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카페, 오후엔 과외, 밤에는 고깃집, 주말엔 뷔페. 넉넉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난 김민영 대표는 도시에서 먹고 살기 위해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삼각 김밥과 컵라면으로 꾸역꾸역 식사를 때우던 24살의 여대생은 어느 날 경북의 시골 마을 청송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얼굴도 모르던 어르신이 내어준 밥이 그렇게 눈물 나게 맛있었다고. 이름 모를 산나물과 고봉밥, 묵은 된장을 풀어내 끓인 국과 볶은 돼지고기. 투박한 자연의 맛이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줬다. 영화 리틀포레스트 속 김태리가 떠오른다. 다른 건, 이 여학생은 도시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위로의 밥상을 건네고자 한식 밥집 ‘소녀방앗간’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먹는 건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단순한 순간이 아니라, 내 몸에 영양분을 주고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라 생각해요. 꼭 대단하고 화려하고 값비싼 식사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식재료 본연의 맛을 가득 담아,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함을 스스로 선물하는 시간이야말로 밥 한 그릇에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 김민영 대표의 특별한 공간 소녀방앗간에 대한 이야기다.
김민영 대표는 정성껏 밥을 지어 손님께 대접하며 자신이 받은 위로를 전달한다.
“여기, 이 나물들은 경상북도 청송에서 왔습니다. 할머니들은 수많은 풀들 사이에서 먹을 것들만 똑똑 끊어서 삶고, 말리고, 데쳐 나물찬을 내지요. 나물은 시간 속에서 더욱 향이 진해집니다 삶의 노하우를 몸에 아로새긴 할머니들처럼요.”
소비의 이익은 시골의 어르신에게 돌아간다. “유통업자들은 된장 몇 kg에 얼마 줄 거냐, 고 물어요. 이곳에서 된장은 10년도 더 된 귀한 자연 발효품인데 공장에서 억지로 발효시킨 화학식 된장과 숫자로 비교하다니요. 정성이 가득 들어간 재료를 제 값 주고 사서 합리적 가격으로 팔 수는 없을까. 팍팍하게 먹는 도시 사람들에게 이 맛을 알리고 싶다고 생각했죠”
식당 메뉴를 보면 그 의미가 한눈에 들어온다. ‘월산댁 뽕잎’ ‘방위순 할머니 간장’ ‘장순분 어르신 들깨로 짠 기름’ ‘일포댁 취나물’. 산나물밥 하나에도 재료를 준 어르신들의 이름이 정성껏 적힌다.한입 먹으면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먹었던 그 맛이 가득, 위로의 한끼다.
“소녀방앗간을 시작한지 3년 반이 지나며 정말 감사하게도 기존 10분이던 지역 어르신은 이제 150여분에 이르렀고, 하루 20분의 손님이 찾아주시던 소녀방앗간에는 하루 약 800여명의 손님들이 찾아주시고 계세요”
작은 식당으로 시작한 소녀방앗간은 어느새 수도권에 6개의 직영점을 냈다. 바쁘게 확장하는 중에도 지키고 싶은 가치는 바로 ‘지속가능성’. 도시의 소비자와 지역의 생산자가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고 싶다고.
대표 메뉴로는 산나물밥, 참명란 비빔밥이 있다. 식전에는 취나물차, 어수리나물차, 뽕잎차 등 산나물차를 제공한다. 제철 재료로 그때그때 바뀌는 반찬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장의 한 부분은 청정재료 스토어로 꾸며져 소나무향비누, 산나물차, 발효청, 들기름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조식, 케이터링, 도시락 서비스는 물론이고 온라인 스토어에서 PB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밥 한 숟갈을 먹어도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이곳, 맛집의 홍수 속에서도 자신만의 철학을 유지하는 소녀방앗간을 이번 달 it place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