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우리 인간의 인지 방식이 갖는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인지는 최종적으로는 뇌에 의해서 이뤄진다. 그런데 우리의 뇌는 사물을 직접 인식하지 못하고 감각기관이 보내주는 정보를 해석해 사물을 인식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의 뇌는 감각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완전하지 않으며 획득한 정보는 부정확하고, 게다가 부족하다. 뇌는 감각기관이 보내온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진짜 필요한 정보와 잡음, 오류를 분리하고, 부족한 부분은 적당히 메운다. 그 결과 우리 스스로가 현실이라고 믿어지는 쪽으로 만들어진 것, 그것이 우리가 현재 보고 듣고 느끼는 소위 ‘현실’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현실이라고 느끼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친 훈련과 경험의 결과이지 엄밀히 말해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아니다.
가상현실이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차피 현실 정보를 적당히 보정한 결과라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을 상상해볼 수 있다.
첫째, 정보 확보 수단에 관한 것이다. 어차피 우리의 뇌가 세상을 직접 인식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감각기관 즉, 센서가 확보한 정보를 전달받는 것이라면 굳이 뇌와 직결된 감각기관만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다른 어떤 센서가 획득한 정보라도 뇌에 전달만 될 수 있다면 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만약 저 멀리 떨어진 어떤 곳에 있는 ‘눈’을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의 시야 자체가 획기적으로 넓어질 것이 아닐까?
둘째, 정보의 원천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현실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것에 관한 정보가 반드시 실존하는 것을 관찰, 측정한 것일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을 수 있는 정보만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기반으로 경험적으로 존재하리라고 믿어지는 현실에 대한 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현실적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건 실존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두 가지 점에 착안해 가상현실은 두 가지 형태로 전개된다.
첫째, 완벽한 보정이다. 실제 감각기관이 아닌 다른 센서에서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의 감각기관이 직접 정보를 획득한 것처럼, 충분히 현실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정보를 보정해 제공하는 것이다. 360° 영상, 입체 사운드, 촉각 반응 장갑이나 운동 반응 장치 등은 완벽한 보정을 위한 노력이다.
둘째, 가상의 원본이다. 원본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진짜에 기반한 것처럼 보이는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의 뇌는 정보 자체의 진위를 파악하지 못한다. 일단 정보가 확보되면 그것을 기반으로 현실을 복원해낼 뿐이다. 우리의 상상력과 경험으로 다룰 수 있는 범위 내의 정보라면, 현실의 어떤 실물과 연결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조작된 정보라면 우리는 그것을 기반으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실존하는 것으로 인지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가상현실이란 가짜 현실이 아니라 영어 ‘Virtual’의 뜻처럼 ‘사실상 진짜’ 현실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가상현실 또는 Virtual Reality는 진짜는 아니지만 진짜라고 받아들여지는 현실이라는 뜻이 된다. 이것이 가상현실에 대한 가장 적절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오래된 개념, 새로운 시도
가상현실의 개념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많은 소설에서 등장했고, 많은 영화가 가상현실 세계를 다뤘다. 그런데 이렇게 개념적으로 새로울 것 없는 가상현실이 최근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는 오큘러스에서 촉발된 하나의 혁신이 있다.
오랜 시도에 비해 그것을 실용적인 수준에서 상품으로 만들어낸 기업은 없었다. 그런데 지난 2011년에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훗날 오큘러스의 창업자가 되는 팔머 럭키(Palmer Lucky)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 가능한 가상현실 게임용 HMD(Head Mount Display)를 만들었는데 세계적인 슈팅 게임 기업인 이드소프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인 존 카맥(John D. Carmack)이 그것을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산업 전시회인 E3 (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에 갖고 가서 소개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폭발적으로 반응했으며, 결국 럭키가 설립한 오큘러스는 지난 2014년 3월, 20억 달러라는 거금에 페이스북에 인수된다. 불과 3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오큘러스가 한 일은 간단히 말하면, HMD를 가상현실 단말기로 이용하자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우선 360° 영상 정보를 좌우의 시각에 맞춰 적당히 잘라서 보여준다. 좌우 영상에 3D 영화처럼 약간의 각도 차이를 주면 이용자들은 영상에서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때 영상이 시각에 가득 차보이도록 하기 위해 디스플레이를 눈 가까이 배치하고 동시에 볼록렌즈를 이용한다. 그런데 볼록렌즈 때문에 약간의 영상 왜곡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은 원본 영상을 반대 방향으로 왜곡하는 방식으로 간단히 해결된다. 여기에 더해 간단한 동작 센서를 통해 이용자의 머리 움직임을 감지하고 이에 맞게 화면을 움직여준다. 그러면 이용자는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이 바뀌기 때문에 마치 실제로 주위에 있는 것을 보는 것 같은 현실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모든 혁신이 그렇지만 결과를 알고 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하지만 오큘러스 이전의 HMD는 단지 초대형 스크린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구형 HMD를 쓰고 화면을 보면 어두운 터널 저편에 커다란 스크린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화면은 고정된 상태이다.
이용자가 고개를 돌리거나 기울여도 항상 같은 화면만 보인다. 그런데 오큘러스는 마치 안경처럼 작동한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왼쪽이 보이고 위를 쳐다보면 위가 보인다. 눈 나쁜 사람이 안경을 쓰면 안경알 바깥은 잘 보이지 않지만 안경 너머로는 세상이 보이듯, 현실 세계의 사람이 오큘러스를 쓰면 그 너머로 가상현실 세계가 보이는 셈이다.
가상현실의 선도 주자는 게임
기존 게임이 가진 상호작용에 더해 가상현실을 통해 현실감을 높일 수 있다면 더욱 몰입되고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소니는 원래 TV에 연결해서 이용할 수 있는 콘솔 게임의 강자인데, 콘솔 게임은 필요에 따라 다양한 부가 장비를 이용하는 것이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니다. 자동차 경주 게임 마니아는 전용 핸들을 사기도 한다. 이런 일이 가상현실 게임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어떤 재미있는 가상현실 게임을 위해 약간의 추가 지출을 마다하지 않을 이용자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이에 소니는 모피어스라고 불리는 자사 고유의 가상현실 게임용 HMD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몇몇 게임 제작사들은 이미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고 있거나 만들 것을 검토하고있다. 지난 2014년 일본의 유력 게임 회사인 반다이 남코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 즉 모피어스를 위한 ‘서머 레슨 (Summer Lesson)’이라는 가상현실 게임을 선보였다. 물론 그것은 아직 상용화될 수준의 것은 아니었지만 가상현실 게임이 흔히 말해지는 슈팅 형태의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의 게임에도 적용될 수 있고 그것이 어떤 모습을 갖게 될 것인지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가상현실의 개념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많은 소설에서 등장했고, 많은 영화가 가상현실 세계를 다뤘다. 그런데 이렇게 개념적으로 새로울 것 없는 가상현실이 최근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는 오큘러스에서 촉발된 하나의 혁신이 있다.
오랜 시도에 비해 그것을 실용적인 수준에서 상품으로 만들어낸 기업은 없었다. 그런데 지난 2011년에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훗날 오큘러스의 창업자가 되는 팔머 럭키(Palmer Lucky)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 가능한 가상현실 게임용 HMD(Head Mount Display)를 만들었는데 세계적인 슈팅 게임 기업인 이드소프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인 존 카맥(John D. Carmack)이 그것을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산업 전시회인 E3 (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에 갖고 가서 소개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폭발적으로 반응했으며, 결국 럭키가 설립한 오큘러스는 지난 2014년 3월, 20억 달러라는 거금에 페이스북에 인수된다. 불과 3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오큘러스가 한 일은 간단히 말하면, HMD를 가상현실 단말기로 이용하자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우선 360° 영상 정보를 좌우의 시각에 맞춰 적당히 잘라서 보여준다. 좌우 영상에 3D 영화처럼 약간의 각도 차이를 주면 이용자들은 영상에서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때 영상이 시각에 가득 차보이도록 하기 위해 디스플레이를 눈 가까이 배치하고 동시에 볼록렌즈를 이용한다. 그런데 볼록렌즈 때문에 약간의 영상 왜곡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은 원본 영상을 반대 방향으로 왜곡하는 방식으로 간단히 해결된다. 여기에 더해 간단한 동작 센서를 통해 이용자의 머리 움직임을 감지하고 이에 맞게 화면을 움직여준다. 그러면 이용자는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이 바뀌기 때문에 마치 실제로 주위에 있는 것을 보는 것 같은 현실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모든 혁신이 그렇지만 결과를 알고 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하지만 오큘러스 이전의 HMD는 단지 초대형 스크린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구형 HMD를 쓰고 화면을 보면 어두운 터널 저편에 커다란 스크린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화면은 고정된 상태이다.
이용자가 고개를 돌리거나 기울여도 항상 같은 화면만 보인다. 그런데 오큘러스는 마치 안경처럼 작동한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왼쪽이 보이고 위를 쳐다보면 위가 보인다. 눈 나쁜 사람이 안경을 쓰면 안경알 바깥은 잘 보이지 않지만 안경 너머로는 세상이 보이듯, 현실 세계의 사람이 오큘러스를 쓰면 그 너머로 가상현실 세계가 보이는 셈이다.
가상현실의 선도 주자는 게임
기존 게임이 가진 상호작용에 더해 가상현실을 통해 현실감을 높일 수 있다면 더욱 몰입되고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소니는 원래 TV에 연결해서 이용할 수 있는 콘솔 게임의 강자인데, 콘솔 게임은 필요에 따라 다양한 부가 장비를 이용하는 것이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니다. 자동차 경주 게임 마니아는 전용 핸들을 사기도 한다. 이런 일이 가상현실 게임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어떤 재미있는 가상현실 게임을 위해 약간의 추가 지출을 마다하지 않을 이용자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이에 소니는 모피어스라고 불리는 자사 고유의 가상현실 게임용 HMD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몇몇 게임 제작사들은 이미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고 있거나 만들 것을 검토하고있다. 지난 2014년 일본의 유력 게임 회사인 반다이 남코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 즉 모피어스를 위한 ‘서머 레슨 (Summer Lesson)’이라는 가상현실 게임을 선보였다. 물론 그것은 아직 상용화될 수준의 것은 아니었지만 가상현실 게임이 흔히 말해지는 슈팅 형태의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의 게임에도 적용될 수 있고 그것이 어떤 모습을 갖게 될 것인지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1, 2 서머 레슨. 플레이어가 게임 속의 소녀에게 일본어나 영어를 가르치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게임 속 캐릭터가 이용자의 움직임이나 행동에 반응하도록 되어 있다.
좌(http://game.watch.impress.co.jp/docs/series/vrgaming/20150721_709970.html) 우(http://www.vrfocus.com/2014/11/project-morpheus-summer-lesson-showcased-tokyo/)
3, 4, 5 가상현실로 전달하는 뉴스를 보면서 사람들은 단순한 시청자가 아니라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일부 참여자들은 그 생생한 끔직함에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엠블레마틱 그룹 홈페이지 인용(http://www.emblematicgroup.com/#/hunger/)
6, 7 좌)실제 이용자들의 모습, 우)이용자들에게 보여지는 가상현실 속의 세계. 이처럼 가상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우주 전쟁을 경험할 수도 있다.(출처: 더 보이드사의 홍보자료)
좌(http://game.watch.impress.co.jp/docs/series/vrgaming/20150721_709970.html) 우(http://www.vrfocus.com/2014/11/project-morpheus-summer-lesson-showcased-tokyo/)
3, 4, 5 가상현실로 전달하는 뉴스를 보면서 사람들은 단순한 시청자가 아니라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일부 참여자들은 그 생생한 끔직함에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엠블레마틱 그룹 홈페이지 인용(http://www.emblematicgroup.com/#/hunger/)
6, 7 좌)실제 이용자들의 모습, 우)이용자들에게 보여지는 가상현실 속의 세계. 이처럼 가상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우주 전쟁을 경험할 수도 있다.(출처: 더 보이드사의 홍보자료)
교육, 훈련에도 가상현실은 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리 공부를 할 때, 말로 듣고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그곳에 가볼 수 있다면 교육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가상현실은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훈련의 경우, 이미 시뮬레이터란 이름으로 다양한 훈련용 기기가 쓰이고 있다. 가상현실은 그것을 더욱 실감나게 해줄 것이다.
비디오, 나아가 저널리즘
현실성이라는 점에서 가상현실 콘텐츠는 기존 매체가 도저히 줄 수 없는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다. 특히 현장감이나 몰입감이 중요한 영화에서 이것은 대단한 장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포 영화를 생각해보자. 무심코 왼쪽이나 뒤를 돌아봤는데 범인이나 또는 괴물이 아무런 기척도 없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그 오싹함은 대단할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본격적으로 제작된 콘텐츠가 아니라 개인이 만든 콘텐츠도 얼마든지 가상현실로 만들어질 수 있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사람들이 콘텐츠를 만들고 저장하기 위한 수단은 계속 진화, 발전해 왔다. 처음에는 주로 텍스트였다. 하지만 곧 사진을 쓰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비디오로 그 중심이 움직이고 있다. 이는 모두 더 충실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이다.
가상현실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고, 사진이나 비디오로도 충분히 기록할 수 없는 것까지 다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페이스북에 따르면, 이런 점에서 결국 SNS와 같은 개인 콘텐츠 진화의 종착점은 가상현실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에 기반한 뉴스, 다큐멘터리 또한 마찬가지로 충분히 가상현실화가 가능하다. 노니 델라 페냐(Nonny de al Pena) 감독이 만든 시리아 내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시리아>는 내용뿐만 아니라 가상현실이라는 전달방식으로 인해 화제가 됐다. 갑자기 포탄이 시청자 옆으로 날아든다거나, 포연이 자욱한 길거리라거나, 바로 옆에 서 있던 사람이 총이나 파편에 맞아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다거나 하는 등으로 재구성된 가상현실은 그 어떤 글이나 동영상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생생함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의 상품화
가상현실은 원격지의 현실을 지금 이곳에 충실하게 재현할 수도 있고(완벽한 보정), 아예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마치 현실인 것처럼 만들어낼 수도 있다(가상의 원본). 가상현실이 가진 이런 특성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면 경험 그 자체를 상품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행을 생각해보자. 구글이 서비스하고 있는 ‘스트리트 뷰 360’을 이용하면 일부 지역이기는 하지만 마치 그 도시에 여행 간 것처럼 거리 모습을 자유롭게 둘러보고 구경할 수도 있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대영 박물관 등에서는 소장품을 가상현실 콘텐츠로 만들어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시도된 바 있다. 가상현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우리는 굳이 루브르까지 가는 수고 없이, 수많은 인파에 시선이 가려지는 불편함 없이, 자기가 원하는 장소에서 편안하고 여유롭게 모나리자의 미소를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직 완전히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몸을 움직여주는 기구를 이용해서 마치 하늘을 활공하는 듯한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해주는 기기도 있다. 이 개념을 더욱 발전시켜 아예 가상현실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시도도 있다.
가상현실의 잠재력
가상현실은 이미 게임, SNS와 같은 콘텐츠 기반 산업에 적용되고 있으며 해당 산업을 바꿔나가고 있다. 전통적 콘텐츠 기반 산업인 방송, 영화, 저널리즘의 경우에도 가상현실의 도입이 시도되고 있으며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가상현실의 진정한 잠재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경험 상품의 경우 그 전망은 매우 밝다.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다면 언젠가는 가상현실을 이용해서 인류가 고대로부터 발전시켜온 연극, 놀이, 여행, 축제 등 거의 대부분을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어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미래에는 어쩌면 지금 우리가 정보통신 기술과 제품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듯, 가상현실 기술과 제품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가상현실 전화로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하고, 가상현실 학교에서 전 세계의 학생과 함께 교육을 받고, 가상현실 공원에서 하늘을 날며 데이트를 할 수도 있다.
그 외의 모든 일상에 가상현실이 섞여들 것은 분명하다. 인간의 인지 구조 자체가 가상현실을 가능하게 하는 특성을 갖고 있고, 기존의 정보통신 산업 자체가 태생적으로 가상현실 지향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가상현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고도의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디지털로 저장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것은 가상현실로 구현할 수 있다. 현실에서 얻어진 정보를 만들어내기 위한 가상의 원본만 있다면 우리는 무엇이건 실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상현실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지금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렇지만 아마도 이 시대에 쓰여진 SF가 더 이상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고 현실적이야기로 취급받게 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