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Trend
글 이소현 프로 유종희 CD팀 tweety.lee@samsung.com
Thank You Creativity, Thank You Cannes
칸 국제광고제 참관기
크리에이터로 일한다는 게 갈수록 팍팍해지는 시대 아닐까 생각하던 중이었다. 광고보다 재미난 콘텐츠가 공중파보다 수백 배 많은 1인 미디어 채널에서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 과잉의 시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사건조차 24시간만 지나면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휘발성의 시대.
크리에이티브보다 ROI가 중요시되는 효율성의 시대.
이런 시대에 한 줄의 카피와 기막힌 아트워크, 심플한 아이디어로 세상의 이목을 끈다는 것은 어쩌면 ‘미션 임파서블’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Thank You Creativity’를 주제로 열린 2016 칸 국제광고제에서 그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정신 차리게 해줘서 고마워
알파고는 욕심쟁이였다. 바둑에서 이기는 것도 모자라 칸 그랑프리까지 가져가다니….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기술의 미래를 제시했다”, “인간의 지성을 이긴 획기적 사건이다”라는 평을 받으며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2013년 신설된 이노베이션 부문은 아예 지난해부터 전시·세미나 공간을 따로 만드는 라이온즈 이노베이션 행사를 출범했다. 알찬 프로그램을 구성해 IT 업계에 러브콜을 보내며 세상 어떤 혁신적 크리에이티브라도 다 접수하겠다는 칸 라이온즈의 의지가 읽힌다.
이노베이션 부문에선 그밖에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시간과 분위기, 사용할 악기, 음악 장르를 고르면 거기에 맞는 음악을 뚝딱 만들어주는 작곡 프로그램 ‘Jukedeck’과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닷(DOT)’의 점자 스마트워치가 눈에 띄었다. 이런 기세로 가다가는 내년쯤엔 AI로 쓴 카피가 상을 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ING가 혁신의 기업임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The Next Rembrandt> 캠페인을 보니, 역시 기술은 사람을 뛰어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한계를 넓혀주는 또 하나의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문과 사이버 부문에서 모두 그랑프리를 차지한 이 캠페인은 그림 한 폭 한 폭에 담긴 방대한 데이터와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한 데이터가 결합해 렘브란트의 작품을 새롭게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진정 크리에이티브하게 데이터를 이용했다는 평을 받았다. 데이터 분석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미술가, 마이크로소프트까지 합심해 장장 18개월이 걸렸다는 이 작품은 데이터로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의 중심에 크리에이티비티가 굳건하게 서있기에 가능한 캠페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기술에 끌려 다니지 않고 그 기술을 크리에이티브하게 이용해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정신 좀 똑바로 차려야겠다.
오래간만에 웃겨줘서 고마워
이번엔 재미있었던 수상작 위주로 살펴볼까 한다. 다이렉트 부문에서 실버를 수상한 <The Baby Stroller Test Ride>는 케이스 필름의 한 컷만 보고도 웃음이 빵 터졌다. 제품의 실사용자인 아기들에게 평가를 들을 수 없기에 부모가 타볼 수 있는 초대형 유모차를 제작한 것. 어쩌면 아주 쉬운 발상이지만, 그 발상을 실행에 옮기고 위트 있는 케이스 필름을 만든 데 개인적으로 점수를 주고 싶었다.
다음으로는 풍만한 아저씨의 상반신 탈의로 화면을 가득 채워 웃음을 자아냈던 아르헨티나 유방암 예방재단의 <Manboobs> 캠페인. 라이언즈 헬스가 유엔재단과 함께 순수 공익광고 중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는 ‘그랑프리 포 굿’의 그랑프리를 받았다. 이 캠페인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여성의 유방 노출이 금기시되는 까닭에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자가 진단 방법을 올바로 알리는 데 제약이 있다는 인사이트에서 출발, 위트 있는 ‘아저씨 가슴 자가 진단’ 영상을 만들어 주목을 끌었다. 잘 구성된 캠페인이고 재미도 있었지만, 과연 진짜로 여성들이 그 영상을 보고 자가 진단을 해봤을까라는 의문도 남았다.
1. 2016 칸 국제광고제 오프닝 갈라 파티 사이니지.
2.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재해석하고, 3D 프린터로 출력한 작품 <The Next Rembrandt>.
3. 다이렉트 부문에서 실버를 수상한 <The Baby Stroller Test Ride>.
4. 아르헨티나 유방암 예방재단의 <Manboobs>.
혹시 지구를 구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면 꼭 기억해야 할 캠페인이 있다. ‘환경을 보호하려면 맥주를 많이 마셔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Brewtroleum> 캠페인을 소개한다. 하이네켄의 뉴질랜드 맥주 브랜드 DB export는 맥주 양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친환경 바이오 연료를 만들었고, 이를 뉴질랜드 전역에 있는 62개 주유소에서 시판하며 맥주의 매출 신장과 브랜드 이슈화에 극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애드페스트, 뉴욕페스티벌, D&AD 등 이미 수많은 광고제에서 수차례 수상하며 유명해진 이 캠페인은 칸에서 다이렉트 부문 골드, 아웃도어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심사위원의 말을 빌리자면 “더 이상 수상 카테고리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색다른 교감을 제공하고, 매출 성과에 기여하는 것을 크리에이티브의 중요 판단 요소로 삼았다”고 한다. 이 캠페인 역시 케이스 필름을 잘 만들었는데 한 남자가 맥주 마시러 나가면서 어디 가냐고 묻는 아내에게 “To save the world!"라고 비장하게 말하는 포인트가 예술이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부문과 프레스 앤 퍼블리싱 부문에서 2개의 그랑프리를 거머쥔 <McWhopper> 캠페인. 워낙 유명한 캠페인이라 세계 평화의 날 와퍼와 빅맥을 합쳐 맥와퍼를 만들자고 제안한 스토리는 다 알 것이다. 이 캠페인은 미국에서 실행했는데 왜 에이전시는 Y&R NEW ZEALAND인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전부터 의문이 있었다. 알고 보니 캠페인을 기획한 Y&R NEW ZEALAND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이미 2011년부터 머릿속에 그렸던 캠페인을 팔기 위해 미리 영상과 설득 자료를 준비해 버거킹 뉴질랜드를 만나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바로 버거킹 본사의 마케팅 책임자를 연결시켜줘 담당자로부터 ‘I don’t swear often but I fucking love the idea’라는 격한 답장을 받으며 캠페인을 성사시켰다는 후문….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인가. 맥와퍼 캠페인이 상을 타고 또 탈 때, 케이스 필름을 보고 또 볼 때마다 버거킹의 제안에 맥도널드가 “Said no!”라고 한 포인트에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기본 아이디어가 좋았지만, 이 캠페인의 정수는 맥도널드의 “Said no!”부터 부스트업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맥도널드가 거절했기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DIY 버거를 만들고, 다른 햄버거 브랜드들까지 합세하고, 그렇게 소셜을 타고 이야기가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글 이소현 프로 유종희 CD팀 tweety.lee@samsung.com
Thank You Creativity, Thank You Cannes
칸 국제광고제 참관기
크리에이터로 일한다는 게 갈수록 팍팍해지는 시대 아닐까 생각하던 중이었다. 광고보다 재미난 콘텐츠가 공중파보다 수백 배 많은 1인 미디어 채널에서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 과잉의 시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사건조차 24시간만 지나면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휘발성의 시대.
크리에이티브보다 ROI가 중요시되는 효율성의 시대.
이런 시대에 한 줄의 카피와 기막힌 아트워크, 심플한 아이디어로 세상의 이목을 끈다는 것은 어쩌면 ‘미션 임파서블’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Thank You Creativity’를 주제로 열린 2016 칸 국제광고제에서 그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정신 차리게 해줘서 고마워
알파고는 욕심쟁이였다. 바둑에서 이기는 것도 모자라 칸 그랑프리까지 가져가다니….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기술의 미래를 제시했다”, “인간의 지성을 이긴 획기적 사건이다”라는 평을 받으며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2013년 신설된 이노베이션 부문은 아예 지난해부터 전시·세미나 공간을 따로 만드는 라이온즈 이노베이션 행사를 출범했다. 알찬 프로그램을 구성해 IT 업계에 러브콜을 보내며 세상 어떤 혁신적 크리에이티브라도 다 접수하겠다는 칸 라이온즈의 의지가 읽힌다.
이노베이션 부문에선 그밖에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시간과 분위기, 사용할 악기, 음악 장르를 고르면 거기에 맞는 음악을 뚝딱 만들어주는 작곡 프로그램 ‘Jukedeck’과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닷(DOT)’의 점자 스마트워치가 눈에 띄었다. 이런 기세로 가다가는 내년쯤엔 AI로 쓴 카피가 상을 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ING가 혁신의 기업임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The Next Rembrandt> 캠페인을 보니, 역시 기술은 사람을 뛰어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한계를 넓혀주는 또 하나의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문과 사이버 부문에서 모두 그랑프리를 차지한 이 캠페인은 그림 한 폭 한 폭에 담긴 방대한 데이터와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한 데이터가 결합해 렘브란트의 작품을 새롭게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진정 크리에이티브하게 데이터를 이용했다는 평을 받았다. 데이터 분석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미술가, 마이크로소프트까지 합심해 장장 18개월이 걸렸다는 이 작품은 데이터로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의 중심에 크리에이티비티가 굳건하게 서있기에 가능한 캠페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기술에 끌려 다니지 않고 그 기술을 크리에이티브하게 이용해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정신 좀 똑바로 차려야겠다.
오래간만에 웃겨줘서 고마워
이번엔 재미있었던 수상작 위주로 살펴볼까 한다. 다이렉트 부문에서 실버를 수상한 <The Baby Stroller Test Ride>는 케이스 필름의 한 컷만 보고도 웃음이 빵 터졌다. 제품의 실사용자인 아기들에게 평가를 들을 수 없기에 부모가 타볼 수 있는 초대형 유모차를 제작한 것. 어쩌면 아주 쉬운 발상이지만, 그 발상을 실행에 옮기고 위트 있는 케이스 필름을 만든 데 개인적으로 점수를 주고 싶었다.
다음으로는 풍만한 아저씨의 상반신 탈의로 화면을 가득 채워 웃음을 자아냈던 아르헨티나 유방암 예방재단의 <Manboobs> 캠페인. 라이언즈 헬스가 유엔재단과 함께 순수 공익광고 중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는 ‘그랑프리 포 굿’의 그랑프리를 받았다. 이 캠페인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여성의 유방 노출이 금기시되는 까닭에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자가 진단 방법을 올바로 알리는 데 제약이 있다는 인사이트에서 출발, 위트 있는 ‘아저씨 가슴 자가 진단’ 영상을 만들어 주목을 끌었다. 잘 구성된 캠페인이고 재미도 있었지만, 과연 진짜로 여성들이 그 영상을 보고 자가 진단을 해봤을까라는 의문도 남았다.
1. 2016 칸 국제광고제 오프닝 갈라 파티 사이니지.
2.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재해석하고, 3D 프린터로 출력한 작품 <The Next Rembrandt>.
3. 다이렉트 부문에서 실버를 수상한 <The Baby Stroller Test Ride>.
4. 아르헨티나 유방암 예방재단의 <Manboobs>.
혹시 지구를 구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면 꼭 기억해야 할 캠페인이 있다. ‘환경을 보호하려면 맥주를 많이 마셔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Brewtroleum> 캠페인을 소개한다. 하이네켄의 뉴질랜드 맥주 브랜드 DB export는 맥주 양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친환경 바이오 연료를 만들었고, 이를 뉴질랜드 전역에 있는 62개 주유소에서 시판하며 맥주의 매출 신장과 브랜드 이슈화에 극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애드페스트, 뉴욕페스티벌, D&AD 등 이미 수많은 광고제에서 수차례 수상하며 유명해진 이 캠페인은 칸에서 다이렉트 부문 골드, 아웃도어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심사위원의 말을 빌리자면 “더 이상 수상 카테고리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색다른 교감을 제공하고, 매출 성과에 기여하는 것을 크리에이티브의 중요 판단 요소로 삼았다”고 한다. 이 캠페인 역시 케이스 필름을 잘 만들었는데 한 남자가 맥주 마시러 나가면서 어디 가냐고 묻는 아내에게 “To save the world!"라고 비장하게 말하는 포인트가 예술이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부문과 프레스 앤 퍼블리싱 부문에서 2개의 그랑프리를 거머쥔 <McWhopper> 캠페인. 워낙 유명한 캠페인이라 세계 평화의 날 와퍼와 빅맥을 합쳐 맥와퍼를 만들자고 제안한 스토리는 다 알 것이다. 이 캠페인은 미국에서 실행했는데 왜 에이전시는 Y&R NEW ZEALAND인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전부터 의문이 있었다. 알고 보니 캠페인을 기획한 Y&R NEW ZEALAND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이미 2011년부터 머릿속에 그렸던 캠페인을 팔기 위해 미리 영상과 설득 자료를 준비해 버거킹 뉴질랜드를 만나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바로 버거킹 본사의 마케팅 책임자를 연결시켜줘 담당자로부터 ‘I don’t swear often but I fucking love the idea’라는 격한 답장을 받으며 캠페인을 성사시켰다는 후문….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인가. 맥와퍼 캠페인이 상을 타고 또 탈 때, 케이스 필름을 보고 또 볼 때마다 버거킹의 제안에 맥도널드가 “Said no!”라고 한 포인트에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기본 아이디어가 좋았지만, 이 캠페인의 정수는 맥도널드의 “Said no!”부터 부스트업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맥도널드가 거절했기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DIY 버거를 만들고, 다른 햄버거 브랜드들까지 합세하고, 그렇게 소셜을 타고 이야기가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공부하게 해줘서 고마워
수상 부문이 매년 조금씩 늘어나 이제 24개 부문이나 생겼다는 것도 놀랄 일이지만, 페스티벌 기간 동안 약 200개의 각 분야 전문 세미나가 열리고 칸 영화제를 방불케 하는 셀럽들의 출연이 있어 놀랐다. 특히 올해 라이온즈 엔터테인먼트가 출범한 해여서인지 광고계의 거장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기네스 펠트로, 윌 스미스, 데이비드 카퍼필드, 어셔, 이기팝,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에어비앤비 창업자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심지어 반기문 UN 총장님까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세계적인 광고 마케팅 업계의 인물들이나 이슈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들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미나의 홍수 속에서도 VR과 IoT라는 가장 핫한 주제로 제일기획이 주최하고 기획한 세미나들도 자랑스럽게 눈에 띄었다. 그리고 내부에서 VR 관련 아이디어를 내면서도 체험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행사장 안팎으로 준비된 삼성전자 체험존에서 경험하고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 세미나와 체험존 앞에 길게 늘어선 관람객의 행렬 뒤로 땀 흘리며 고생한 제일러들이 있었다. 반가웠고 뿌듯했다.
다시 사랑하게 해줘서 고마워
다시 수상작 이야기로 돌아와서, 모든 수상작을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캠페인을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바로 언더아머의 <Rule Yourself> 캠페인. 지난해 지젤 번천의 <I Will What I Want>로 칸을 휩쓸었던 언더아머와 드로가5의 새로운 캠페인이다. 언더아머는 무서운 기세로 나이키를 위협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광고 캠페인이 그 8할은 담당하지 않았나 싶다. 언제나 칸 그랑프리에 이름을 올리던 레전드 나이키가 언제부턴가 그 자리를 조금씩 언더아머에게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Rule Yourself>는 언더아머가 후원하는 선수들을 활용한 여러 편의 영상들로 필름 쪽 카테고리에서 골드, 실버 등을 몇 개씩 챙겨갔다. 그중에서도 필름 크래프트 부문 그랑프리를 받은 ‘펠프스’ 편은 마지막 카피 ‘It’s what you do in the dark that puts you in the light’가 나올 때 가슴이 찡했다.
런던올림픽 은퇴 이후 리우올림픽에 재도전을 선언한 펠프스의 복귀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제작된 이 필름은 세상의 주목을 받는 스타로서의 선수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싸우는 선수의 고통과 고독에 대해 오롯이 담고 있다. 누군가는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 + 그럴듯한 카피 한 줄’이라 평할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담아낸 감독의 역량과 절묘한 배경음악, 마지막 카피 한 줄의 정점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감동을 줬다. 정말 오랜만에 카피 한 줄이 주는 전율을 느꼈고, 특히 외로이 물속에서 홀로 떠 있는 한 컷의 미장센은, 때로 외로이 야근하는 우리의 모습과 겹쳐지며 뇌리 속에 깊이 남았다. 결국 우리도 어둠 속에서 해내는 일들이 언젠가 우리를 영광의 순간으로 데려다 주리라 믿으며 정진하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이번 칸 국제광고제에서 보고 자극 받은 영감들로 ‘크리에이터’로 일하는 즐거움, 크리에이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에 대한 도전의 자세를 되찾은 것 같아 기쁘다. 그리고 이미 광고에 대한 열정을 충만히 채워 이번 칸에 츨품, 수상한 국내외 제일러들 모두에게도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