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구환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YDM) 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
모바일 검색 비중이 데스크톱을 넘어섰다
2015년 여름, 구글의 검색 비즈니스 VP인 ‘아밋 싱할’이 한 이야기다. 이미 해가 바뀌었고 스마트폰의 공급과 사용자들의 이용시간이 늘어났으니 갭을 더 벌리고 있을 것이다. 네이버 역시 2015년 네이버커넥트 행사에서 모바일 검색 비중이 데스크톱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고 발표했었다. 검색은 온라인광고의 바로미터와도 같은 역할을 해왔다. PC 시대, 데스크톱 시대, 웹 시대 서비스 및 비즈니스를 대별하는 두 회사의 트래픽 본질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온라인 광고의 지평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이마케터는 2016년에 처음으로 디지털 디스플레이 광고가 검색을 추월할 것이라 했다. 즉, 비검색광고의 비중이 검색광고를 넘어설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광고에서 검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다. 그러나 여기에도 변화의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모바일을 등에 업고 소셜 및 앱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미디어의 두드러진 성장세다. 특히 비디오 콘텐츠가 트래픽의 주요 형태가 되면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모바일, 소셜, 비디오 콘텐츠 이 삼두마차는 미디어의 지평에 큰 변혁을 몰고 오고 있다. 바야흐로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 국내 서비스 시작
올해 초 CES에서 큰 뉴스 하나가 국내 미디어 업계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세계 최대의 비디오 콘텐츠 서비스 업체이자 제작사인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 소식이었다. 한 달 무료라는 당근으로 국내 가입자 끌어들이기에 나섰으니 사용자들의 반응이 어떠할지 궁금하다. 실제로 가입하여 사용해보고 있는데, 스트리밍 퀄리티가 거슬리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견해에 따라 엇갈리는 전망들이 있지만, 연초 글로벌 미디어의 국내 진출 뉴스는 디지털 변혁의 칼바람이 더욱 거세게 몰아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더 많은 신생미디어 기업들이 한국시장 진입을 노크할 것이다.
‘글로컬화’되는 미디어
국내 시장은 여러 가지로 독특하다. 네이버 울타리에 갇힌 검색 시장, 카카오톡에 갇힌 메신저 시장, 국내 서비스 업체에 의해 80% 이상의 시장이 점유되고 있다. 여기에도 미약하나마 변화의 조짐은 있다. 소셜 서비스 중에 페이스북 사용자는 1,800만을 넘어섰고, 사진 공유 서비스인 인스타그램도 300만 사용자를 넘어섰다. 그리고 지난해 하반기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 일색인 검색 시장에도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구글의 점유율이 5%를 넘어섰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시장은 네이버, 카카오에 갇혀 있다. 편리함을 주는 장점도 있지만 트래픽뿐만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가 이들에 의해 좌우되니 해외의 흐름과는 동떨어지는 경우가 많이 생겨나고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예가 생겨나고 있다. 디지털마케팅 관련 솔루션 업체들의 성장이 외국에 비해 뒤처진 것이 큰 예가 아닐까 한다.
16억 사용자. 사용자당 12달러 정도의 매출.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장에서 소셜 서비스 접수. 개별 사용자에 대한 방대한 정보 보유 및 관계·성향 파악. 파트너를 통한 최적화된 광고플랫폼 제공. 광고주가 직접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모든 툴 제공. 유튜브를 위협하는 동영상 유통량. 페이스북(Facebook)의 얘기다. 페이스북을 통하면 거의 모든 국가의 고객들에게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거의 모든 국가’는 페이스북이 글로벌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고객들에게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로컬적 특성을 고려하여 접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과 ‘로컬’을 합성하여 ‘글로컬’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서비스 접근성으로 글로벌화를 지원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하며 로컬화를 지원한다. 글로벌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디지털 시대는 네이버 및 카카오톡에 갇혀 있는 국내 시장에 많은 난제를 던져주고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버즈피드나 허핑턴포스트 같은 신생 디지털 미디어에 접속하면 신기하게도 한글을 많이 볼 수 있다. 광고를 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미디어들이기에 광고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여기에 한글 광고가 나타난다는 것. 버즈피드에 접속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된다는 방증일 것이다. 미디어의 글로컬화는 이러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 디지털 미디어는 태생적 유전자로 인해 글로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광고서비스 역시 국내에서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DSP·SSP, RTB·Programmatic과 같은 기술적 특성에 의해 제공된다. 디지털은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이 기술은 글로컬하다. 디지털 미디어의 글로컬한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 페이스북의 성장을 뒤이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 인스타그램 역시 젊은층을 주 사용자층으로 확보하며 이러한 흐름을 주도할 것이다.
디지털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메시징 앱
이마케터 자료에 따르면 메시징 앱 사용자는 작년 14억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성장세는 꾸준히 계속되어 2018년에는 20억 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 수치라면 스마트폰 보유자의 80%가 메시징 앱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메시징 앱 역시 글로컬한 특징을 가지며 서비스로서뿐만 아니라 디지털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페이스북처럼 전 세계적인 단일한 플랫폼은 아니지만 미주 및 유럽의 왓츠앱, 중국의 위챗, 일본 및 동남아의 라인 등과 같이 지역에 따라 우위를 갖는 형태로 사용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스냅챗 역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중심으로 사용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메시징 앱들은 사용자들의 앱 사용 빈도수와 머무르는 시간이 길기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메시징 앱들은 게임이나 이모티콘 같은 디지털 유료 콘텐츠로 시작하여 인앱 구매, O2O 프론트, 모바일 결제 등의 플랫폼으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갖는 서비스적 몰입도 때문에 부가적인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쉽지 않은 장벽들을 하나씩 걷어내며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이러한 메시징 앱들은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뿐만이 아니라 미디어로서의 기능도 확대하고 있다. 메시징 앱이 갖는 빈번성과 머무르는 시간을 무기로, 소비자와 브랜드를 1대1로 연결해주며 마케터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이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에 바탕을 두고 있음은 자명하다.
인플루언서들
양띵이나 ‘UnPacked’라는 이름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몇백만의 팔로워 또는 팬을 거느리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가 ‘인플루언서’다. 이들은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나 스토리를 기반으로 팬 또는 팔로워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들의 추종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인플루언서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에 팔로워나 팬들은 맹렬하게 반응한다. 인플루언서들은 그 자체로서 미디어적인 특성을 가진다. ‘셀럽’이라 불리는 연예인들이 갖는 파워를 이제는 이들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나타나는 곳, 이들이 활동하는 그 장이 바로 미디어가 된다.
MCN(Multi Channel Network)이라는 이름으로 인플루언서들을 묶으려는 노력도 일어나고 있다. 개별 인플루언서들이 가지고 있는 미디어 파워를 하나로 연결하여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고 이들이 생산해내는 콘텐츠를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MCN 자체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인플루언서들의 숫자로서의 규모와 영향력의 합을 보면 이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노력은 디지털 생태계 내에 있는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콘텐츠 자체가 미디어
<삼시세끼>, <응답하라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흐름이다. 영화도 각각 미디어로서 강력한 힘을 가진다. 이제는 이러한 힘이 일반적인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도 주어지고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이 일반화되고 접근성이 100%인 미디어들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는 그 자체로서 엄청난 파워를 지닌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지금까지 25억 뷰를 달성하고 있으며, 최근 발표한 ’대디’ 역시 1억 뷰를 넘어서고 있다. 강남스타일의 춤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강남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삼시세끼> 역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시세끼, 응팔 등에 사용된 음악, 음식, 소품 등은 없어서 못 팔정도로 초미의 관심과 흥행을 이끌어냈다. ‘72초 TV’ 역시 콘텐츠로 주목을 먼저 받았으며 이후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다양한 시리즈를 내며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초기에 MCN을 표방했으나 지금은 콘텐츠 제작에 더 집중하고 있는 메이크어스 역시 ‘딩고’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범주의 콘텐츠를 공급하며 디지털 채널로서의 위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
‘모바일 X 동영상’의 힘
이마케터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위에서 언급한 글로벌 미디어, 인플루언서, 콘텐츠 등이 ‘모바일 x 동영상’을 통해 어떻게 미디어 지형도를 변화시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6세 이상의 인터넷 사용자의 67%가 온라인을 통해 영화를 보았으며 이는 전년 대비 25% 늘어난 수치다
결국 미디어의 힘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끌어모을 수 있느냐에 있다고 볼 수 있을 듯한데, ‘모바일 x 동영상’은 이 역할의 선두에 서 있는 공식인 듯하다.
모 광고인은 미래의 디지털 대행사의 가장 큰 경쟁자는 ‘나영석 PD’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모바일과 소셜이 갖는 미디어의 힘에 콘텐츠가 실리면 그 힘이 몇 배가 되는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예견이 아닐까 한다.
디지털 미디어 빅뱅에 대처하려면…
디지털 기술의 일상화는 평평함이 일상화된다는 얘기다. 평평함은 서로가 서로에게 열린 세상이다. 시간, 지역 등과 같은 시공간적인 제약이 사라지고 모두가 하나로 연결됨을 의미한다.
디지털 미디어 역시 페이스북을 필두로 글로벌화의 길을 걷고 있으며, 개인들이 제공하는 막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밀하게 개인들의 성향을 파악하여 개인화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메시징 플랫폼은 다음을 잇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실시간 및 1대1 소통의 장을 확대해 줄 것이다. 디지털로의 전이가 급속하게 진행되며 다양한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미디어로 진화하면서, 개인의 취향이나 행동의 특성을 기록하고 분석해 개인들에 대한 정보는 깊이를 더하고 패턴화는 가속화 될 것이다. 개인의 특성에 기반한 미디어 공간의 확보를 바탕으로 하는 예측형 마케팅이 실질적인 탄력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 디지털 파워가 숨어 있다. 센스로부터 얻어지는 정보, 이러한 정보들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수많은 클라우드들, 이들을 통합하여 개인을 개인답게 정의해줄 수많은 알고리즘들이 생겨날 것이다. 브랜드와 고객을 잇는 연결의 끈이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알고리즘들에 의해 정의되고 실현될 것이다. 디지털로의 전이는 이러한 기술적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비즈니스 프로세스화 하는 것이다.
이제 디지털은 조직의 일개 구성원이 리딩해서 대처할 수 있는, 한 번쯤 밀어닥치는 파도가 아닌 전사적인 노력으로 극복하고 정복해야 하는 거대한 바다이다. 포스코가 창립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셰일가스에 의해 기존 석유업의 생태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모두 진보된 기술 때문이다. 디지털은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으며 일상의 변화는 생태계 내의 관련된 모든 구성원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 변화의 본질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그 본질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자. 그게 디지털이라는 파고가 몰고 오는 미디어 빅뱅의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기본 출발점이 될 것이다.
[Media Insight] 미디어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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