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곧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이 도처에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넬 시기다. 그러나 방송광고 시장은 여전히 한파 속에 있는 듯하다. 이제 한 해가 겨우 3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도 고민했으나 문제의 깊이와 속도가 예년과는 너무나 다른 상황이기에 이 자리를 빌려 현황과 대응 방안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TV 광고가 위기라는 말은 과거부터 많이 나왔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시청률 하락? 십수 년간 들어왔던 말이며 이제는 광고업계 관련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도 당연시하고 있다. 지상파 TV의 연도별 시청률 추이는 오래 전부터 우하향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어찌 보면 TV매체의 광고비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만 그 폭이 과거 어느 때에 비해도 지나치게 크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수년간 하락세를 보이던 지상파 TV가 2015년도에는 하락세를 진정시키며 선방했다[그림 1]. 비록 2014년 지상파 TV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하락한 후의 실적이라는 걸 감안해도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것에 비하면 보합세를 유지한 것은 우수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것일까. 아니 뚜껑을 따기도 전에, 2016년으로 접어들자마자 작년의 보합세가 무색하게 광고 매출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이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각 기관에서 예측한 경기 전망 역시 밝지 않다. 경기가 이미 어렵거나 혹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한 기업들이 마케팅 활동을 축소하는 상황이다. 올해 방송광고 관련 매체 영업 업무를 맡게 된 분들은 정말 운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힘내시라!
앞서서 방송광고 시장의 어려움에 대해서 언급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타 플랫폼에 비해 특히 지상파 방송광고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표 1]. 시청률 측면에서도 최근의 tvN이나 종편의 경우는 우하향이 아닌 우상향의 그래프이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은 지상파 TV만의 문제로만 봐도 될까? 이제는 거실에서만 TV를 시청하던 시대가 아니다. 비 실시간 시청이나 모바일을 통한 VOD 시청 증가는 전체 방송 업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당장은 지상파 방송 광고 시장이 느끼는 위기감이 매우 클 수밖에 없겠으나 사실 전체 방송 광고 업계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CATV 업계도 CJ E&M 등 인기 채널을 보유한 MPP와 중소 MPP, 개별 PP사 등 처한 입장에 따라 느끼는 위기감이 다를 것이다. 또한 출범 이후 연평균 3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던 종편 역시 최근 성장률이 급격하게 무뎌진 상황이다. 3개월 가지고 예단하기는 무리일 수 있으나 이러한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는 상황은 업계 종사자 모두 생각하기 싫을 것이다.
플랫폼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상파TV는 전년 동기간 대비 무려 -21%의 실적을 보여주고 있으며 CATV나 종편은 전년 대비 소폭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예전의 실적 증가 폭에 비하면 미미한 모습이다. 오히려 전년의 높은 실적 상승률을 고려하면 종편 채널 역시 큰 위기감을 느낄만하다.
CATV 업계 역시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올해 1분기 CATV 업계 전체 4%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오지만 매체사별로 추정 실적을 세분화해 살펴보면 상황은 매우 달라진다. 가장 큰 MPP인 CJ E&M을 제외하면 지상파 수준으로 전년 대비 매출 실적이 하락하고 있다[그림 2]. 중소PP 및 개별PP사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및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다.
이처럼 2016년 1분기에 광고 실적이 전년 동기간 대비 급격히 빠지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기존 미디어 이외의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미디어 집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여기에 올해는 특히 광고비 집행 상위의 광고주 중심으로 광고 활동이 큰 폭으로 감소해 예전보다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우선 디지털 미디어 집행에 대해 살펴보자. 2015년 이후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SMR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016년 1분기에 400% 가까운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3]. 2015년 1분기 30~40억의 매출에 불과했으나 매월 급격한 판매 호조의 결과 올해는 1분기에 170억 수준의 매출이 예상되며 이는 IPTV 3사 전체 실적의 90%로 턱밑까지 근접한 수준이다.
두 번째로, 디지털 동영상 광고의 성장 역시 올 1분기 지상파 방송 광고 시장에 영향을 끼쳤을 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과거 광고비 집행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주요 광고주들의 광고 활동 감소라고 할 수 있다.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지상파 TV 광고비가 약 850억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 이중 절반 정도가 전년도 광고비 집행 상위 10위권 광고주의 광고 활동 감소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 IT/전기전자 업종 주요 광고주들의 광고비 감소 폭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지상파 TV 집행 상위 10대 광고주의 올해 2월까지의 광고 활동을 살펴보면 집행 광고비가 전년 동기간 대비 거의 -42% 수준으로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표 2]. 이는 지상파 TV 전체 광고비 하락 폭인 -21%의 두 배 수준으로, 광고비 상위 10대 광고주들에게 그 외 광고주들보다 훨씬 더 급격한 광고비 감소가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전년 대비 상위 10대 광고주들의 지상파 TV 광고비 감소가 1분기에만 350~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원이 한국광고데이타이므로 실제 집행 광고비와 차이가 있겠으나 광고비 증감률은 비슷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이에 광고비는 생략하고 증감률만 표기하였다. 주식시장에서도 업종 주도주의 등락 폭이 시장 전체의 등락 폭에 가장 많이 영향을 끼친다. 광고업계 또한 마찬가지인데 이처럼 10대 광고주의 광고비 감소가 전체 지상파 실적 하락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의 방송광고 시장을 살펴보면 필자가 20여 년 전에 읽었던 책이 떠오른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그러나 계속 추락할 것인가? 비상해야 하지 않겠는가? 외부적인 상황 변화만 기다릴 수는 없을 것이다.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선 이러한 상황에서도 실적 상승을 달성하고 있는 곳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결론은 당연하지만 역시 콘텐츠다. 올 1분기 크게 히트한 상품은 바로 tvN의 “응답하라 1988”이다.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 등 여러 측면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전부터 삼시세끼, 꽃보다 청춘 등과 응답하라 시리즈 등 지속적으로 성공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냄으로써 광고 판매 실적에서도 타사 대비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만들어 내든, 외부 콘텐츠를 구매해오든 양질의 콘텐츠 확보가 필수다. 지상파 TV에서는 우수 PD의 인력 유출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지 말고, 여러 가지 지상파에만 적용되는 불편한 규제들을 타파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앞서 언급한 주요 광고주를 포함한 기업들의 방송 광고비 확대가 중요하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광고주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 상황이 좋아지든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생겨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경제 활성화와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 강화 및 투자 등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어느 한두 기업의 힘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광고 업계가 마냥 외부 상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주요 광고주뿐만 아니라 그동안 방송 광고에 대해 집행이 활발하지 않았던 새로운 업종에 대한 개발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릴 것인가? 2015년 갑자기 혜성처럼 모바일 기반의 게임, 애플리케이션 광고주들이 등장했다고 올해에도 어디선가 우리를 구원해줄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나길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신규 업종에 대한 TV 광고로의 유도 및 개발은 2016년 방송광고 시장에 단비가 될 것이다. 매체사나 광고 대행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조금은 과하고 자극적인 표현일 수도 있으나 하락한 만큼 그 이상 더 높이 비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사용한 표현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