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프랑스 칸에서 '2018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날씨 좋은 일주일 동안 프랑스의 작은 바닷가 도시 칸에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모여 마케팅과 광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하는데요. HS애드에서 대표로 참관한 스페이스디자인팀 박윤형 사원이 2018 칸 라이언즈에서 보고 느낀 점들을 여러분께 공유드립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다양한 형태의 크리에이티비티를 논하다
우리에게 흔히 ‘칸 광고제’로 잘 알려진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은 2011년부터 ‘애드버타이징 페스티벌(Advertising Festival)’에서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Creativity Festival)’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기술과 매체의 발달에 따라 광고의 영역이 이전보다 훨씬 광범위해졌고, 광고제라는 이름으로는 그 모든 것을 담아내기에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 다루는 주제와 범위 또한 꾸준히 확장되어 지금은 직접 시상하는 분야도 6~7년 전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오늘날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는 광고·마케팅 회사 외에도 구글, 페이스북, 애플, 우버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 기반의 기업들과 세계적 컨설팅 기업들도 참여해 자신들의 비전을 알리고 있습니다.
▲칸 해변에서 열린 이벤트 중 하나인 ‘스포티파이 비치’ 현장
2018년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메인 행사 ‘어워드 쇼’에는 행사 기간인 5일 동안 9개 시상 분야에 4만 편 이상의 광고가 출품되었고, ‘콘텐츠 토크’ 강연 프로그램에선 총 260회의 강연이 열렸습니다. 또한 공식 행사장 외부의 칸 해변에서 열리는 ‘프린지 이벤트’에선 구글, 트위터, 스포티파이 등 여러 기업들의 홍보 이벤트 부스를 만날 수 있기도 하였습니다.
올해의 큰 기조로는 브랜드마케팅, 음성인식기술의 잠재력, 젠더 이슈, 미래의 커뮤니케이션, 블록체인 혁명, 에이전시의 미래, 기술 플랫폼 등이 논의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출품작 평가 및 다양한 강연 또한 진행되었습니다.
올해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 등장한 수많은 출품작과 다수의 강연, 그리고 풍성한 볼거리를 이 글에 모두 요약, 전달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제가 들었던 여러 강연 중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3개의 강연을 여러분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구글 : 테크 < 라이프, 크리에이티비티는 어떤 것을 해낼 수 있는가 (Tech < Life, What Creativity Can Do)
▲강연을 진행 중인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의 수장 로버트 웡
구글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의 핵심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까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온 방법은 어떤 것일까요?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 소속의 두 강연자, 로버트 웡과 스티브 브라나키스(Robert Wong & Steve Vranakis)는 이 강연을 통해 구글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구글, ‘패리시안 러브’(2009) (출처 : 구글 공식 유튜브 채널)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의 수장인 두 사람은 강연을 시작하며 2009년 구글의 광고 ‘패리시안 러브’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은 이 광고를 통해 구글의 기술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나아지게 하는지 전했습니다.
▲구글, ‘리퓨지 인포 허브’(2015) (출처 : 구글 공식 유튜브 채널)
2015년 구글은 구호단체 IRC와 손잡고 그리스에 모여들기 시작한 수천 명의 난민을 위해 생활에 필수적인 의료, 식량정보를 전하는 ‘리퓨지 인포 허브’ 앱을 제공했는데요. 이는 사람들의 삶을 위한 기술의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목숨 걸고 바다를 건너오며 모든 걸 잃어버린 난민들이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자신의 스마트폰만은 소중히 챙겨왔다는 점에 착안한 구글은 누구나 의료, 식량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구호기관 정보를 난민에게 전달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난민이 정보부족으로 인한 질병이나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입니다.
첨단기술기업의 대명사이자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IT 기업인 구글의 두 강연자가 강연 시작부터 끝까지 던지고자 한 메시지는 ‘테크 < 라이프’였습니다. 사람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없는 기술은 의미가 없고, 모든 아이디어는 사람의 삶을 한 걸음 더 나아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크리에이티비티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구글의 답은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 사람을 위해 아이디어가 쓰인다면’이었습니다.
파타고니아 : 선을 위한 행동-폭풍 같은 세상에서 희망의 닻을 만들다 (Actions for good- Creating Anchors of Hope in a Stormy World)
▲파타고니아 마케팅 디렉터 알렉스 웰러의 강연 현장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환경문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행동으로 이름 높은 브랜드입니다. 이 강연의 연사로 나선 파타고니아 마케팅 디렉터 알렉스 웰러(Alex Weller)는 파타고니아가 어떤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전 세계 파타고니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칸 라이언즈 2018 공식 트위터에서 알렉스 웰러 인터뷰 보기(바로가기)
파타고니아는 의류를 만드는 데 쓰이는 모든 재료를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것으로 바꾸는 일에서부터 시작해 환경문제에 직접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면서 ‘지속가능한 환경보전’이라는 자사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뉴욕 타임즈에 집행한 ‘이 재킷을 구입하지 마십시오’ 광고처럼 전형적이지 않은 캠페인을 통해 파타고니아의 신념을 공감하게 하는 마케팅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파타고니아, ‘블루하트 프로젝트’(2018) (출처 : 파타고니아 공식 유튜브 채널)
이번 강연에서 알렉스 웰러는 수력발전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북유럽의 아름다운 숲과 강을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인 ‘블루하트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등, 자신들이 폭풍치는 세상 속에서 ‘희망의 닻’을 만들기 위해 진행했거나, 혹은 진행 중인 마케팅 캠페인을 설명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대부분 환경 문제와 관련이 깊은 테마를 갖고 있는데요. 이는 파타고니아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파타고니아 환경캠페인 웹사이트 ‘파타고니아 액션 웍스’ 둘러보기(바로가기)
파타고니아의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브랜드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생각(think)한 만큼 가치 있는 행동(action)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R/GA : 속도로의 변환 (Transformation at speed)
▲강연 중인 R/GA의 연사들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R/GA는 벤 윌리엄스, 제스 그린우드, 새니얼 라디아(Ben Willams, Jess Greenwood & Saneel Radia) 등 3인의 강연자를 통해 마케팅 환경의 변화와 자신들의 지향하는 방향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기존의 광고 매체들, 대표적으로 TV와 같은 미디어는 매우 빠른 속도로 그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R/GA에 따르면 우리가 하루에 접하는 미디어 중 광고가 있는 미디어를 보는 시간은 44% 정도이며 이 수치는 역대 최저라고 합니다. 이는 대중이 자신에게 필요 없는 광고를 적극적으로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슈퍼볼 경기, 그래미 시상식, 골든글로브 시상식처럼 전통적으로 유명한 방송 콘텐츠들이 점차 영향력을 잃어가고, 대신 넷플릭스, 스포티파이처럼 광고 자체가 없는 선택형 미디어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광고 하나만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해진 커뮤니케이션 환경 때문에 세계적 대기업들도 글로시어, 캐스퍼처럼 니치 마켓을 찾아 정확하게 소구하는 스타트업들과의 속도 경쟁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대중은 더 짧은 주기로 더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찾지만, 덩치가 크고 변화에 빨리 대처하기 어려운 기업에선 이러한 니즈에 속도감 있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2018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특별 강연, R/GA ‘Transformation at Speed’ (출처 :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공식 유튜브 채널)
R/GA는 속도가 중요한 지금 이 시대, 기업은 덩치가 크고 자원이 뒷받침되는 것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거대 기업이 기존에 갖고 있던 장점을 더 이상 장점이라 생각하지 말고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2018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 다녀온 후, 글로벌 에이전시 사치 앤 사치와 레오 버넷의 모기업인 퍼블리시스 CEO 아서 사둔의 인터뷰를 읽고, 저의 소감과 통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광고 에이전시는 기술 중심 기업인 척 할 필요 없습니다. 경영 컨설팅을 하는 척 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 급변하는 시대에 클라이언트들이 스스로 맞닥뜨린 주요 과제, ‘본질적 탈바꿈(transformation)’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돕는 크리에이티브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인용 : ‘독창적, 독점적 칸 광고제’. 작가 우승우)
칸에서 본 변화는 생각보다 더 가까이 우리 앞에 다가와 있었습니다. 앞으로 1년 뒤엔 또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지만, 이번 2018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은 세상의 변화에 올라탈 수 있는 나만의 ‘트랜스포메이션’은 무엇일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