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편익보다 체험을 원한다!
이제 고객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의사결정자라기보다는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존재다. 때문에 물리적 혹은 기능적 특징이나 편익, 품질과 같은 기본적인 필요만을충족시키는 과정만으로는 그들을 잡을 수 없다. 이들은 기존 정보, 즉 이성에 입각한 정보만으로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것쯤은 이미 알아차렸다. 단지 가격이 더 싸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제품을 선택하기엔 2% 부족함을 느낀 것이다. 옳은 선택이라는 최종 판단은 체험 이후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글 범상규 교수(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고객이 원하는 것은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 감성적으로 느끼고, 창조적으로 인지하고,행동하고,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감성시대, 기능보단 체험이 우선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번트 슈미트(Bernd H. Schmitt) 교수는 그의 저서 『체험 마
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은 자신의 감각에 호소하고 가슴에 와 닿으며, 자신의 정신을 자극하는 제품, 커뮤니케이션, 마케팅을 원한다. 고객은 느낄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제품과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캠페인을 원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이어서 그는 “마케팅의 목적은 가치 있는 고객 체험을 창조하는 것이다.” 라고까지 말한다. 그의 주장은 “경영의 유일한 목적은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다.” 라는 경영학계의 그루인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그러면서 2004년 한국을 방문해선 한국 기업들의 체험 마케팅이 겉돈다며, 고객 배려 측면이 아직 부족하다고 진단했었다. 당시는 국내기업들이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라며, 고객중심경영을 화두로 삼은 터라 마음에 와 닿았었다. 하지만 슈미트 교수의 지적대로라면 국내기업의 고객전략이 적절치 못했다는 말처럼 들린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찾아 전달함으로써 고객감동을 주기 위한 기업의 고객 배려가 부족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고객에게 편익과 같은 가치를 뛰어넘는 체험을 통한 소통이 부족했다는 진단과 다름 아니다.
슈미트 교수가 지적했던 당시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어떤가? 요즘 대다수 기업들이 체험마케팅을 주요한 고객전략의 하나로 삼고 있듯이 고객을 배려하려는 노력은 상당한 수준에 다다른 것 같다. 그렇다면 고객을 배려하는 체험마케팅이 뜨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그동안 가격이나 품질, 디자인, 다양한 A/S 역량을 통한 차별화에 주력했던 기업들로서는 더 이상 고객을 감동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이고 기능적인 가치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즉 더 싸고 저렴하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인식에 부응한 결과다. 일례로 요즘 국내 기업들은 거의 모든 면에서 중국산 혹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과 여러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고객을 잡을 수 있는 다음 묘수는 ‘마음’ 즉 ‘심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지 싶다.
오늘날 고객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의사결정자라기 보다는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존재라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었다. 때문에 물리적 혹은 기능적 특징이나 편익, 품질과 같은 기본적인 필요만을 충족시키는 과정만으로는 그들을 잡을 수 없다. 이들은 기존 정보, 즉 이성에 입각한 정보만으로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것쯤은 이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단지 가격이 더 싸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제품을 선택하기엔 2% 부족함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브랜드나 제품에서 느끼는 감성적 소통을 원하게 되었다. 얼마든지 싼 가격으로 제품을 살 수 있지 않는가! 그 말은 더 이상 가격 때문에 원하지 않는 제품을 손에 쥘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감 성적으로 느끼고, 창조적으로 인지하고, 행동하고,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는 번 슈미트가 말한 그대로 ‘고객을 체험적 욕구를 가지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마케팅이 출발되어야 한다.
‘경험’을 파는 것이 체험마케팅의 시작
가치를 주로 제공하던 기존 마케팅과 체험마케팅은 무엇이 다른가? 체험마케팅(experience marketing)은 ‘기존 마케팅과는 달리 소비되는 분위기와 이미지나 브랜드를 통해 고객의 감각을 자극하는 체험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 마케팅’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고객은 단순히 제품의 특징이나 제품이 주는 이익을 나열하는 마케팅이 아닌, 잊지 못할 체험이나 감각을 자극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서비스를 기대한다. 매장에서 제조과정을 설명하면서 제품 이해와 구매를 유도하던 종전의 시연회와는 차원이 달라야 한다. 일방적인 제품 또는 서비스의 장점을 설득하기보다는 경험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더 많은 부가가치를 전달하는 마케팅인 것이다. 일례로 매스미디어가 아닌 제품 생산현장으로 고객을 초청하여 직접 보고, 느끼고,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업체들은 고객 수요에 맞춰 아예 ‘가르쳐서 파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도 체험마케팅의 사례다. 사용설명서의 천편일률적인 사용방식에서 탈피하여 나만의 사용방식을 찾도록 도와준다. 자동차업체들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피서지에서 시승차를 운영하거나, 백화점과 골프연습장 등 고객이 있는 곳이면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시승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체험마케팅이다. 매장에서의 시승은 제품중심의 기계적인 편익을 강조하지만, 원하는 장소와 상황에서의 체험은 다를 수 있다. 또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만 팔지 않고 이국적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재즈음악을 제공하는, 제3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커피를 매개로 한 ‘새로운 공간’을 체험하게 만든다. 이처럼 얼핏 보기엔 일상적인 판촉활동과 다를 바 없지만 체험마케팅이 제공하는 '경험’은 분명 달랐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강력한 브랜딩에 도움 되는 체험마케팅 유형들
슈미트 교수에 따르면, 체험마케팅은 감각(sense)·감정(feel)·인지(think)·행동(action)·관계(relation) 등 5가지 차원에서 소비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하도록 해줘야 궁극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 즉 소비자에게 무의식적으로 강력한 브랜딩을 심어주는 것이 체험마케팅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체험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을 총체적 체험을 창조하는 데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5개의 전략적 체험요소들 중에서 둘 이상을 결합한 체험 혼합을 거쳐야만 가능하다. 총체적 체험 캠페인을 보여주는 전형인 ‘뉴 비틀’ 사례를 개략적으로 살펴보자.
첫 번째 ‘감각’은 딱정벌레라는 닉네임처럼 비틀의 둥그런 모양은 자동차를 시각적으로 확연히 차별화하기에 족하다. 두 번째 ‘감성’적 호소를 보면, 비틀은 “안아줄까? 운전할까?”라는 메시지를 통해 따뜻한 감정과 애정, 그리고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세 번째 ‘인지’의 경우, 비틀은 ‘Think small’ 캠페인에 이어 ‘일생에 딱 두 번’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비틀만의 ‘아우라’를 잃지 않았다. 네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변화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라이프스타일 자동차로서 비틀을 구입하도록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비틀은 과거에 히피족의 아이콘이었던 것만큼이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X세대도 비틀이 자신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세대를 가르며 영속적인 관계를 뉴 비틀은 만든 것이다. 뉴 비틀이 제공하는 모든 체험은 그 중심에 그들이 가져가고자 하는 ‘브랜드’를 세우는 작업이 있었다. 뉴 비틀의 정체성말이다.
자동차를 팔기보단 감성을 팔아야
자동차 메이커들이 줄줄이 '감성 센터' 마케팅에 나섰다. BMW가 드라이빙센터로 초대형 체험센터를 지은 것을 시작으로, 현대차, 벤츠, 토요타 등이 잇따라 감성 센터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더 이상 자동차만 판매하는 시대는 끝났다는데 자동차 메이커들의 인식이 깔려있다. 단편적으로 고객들은 더 이상 디자인과 제원표만 보고 차를 사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대신에 고관여 제품인 자동차야말로 다양한 요소들이 구매결정에 영향을 준다. 복잡한 기능에서부터 연비처럼 경제적인 요소까지, 튼튼하면서도 안전하고 게다가 편안함까지 줄 수 있어야 한다. 흔히 ‘애마’라고 말하듯이 감성적인 공감은 물론 딱딱한 기계라는 양면성을 가진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뉴 비틀처럼 체험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롯데월드 몰에 브랜드 체험공간인 '커넥트 투'를 세계 최초로 개관함으로써 체험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답답한 일상 탈출을 위한 힐링 공간이며,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토요타 자동차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끽하고 예술과 패션, 여행 등 다채로운 문화 컨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를 위해 평소 자동차에 관심이 없어도 여행, 예술, 패션, 음악 등의 문화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서울 강남구 세로수길에 젊은층을 겨냥한 소형차 체험 공간 '메르세데스 미'를 열었다. BMW코리아는 인천 영종도에 복합 문화 체험 공간인 'BMW 드라이빙 센터'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처럼 자동차 메이커들이 체험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당장 차를 팔지 않더라도 잠재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소비자들의 감성을 건드려 가슴속 깊이 자동차 메이커가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함이다.
결정적 순간(MOT)에 체험할 수 있어야
통상 소비자가 구매결정에 걸리는 시간은 단 5초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구매품목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을 말한다. 흔히 이를 결정적 순간(MOT)이라 말한다. 말 그대로 선택받느냐, 선택받지 못하느냐의 갈림길에 해당하는 순간이다. 결정적 순간 이전에 아무리 넘치는 광고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쏟아 부어도 변별력과 차별화를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선택 받기 어렵게 되었다. 즉 기존 매스마케팅을 이용하여 잠재소비자 머릿속에 인식시켜놓은들 결정적 순간에 전략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정보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브랜드 인지도나 최초상기도를 관리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호의적으로 만든다 치더라도 구매시점에서 그 빛을 발휘하지 못하면 마케팅성과로 이어지기는 요원하다.구입 전 정보탐색단계에서 실제 구매와 소비단계에 이르기까지 전(全)과정을 관리하기 보다는 고객과 만나는 결정적 순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험마케팅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5초의 결정적 순간을 위해서는 체험마케팅에 대한 관점을 정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즉 체험마케팅은 고객이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고 만족하는 것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용되는 현장에서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도록 하는 경험을 통해 제품과 고객 사이의 공감을 형성함으로써 기업으로서는 더 많은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을 정확히 꿰뚫고 시장에서 체험마케팅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전통적인 매스미디어를 활용하지 않고도 고객에게 ‘제3의 공간’이라는 특별한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스타벅스 CEO인 하워드슐츠는 '스타벅스 매장=늘 가고 싶은 공간’으로 규정시킴으로써, 종래의 집과 직장에 이어서 제3의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심는데 성공했다. 제3의 공간을 단순한 물리적, 시간적 공간이 아닌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 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시킬 수 있어 성공한 것이다.
오픈마켓에서 블로그 체험 마케팅까지
요즘 체험마케팅은 또 다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인터넷, SNS 등을 통해 범람하는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서 믿을 만한 정보를 찾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체험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 이들을 ‘증거 중독형 소비자’라고 칭한다. 유제품 기업은 관행적인 공장견학 프로그램에서 탈피하여 재료 및 위생을 따지는 증거 중독형 소비자에게 시식시간을 제공하거나 쿠킹 클래스를 열어 신뢰를 높이고 있다. 국내 커피 브랜드도 에어로스팅 공법을 도입하면서 커피 공정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현장에서 커피를 추출해 시음할 수 있는 글로벌 로스팅 플랜트 견학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신제품인 SUHD TV Theater의 체험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코엑스 메가박스에 초고화질 영화 체험관을 진행하기도 했다.
먹고 마시는 것은 물론 전자제품처럼 눈에 잡히지 않던 정보를 속 시원히 해결해줄 수 있는 체험의 장이 되었다. 또 다른 경향으로는 디지털 분야에서의 체험마케팅 추이를 들 수 있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상에서 체험마케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물건을 아예 공짜로 준다 생각하고 보내줄 작정이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같은 SNS, 카카오톡, 인터넷 배너, 블로그 등 온라인마케팅 채널의 활용도가 급속도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블로그에서 체험단을 이용한 마케팅은 온라인상에서 체험마케팅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들이 체험단의 후기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홍보 효과가 훨씬 크다. 게다가 블로그는 다른 매체에 비해 운영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반면에 블로거 모집에서부터 체험단 후기 작성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블로그 관련 전문지식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점이 약점도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일방적인 광고성 메시지나 오프라인에서 제공되는 체험마케팅에 비해 비슷한 소비자입장에서 작성된 사용후기에는 더 높은 신뢰를 보내는 심리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체험마케팅은 활성화 될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가상체험과 오프라인상의 실제체험을 병행할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 아이디어가 수반되어야 한다. 온라인 마켓 11번가가 마이크로소프트 전문관을 개설해 다양한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처럼 말이다.
결국 체험마케팅이란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 또는 제품의 이미지나 분위기 등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제공하여 해당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에 긍정적인 인식을 유도하고 수익을 제고하는 마케팅 기법인 것이다.
[Wide View] Experiential Mark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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