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s & Cons of Sports
너도 스포츠냐? 스포츠를 둘러싼 갑론을박
한때 게임 같은 e스포츠를 놓고 과연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던 적이 있다. 가만히 앉아서 머리로만 경기를 치르는 e스포츠는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포츠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두뇌운동을 과연 신체활동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은 여전하다. 일상과 운동의 경계가 사라진 오늘,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을까? 스포츠의 영역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들을 들여다본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B R I D G E
카 드 게 임 이 영 국 법 원 에 간 까 닭
브리지는 흔히 트럼프로 할 수 있는 게임 중에서 가장 어렵고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세계적 토너먼트 대회가 열린 지 벌써 100년 가까이 됐으며 한국에선 1993년 한국브리지협회가 설립됐다. 그런 브리지가 영국에서는 스포츠인가 아닌가에 대하 논란으로 결국엔 법원까지 갔다.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산하 영국스포츠협회가 브리지를 ?츠로 인정하지 않자 영국브리지협회가 지난해 9월 고등법원에 브리지가 스포츠인지 아닌지 판결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브리지를 스포츠라고 주장하는 측은 영국의회에서 법률로 스포츠를 정의할 때 스포츠는 '마인드 스포츠'를 포괄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반면 스포츠가 아니라는 측은 영국의회의 개념 정의와 영국스포츠협회가 판단하는 스포츠의 개념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이러한 논란의 진짜 숨은 이유는 돈 때문이다. 현재 영국 정부는 스포츠 단체에 지급하는 예산을 줄이고 있어서 지난 4년간 스포츠 관련 예산이 100억 원 가까이 삭감됐다. 영국스포츠협회 측은 브리지가 스포츠로 인정받으면 예산 부족이 더 심해질 것을 걱정한다. 과연 브리지의 행방은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까.
F I S H I N G
취 미 활 동 일 까 스 포 츠 일 까
올해 대한체육회에서는 바둑과 요트 등 3종목을 정회원으로 승격시켰고 낚시와 합기도 등 6개 종목을 준회원으로 강등시켰다. 낚시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낚시단체에서는 수긍하기 힘들다며 통합준비위원회에 재심사를 요청했다. 낚시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로 등록된 종목이며 많은 낚시연맹과 협회, 단체가 존재하고 있으므로 정회원 자격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낚시를 스포츠로 보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스포츠에도 경쟁이 있어 더욱 값지고 멋진 장르가 있다면 낚시는 그 장르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스포츠피싱이 존재하지만 대다수가 취미로 즐기는 낚시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정식 스포츠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쟁이 가미된 대회 형식의 스포츠피싱이 낚시의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뜻에는 서로가 동의한다. 하지만 경쟁사회에 지친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찾는 낚시터에서조차 또 다른 경쟁을 마주치게 된다면 힐링으로서의 낚시는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MOUNTAIN CLIMBING
과 정 이 냐 결 과 냐 그 것 이 문 제
1988년 2월, 선구적인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에게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은메달을 수여하려 했으나 거절당한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 메스너는 '등산은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 사건은 등산을 스포츠의 관점에서 보려는 사람들과 등산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산악인들 간의 갈등이 표출된 대표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순수등산을 지키려는 산악인들에게 등산은 한계 상황에 부딪히며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발견을 하는 신성한 영역이다. 그래서 등산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경기 스포츠와 다른 독자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산악인들은 등산에서 관객과 심판은 자기 자신이며 극복해야 할 대상도 결국 자신뿐이었다.
반면 등산을 스포츠로 보는 이들은 등산이 철저한 육체운동과 경쟁을 유발한다는 면에서 스포츠적인 단면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등산의 구체적인 성과를 스포츠적으로 해석하고 등정한 산의 높이나 등정한 산의 개수를 평가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대해 정통 산악인들은 스포츠가 규칙과 경기 방식이 객관화된 데 반해 등산의 특성상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이유로 그러한 평가방식에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B A D U K
두 뇌 싸 움 도 스 포 츠 일 까
바둑은 두 명이 흑돌과 백돌을 가지고 번갈아 바둑판 위에 두어 각자 차지한 집의 넓이로 경쟁하는 게임이다. 작년 말 인기리에 방영된 <응답하라 1988>과 올봄 이새돌과 '알파고(AlphaGo)'의 대국이 사람드의 엄청난 이목을 끌면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에 바둑 열풍을 몰고 왔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바둑 대결에서 필요한 움직임은 반상 앞에 앉아 팔을 이용해 돌을 두는 것이 전부다. 그렇다면 가만히 앉아서 조그만 돌만 손가락으로 옮겨놓는 바둑을 과연 스포츠로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에서 바둑은 스포츠다. 2009년 대한체육회는 대한바둑협회를 정식가맹단체로 승인했다. 바둑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고, 전국소년체전 정식종목이 됐다. 두뇌 싸움도 스포츠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바둑이 진정한 의미의 '정통 스포츠'인가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너도 스포츠냐? 스포츠를 둘러싼 갑론을박
한때 게임 같은 e스포츠를 놓고 과연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던 적이 있다. 가만히 앉아서 머리로만 경기를 치르는 e스포츠는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포츠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두뇌운동을 과연 신체활동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은 여전하다. 일상과 운동의 경계가 사라진 오늘,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을까? 스포츠의 영역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들을 들여다본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B R I D G E
카 드 게 임 이 영 국 법 원 에 간 까 닭
브리지는 흔히 트럼프로 할 수 있는 게임 중에서 가장 어렵고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세계적 토너먼트 대회가 열린 지 벌써 100년 가까이 됐으며 한국에선 1993년 한국브리지협회가 설립됐다. 그런 브리지가 영국에서는 스포츠인가 아닌가에 대하 논란으로 결국엔 법원까지 갔다.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산하 영국스포츠협회가 브리지를 ?츠로 인정하지 않자 영국브리지협회가 지난해 9월 고등법원에 브리지가 스포츠인지 아닌지 판결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브리지를 스포츠라고 주장하는 측은 영국의회에서 법률로 스포츠를 정의할 때 스포츠는 '마인드 스포츠'를 포괄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반면 스포츠가 아니라는 측은 영국의회의 개념 정의와 영국스포츠협회가 판단하는 스포츠의 개념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이러한 논란의 진짜 숨은 이유는 돈 때문이다. 현재 영국 정부는 스포츠 단체에 지급하는 예산을 줄이고 있어서 지난 4년간 스포츠 관련 예산이 100억 원 가까이 삭감됐다. 영국스포츠협회 측은 브리지가 스포츠로 인정받으면 예산 부족이 더 심해질 것을 걱정한다. 과연 브리지의 행방은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까.
F I S H I N G
취 미 활 동 일 까 스 포 츠 일 까
올해 대한체육회에서는 바둑과 요트 등 3종목을 정회원으로 승격시켰고 낚시와 합기도 등 6개 종목을 준회원으로 강등시켰다. 낚시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낚시단체에서는 수긍하기 힘들다며 통합준비위원회에 재심사를 요청했다. 낚시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로 등록된 종목이며 많은 낚시연맹과 협회, 단체가 존재하고 있으므로 정회원 자격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낚시를 스포츠로 보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스포츠에도 경쟁이 있어 더욱 값지고 멋진 장르가 있다면 낚시는 그 장르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스포츠피싱이 존재하지만 대다수가 취미로 즐기는 낚시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정식 스포츠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쟁이 가미된 대회 형식의 스포츠피싱이 낚시의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뜻에는 서로가 동의한다. 하지만 경쟁사회에 지친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찾는 낚시터에서조차 또 다른 경쟁을 마주치게 된다면 힐링으로서의 낚시는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MOUNTAIN CLIMBING
과 정 이 냐 결 과 냐 그 것 이 문 제
1988년 2월, 선구적인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에게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은메달을 수여하려 했으나 거절당한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 메스너는 '등산은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 사건은 등산을 스포츠의 관점에서 보려는 사람들과 등산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산악인들 간의 갈등이 표출된 대표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순수등산을 지키려는 산악인들에게 등산은 한계 상황에 부딪히며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발견을 하는 신성한 영역이다. 그래서 등산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경기 스포츠와 다른 독자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산악인들은 등산에서 관객과 심판은 자기 자신이며 극복해야 할 대상도 결국 자신뿐이었다.
반면 등산을 스포츠로 보는 이들은 등산이 철저한 육체운동과 경쟁을 유발한다는 면에서 스포츠적인 단면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등산의 구체적인 성과를 스포츠적으로 해석하고 등정한 산의 높이나 등정한 산의 개수를 평가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대해 정통 산악인들은 스포츠가 규칙과 경기 방식이 객관화된 데 반해 등산의 특성상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이유로 그러한 평가방식에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B A D U K
두 뇌 싸 움 도 스 포 츠 일 까
바둑은 두 명이 흑돌과 백돌을 가지고 번갈아 바둑판 위에 두어 각자 차지한 집의 넓이로 경쟁하는 게임이다. 작년 말 인기리에 방영된 <응답하라 1988>과 올봄 이새돌과 '알파고(AlphaGo)'의 대국이 사람드의 엄청난 이목을 끌면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에 바둑 열풍을 몰고 왔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바둑 대결에서 필요한 움직임은 반상 앞에 앉아 팔을 이용해 돌을 두는 것이 전부다. 그렇다면 가만히 앉아서 조그만 돌만 손가락으로 옮겨놓는 바둑을 과연 스포츠로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에서 바둑은 스포츠다. 2009년 대한체육회는 대한바둑협회를 정식가맹단체로 승인했다. 바둑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고, 전국소년체전 정식종목이 됐다. 두뇌 싸움도 스포츠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바둑이 진정한 의미의 '정통 스포츠'인가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