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상 전달 방식, 홀로그램
<실감 미디어>를 쓴 정회경, 오창희 교수의 말에 따르면 홀로그램(Hologram)은 ‘두 개의 레이저광이 서로 만나 일으키는 빛의 간섭 효과를 이용해 3차원 입체 영상을 기록한 결과물’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보이는 홀로그램은 ‘완전하다’는 의미의 ‘Holos’와 정보를 의미하는 ‘Gram’의 합성어로 ‘완벽한 정보’라는 뜻이다.
홀로그램의 원천 기술은 1948년 영국 물리학자 데니스 가보르가 처음으로 창안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60년 레이저가 개발되면서부터. 응용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에는 보다 정교해진 영상기술로 과학, 건축,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점점 우리의 일상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 마치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듯 실감 나는 영상이 구현되면서도 실제로 만질 수 있거나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캠페인과 마케팅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2015년 러시아의 비영리 단체인 ‘디스라이프(Dislife)’는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을 지키지 않는 사회문제가 대두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홀로그램을 사용한 ‘More Than a Sign’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스마트 카메라 기술을 활용해 차량 전면의 장애인 스티커 유무를 판단하고, 일반 운전자일 경우 주차를 막는 안내 홀로그램이 빔 프로젝터를 통해 주차 공간에 상영되는 방식. 그 결과, 부정 주차를 감소시키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권리를 개선하는 데 일조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펼쳐진 ‘세계 최초 홀로그램 시위대’ 캠페인은 지난해 칸 국제광고제에서 온갖 상을 휩쓸고, 국내 TV 뉴스에도 소개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자유를 위한 홀로그램’은 실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시위하는 것이 아니라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마드리드 의회 앞에서 가상의 시위를 펼치는 장면을 담아낸 것이다. 의회 등 중요 기관 앞 시위를 금지하는 ‘시민안전법’에 반발하는 내용을 홀로그램을 응용해 위트 있고 기억에 오래 남도록 표현해냈다. 법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디지털과 사회현상을 접목한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홀로그램,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융합
몇 년 전부터 CES(국제 전자제품 박람회)나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같은 IT 관련 박람회에 마케팅 광고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칸 국제광고제에서 유독 새로운 기술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융합된 광고들이 인기를 끌면서, 광고업계의 주목 받는 트렌드 중 하나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홀로그램을 이용한 광고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는 일 외에 상업적으로도 폭넓게 사용되는 추세다. 아우디 일본 법인은 지난 2015년 8월 20일 신차 공개를 앞두고 우주 공간에서 홀로그램 영상을 투영해 촬영하는 ‘아우디 스페이스 홀로그램 프로젝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신차 출시에 대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지상 3만 m 상공에서 홀로그램 영상을 투영하고 해당 영상을 촬영한 것이다. 이후 우주 홀로그램 프로모션과 연결되는 지상 홀로그램 광고를 포함해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려져 홀로그램 상업광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프랑크푸르트 동물원(Zoo Frankfurt)도 특색 있는 인쇄 광고를 집행했다. 아쿠아리움 홍보를 위한 잡지 광고로, 광고 면에 QR코드와 함께 플라스틱 필름을 부착해 놓았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영상이 나오고, 그 위에 필름을 올려놓으면 열대어부터 바다거북지 다양한 해양 생물이 홀로그램으로 보여진다. 눈앞에서 3D 영상으로 재현한 다양한 생물을 만나며 간접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 것. 광고의 제목도 ‘홀로쿠아리움(Holoquarium)’이라는 홀로그램과 아쿠아리움의 합성어로 한층 재미있게 표현해서 인기를 모았다. 한국도 홀로그램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일에는 국내의 한 연구진이 360° 모든 방향에서 3D 홀로그램 시청이 가능한 입체 영상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15년 12월에는 YG엔터테인먼트, 디스트릭스, KT가 공동설립한 NIK가 미래창조과학부와 협력해 세계 최초의 홀로그램 전용관 ‘클라이브(K-LIVE)’를 열었다. 클라이브는 고해상도 홀로그램 연출로 실사와 같은 현실감을 구현했다. 홀로그램 공연장은 지난 1월 누적 관람객 20만 명을 돌파했고, 그중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절반 가까이되며 국내의 홀로그램 문화를 이끌고 있다.
롯데제과 빼빼로, 컬래버레이션 스‘ 낵 앨범’ 출시
제과업계에서도 홀로그램을 활용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6월 초에 공개된 롯데제과 빼빼로의 ‘스낵 앨범’ 사례를 들 수 있다. 빼빼로는 최근 핫한 인기를 끌고 있는 힙합 뮤지션 빈지노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제품 패키지를 스‘ 낵 앨범’이라는 형태로 새롭게 풀어냈다. 실제 앨범을 제작하듯 음원, 패키지 디자인, 뮤직비디오까지 빈지노가 직접 참여했다. 우선 빼빼로의 다양함과 본인의 스타일을 담아 ‘Life ni Color’(작곡 피제이, 작사 빈지노)라는 곡을 만들었다. 다양한 개성과 취향을 컬러로 표현한 빈지노만의 재미있는 상상이 돋보이는 곡으로 오리지널 초코부터 최근 출시된 코코넛 빼빼로까지, 총 11가지 다양한 맛을 지닌 빼빼로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그리고 패키지 디자인에는 빈지노가 속한 아트크루 IAB 스튜디오에서 새롭게 만든 이미지를 적용했다. 새 패키지의 QR코드를 통해 마이크로 사이트로 들어가면 ‘Life in color’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고 독특한 아트워크와 색감이 돋보이는 공식 뮤직비디오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홀로그램 뮤직비디오까지 함께 제작하고 공개해 신기하고 매력적인 경험을 하나의 작은 스낵앨범에 모두 담기 위한 시도에 방점을 찍었다. 스마트폰 또는 패드와 홀로그램 피라미드만 있으면 빈지노의 모습을 3D 홀로그램으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마치 눈앞에서 뮤지션을 만나고 프리스타일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줘 국내에서는 잘 접하지 못한 ‘신개념’ 뮤직비디오를 구현해냈다. 컬래버레이션 자체도 빼빼로가 시도한 적이 없는 새로운 방식이면서, 뮤지션을 홀로그램으로 만나는 것 또한 현실감 넘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패션 브랜드 등 많은 브랜드가 뮤지션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왔지만, 제품 자체를 하나의 앨범으로 풀어낸 ‘스낵 앨범’은 롯데제과만이 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컬래버레이션이다. 빼빼로를 사는 것만으로 음악까지 함께 들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한 것으로, 소비자들은 빼빼로 과자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디지털 앨범을 사는 셈이다. 최근 음악을 들을 때 앨범 형태로 사기보다 디지털로 음원을 구매하는 트렌드를 읽어낸 참신한 기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