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CULTURE RECIPE] 사진, 예술과 과학의 경계 과학과 사진의 발전이 예술과 세계를 변화시키다
사진기의 등장과 회화
“이로써 오늘부터 회화는 죽었다!” 이 말은 1831년 사진기가 개발되어 발표된 이후 당시 프랑스의 저명한 역사화가인 ‘폴 들라로슈 (Paul Delaroche)’의 위기감이 섞인 외침이었다고 한다. ‘긴 시로’의 서양미술사 서적 ‘두시간만에 읽는 명화의 수수께끼’에 따르면 회화는 르네상스 이래 수세기에 걸쳐 눈에 보이는 대상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몫을 담당해왔고, 화가들은 사실적인 기법을 완성하기 위해 오랜 수련을 쌓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과학발달의 산물인 사진기의 등장으로 그 노력이 하룻밤 사이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으니많은 화가들이 위기감에 사로잡힌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사진의 등장으로 생활에 위협을 받은 화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세밀 초상화를 전문으로 하는 화가들은 스튜디오 사진의 보급과 함께 직업을 잃어버리거나 사진가로 전향하거나, 아니면 사진 스튜디오의 배경을 만드는 소도구 담당자로 전락하는 등 사진의 등장 이후 약 10년 사이에 수백 명의 화가가 직업을 바꿔야 할 위기에 처했다고 전한다. 실제로 1989년 한해에만 약 10만장의 초상 사진이 파리에서 촬영되었으며, 런던에서는 수년 사이에 사진 스튜디오가 12개에서 150개로 늘어났으니, 적어도 ‘초상’이라는 장르에서는 사진의 완벽한 승리였었다.
그러나 회화(그림)는 죽지 않았으며, 오히려 과학 발명품인 사진(사진기)은 회화의 보조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초상화가의 입장에서 사진을 보면서 초상화를 그리면모델에게 오랜 시간 무리한 포즈를 강요할 필요가 없고, 화가 역시 서둘러 그리지 않아도 됐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맨눈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순간적인 움직임을 사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디지털 카메라의 혁명
예술로서의 명분을 얻은 사진은 계속되는 과학 및 광학의 발달과 1920년대 후반에 라이카(Leica)를 비롯한 소형 카메라들의 발명으로 예술적 측면 이외에 기록으로서의 보도 사진으로 발전했으며, 1931년 창간된 ‘라이프(LIFE)’지로 대표되는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그 무대를 넓혀 나갔다. 또한 코닥크롬으로 시작된 사진의 컬러화는 사진의 예술성과 기록성의 차원을 한층 더 높여 나갔다. 즉, 컬러 사진의 탄생 전후로 소형 카메라들이 발명되어 보급되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 20세기 중ㆍ후반까지 계속되는 기술 발전에 따라 사진 또한 미술 외에 과학ㆍ정치ㆍ사회ㆍ보도ㆍ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 공헌하게 됐다. 그러나 이때까지의 사진은 할로겐 화은을 기초로 하여 흰색부터 흑색까지의 연속적인 톤의 변화로 구성되었는데, 1981년 일본 소니사의 마비카(MAVICA)라는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가 세상에 나오면서, 이전의 사진은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이었다는 개념을 가지게 된다. 물론 마비카는 비디오 정지 영상의 아날로그 신호를 디스크에 자기(Magnetic) 방식으로 기록해주는 비디오 카메라와 같은 원리로, 엄밀히 말하면 현대의 디지털 카메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디지털 처리가 가능한 핵심적인 기능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현대의 디지털 카메라의 시초라 말할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은 사진역사에서 있어서 혁명적인 사안이다. 사실 ‘사진을 찍는’ 행위와, 그 결과물을 ‘인간의 눈으로 확인한다는’ 행위 측면에서는 이전의 사진과 디지털 사진과는 별 차이가 없을지 모르지만, ‘찍는다는 행위’와 ‘확인한 다는 행위’ 사이에 처리되는 과정은 아날로그 사진과 디지털 사진은 상관관계가 전혀 없는 완전히 다른 현상인 것이다. DP&E(현상, 인화, 확대)로 요약되는 아날로그 프로세스와는 달리, 디지털 프로세스에서는 얼굴인식AF, 합성, 포토샵, CGI(Computer Graphic Imagery), 3D, 디지털 콜라주(Digital Collage) 등 수많은 기술과 기법을 개입시켜 아날로그 사진이 제공하는 사물의 모사와 현상의 복제를 뛰어 넘어, 원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결과물을 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나 다양한 툴을 이용하여 원본 사진에 효과를 주고 가공을 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순간만을 담던 아날로그 사진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전문적인 영역에서는 ‘이미징 사이언스(Imaging Science)’라는 장르까지 탄생하게 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블로그 ‘SK Hynix 하이라이트’에 따르면 이미징 사이언스는 장비나 표현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의 분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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