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할 때 혼자서 마음 편히 구경하고 싶은데 점원이 자꾸 말을 걸어 부담스러웠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이럴 때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말 걸지 말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달하기도 합니다. 최근 혼자 쇼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현상 중 하나인데요. 오늘은 이런 나홀로 쇼핑족을 맞춤형으로 공략한 ‘언택트 마케팅’에 대해 알아봅니다.
스벅의 사이렌오더가 언택트 마케팅!
택배 기사를 기다릴 필요도, 매장에서 점원을 부르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금융권의 ‘비대면 거래’처럼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언택트(Untact)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언택트 마케팅은 사람과의 접촉, 다시 말해 콘택트(contract)를 지운다는 의미(Un+tact)의 신조어입니다. 일종의 무인 서비스를 함축한 개념으로,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발표한 ‘2018년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꼽히기도 했죠.
언택트 마케팅은 무인 항공기의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의 셀프, 사람 대신 로봇이 작동하는 공장의 자동화 방식 등 방식은 다르지만,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기술은 언택트 마케팅의 플랫폼이 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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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예로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요즘 스타벅스에 가보면 들어서자마자 주문 대신 바로 픽업 데스크로 가는 사람들 많이 보셨죠? 사이렌오더는 줄을 기다리지 않고, 점원에게 일일이 설명할 필요 없이 핸드폰 앱으로 미리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밖에도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등 많은 수의 고객을 상대하는 패스트푸드 매장에 언택트 마케팅은 이미 상용화되어 있습니다. 매장 한 측에 마련된 키오스크(안내 단말기)를 통해 주문 및 결제가 이뤄지는데요. 최근에는 얼굴을 인식해 어울리는 화장품을 골라주고, 백화점에서 로봇이 길을 안내해 주는가 하면 20초만에 완성되는 자동 네일기기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사례를 통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스마트기기로 간섭 없이 재미있게, 올리브영
언택트 마케팅을 키워드로 꾸며진 올리브영 강남 본점은 개장 한 달 만에 방문객 50만 명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기존 매장과 달리 가상 메이크업 앱, 스마트테이블, 키오스크 등 디지털 체험공간으로 구성돼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죠.
메이크업 제품들이 진열된 1층에는 스마트 테이블, 메이크업 애플리케이션, 측색기 등 다양한 체험 공간이 구성돼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스마트 테이블은 실제 대형 태블릿PC처럼 생긴 태블릿으로, 이곳에 구매를 원하는 제품을 올리면 화면에 제품 정보, 매장 위치 등이 바로 나타납니다.
이밖에도 올리브영 강남점 1층에는 피부 밝기와 함께 웜(warm)톤, 쿨(cool)톤 여부를 측정해주는 측색기, 뷰티에 관심이 많이 여성 사이에서 유명한 뷰티톡 앱이 깔린 태블릿PC를 통해 최근 인기를 끈 제품들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간섭없이 쇼핑할 수 있는 동시에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2층 스킨케어 존에서는 메인 기기인 ‘스마트 미러’를 만날 수 있는데요. 피부 유·수분 함유량, 민감도 등을 체크한 다음 거울에 얼굴을 대면 스마트 미러가 피부 나이 등을 분석해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주죠. 이밖에도 LG생활건강의 치아 제품 브랜드 클라이덴에서는 가상 치아 미백을 체험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를, 지헬스는 미니 체지방 측정기를 배치해 소비자들의 즐거운 쇼핑을 돕고 있습니다.
길 안내, 통역을 물론 엔터테인먼트 기능까지, 쇼핑 로봇
언택트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유동 고객이 많은 백화점과 쇼핑몰입니다. 롯데, 신세계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은 ‘쇼핑 도우미 로봇’ 도입하며 언택트 마케팅 경쟁에 한창인데요.
먼저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서울 소공동 본점에 쇼핑 도우미 로봇인 ‘엘봇’을 도입했습니다. 엘봇은 말하고 움직이면서 소비자에게 매장을 추천하는 안내 로봇인데요. 엘봇의 화면에는 심심해, 배고파, 상담원 연결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가 뜹니다. 심심해를 누르면 증강현실을 이용한 3D 가상피팅 체험 공간으로 안내하죠. 로봇을 따라 이동하면 스크린을 통해 가상의 옷을 미리 입어볼 수도 있고, 배고파를 누르면 백화점에 위치한 식음료 매장도 알려줍니다. 상담원 연결을 선택하면 전문 통역사와 연결도 해줍니다.
현대백화점의 ‘지니톡’ 역시 외국인 관광객에게 특화된 통역 쇼핑 로봇입니다. 한국과컴퓨터의 한국어 기반 음성인식 통역 소프트웨어인 ‘말랑말랑 지니톡’이 탑재돼 외국인 쇼핑객에게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지니톡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 통역 서비스는 물론 노래, 춤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매장 및 편의시설 안내 기능 등도 갖추고 있습니다. 고객을 따라다니며 클래식, 가요 등 노래를 들려주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사진 촬영 서비스도 가능하죠.
스타필드 하남에서는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안내 로봇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안내 로봇은 1층 안내데스크 주변을 자율 주행하며 스타필드 하남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주요 시설 및 매장 안내, 광고 상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고객이 로봇의 터치스크린을 통해 특정 매장을 검색하면 로봇이 화면과 음성으로 매장의 위치, 경로, 소요시간 등을 알려줍니다. 안내 로봇은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음성인식 플랫폼을 탑재해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 총 4개 국어를 인식하는데요. 덕분에 외국인 고객에게도 적합합니다.
스타필드 하남과 고양 매장 내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하우디’에서는 조금 더 특별한 기기를 만날 수 있는데요. 하우디 매장 안에 놓여진 대형 벤딩머신입니다. 고객이 키오스크를 통해 상품을 주문하면 로봇이 벤딩머신이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데요. 이 대형 벤딩머신은 투명하게 제작돼 내가 주문한 상품을 로봇이 픽업해 나에게 전달하는 전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보는 것 자체로 흥미롭습니다.
네일아트에 단 20초! 핑거네일투고
언택트 기술의 유행은 창업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음식점, 편의점 등을 넘어 노동집약적 분야로 분류되었던 뷰티 창업에도 언택트 기술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핑거네일투고는 세계적인 프린트 기업인 HP와 10년 합작으로 개발된 세계 최초 자동 네일머신입니다. 이 기계를 이용하면 사람의 정교한 기술로 가능했던 네일아트를 대면 접촉 없이 받을 수 있는데요. 손톱에 직접 프린팅하는 형식으로, 정교하고 디테일한 인쇄 기술로 고해상도 이미지의 색감이 그대로 표현됩니다.
기기 안에 내장된 디자인은 3만 가지 이상. 특정 디자인과 색을 원한다면 스마트폰 안에 있는 이미지를 직접 기기에 전송하면 됩니다.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속도. 약 2초 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 원하는 디자인으로 네일 아트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네일 아트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20초입니다.
핑거네일투고는 해외에서도 많은 미디어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영국과 스페인에 설치된 쇼핑몰에서 이미 높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처음 대구 동성로에 핑거네일투고 1호점을 열었는데요. 정식 오픈 하루 전부터 100여 명의 사람이 방문했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핑거네일투고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에 지점을 넓혀갈 예정입니다.
언택트 마케팅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 때문만은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언택트 기술에 익숙해지고 나아가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관태기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만큼 관계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요즘, 대면 접촉을 줄이고, 개인이 원하는 때, 원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언택트 마케팅을 일상 곳곳에서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