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츤데레’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어 ‘츤데레’는 새침하다는 의미의 ‘츤츤’과 부끄러워하다는 뜻의 ‘데레데레’의 합성어로 겉으로는 무심한 척하지만 은근히 챙겨주는 사람을 칭하는 말인데요. 캄테크는 츤데레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을 뜻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은밀할수록 편리해지는 기술, 캄테크를 소개해드릴게요.
현관 센서등이 바로 캄테크
캄테크는 조용하다는 뜻의 캄(calm)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입니다. 캄테크 시대를 예언한 마크와이저(Mark Weiser) 컴퓨터학 박사는 ‘정보를 주지만 주의는 요구하지 않는 첨단 기술’로 캄테크를 정의했는데요. 깜깜한 밤 아파트를 들어설 때 반짝하고 자연스럽게 켜지는 센서등이 가장 쉬운 예입니다. 특정한 기술이라기보다 소리 없이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여 사용자에게 적절한 맞춤 혜택을 주는 ‘과정’ 자체를 캄테크라 부르죠.
‘사람’이 우선인 기술
그렇다면 사람들이 캄테크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캄테크가 ‘인간 중심의 기술’이라는 점을 이유로 꼽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라고 불리는 지금, 다양한 기술들이 인간 앞에 나타나고 있는데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우리의 생활이 훨씬 편리해질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17>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소비자는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명분 없이 무턱대고 신기술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합니다. 이러한 심리는 최근 이세돌 9단과 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이 알파고의 첨단 기술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을 지배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는데요. 김난도 교수는 ‘캄테크 열풍이 기술을 삶의 질을 위해 활용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주의와 관심만을 주며 그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까닭에 캄테크는 철저히 ‘인간’ 중심의 기술을 목적으로 합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에 사람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해치지 않고, 인간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서도 자기의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오직 인간을 위한, 사람 중심’의 기술을 실현하는 것이 캄테크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특징별로 알아보는 캄테크 아이템
이렇게 전 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캄테크, 그렇다면 캄테크는 우리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요?
1. 소리 없이 강하다, LG전자 스마트씽큐 & 호루스 테크놀로지
캄테크의 첫 번째 특징은 평소 존재를 드러내지 않다가 필요할 때만 조용히 우리 곁에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캄테크의 무자각성이 잘 드러난 사례는 LG전자의 ‘스마트씽큐 센서’ 입니다. 지름이 4㎝ 정도의 원형 스마트씽큐 센서를 스마트 기능이 없는 일반 가전제품에 부착하면 마치 리모컨처럼 스마트폰을 이용해 제품을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는데요.
단순 작동뿐 아니라 세탁기에 부착하면 세탁 완료 여부와 세탁통 세척 시기를 알려주기도 하고 에어컨에 부착하면 실내의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사용자가 설정한 온도에 맞춰 냉기를 조절해 최소한의 주의만으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최근 시각 장애인을 위해 개발한 호루스 테크놀로지(Horus Technology) 역시 최소한의 주의로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캄테크의 ‘무자각성’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배터리와 그래픽 처리 프로세서가 내장된 기기를 벨트에 연결하거나 바지 주머니 안에 넣고 헤드셋을 연결하면 시각 정보를 음성 메시지로 전환해 시각 장애인에게 전달해주는데요. 전방의 장애물 여부부터 사물과 사람도 구분하는 기능까지 갖춰 시각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캄테크의 두 번째 특징은 현실과 가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하는 확장성입니다. 최근에 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GO가 대표적인 예인데요. 눈으로 접하는 현실 세계를 가상의 그래픽과 함께 겹쳐서 보여주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현실의 모든 장소가 게임의 배경으로 활용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가상현실은 게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영국에는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공존하는 에너지 생산도로가 있는데요. 바로 ‘압전 도로’입니다. 이 도로 위를 자동차가 달리면 달릴 때 가해지는 압력이 전기로 바뀌는데요. 이때 생긴 전기로 도로의 가로등을 켜고 휴게소나 가정집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도로를 달리면서 전기를 충전하는 모습이 머지않아 보입니다.
3. 제3의 가치를 창출하다, ‘스마트 정수기 & 핏비트’
캄테크의 마지막 특징은 서로 다른 캄테크가 제3의 서비스와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수기 브랜드, 코웨이는 사물 인터넷 기능을 적용해 사용자들이 각자 자신의 물 먹는 습관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 정수기를 개발해서 화제를 모았는데요. 물 마시는 습관을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상 작동 여부 및 이상이 감지되면 콜센터로 바로 연결해주는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스마트 밴드와 보험회사라는 참신한 서비스의 결합이 돋보이는 핏비트(Fitbit)도 캄테크의 하나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미국의 보험회사, 존 핸콕(John Hancock)은 스마트 밴드, 핏비트와 제휴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요. 존 핸콕은 보험 가입 고객들에게 핏비트를 착용하게 하고, 사용자의 운동량을 체크해 운동을 열심히 한 것이 확인되면 보험료를 15%까지 감면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보험회사 고객들은 건강이 좋아짐은 물론, 보험료 감면 혜택도 누릴 수 있었지요.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발전 속도 때문에 자칫 그 본질이 잊힐 우려가 있는데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기술이 인간의 더욱 편리한 생활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과 인간 사이에서 접착제이자 윤활유로써 기술의 본질인, 인간의 편리함을 도모하는 캄테크를 접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