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이 심상치 않습니다. ‘옛날 밴드의 전기 영화는 팬들이나 보겠지’라는 예상이 무색하게 관람객 수가 늘어가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지난 주말 누적 관객수 600만을 돌파했으며, ‘라이브 에이드’ 재편집 방송이 수도권 기준 5.4%의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시대를 뛰어넘어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퀸에 대해 알아보고, 그들의 음악을 함께 느껴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전설의 시작
전설의 시작은 평범했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내용대로,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 등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학생으로 이뤄진 밴드 ‘스마일’은 프레디 머큐리를 프런트맨으로 영입하면서 이름을 바꾸고 새로 단장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퀸’이라는 전설의 시작이지요. 브라이언 메이가 종종 사용하던 기타 ‘디키 앰프’ 등 못 만드는 것이 없는 ‘순돌이 아빠’ 포지션의 베이시스트인 존 디콘이 합류한 것도 이때 즈음입니다.
셀프타이틀 앨범 ‘Queen’을 발매하고 투어까지 시작한 퀸. 반응이 영 시원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빌보드 차트 83위에도 올라가고 팬클럽이 생기며 앨범 판매량이 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불어오는 바람에 열심히 노를 저은 결과물이 1974년 발매한 두 번째 앨범 ‘Queen II’입니다.
▲1974년 발표된 Killer Queen(출처: 퀸 공식 유튜브)
지금 듣고 계시는 곡이 ‘Queen II’ 두 번째 싱글 ‘Killer Queen’입니다. 이 노래는 발매되자마자 UK 차트 2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고, 이어 발표된 3집 ‘Sheer Heart Attack’까지 휙휙 팔려나가는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제 그 이듬해인 1975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헤드 타이틀인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가 담긴 명반 ‘오페라의 밤(A Night at the Opera)’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뮤직비디오(출처: 퀸 공식 유튜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는 ‘6분이 넘는 노래를 누가 라디오에서 틀겠느냐’며 혹평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한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로 이 노래와 앨범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9주 동안 UK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영화에서 개그 소재로 쓰인 로저 테일러 작곡의 ‘I'm In Love With My Car’, 존 디콘이 작곡한 ’You're My Best Friend’ 등 다양한 곡들이 사랑받게 됩니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보헤미안 랩소디’의 코러스 부분은 퀸의 멤버들이 70시간에 걸쳐 180번 넘게 오버 더빙한 결과물이라고 해요. 제일 높은 음은 프레디가 아니라 로저 테일러가 소화해 냈습니다.
폭넓은 음악성과 폭발적인 라이브
이제 자신감을 얻은 퀸은 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시도했습니다. 가스펠 스타일의 ‘사랑하는 누군가를(Somebody to Love)’이나 중동의 에스닉한 분위기를 풍기는 ‘무스타파(Mustahpa)’, 프로그레시브한 메탈 같은 ‘모어 오브 댓 재즈(More of That Jazz)’ 등 퀸은 넓은 스펙트럼의 사운드를 대중에게 선사합니다. 그래서인지 퀸의 노래는 광고 음악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어요. LG전자 스마트폰 V20의 2016년 겨울 광고에 쓰인 ‘크리스마스네요. 신이시여 감사합니다(Thank God it's Christmas)’도 그러한 곡입니다.
▲풍부한 사운드를 강조한 V20 광고(출처: LG 모바일 공식 유튜브)
이 노래는 1984년 독자적인 크리스마스 싱글로 발매된 것으로, 당시 그들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보여주는 곡입니다. 신시사이저를 좋아하지 않았던 프레디 머큐리의 취향과는 다르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에 멤버들의 화려한 코러스와 브라이언 메이의 클린 톤 기타가 어우러져 따뜻한 느낌을 주는 노래입니다.
V20 광고 속에서는 연인과 친구, 가족들의 사랑을 효과적으로 전해주는 최고의 스마트폰 V20을 돋보이게 하는 노래로 쓰입니다. 쿼드코어 DAC/ADC가 재현하는 풍부함 음을 표현하는데 퀸 만한 음악은 없을 거예요. 이 광고가 론칭된 이후 ‘숨은 명곡을 발굴했다’며, 노래와 제품이 함께 주목을 받았답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도 퀸은 대중적인 음악을 잊지 않았습니다. ‘We are the Champion’이 그 대표적인 노래죠. 스포츠 팬이 아니거나 퀸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이 노래는 제목까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포츠 정신을 강조하는 장면에 꼭 삽입되어 눈물을 찔끔 흘리게 하는 노래이니까요.
이번에 보실 영상은 에티오피아 난민들을 돕기 위한 자선공연 ‘라이브 에이드(Live Aid)’의 1985년 공연 실황입니다. 프레디 머큐리가 불세출의 보컬이기는 했지만, 정식 보컬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지 않아 성대가 매우 약했다고 합니다. 후렴 부분에서 계속 내지르는 ‘We are the Champions’를 프레디 머큐리가 원음 그대로 부른 기록은 이 라이브 에이드가 유일한데요. 별 무대 장치도 없는 곳이었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좌중을 휘어잡는 퍼포먼스는 빛을 발했습니다.
▲퀸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 실황(출처: Chakhnashvili Paata 유튜브 페이지)
라이브 에이드 이후 퀸의 인기는 세계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일종의 마법(A Kind of Magic)’ 발매를 기념한 투어에서 밴드는 최고의 기량을 보였지만, 이때 즈음 프레디 머큐리의 에이즈 발병이 기정사실화 됩니다. 지금이야 에이즈가 당뇨처럼 ‘관리의 질병’이지만, 당시만 해도 발병하면 죽는 치명적인 병이었기 때문에 프레디 머큐리 본인과 멤버들의 충격은 엄청났을 겁니다.
뮤지션으로 죽어 모두의 가슴속에 살아나다
프레디 머큐리는 치료나 요양 대신 ‘이대로 계속 음악을 하다 죽고 싶다’며 밴드 멤버들을 설득했습니다. 그 이후 라이브는 중단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나기까지 ‘기적(The Miracle)’, ‘빈정거림(Innuendo)’, ‘메이드 인 헤븐(Made in Heaven)’ 등 세 장의 음반을 발표하는 등 계속 음악 활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특히 ‘메이드 인 헤븐’은 프레디가 멜로디를 한 소절이라도 작곡했을 때마다 녹음한 것을 그의 사후에 멤버들이 정리하고 악기 연주를 입혀 발매한 앨범입니다.
2018년 11월 24일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7주기가 된 날입니다. 아직도 전 세계의 팬들이 그를 기억하며 퀸의 노래를 즐기고 있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폐회식에서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함께 한 공연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2012 런던 올림픽의 퀸 퍼포먼스(출처: 올림픽 공식 유튜브)
선수와 관중 등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는 경기장 가운데 스크린에서 영상이 흘러나옵니다. 프레디 머큐리는 죽어서도 ‘에~오!’ 퍼포먼스로 관객들과 교감을 나누죠. 이후 등장하는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지금은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지만 록스타의 포스는 여전했습니다. 그의 불타는 기타 솔로와 함께 팝스타 제시 제이와 로저 타일러가 등장하며 이어지는 ‘쿵쿵 짝!’ 비트. 모두가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를 함께 외치며 경기장은 불타오릅니다. 프레디는 떠났지만 그와 퀸의 음악은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퍼포먼스였던 것 같습니다.
퀸의 주요 팬층이 아닌 20대 관람객들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는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내용이 궁금해서 봤는데, 모두 한 번쯤 들어본 곡이네?’ 이 영화의 인기는 퀸의 음악과 스토리 자체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두 번 세 번 관람하고, 퀸의 노래들을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가슴에 와 닿는 무언가를 느꼈다면, 퀸의 명곡들을 정주행하며 ‘자신을 뒤흔들어’ 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