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이라는 영화가 5백만 가까이 관객을 끌어모으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매개로 이어지는 각자의 비밀스런 이야기. 아무리 평범한 이라도 스마트폰을 공개할 수 없을 정도로 ‘숨겨진 나’를 담고 있다는 줄거리입니다. 스마트폰은 보여지는 것 이상의 나를 담습니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세상에선 솔직해집니다. 구글의 데이터 과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에 의하면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당시 많은 미국인이 ‘깜둥이 대통령’을 검색했다고 합니다. 흑인이 대통령이 될 정도로 인종주의가 사라졌다고 생각했으나 사람들은 ‘흑인 대통령’대신 차별의 의미가 깔린 단어로 검색한 거죠. 대외적으론 인종 차별에 반대하지만, 디지털 세상에선 가감없이 본인의 생각을 드러내는 겁니다.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키보드를 치고, 클릭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일. 익명성을 안고 벌어지는 일들이 사람들을 그 어느 곳에서보다 솔직해지게 만들며, 오프라인과는 다른 사적인 세상을 만들어가게 합니다. 실제 세상과는 다른 디지털 자아를 가진 사람들. 디지털에서는 분명 오프라인 세상과 다른 일들이 일어납니다.
존 루이스와의 사적인 대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알리는 존 루이스 광고. 런던 백화점의 동화적인 광고는 광고를 넘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습니다. 이 광고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존 루이스에게 수많은 생각과 의견을 보낸다고 합니다. 칭찬부터 기대, 그리고 수많은 컴플레인과 요구까지. 트위터의 존 루이스 계정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메시지 홍수에 빠지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계정은 미국에 사는 진짜 ‘존 루이스’의 계정이었습니다.
▲케이크 선택에 대한 존 루이스의 답변 (출처 : 존 루이스 트위터)
미국 버지니아에서 컴퓨터 공학을 가르치고 있는 존 루이스. 그는 2007년 트위터가 등장했을 때 그의 이름을 따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JohnLewis라고. 하지만 이 작은 시작이 그에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매년 이 계정이 존 루이스 백화점의 계정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엄청난 트윗을 보내기 시작한 거죠. 하지만 미국의 존 루이스는 유연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의 트윗에 유머와 센스로 대답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소비자가 ‘존 루이스는 늘 케이크를 사려면 줄을 서야 하고 고를 수 있는 종류도 한정적이다’라고 보내면, ‘케이크 선택에 대해선 미안합니다. 내 몸매를 신경쓰는 중이라서요.’라는 답을 보내는 거죠. 진짜 존 루이스 백화점 계정인 @jlandpartners를 첨부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일회용 빨대를 계속 사용하는 것에 컴플레인한 사람에겐 자신은 해마로 분장할 때만 빨대를 쓴다고 답합니다.
▲영국 트위터의 크리스마스 캠페인 영상 (출처 : TwitterUK 공식 유튜브)
몇 년간 계속된 그의 센스있는 트윗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소셜의 산타클로스라는 별칭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팔로워도 42,000여 명에 이릅니다. 사람들은 그의 센스 넘치는 트윗을 기다리게 됐습니다. 마침내 올 11월엔 영국 트위터의 크리스마스 캠페인 주인공으로 등장했습니다. 광고는 그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의 방 안에서 시작됩니다. 여전히 그에게 온 수많은 트윗에 성실하게 답하고 있는 모습. 재미있는 건 그의 방엔 존 루이스 광고에 등장해 인기를 모았던 펭귄 몬티도 있고, 달에 남겨진 남자를 만나던 천체 망원경도 보입니다. 트윗에 집중하기 위해 기타치며 노래하던 남자에게 방에서 나가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에게 크리스마스는 존 루이스를 혹은 존 루이스 광고를 좋아하는 이들과의 소통의 시즌인 거죠. 트위터는 ‘실수든 아니든 크리스마스엔 대화에 동참하라’고 캠페인 메시지를 남깁니다.
▲엘튼 존의 감사 트윗 (출처 : 존 루이스 트위터)
디지털 세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재미있는 해프닝과 광고. 친절하게 대응한 미국의 존 루이스가 올 크리스마스 광고의 가장 인기 많은 모델인 듯합니다. 실제 존 루이스 백화점 크리스마스 광고에 등장한 엘튼 존으로터 감사 트윗을 받기도 했으니까요.
당신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사적인 랩
▲입력한 정보로 만들어지는 맞춤 래퍼 (출처 : 스터브허브 공식 홈페이지)
이제 티켓도 디지털을 통해 개인이 사고파는 세상입니다. 이베이가 소유한 2차 티켓팅 플랫폼 기업인 스터브허브. 그들의 주요 서비스는 티켓을 사고자 하는 이와 팔고자 하는 이를 연결시켜 주는 겁니다. 매진 없는 티켓 구매라고 기업을 소개하기도 하죠. 개인의 니즈에 맞는 판매자 혹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 그들은 개인 맞춤 서비스라는 걸 내세우기 위해, 연말 연시 캠페인으로 맞춤 래퍼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스웨터 패턴으로 만들어진 캠페인 영상 (출처 : 스터브허브 공식 페이스북)
래퍼는 24시간 쉬지 않고 랩을 해 기네스북에 오른 MC Murs입니다. 랩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www.giftrapper.com에 접속해 몇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 됩니다. 당신이 선물하려는 티켓은 어떤 티켓인지, 누구에게 선물할 건지 차례차례 질문이 등장합니다. 내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도 해당됩니다. 그들은 왜 누군가가 선물을 받아야 하는지도 묻습니다. 선물 받을 이들이 어떤 형태의 관객 혹은 팬인지, 어떤 부분을 가장 즐기는지, 관람 스타일까지 묻습니다. 마지막으로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이름, 이벤트, 메시지를 모두 적으면 당신만의 랩이 만들어지죠. 가사는 당신이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구성되며, 약간의 힙합스러운 위트가 더해집니다. 스터브허브에 의하면 랩은 1만 가지로 만들어질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달라지는 뮤직비디오도 그만큼 경우의 수라고 합니다. 뮤직비디오는 크리스마스 스웨터에서 흔히 보이는 무늬를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스터브허브로서는 이 캠페인으로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맞춤 랩을 듣게 돼서 즐거울 것이고, 기업은 소중한 소비자 데이터를 갖게 되는 거죠. 취향과 선물, 구매 패턴까지. 디지털은 점점 더 개인화되고, 마케팅은 계속 사적으로 변해갑니다.
호텔 모리츠(Mauritz)에서 H&M의 파티가 열립니다
▲H&M 호텔 모리츠 에피소드1 (출처 : H&M 공식 유튜브)
스웨덴 Spa의류 브랜드 H&M은 호텔 모리츠에서 크리스마스 온라인 캠페인을 펼칩니다. 모리츠는 H&M의 이름 헤네스&모리츠에서 따왔습니다. 총 6편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캠페인은 11월부터 크리스마스까지 한주에 한편씩 온에어되는 형식입니다. 첫 번째는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오브리 플라자와 모델이자 뮤지션인 아도니스 보소가 모리츠 호텔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체크인하다 우연히 마주친 커플.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H&M 호텔 모리츠 에피소드2 (출처 : H&M 공식 유튜브)
다음 편은 각자 호텔에서 준비하는 크리스마스 파티 이야기입니다. 11월말까지 3편이 온에어되었으며, 각 에피소드는 30초 가량으로 짧습니다. 사실 내용은 크게 특별할 건 없습니다. 80년대 유명 팝을 배경음악으로 레트로 무드를 물씬 풍기는 영상, 그리고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H&M 의류들. 단순히 옷만 부각시키는 게 아니라,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를 보듯 한편씩 차례차례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
▲H&M 호텔 모리츠 에피소드3 (출처 : H&M 공식 유튜브)
마치 다른 이의 휴가를 훔쳐보듯 계속되는 사적인 순간들입니다.
당신의 디지털 자아는 몇 가지일까요?
이제 소비층을 분석할 때 나이, 성별, 사는 지역 등 그룹으로 묶어 나누지 않습니다. 한사람 한사람 일일이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해 그에 맞게 마케팅을 실행해가죠. 그 어느 때보다 사적인 취향과 스타일이 존중 받는 때입니다. 디지털은 각자의 사적인 생활과 그에 따른 마케팅을 가능하게 합니다. 내가 검색한 내용에 맞는 상품들과 서비스를 추천받고, 자주 찾아가는 사이트에 맞게 콘텐츠들이 재분류되고, 캠페인조차 내 취향에 맞춰 골라 볼 수 있는 시대이니까요.
동시에 우리에겐 새로운 자아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실제 세상보다 더 대담하기도 하고 더 솔직하기도 한, 실제와는 많이 다른 디지털 자아. 그들은 ‘진짜 관심 있는 일’을 검색하고, ‘진짜 선호하는 취향’을 드러냅니다. 그게 정치적인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그리고 디지털 마케터는 그런 당신의 자아를 알아채고, 다르게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사적인 생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