 뭐람?’ 이라는 나의 낙천적인 성향이 요긴하게 쓰이는 직업을 발견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생계형 광고인이다.
어쩌다 공상가가 되었나?
어릴 때 책이랑 영화를 많이 본 게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이 되는 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땐 밖에서 놀다가 집에 들어오면 TV도 안 보고 책만 봤고, 할리우드 액션과 홍콩 누아르 명화를 많이 봤다. 장국영보다 주윤발이, 아널드 슈워제네거보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나의 영웅이다. 지금도 책과 영화를 볼 때 작가와 감독의 상상 세계를 방문하는 것 같아서 신난다.
공상가의 하루는 어떠한가
혼자 있을 땐 시도 때도 없이 딴 생각에 잘 빠져서 버스나 지하철을 탔을 때 정거장을 자주 놓친다. 특별한 상상을 한다기보단 셀프 리뷰를 자주하는데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장면이나 인물의 행동 의미, 나라면 어땠을까 같은 생각에 일주일 넘게 빠질 때도 있다. 예전엔 그런 것들을 다 기억했었는데 요즘은 자꾸 잊어서 적어두기 시작했다. 몇 달 지나서 읽어보면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서 도움이 된다.
공상가라서 좋은 점
드라마 <나인>에서 ‘기자의 직감으로 이 판타지가 팩트라는 확신이 든다’는 대사를 듣고 내가 하는 일은 판타지를 팩트로 만드는 일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의 직감으로 이 판타지를 팩트로 만들 만하겠어’ 같은 거다. 내 일기장에만 적혀 있을 상상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많고, 때로는 그것을 실현할 기회가 오기도 하니까 좋은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말하지
중학교 때 글짓기 대회가 있었는데, 그때 한창 국어시간에 배운 소설의 시점에 대해 흥미를 느끼던 때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써봤다. 소설 속에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고, 내가 그 사람인 것처럼 하루의 이야기를 써서 냈다. 그런데 선생님이 잘 썼는데 이건 소설이 아니라 진짜 네 이야기니까 소설로 인정할 수 없다며 다른 친구에게 1등 상을 줬다. 그때 이럴 거면 대체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는 건 왜 가르친 건가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상한 선생님이다.
내가 상상하는 미래는
지금보다 땅에 흙도 많고, 나무도 많고 훨씬 더 자연의 모습에 가까워져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지구상에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것이 너무 많다. 이 모든 것이 밖으로 존재하지 않아도 기능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 그래서 지금처럼 많은 일을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어 시간이 남아도는 삶을 사는 것, 저녁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탁에 모여 맛있는 것을 먹고, 좋아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흥청망청 소비하며 사는 것이 내가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그래도 이것만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진실한 사랑’. 찰스 다윈이 처음으로 진화론을 주장한 19세기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안나 카레니나), 아픈 기억만을 지워주는 기술이 발견되어도(이터널 선샤인), 인공지능 운영체제가 가능해진 때에도(Her) 다들 그렇게 진실한 사랑만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랑은 변하지 않을 거다.
상상하는 미래가 현실이 되는데 필요한 것
낭만과 풍류. 낭만이 넘치고, 풍류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자본가, 기업가, 정치인, 학부모, 교사 그리고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이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세상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친구들끼리 모임의 이름이 NF(낭만과 풍류)고, 노래방에 갈 때마다 최백호 씨의 ‘낭만에 대하여’를 부른다.
자신을 소개해달라
엔씽 공동창업자로 상당히 노숙한 얼굴과는 달리 28살 청년이다. 공상가이긴 하지만 공대생이라는 배경 때문인지 유달리 논리를 따지는 공상가다. 한때는 여행에 미쳤었고, 사진에 미쳤었고, 독서에 미쳤었고, 서핑에 미쳤었던 ‘공대생’. 논리를 따진다고 해놓고 보니 참 연관이 없는 것들에 미쳤던 것 같다.
사물인터넷과 농업의 만남, 어쩌다가?
사물인터넷 기술은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다. 늘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이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다만 기술 격차 때문에 그것을 누리지 못하던 일반 사람들이나 여타 다른 산업에도 기회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특히 농업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낙후된 산업인데, 사물인터넷 기술로 혁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생각들
늘 ‘기존의 방식을 어떻게 깨드릴까’가 머릿속에 가득하다. 특히나 회사를 운영하면서 생기는 일들을 좀 더 ‘센스’있게, 세련되게 처리할 방법을 많이 고민한다. 바쁘게 일을 하다가도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편이다.
공상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현실? 집어치워!’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배짱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행동을 시작하기 전 사람들은 보통 조건을 따지게 된다. 그 다음 할 수 없는 이유를 여러 개 늘어놓고는 이 일을 왜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변명으로 삼는다. 그것보다는 그 일을 해조고 싶은 이유, 그리고 작게라도 시작해볼 방법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 ‘현실? 집어치워!’라는 생각으로. 왜냐, 젊으니까!
공상은 나의 힘이다?
20대 초반, 대학생 신분이었지만 배낭여행을 시작하면서 상상 밖의 경험들을 접하게 됐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면서 마찬가지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경험들을 하게 됐다. 내가 생각하던 ‘계획’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는 순간이 많았다. 그 뒤로는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상상하게 됐다.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해보는 거다. 그러고 나면 행동이 과감해진다. 할 수 없는 이유보다는 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게 됐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말하지
배낭여행에서 만난 스위스인 친구가 나에세 한 말을 아직도 새기고 있다. “I like your crazy life style. You are doing right thing.” 불가능할 것 같은 여행을 하는 내게 남겨준 메시지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의 공상에 누군가가 아니라고 말하는 순간 전투력이 올라간다. 그럼 ‘내가 보여줄게, 거봐, 맞지?’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까지 보여주고 싶다.
내가 상상하는 (농업의) 미래는?
첨단 농업이 발달하고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농업보다는, 우리 모두가 농부가 될 수 있는 사람 친화적인 농업을 꿈꾼다. 기술이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여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 더 이상 모두에게 농업은 어려운 것이 아닐 것. 거대란 논밭을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베란다에서 누구나 작은 텃밭을 가꿀 수 있는, 우리가 모두 농부가 될 수 있는 미래를 꿈꾼다.
그래도 이것만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세상이 빨라지더라도, 결국 사람들은 휴식을 위해 자연을 찾게 된다는 것, 자연과 소통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된다는 것을 믿는다.
상상하는 미래가 현실이 되는 데 필요한 것
현실감각이 가장 필요하다. 여기에서 현실은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아니라 내가 상상하는 것들이 현실이 되었을 때의 현실감각이다. 가끔은 내가 상상하면서도 그것들을 의심하게 되기도 하거든. ‘계획은 없고 기회는 있다’가 나의 계획이다.
자신을 소개해달라
마포구 한 귀퉁이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덤빈 서른 살 된 처자다. 일단 시작한 일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이라 김도저 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원래는 조경디자인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꽃과 나무 보다는 식용작물과 요리에 빠져선 농사지으며 밥해먹는 게 요즘 낙이다.
어쩌다 ‘파릇한 절믄이’가 되었나?
사실 파릇한 절믄이 초창기 멤버는 아니다. 초창기 멤버들은 거의 학생들이었는데 직접 기른 작물을 근처 레스토랑에 납품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했고 우연한 계기로 옥상을 기부 받아 텃밭을 꾸렸다. 나의 경우는 2014년 1월에 파절이에 동참했는데, 같은 해 12월에 파절이 협동조합 사업실패로 옥상을 철거할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이 프로젝트가 사라지는 게 싫어서 떠안은 케이스다.
요즘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생각들
어떻게 하면 농사로 서울에서 먹고살 수 있을까 고민한다. 농번기가 끝나고 농한기에 접어들었거든, 겨울 동안 잘 준비하고 내실을 다져서 내년에 제대로 농사짓고 놀아봐야지 하고 있다. 내년에 제대로 못하면 다시 취직하기로 스스로하고 약속했다. 어쨌든 엄청나게 바빴다가 요즘엔 한가해져서 온종일 멍 때릴 때가 있다. 뭐 생각에 잠기는 때가 정해져 있나.
공상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내가 옳다’라는 믿음. 그렇지 않으면 공상은 망상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내가 공상하는 것들을 실천하고 현실로 구현하려면 웬만한 믿음 가지곤 안 된다. 계속해서 내가 맞다고 생각하면서 세상에 덤벼야 한다. 그러다 보면 지지해주는 사람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공상이 현실화되는 지점이 생긴다.
공상이 내 일상에 미치는 영향
사실 좋은 점은 없다. 공상가에서 멈추지 않고 실현하려고 현실의 문을 두드리면 대부분 모질게 내쫓기거든. 오기가 나서 어떻게든 하려고 덤비고, 꺾이고 하다가 포기할 때쯤 아주 조금 상상하던 게 이뤄지는데, 이 순간의 쾌감이 문제다. 힘든 건 까먹고 왠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자꾸 덤비게 된다. 좋게 말하면 공상이 나의 일상에 재미를 주는데, 나쁘게 말하면 귀찮은 일을 벌이게 된다는 거.
주변 사람들은 내게 말하지
철 안 들었다고들 한다. 어떻게 먹고살지 궁리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다. 하루하루 재미있는 일을 한 가지씩은 하고 싶어서 공상하며 파릇한 절믄이에서 이것저것 벌이는데, 사실 그런 것들이 수입으로 연결되진 않으니까.
내가 상상하는 미래는?
도시에서 농사짓는 사람으로서, 이런 농사문화가 도시에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상상을 한다. 건강을 챙기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법칙처럼, 잘 먹고살려면 농사를 해야 한다는 법칙이 만들어지는 미래는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다. 현대 도시는 너무 소비적이라 생각한다. 무엇인가 생산할 수 있는 문화를 농사가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이것만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불변의 법칙은 ‘노력한 만큼 얻는다.’ 옛말엔 안 믿고 꼼수 많이 쓰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
상상하는 미래가 현실이 되는 데 필요한 것
사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혼자 멀리 가면 빨리 가는 것처럼 보여도 멀리 갈 수 없다. 그러니까 함께 멀리멀리 가야한다. 내 공상이 현실이 되길 원한다면 나의 꿈을 공유하고, 함께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난 항상 남들에게 내 생각을 말하고 다닌다. 뜻 맞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