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CULTURE] ‘올해의 컬러’ 정해드립니다. 컬러 트렌드를 리드하는 ‘팬톤’
매년 12월 첫 주에 발표되는 팬톤 ‘올해의 컬러’. 내년을 전망하는 ‘2019년 올해의 컬러’는 ‘리빙 코랄(Living Coral)’로, 팬톤 컬러코드는 16-1546입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의문을 품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왜 팬톤이 올해의 컬러를 정해주는 걸까요? 그 전에, 팬톤이 대체 어떤 회사이기에 이렇게 사회·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색채 언어를 정립한 ‘팬톤(Pantone)’
팬톤은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둔 색채 전문 기업입니다. 1950년대 미국 뉴저지의 작은 인쇄회사로 시작한 팬톤은 50여 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인쇄, 출판, 플라스틱, 섬유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컬러 분야의 표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색채 전문 기업으로서의 팬톤은 조금 과장하자면 ‘색채 분야의 세종대왕’으로 불러도 될 정도입니다. 백성들의 말이 한문과 달라 소통이 어려웠던 조선 시대처럼, 1960년대 당시 디자인 및 인쇄 회사들은 컬러에 대해 제각각의 용어와 기준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서로의 컬러 기준이 ‘사맏디 아니하여(통하지 않아)’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완성품의 색이 다르게 나오는 일도 많았다고 합니다. 이에 팬톤의 창립자인 로렌스 허버트는 1963년 10색 잉크에 특정 기호와 번호를 부여한 ‘팬톤 매칭 시스템’(PMS)을 발표하고 21개 잉크 회사와 라이센스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든 컬러를 의논하고 정확한 색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PMS는 금세 대박이 났고, 어느덧 팬톤은 1,000개 이상의 잉크 제조사와 그 지사들에게 로열티를 받는 규모로 성장해 최고의 컬러 전문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팬톤의 지위는 세계적인 색채 연구소이며, 팬톤이 만든 컬러 가이드는 수많은 산업 분야에서 표준 색채 언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 해의 트렌드를 리딩하는 ‘올해의 컬러’
팬톤은 이제 라이센스와 컬러 가이드북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키보드, 머그잔 등 팬톤 컬러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어 인기리에 판매 중이며, 호텔이나 카페, 화장품, 페인트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합니다.
▲2019 올해의 컬러 ‘리빙 코랄’의 분야별 가이드라인 (출처: 팬톤 공식 홈페이지)
이러한 영향력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앞서 이야기한 ‘올해의 컬러’입니다. 팬톤이 2000년도부터 꾸준히 발표한 ‘올해의 컬러’는 단순히 유행시키고 싶은 색을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올해의 컬러를 정하기 위해 팬톤이 임명한 10명의 위원이 전 세계를 돌며 컬러를 수집하고 관찰한다고 합니다. 여담으로, 이 위원회는 팬톤의 전무이자 색채 전문가인 리트리스 아이즈먼을 제외하면 모두 익명으로 대중이 알 수는 없다고 하네요.
이것을 한데 모아 정리한 후 세계적으로 가장 이슈가 될 최종 컬러를 정해 발표하게 됩니다. 이때 발표한 올해의 컬러는 세계 소비자의 태도와 분위기,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2000년 세룰리언에서 시작해 2018년 리빙 코랄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컬러들이 패션과 인테리어, 출판 시장을 뒤흔들었는데요. 팬톤이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2016년의 로즈 쿼츠와 세레니티 컬러 이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팬톤과 함께한 50여 년의 컬러 트렌드
지난 2013년, 팬톤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50년간의 컬러 트렌드를 정리하는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그중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팬톤 컬러 코드와 그 특징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50 YEARS IN COLOR’는 팬톤이 정의한 컬러들이 우리 삶에 얼마나 밀접하게 들어와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인포그래픽입니다.
▲당시의 사회 상황과 문화적 코드까지 담은 컬러 (출처: 팬톤 글로벌 홈페이지)
청년 문화가 폭발했던 사이키델릭 시대인 60년대에는 핫 핑크와 글래스 그린, 레몬 크롬 등 화려하고 돋보이는 컬러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 이후인 70년대, 미국의 경기가 나빠지고 디스코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아보카도, 번트 시에나, 하베스트 골드, 러스트 같은 가라앉은 컬러가 대세였다고 해요.
▲2000년대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을 표현하는 유니크한 컬러가 유행하는 경향(출처: 팬톤 글로벌 홈페이지)
MTV(미국의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와 함께 팝 음악 시장이 더욱 커지고 일본 문화가 유입되는 80년대에 이르자 로열 블루, 로즈 바이올렛, 래디언트 오키드, 리본 레드 등 눈에 확 들어오는 컬러들이 트렌드를 주도합니다. 이러한 화려함에 반기를 드는 ‘얼터너티브’ 세대가 다수인 90년대에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좋아했을 듯한 오아시스, 리드 그레이 등의 수수한 컬러와 슈퍼 레몬, 파이어크래커 등의 비비드한 컬러들도 함께 인기를 끌었답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기술 발전과 사회의 개인주의화, 글로벌화의 영향으로 칠리 페퍼, 미모사, 아스펜 그린 등 강렬한 컬러들이 대두됩니다. 덧붙이자면, 2000년대를 상징하는 컬러는 모두 팬톤에서 발표한 ‘올해의 컬러’입니다. 60년대부터 10년 주기로 화려한 컬러와 수수한 컬러가 교차하며 인기를 끄는 것도 재미있는 점입니다.
기업 BI 컬러에 담긴 의미
BI 디자인뿐만 아니라 컬러 정책 역시 브랜드의 성격을 나타낼 수 있는 표현 수단입니다. ‘A RAINBOW OF BRANDS’는 팬톤이 기업들의 BI를 컬러별로 정리해 놓은 인포그래픽입니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중요한 명품 브랜드들은 블랙을, 신뢰와 보안이 중요한 IT 기업이나 신용카드 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은 블루 컬러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철학과 아이덴티티를 담은 컬러 (출처: 팬톤 글로벌 홈페이지)
유니클로와 리바이스는 대담하고 열정적인 레드 컬러를 사용합니다. 낙관적이고 혁신적인 마인드를 상징하는 옐로우 컬러는 글로벌 에너지 업체 셀과 호주의 와인 업체 옐로우테일이 채택했습니다. 페덱스는 열정적인 오렌지를 자사의 컬러로 삼았는데, 따뜻하게 식욕을 돋우는 색이기 때문일까요? 맥도날드와 코카콜라, 버거킹, 환타와 던킨도너츠 역시 레드와 옐로우, 오렌지 컬러를 각각 선택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혹적인 퍼플은 아직 일본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야후, 자연과 힐링의 그린은 스타벅스와 하이네켄의 대표 컬러입니다. 장수 브랜드인 벤츠와 닌텐도, 네슬레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이미지의 그레이 컬러를 BI에 사용했습니다. 이너웨어 브랜드 핑크와 바비 인형은 즐거운 축제를 뜻하는 핑크 계열에 속하죠.
팬톤의 2019년 올해의 컬러 ‘리빙 코랄’은 우리를 따스하게 감싸주며 편안함과 활력을 선사하는 색입니다. 팬톤에 따르면,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호모 루덴스적 욕구를 상징하는 색이라고도 합니다. 이를 토대로 2019년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흐름을 함께 고민해 보는 것도 좋겠죠? 사실 시장은 이미 팬톤의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는 듯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9’의 커버 역시 리빙 코랄 컬러를 채택하고 있으니까요.
오늘 소개해 드린 팬톤과 올해의 컬러, 어떻게 보셨나요? 컬러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의 대부분에서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컬러 트렌드의 흐름과 변화가 여러분에게 특별한 인사이트가 되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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