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umer Insight] USP를 넘어 UXP로
독특한 판매 제안(Unique Selling Proposition)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핵심적이고 효과적인 개념으로 오랫동안 이론적, 실무적으로 활용돼왔다. 때문에 마케팅 전략 수립에 있어 USP는 필수적으로 설정해야 하는 전략적 개념처럼 여겨져 왔으며, 때에 따라서는 특정 제품의 USP가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의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키워드가 되기도 했다.
가령, Nike Air의 경우가 그러하다. 미국에서 스포츠화의 보급이 가속화되고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각 기업은 제품 성능의 증대와 차별화를 모색하기 시작했고, 운동할 때의 충격을 흡수해줄 수 있는 기능을 상징하는 에어쿠션을 제품에 도입하여 성공한 제품이 바로 Nike Air다. 당시 이 제품은 단지 충격을 흡수해준다는 주장에 그치지 않고 그 기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공기가 주입된 쿠션을 밑창
에 삽입하여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하였다. 결과적으로 에어쿠션이라는 USP는 스포츠화 시장에서 전설로 남은 제품(Nike Airmax 1)의 기능으로서, 그리고 Air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마이클 조던을 모델로 선정하게 된 계기로서, 지금의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준 1등 공신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는 전략적 개념이었다.
하지만 요즘 스포츠화의 마케팅을 보면, USP가 그 당시와 같은 전략
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령, 리복에서 출시한 ‘ZigTAG’이라는 USP는 역시 쿠셔닝이라는 기능과 함께 디자인 요소로서 어필하여 당시 유행처럼 소비자들 사이에 판매되었지만, 정말 유행처럼 소비되며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였다. 그 외에 ‘Mid-Foot Strike’라는 기능(대개 스포츠화의 쿠션은 발뒤꿈치 쪽에 치중되는 데 반해 Mid-Foot Strike는 발 가운데에 쿠션을 강화하여 더 편안하게 러닝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으로 시장 내 차별화를 도모하였던 스케쳐스 역시 혁신적인 기능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반면에, 오랫동안 고전해 오던 스포츠화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캠페인이 있었는데 바로 프로스펙스 W 다. 프로스
펙스는 그동안 나이키와 리복에 비해 이미지나 가치가 낮게 평가돼 오던 브랜드로 수많은 캠페인 광고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의 캠페인으로 브랜드의 가치와 판매를 모두 증대시키는 획기적인 전기를 맞았는데 그것이 바로 ‘워킹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소비자들 사이에 다이어트, 건강을 위해 유행처럼 번지던 걷기 운동을 하나의 스포츠로 바라보면서 걷기 운동에 최적화된 스포츠화를 제안한 캠페인이다. 광고의 카피 흐름은 이렇다.
“당신에게 워킹은 완벽한 스포츠입니다.” → “그런데 왜 러닝화를 신고 걸으시죠?”
이 캠페인은 워킹화의 기능을 제안한다기보다는 워킹을 하나의 스포츠로서 좀 더 완벽하게 경험하기를 제안하는 캠페인이다. 즉 단순히 새로운 제품 – 워킹화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 – 워킹에 어울리는 새로운 제품을 제안하는, 그래서 경험-제품을 묶어서 소비자들에게 제안하는 접근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워킹을 돕는 W의 USP는 존재한다. 워킹을 좀 더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즉 발을 꽉 잡아줌으로써 11자 워킹을 돕는 무브 프레임이라는 USP가 있지만, 이 개념은 캠페인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소비자의 눈길을 잡지도 못한다. 중요한 건 스포츠화의 어떤 기능인가가 아닌, 소비자가 새롭게 경험하게 될 워킹이라는 스포츠 그 자체이다. 따라서 W는 제품의 판매를 위한 독특한 기능의 제
안(Unique Selling Proposition)이 아닌, 소비자가 직접 느끼게 될 독특한 경험의 제안(Unique Experience Proposition)을 한 것이며, 바로 이것이 요즘의 소비자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이고 새롭게 받아들이게 되는 접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마케터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기능에서 찾기보다는 경험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USP가 아닌 UXP로 성공을 거둔 사례는 그 외에도 수없이 많다. 짜파게티라는 오래된 인스턴트 짜장 브랜드는 그 동안 제품의 새로운 업데이트를 위해, 올리브유 사용, 사천식 등등의 여러 가지 시도를 거쳐왔지만, 브랜드가 다시 재활성화된 계기는 오히려 마케팅이 아닌 소비자 스스로의 제안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바로 짜파구리다.
‘짜파구리’라는 말은 짜파게티 + 너구리의 조합으로 기존의 짜파게티와 비슷하면서 식감은 다른 독특한 미각 체험으로 인터넷상에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그리고 다양한 변형 레시피 버전이 등장하면서 오히려 소비자들로부터 제품 경험의 새로운 형태가 제안되고 확산되어 나갔다. 이러한 현상은 판매의 증대뿐 아니라, 브랜드의 노후화를 방지하고 신선도와 새로움을 더하는 역할을 하는 강력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되었다.
결국, 기업은 이러한 현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광고, 프로모션 활동에 적용하는 마케팅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하였다. 요컨대, 소비자가 주도한 UXP에 의해 브랜드의 재활성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이러한 현상의 효과를 눈치채고 일부 기업에서는 UXP를 마케팅 활동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오레오라는 과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과자 브랜드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랑받은 식음료 브랜드가 항상 직면하는 문제, 즉 짜파게티에서 보았듯 브랜드 노후화와 판매 정체, 부진의 상황에 놓였고 이를 타개하려는 방안 중 하나로 아이들을 타깃으로 하여 재미요소를 포함한 UXP를 제안하였다. 이는 제품 자체의 변화가 전혀 없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먹는 방법에 대한 변화였고, 심지어 예전부터 있었던 먹는 방법(우유에 담가 먹는)을 그대로 활용하되, 단지 아이가 “오~레~오”라고 외치는 간단한 구호를 넣어주기만 했다. 단지 이런 간단한 UXP만으로도 파급력이 큰 마케팅 자극이 되었는데, 당시 마트에서 가면 오레오 앞에서 광고에서 제안한 구호를 외치는 아이들이 가득하게 만들었다.
프링글스 또한 오래된 브랜드다.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특히 감자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퍼져나갈 때쯤 역시 제품 속성이 아닌 새로운 제품의 경험 방식을 제안하는 마케팅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하였다. 이 경우는 특히 제품의 변형이 있되, 내용물이 아닌 패키지를 변형하였다. 프링글스는 감자칩의 맛이나 식감뿐 아니라 패키지가 특히 독특하게 차별화되어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긴 원기둥 형의 딱딱한 패키지라는 점, 그리고 감자칩이 젊은 층이 노는 야외에서 주로 소비된다는 점을 활용하여 패키지에 스피커를 달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즉 감자칩 + 파티라는 독특한 조합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안하는 UXP를 만들어 내었다. 식음료 브랜드뿐 아니다. 최근 전형적인 패턴의 자동차 광고에서 벗어나, 자동차의 외관 전체의 모습을 등장시키지 않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광고가 있다. 바로 쏘나타다. 쏘나타는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즐기는 경험을 단지 빗소리와 음악, 그리고 차창에 얼룩지게 비친 풍경만으로 근사하게 제안한다. 이러한 경험은 기존의 자동차 광고에서 늘 하던 성능과 주행감이 아닌 또 다른 매력의 독특한 자동차의 경험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소비자의 눈과 귀를 잡아끌고 이를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업데이트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경제는 소유의 시대에서 경험과 공유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그만큼 좋은 브랜드를 소유한다는 데서 오는 자부심보다는 새로운 경험과 그러한 경험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데서 오는 즐거움을 더 큰 삶의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제품 속성과 성능에 대한 기대치보다는 그 제품으로 어떤 경험을 하게 되며,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되는가에 더 기대가 많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런 소비 트렌드에 발맞출 수 있고, 그럼으로써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더 어필될 수 있는 브랜딩의 전략적 개념이 바로 UXP다. 그러니까 제품과 성능의 영역에 속한 USP가 아닌 경험과 즐거움의 영역에 속한 UXP가 새로운 시대에 더욱 중요
하고 효과적인 접근이 될 것이다.
USP ·
UX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