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1퍼센트법’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전체면적 1만 ㎡이상 건축물을 신축 또는 증축할 때 건축 비용의 1% 이하를 미술 장식에 사용(대중에 공개된 장소에 미술품을 설치)하게 되어있는 문화예술 진흥법을 일컫는 용어인데요. 우리는 이러한 법 덕분에 갤러리나 박물관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많은 훌륭한 예술품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법에 의한 결과일지라도,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예술품도 자주 접해야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1퍼센트법이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는데요. 대규모 건축물에 설치되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공간을 완성하는 데 있어, 미술품은 하나의 훌륭한 오브제로써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예술품을 통해 공간 디자인의 완성도와 홍보 효과를 높이고, 사람들에게 문화적인 혜택까지 선사해주는 몇몇 공간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아트포트(Art+airPort) 프로젝트, #인천공항 제2 여객터미널
올해 초 새해가 시작되는 시점에 제2 인천공항터미널이 개관했다는 소식, 여러분도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하는데요. 화제 속에 개관한 제2터미널과 함께 사람들을 눈길을 사로잡는 아이템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트포트(Art Port)’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2터미널 개관과 함께 기획된 예술작품들입니다. 예술과 공항의 합성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트포트 프로젝트는 공항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이 인천공항이라는 장소에서 특별한 예술적 감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 단계에서부터 작가와 협업하여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들을 기획한 프로젝트인데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 미술가 자비에 베이앙을 비롯하여, 2차원을 3차원으로 확장하는 작업으로 유명한 작가 지니 서, 미디어 아티스트 율러어스 포프, 공간과 건축물을 주제로 작업하는 김병주 작가 등 4인의 국내외 유명 현대 작가와 협업하여 멋진 공간을 만들어 개관 당시부터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출국장 지하 1층에서 4층까지 설치된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의 작품이 눈길을 끄는데요. 자비에 베이앙은 인체나 동물을 표현하는 조각 작품부터 모빌, 판화, 회화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랑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외에도 포시즌스호텔에서도 또 다른 작품을 만나볼 수 있죠.
세계적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공항이라는 특별한 장소에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특별한 의미를 담은 작품을 통해 인천공항만의 아이텐티티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 출국장에서 바라본 ‘그레이트 모빌 (Great Mobile)’
‘Great Mobile’의 콘셉트는 과거 사람들의 여행 길잡이 역할을 했던 별을 형상화하고, 공항이 가진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미로 5대양 지구를 뜻하는 다섯 가지 톤의 파란색으로 공항에서 만들어지는 사람들 간의 ‘관계’라고 하는데요. 공기에 따라 움직이는 모빌이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설렘을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아트테인먼트(Art+enterTainment) 공간 만들기, #파라다이스시티
인천공항 바로 옆, 영종도에 작년 오픈 당시부터 이슈가 된 또 다른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파라다이스 시티인데요. 저도 2,700여 점의 예술 작품을 호텔과 부대 시설 곳곳에 비치하여 하나의 미술관 같이 만들었다는 소식에 기대를 하고 방문했던 곳입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국내 최초 아트테인먼트 리조트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디자인부터 서비스 기획까지 곳곳에 슬로건에 어울리는 다양한 아이템을 넣었는데요. 마치 작은 뮤지엄 수준의 대규모 예술 작품 설치는 아트테인먼트 기획의 한 요소라고 합니다.
파라다이스 시티는 개장 초기부터 아트 패키지, 도슨트를 이용한 아트 투어 제공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초기부터 많은 미술 애호가들의 방문이 이어졌으며, SNS 등 빠른 입소문을 통해 손님이 늘어나는 효과도 더불어 가지게 되었습니다.
로비에 들어서면 그리스 신화 속 날개 달린 신마 '페가수스'가 조형작품으로 재현된 데미안 허스트 작가의 작품인 '골드 레전드'가 눈에 띄는데요. 확실하게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골드 레전드’를 지나면 공간 속 예술품으로써 대중에게 파급력이 가장 높은 작가 중의 한 명인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노란 호박’ 작품도 만날 수 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는 도트 무늬 그림으로 유명한 일본의 설치 미술가인데요. 최근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인 도쿄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쇼핑몰 ‘긴자식스’ 또한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천정에 설치하여 대중을 끌어들이는 예술 아이콘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쿠사마의 작품은 국내 미디어 설치 작가 그룹 뮌(MIOON 김민선, 최문선)이 파라다이스시티에 영감을 받아 6,200개의 크리스털 모듈로 만든 조명과 함께 로비 중앙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크리스탈 모듈은 일정 시간에 따라 해체되었다 조합되는 움직임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공간을 생동감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뮌은 영상과 설치, 움직이는 조형물,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사진,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는 젊은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인데요. 지난 10여 년 동안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매체 구현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와 숫자 시리즈 작품과 컨벤션 쪽 로비에는 회화와 조각, 건축 제품까지 전방위로 활동하며 21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알렉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가 파라다이스 시티를 위해 특별 제작한 자신의 대표작인 프루스트 의자도 볼 수 있으며, 다양한 국내외 작가들의 회화 작품들도 공간 속에 잘 녹여져 있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큰 의자, ‘파라다이스 프루스트(Paradise Proust)’(왼쪽)와 미국의 팝아트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 시리즈(오른쪽)
특히 투숙객을 위해 예술품의 위치와 간단한 소개를 담은 ‘아트맵’을 배포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데요. 호텔이 소장한 아트 컬렉션을 설명한 아트 컬렉션 패스포트도 호텔이 추구하는 아트테인먼트와 어울리는 재미난 프로그램이라 생각됩니다.
▲ 예술품을 찾아 떠나는 작은 여행이라는 스토리를 잘 드러내는 아트맵과 패스포트
공간을 완성하는 아트 오브제, #금호아시아나 본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예술작품들의 특성처럼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영속적인 공간을 만드는 훌륭한 장치가 됩니다. 금호아시아나는 예술을 후원하고 장려하는 기업 문화를 드러내고자 사옥의 디자인 설계 당시부터 적극적으로 작가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미국 설치 미술가 존 폴 필립과 협업한 로비 디자인은, 1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세련된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데요. 공간 동선을 고려하여 내부 디자인 요소로 활용된 작품은 그 자체로 공간 전체를 유니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금호아시아나 본관 1층 로비 모습으로 동선에 따라 로비 양쪽에 존 폴 필립의 설치 작품이 자리함
공기 역학과 항공학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유선형 형태의 기하학적인 곡선이 돋보이는 존 폴 필립(John-Paul Philippe)의 작품은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하면서 공간을 완성하는 오브제로써 공간을 완성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실현하고 있습니다. 존 폴 필립은 회화와 벽화, 금속 설치 조작까지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국 출신의 설치 예술가이자 디자이너. 바니스 뉴욕, 바니스 긴자와 협업한 공간 설치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 신상호 작가의 도자 작품이 설치된 금호아시아나 후면 외관
내부의 존 폴 필립 작품 외에도, 후면 외벽에 오방색을 모티브로 한 도예가 신상호 작가의 작품을 외벽 패널(Fired Painting 기법의 건축 도자 작업)로 사용하여 건물을 돋보이게 했습니다. 공간과 예술의 Win-Win
공간 마케팅에 있어 예술품은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한 뗄 수 없는 중요한 아이템입니다. 공간을 만들 때, 처음부터 작가와의 협업을 염두 하여 초기부터 디자인에 반영된 기획을 하기도 하고, 만들어진 공간에 새로운 영감을 넣거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요소로 작품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적절히 기획된 예술 작품은 공간에 스토리를 만들고, 마케팅 효과를 높이며, 문화적 감성을 부여하면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를 제공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찾은 장소에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되면 반가움과 동시에 그 장소에 대한 호감이 높아짐을 느끼곤 하는데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미술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에 놀라기도 합니다. 내가 자주 가는 길, 방문하는 장소에 놓인 미술품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알아보다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현대 미술도 가깝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