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밥 먹듯 일삼는 프로야근러, 일에 시달리는 사축(社畜), 휴가도 마음 놓고 떠나기 어려워 회사로 ‘출근휴가’ 등 직장인들의 애환을 표현한 신조어들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이 모두를 관통하는 단어가 있는데요. 바로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뜻하는 ‘워라밸’입니다. 광고인들도 몸은 회사에 있지만 마음 만은 꿈꾸는, 워라밸에 대해 알아봅니다.
칼퇴 VS 연봉, 더 중요한 것은?
연봉이 많은 대신 야근이 잦은 직장, 연봉도, 야근도 적은 직장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떤 것을 고르시겠습니까? 실제로 취업포털 사람인이 2016년 12월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입사 희망 기업을 설문 한 결과, 절반 이상인 65.5%가 연봉은 평균 수준이더라도 야근이 적은 기업을 택했습니다. 연봉이 높지만 야근이 잦은 기업을 선택한 경우는 11.8%에 그쳤다고 하는데요.
단순히 일을 적게 하고 싶은 마음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연봉 중간, 야근 적은 기업’을 고른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질문에는 ‘경제적으로 안정되어야 삶의 질이 높아져서’ (29.8%)와 ‘취미활동 등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해서’(26.3%)라는 응답을 비슷한 비율로 선택했는데요. 직장을 선택할 때 경제적인 안정뿐 아니라 삶의 질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 워라밸
이렇게 ‘워라밸’은 요즘 젊은 세대의 직장 선택에 중요한 기준으로,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강조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퇴근 이후 가족과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는 것을, 누군가에게는 좋아하는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이 보장되는 것이기도 하는데요. 직장에 나의 모든 시간을 투자하며 나 없는 삶을 살아가기 보다 일만큼 가족과 함께, 나를 돌아보며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기준입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고용노동부에서는 ‘일家양득’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家양득이란 워라밸이 좋은 기업을 구분할 수 있는 5대 핵심 분야를 선정해 그 기준을 지키도록 독려하는 캠페인인데요. 5대 핵심 분야는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 유연근무 활용도 높이기, 회식·야근 줄이기, 육아부담 나누기, 자기계발 및 알찬 휴가 지원입니다.
이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기업이 있을까요? 우아한 형제들, 야놀자, 제니퍼소프트 사례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이 행복하다, 우아한 형제들
배달의 민족 등 O2O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복지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자회사를 포함한 총 460여 명의 직원이 2015년부터 4.5일제를 도입해 매주 월요일이면 1시에 퇴근합니다. 직원 본인을 비롯한 가족의 생일에는 조기 퇴근을 보장하는 ‘지만가(지금 만나러 갑니다)’ 제도를 운영하고, 퇴근자가 눈치를 보지 않는 사내문화 장려 조직 ‘피플팀’을 만들어 ‘휴가에는 사유가 없다’고 홍보하는 사내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우아한 형제들이 적극적으로 ‘워라밸’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직원들의 행복한 삶을 꿈꾸기 때문인데요. 경영진은 직원 복지를 비용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행복이며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행복할 수 있는 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행복은 목적이 아닌 ‘관계’에 있음을 깨달은 경영진은 직원들끼리 서로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진행합니다.
우아한 형제들은 워라밸 제도 시행으로 일 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에게 부여하는 2016년 여성가족부 가족친화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행복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 야놀자
숙박업소 예약 플랫폼 ‘야놀자’ 역시 직원 복지로 유명합니다. 먼저 모든 직원의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출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팀의 업무 성격에 따라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출근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닌데요. 구내식당에서는 삼시 세끼를 무료로 제공하고, 직원들이 심신을 단련할 수 있도록 리프레시 존을 운영합니다. 리프레시 존에는 헬스장, 요가실, 배드민턴장, 수면실, 샤워실, 클라이 및 탁구시설, 도서관까지 갖추고 있는데요. 회사 밖을 나가지 않아도 다양한 활동을 하며 몸과 마음을 말 그대로 ‘리프레시’ 할 수 있지요.
풍성한 복지만큼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개개인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만큼 책임감을 고취할 수 있는 제도들이기 때문인데요. 다양한 워라밸 제도의 운영으로 야놀자는 2014년 포춘코리아와 잡플래닛으로부터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좀 놀면 안되나요, 회사에서?” 한국의 구글, 제니퍼소프트
일을 하는 회사에서 논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말인듯 보이지만 잘 놀면 제니퍼소프트만큼 유명해지기도 합니다. 제니퍼소프트는 기업의 네트워크 시스템과 통신망, 서버를 원만하게 돌아가도록 돕는 미들웨어(middleware)의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인데요. 자율적인 조직 문화와 남다른 직원 복지로 ‘꿈의 직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제니퍼소프트에서 ‘제니퍼소프트에서 하지 말아야 할 33가지’를 블로그에 공개해 화자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퇴근할 때 눈치 보지 마요. 당당하게 퇴근해요’, ‘퇴근 후 일하지 마요. 우리에겐 휴식과 가족과 나눌 사랑이 힘이 돼요.’ 등과 같은 항목입니다. 개발자들이 놀이하듯 자유롭고, 재미있게 일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든 내용이라고 합니다.
제니퍼소프트는 파격적인 기업문화와 함께 워라밸 제도로도 유명합니다. 하루 7시간 근무에, 출산하면 1,000만 원 보너스를 줍니다. 연간 정기휴가 20일이고 5년 근무하면 2주 장기 휴가, 차량 유류비, 식비, 교통비, 통신비 전액 지원, 신입사원의 경우 월세의 50%를 지원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복지만이 제니퍼소프트의 전부는 아닙니다.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제품력으로 글로벌 IT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매직쿼드런트 보고서에 국내 APM 기업 최초로 등재되었는데요. 일과 삶의 균형이 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려 직원과 기업이 서로 윈윈하는 워라밸 기업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직원의 창의성 성장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워라밸 제도.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고 있는 지에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인데요. 직원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장기적인 기업 성장과 최적의 인재 발굴을 위해 워라밸 제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