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ing Star] 낭비없는 삶, 낭비없는 디자인|슬로워크
펜타브리드 기사입력 2017.03.06 01:43 조회 10877
 
 
 

Q1. 사회적, 친환경 디자인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있는 슬로워크를 소개해 주세요.

슬로워크는 환경과의 균형에 초점을 맞춘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기업입니다. 편집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시작해 브랜딩, 커뮤니케이션 전략, IT 솔루션까지 영역을 넓혀 왔는데요. 2015년에는 자체 프로덕트인 이메일마케팅 툴 ‘스티비(stibee.com)’ 2016년에는 스타트업 전문 브랜드인 ‘뭐든지 스튜디오(everythingstudio.co.kr)’ 를 탄생시켰고, 2017년에는 IT 솔루션 기업인 ‘UFOfactory(ufofactory.org)’와 합병해 디자인과 테크놀로지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어요. 우리의 목표는 힘의 낭비가 없는 효율적 자연생태시스템의 원리처럼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크리에이티브 기업으로서 세상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Q2. 임의균 대표님께선 원래 미대 출신이신데다 한때 유명한 단편애니메이션 작가로도 활동하셨는데요, ‘슬로워크’ 사업을 최초 창업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스물여섯이라는 나이에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 있는데, 그 때의 경험이 현재의 슬로워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그 당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기부 받아 전시회를 여는 일을 주로 해오며, 아름다운 재단 설립 과정에도 직간접적으로 동참했는데요, 미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다양한 디자인은 물론 홈페이지 제작 미션을 독학해가며 수행하기도 했네요. 어느 날 갑자기 미대생에서 디자이너가 되어버린 셈이지요.^^

제 작업이 입소문을 탔는지 비영리 단체에서 저를 꾸준히 찾아주셨어요. 자연스럽게 슬로워크 전신인 ‘스튜디오OO'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시작했고, 2년 후 음악 하는 친구와 삼청동에 'platform for design and sound'라는 모토의 ‘슬로워크(slowalk)'를 차리면서 더 다이나믹한 시도들을 하게 됩니다. 그때 당시 미쟝센, 인디포럼, 해외단편영화제에 초청될 정도로 소위 잘나가는(^^?) 단편애니메이션 작가로도 활동했는데요, 동시에 드라마 미술PD로도, 작은 IT회사에서 일도 병행했습니다. 다양한 것을 창작하며 돈도 벌기 위해 멀티플 크리에이터의 길을 택한 거죠. 거기서 번 돈으로 슬로워크를 근근이 유지하며 동료들에게 월급을 주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돈 안 되는 많은 일들을 무모하게 시도했던 경험이 현재의 슬로워크를 세운 기반이 된 것 같아요.

 
 

Q3. ‘슬로워크’의 기업 브랜드 네이밍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말 그대로 ‘천천히 걷는다’는 뜻입니다. 프란츠카프카의 책 속에 ‘선한 사람은 보폭을 맞추어 걷는다.’는 글귀가 있는데, 거기서 영감을 받았어요. 천천히 길을 걷다 보면 평소 보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어요. 자동차를 타고 목적지만을 향해 빠르게 달리는 삶과는 질적으로 분명 차이가 있죠. 우리를 둘러싼 세상엔 많은 이들이 경쟁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느라 잃어버리고 사는 소중한 가치들이 숨어있어요. 천천히 걷고 소통하면서 발견해 낸 소소하지만 위대한 가치들과 크리에이티브하게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이 녹아 있습니다.

 

Q4. 변화가 빠른 세상 속 슬로워크가 꼭 지키고 싶은 가치나 철학이 있나요?

세상이 아무리 변화된다 해도 우리는 변치 않는 가치를 추구합니다. ‘슬로워크의 미션은 창의적이고 영감을 주는 솔루션을 통해 조직과 사회의 변화에 기여하고, 이러한 변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비전은 고객과 멤버들로부터 실력과 가치와 재미를 인정받는 회사’입니다. 작년에 전 직원이 한데 모여 회사의 큰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찾은 공통 가치관이에요. 슬로워크는 구성원 모두의 치열한 고민을 통해 결정한 미션과 비전을 중심으로 매 순간 움직이고 있습니다.

 

Q5. 공통의 가치관을 연결해 유의미한 디자인들을 창출해내는 슬로워크의 움직임에서 미래 디자인의 희망을 발견해 봅니다. 슬로워크에게 디자인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환경과의 균형과 조화를 맞추는 작업이에요.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도 녹아있는 부분인데요, 힘 낭비 없는 삶, 힘 낭비 없는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우리에게 디자인이란 우리 삶에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꼭 필요한 핵심만 남겨 그 무엇이 되었든 ‘본래의 자기다움’을 살려주는 일이지요. 환경 단체와 일하면서 배운 갖가지 지혜와 도구를 모든 디자인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Q6. 서울시 종이 절약 캠페인으로 사회적 이슈를 낳았단 ‘지금하자’ 프로젝트에 슬로워크만의 가치가 잘 담겨있는 듯 한데요. 2016 잇어워드에서 서비스디자인부문 대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도 수상하셨어요. 프로젝트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와 소감을 들려주세요.

서울시에서 의뢰 받은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에요. 수많은 아이디어를 검토하던 중 발주처인 서울시청 사무공간에서 바로 실천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라 생각되어 채택해 준비했어요. 사무실에서 종이 사용 동선을 관찰해 그에 맞은 구성품을 기획하고, 사용자 입장에서의 카피를 담았어요. 종이를 아낄 수 있는 이면지 노트가 메인 구성품이었고, 나머지는 스티커와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최대한 추구해 디자인 했어요. 재생용지를 사용하고,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코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구성품을 인쇄하고 남은 자투리 종이까지 인쇄소에 가서 회수해 왔는데, 그 자투리 종이로 패키지 안의 칸막이를 만들었고, 메모지로 활용할 수 있게 구성품에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서울시 내에서 <지금하자> 패키지를 실제 사용 중이고, 시민들과 몇몇 학교에 직접 배포도 했는데요. 실제 사용한 분들의 후기를 실시간 확인하다 보니, 슬로워크만의 디자인으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전한 것 같아 신기하고 뿌듯했어요.

 
 

Q7. ‘특별한 날은 내가 만든다’는 의미로 슬로워크xUFOfactory가 제작한 달력 <다양력>과 굿즈가 판매되고 있는데요. 제작 취지와 함께 재미있는 기념일 창조 스토리를 소개해 주세요.

회사가 구조적으로 성장하다 보니 다양성이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어요. 하루하루 되풀이되는 날들을 보내다 보면, 특별한 날은 그리 자주 오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죠. 그래서 세계의 다양한 기념일과 함께 슬로워크가 제정한 재치 있는 기념일을 한 달에 하나씩 특별하게 기념하고, 반복되는 하루를 조금은 새롭게 맞이해 보자는 의미에서, 2012년부터 매년 창작 전문 크라우드펀딩 텀블벅 (https://www.tumblbug.com/diversitycal / 2016년 12월에 진행된 성공 사례)을 통해 시각 디자인 프로젝트로 달력을 선보이게 되었어요.

2월의 매주 월요일은 ‘퇴사의 날’로 제정 했어요. 1월까지는 새해 결심으로 어떻게 버텨봤는데, 2월부터는 도저히 위로가 안되시죠. 퇴사 의지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의미를 담았고요. 조금 더 특별한 기념일도 있습니다. 빛을 보면 반사적으로 재채기를 하는 25%(동양인 기준)의 사람들을 위한 빛 재채기 반사 증후군의 날도 있어요. 매년 11월 17일은 세계 ‘친구 끊기의 날’입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저장된 친구 연락처나 카톡 친구, SNS 친구들을 삭제하도록 허락된 날인 것이지요. 이 모두가 다양성 존중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죠. 샤우트 독자님들도 나라가 정해주는 뻔한 기념일이 아닌, 나만의 기념일 제정으로 새로운 기분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 다양력에서는 각종 스티커를 통해 지루하고 판에 박힌 삶에 지친 여러분이 직접 기념일을 만들 수도 있답니다. 잊지 마세요, 삶의 의미부여는 다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거!

 
 

Q8. 슬로워크를 만들어가는 멤버들과 회사 분위기를 자유롭게 소개해 주세요.

공통의 가치를 지닌 멤버들이 들어오고, 뜻이 잘 맞는 클라이언트와 파트너와 연결되다 보니, 자율적이면서도 유기적인 흐름대로 성장해 나가는 걸 중시하게 되었어요. 슬로워크는 <자유와 책임>의 행동 가치에 따라 각 팀과 개인의 다양성을 최대한 존중합니다. 현재 총 15개의 팀이 있는데요, 회사는 팀에게 미션과 비전, 합리적으로 도출한 수익 목표를 제시하되, 그 외 팀명, 팀원 구성(채용), 근무 시간과 장소, 휴가 등 운영의 모든 것을 팀의 자율에 맡깁니다. 꼭 필요하다면 새로운 팀을 개설할 수도 있습니다. 힘의 낭비 없는 효율적 업무 시스템을 회사 전반에 도입하려고 끊임없이 노력 중이랍니다.

 

Q9. 슬로워크와 함께하는 주요 파트너들을 소개해 주세요.

비영리 조직 파트너가 많으며, 공공기관과 기업 파트너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내 모금액 상위 45개 비영리조직 중 50%, 인지도 상위 10개 비영리조직 중 90%(월드비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굿네이버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름다운재단,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기아대책, 세이브더칠드런, 컴패션)가 슬로워크의 주요 고객입니다. 300여개 비영리조직과의 협업 경험이 많다 보니 관련 조직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것이 슬로워크만의 강점입니다.

 
 

Q10. 슬로워크를 운영하시며 위기의 순간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셨나요? 있으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로워크를 지켜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블로그를 운영하며 회사가 많이 알려졌어요. 특히 세이브더칠드런의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을 디자인하면서 많은 일들이 생겼고 회사는 양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회사가 알려지니 좋은 인재들이 많이 들어왔고, 일이 많으니 야근도 많이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야근을 합니다만…

이때 한 멤버가 전체메일을 보내며 퇴사를 하게 됩니다. '슬로워크와 대표님이 변하는 것 같다'는 취지의 메일이었는데요. 저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그저 좋은 회사, 좋은 사람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안식월 제도 등 파격적인 복지제도를 만들면서까지 직원들에게 신경을 많이 썼다고 생각했는데, 졸지에 나쁜 대표가 되어버린 겁니다. 퇴사는 줄줄이 이어집니다. 그 때 태어나 처음으로 저를 제 3자 입장에서 들여다 본 것 같습니다. ‘함께하는 사람의 깊은 마음까지 통찰하지 못하는 리더였구나!’ 하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더라고요.
회사에는 어떤 원칙과 시스템도 없었고, 그저 대표의 호의로 보기 좋은 제도들만 만들었으니 문제가 생긴 거지요. 그 당시 강연도 많이 다니며 제 입으로 회사자랑도 많이 했는데,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런 회사인줄 착각했던 제 자신이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정말 좋은 회사라면 구성원들 입을 통해 행복하다는 얘기가 나오도록 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이때부터 권한을 내려놓고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모든 원칙과 문화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개선된 부분도 있고 아직 개선되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만, 멤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노력해온 시간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 중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그때 줄줄이 퇴사했던 동료 3분이 재입사를 했습니다. ^^

 
 

Q11. 슬로워크의 남다른 내공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반전 스토리네요. 슬로워크를 키워오시며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비영리 단체 일을 많이 해오다 보니, 대기업이나 기부를 실천하는 선한 기업들과 자연스레 연결이 돼요. 비영리 조직이 네트워킹이 워낙 좋다 보니, 소개를 받아 진행된 일들이 많고요. 단순 칭찬이나 인정이 아닌, 한번 관계를 맺은 고객이 우리를 믿고 계속 맡겨주시거나, 다른 부서나 다른 조직에 적극 추천해 주실 때 가장 보람이 큽니다. 슬로워크는 존재 가치는 ‘연결’입니다^^

 

Q12. 슬로워크와 같은 사업에 도전하고 싶은 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슬로워크의 미션 중 “네트워크 확대”가 있어요. 그래서 작년에 스타트업 전문 브랜드인 ‘뭐든지 스튜디오(everythingstudio.co.kr)’를 런칭했는데요, 슬로워크와 같이 조직과 사회의 변화에 기여하고 싶은 개인이나 조직을 위한 솔루션이라 보시면 됩니다. 스타트업 준비하실 때 힘든 부분 많으시죠? 우리 함께 고민해요! 슬로워크가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멋지게 탄생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Q13. 슬로워크의 향후 계획과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고객과 사회 구성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실력, 가치, 재미’를 모두 인정받는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이 중 어느 하나만이 아닌 모든 것이 균형 잡힌 회사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죠. 궁극적 목표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젼시 모델을 벗어나 사회와 환경에 도움을 주는 브랜드 개발 회사로 확장해 나가는 것입니다. 자체 서비스인 스티비(이메일 마케팅 툴)를 만든 것도 이런 취지에서예요. 15개 팀 자체에서 사회공익 솔루션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전사 차원에서 힘을 더 키워야겠지요.

 
 
 
슬로워크 ·  인터뷰 ·  종이 ·  디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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