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재필 KT 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kimjaepil@kt.com
인공지능과 디지털 마케팅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은 국내에서 가장 핫한 ICT 기술로 급부상했다.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맞물리면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마케팅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알파고에서 봤듯이 인간을 뛰어넘는 분석 능력의 진화 때문이다. 단순한 데이터 분류에서 탈피해 소비자의 패턴을 정확히 분석하고, 나아가 인간의 감정까지 파악해 실시간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마케팅에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인간처럼 사고하고, 감지하고, 행동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체계이다. 인공지능 개념은 1956년 수학자, 과학자 등 10여 명이 모인 회의에서 탄생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에서 열린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 회의’에서 사람의 지적 행동을 기계로 실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이 때 수학교수인 존 매커시가 인공지능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인공지능은 1997년 IBM의 인공지능 ‘딥블루’가 체스에서 인간을 이긴 것을 기점으로, 2000년 이후 컴퓨팅 기술이 발달하고 빅데이터가 등장하면서 기계 스스로 데이터를 통해 패턴을 찾아내는 방식, 이른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으로 진화한다. 2006년에는 인공지능 스스로 인간이 알려주지 않은 데이터의 특징 값까지 추출해내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발표되면서 신기원을 개척하게 된다. 인공지능의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습(Learning)’이다. 여기서 말하는 ‘학습’은 ‘어떤 식으로든 특성을 추출해서 분류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다. 머신러닝은 상관관계, 즉 특성을 잡아 패턴을 반복적으로 관찰해서 차이점을 알아내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수많은 고양이, 개, 새의 이미지 데이터에서 인공지능은 이것들을 구분하기 위해 특성을 잡아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머신러닝에서는 데이터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그런데 현실은 머신러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문제로만 둘러싸여 있지 않다. 이러한 점에 한계를 느낀 머신러닝은 보다 인간에 가까운 사고를 할 수 있는 ‘다층 구조 신경망’ 연구로 축이 옮겨지고, 오랜 연구 끝에 다층 신경망 이론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이 등장하게 된다. 딥러닝은 층마다 자율학습기법의 선행학습을 별도로 시킨 후 층층이 쌓아 통합 훈련을 통해 미세 조정하는 방식으로, 적은 데이터로도 학습이 가능하다. 알파고도 이러한 딥러닝 기술이 적용돼 있는데, 알파고의 심층신경망에는 약 3000만 개의 기보가 입력돼 있고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기본으로 24시간 내내 강화 학습과 지도 학습을 반복한다. 이것이 인공지능을 ‘경이롭게’ 만드는 부분이다.
인공지능, 소비자의 감정과 취향을 분석하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인공지능을 꼽았다. 의료, 금융,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들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늘 지적받아 왔던 현실 문제 해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은 점차 범용 프로그램으로 개발돼 여러 서비스와 마케팅에 접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 ‘왓슨’을 개발한 IBM은 글쓴이의 감정을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왓슨 톤 애널라이저(Watson Tone Analyzer)’를 공개했는데, 이 기술은 컴퓨터가 메시지를 읽고 메시지의 어조(Tone)를 분석할 수 있다. 즉, 인공지능이 글을 통해 글쓴이의 감정과 특징까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글쓴이의 감정을 분석해 주는 IBM의 왓슨 톤 애널라이저. ⓒdeveloper.ibm.com
왓슨 톤 애널라이저는 3가지 영역으로 분석하는데 첫 번째는 감정적 톤으로 분노, 두려움, 기대, 놀람, 기쁨, 슬픔, 신뢰와 혐오를 분석한다. 두 번째는 사람의 성격, 사회적 성향의 측면을 포함한 사회적인 톤으로 개방성, 동정심, 사려 깊은 행동을 하는 양심을 분석한다. 마지막은 글쓰기 스타일인 추론과 확신, 절제 등을 분석한다. 왓슨 톤 애널라이저를 활용하면 이용자는 이메일을 보내기 전이나 홍보 마케팅 용어 선택, 프레젠테이션 및 블로그 게시물 등에 있어 보다 효율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
노스페이스는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하려는 이용자에게 인공지능을 활용해 어드바이스를 준다. 옷을 고르는 과정을 “훨씬 개인적이고 훨씬 직관적으로 한다”는 목표 하에 IBM 왓슨을 도입해 구매자가 재킷을 고를 때 실제 판매 직원이 도와주는 것과 흡사한 느낌을 준다. 노스페이스는 IBM의 왓슨 자연어, 기계학습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플루이드(Fluid)를 활용해 XPS(Expert Personal Shopper)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냈다.
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먼저 질문을 던진다. “이 재킷을 언제 어디서 입을 것인가?”, “활동 시 강수량은 어느 정도인가?”, “어떤 종류의 활동에서 이 재킷을 입을 것인가?” 등을 질문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이 답을 하면 그 답변을 참고해 재킷 섹션을 검색해 최적의 제품을 찾아준다. 지금까지는 잘 몰랐던 기능성 전문 재킷의 판매가 프로그램 도입 이후 급증했고, 이 프로그램을 써본 고객들의 75%가 재사용 의사를 보일 정도로 마케팅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큰 기여를 했다.
미국의 스타트업 ‘센션트 테크놀로지(Sentient Technologies)’는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을 활용해 온라인 쇼핑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는 회사로, 최근 이 회사는 자사의 기술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온라인 신발 판매업체 슈즈닷컴(Shoes.com)과의 협력을 발표했다.
‘감성 인식(Sentient Aware)’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슈즈닷컴 사이트를 방문한 온라인 쇼퍼 개개인에게 실제 매장에서 점원이 고객의 신발 선택을 돕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각 쇼퍼에게 맞는 추천 제품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노란색의 하이힐 형태 구두 사진을 클릭하면, 인공지능은 이와 유사한 색과 형태의 신발을 고객이 맘에 들어 할 때까지 계속 보여준다. 방대한 신발 리스트에서 고객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제품의 검색이나 관련 정보 확인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고, 최종적으로 마음에 드는 신발을 구매하게 된다.
해외 통신사업자의 경우 고객 만족 향상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기도 한다. 초기 머신러닝 단계이지만, 미국의 T모바일은 SNS를 통한 고객 민원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즉각 처리하고 서비스로까지 구현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앞으로는 고객의 음성 상태를 분석해 인공지능이 직접 상황별로 응대하는 고객센터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카드사들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결합시켜 고객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접목한 ‘스마트 오퍼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카드 승인 데이터를 자체 기법으로 분석한 후 고객의 카드 이용 등 다양한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행동 시점의 고객 니즈에 적합한 혜택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삼성카드는 고객 상담 과정에서 ‘머신 러닝’에 기반을 둔 시스템을 활용해 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 메모 이력을 분석해 활용한다. 해외에서도 마스터카드의 경우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는 데 인공지능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왜 인공지능에 주목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많은 글로벌 기업이 인공지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해당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조직을 신설하는 등 인공지능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경쟁에서 뒤처지면 미래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이다.
구글은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를 2014년 5억 8200만 달러에 인수해, 자사 스마트 온도조절기인 ‘네스트’에 머신러닝과 딥러닝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크버그는 자신의 딸을 위해 방을 수시로 점검하는 인공지능 도우미를 직접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인공지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 개발 촉진을 위해 2014년에 인수했던 마인크래프트(Minecraft) 게임을 아예 인공지능 학습장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올해 여름 ‘프로젝트 AIX’라는 이름으로 마인크래프트용 인공지능 플랫폼을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할 예정인데, 인공지능이 도입된 게임 캐릭터들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자유롭게 행동하게 된다. 전기차 제조회사 테슬라 역시 인공지능에 관심이 높다. CEO인 엘런 머스크는 ‘오픈 AI’라는 재단을 설립하고 10억 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실리콘밸리 신생기업 바이캐리어스(Vicarious)에도 투자를 해 향후 자사 전기차에 인공지능 탑재 가능성을 높였다. 일본은 대기업과 벤처가 손을 잡고 인공지능 연구 및 서비스 개발이 한창인데, 화상 인식과 딥러닝을 결합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ABEJA는 미츠코시백화점과 공동으로 점포 분석 연구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고 있다.
이제 기업에게 있어 인공지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다가오고 있다. 발전과 쇠퇴를 거듭하면서 진화해 온 인공지능은 향후 빅데이터, IoT, 5G와 연계해 다양한 서비스로 구체화되면서 진정한 개화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모든 산업 영역에서 전기나 IT처럼 인프라로서 활용되고, 인간에게는 스마트폰만큼이나 혁신적이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 시대,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1. 노스페이스는 온라인 구매자에게 질문을 던져 최적의 제품을 검색해 주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다. ⓒfluid.com
2. 온라인 신발업체 슈즈닷컴은 ‘Sentient Aware’라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통해 온라인 소비자들에게 추천 제품 정보를 제공한다.ⓒshoes.com
3. 국내외 카드사들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결합시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shutterstock.com
4. 구글은 스마트 온도조절기인 네스트에 머신러닝과 딥러닝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 ⓒnest.com
[마케팅 레시피] 인공지능과 디지털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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