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arketing/GLOBAL CREATIVE] 사람 보는 눈
사람에겐 자신을 알아봐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자신’을 알아보고, 도와주고 얘기 걸어줄 수 있는 사람. 무명의 예술가를 알아보고 ‘세잔’을 만든 화상 볼라르, 비웃음의 대상인 세관원의 그림을 알아보고 ‘앙리 루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피카소, 술과 마약에 중독된 바람둥이를 알아보고 ‘모딜리아니’를 남긴 연인 잔느. 자신의 진가를 확인받기 전까지 무명 생활을 겪은 예술가들에겐 늘 그들을 알아본 ‘눈’이 존재합니다.
브랜딩 또한 ‘보는 눈’이 중요합니다. 그 사람에게 무슨 얘기를 해야 귀 기울여 줄지, 어떻게 얘기해야 공감해 줄지….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이야기는 아무도 듣지 않는 공허한 메시지가 되고 말겠지요.
‘알아본다’는 건 사람에게나 기업에게나 가장 필요한 능력이자 축복입니다.
멕시코인을 찾아 낸 아에로멕시코
멕시코는 미국과 접해 있는 나라입니다. 최근 이민자 정책으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느냐 마느냐로 뜨거운 감자가 됐죠. 점점 더 미국과 멕시코의 거리가 벌어지는 모양새입니다. 게다가 멕시코에서는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멕시코로 날아가는 일이 드뭅니다. 대부분이 멕시코로 여행가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죠. 나아가 많은 창작물에선 멕시코인들이 악역을 도맡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미국인에겐 멕시코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 듯합니다. 멕시코의 국영 항공사인 아에로멕시코는 이 부분을 바꾸고자 했습니다.
▲아에로멕시코의 DNA 할인 광고(출처: DHOSTUDIOS 공식 유튜브)
그들은 먼저 멕시코를 싫어하는 미국인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검사를 시도했습니다. 미국 남쪽은 예전 멕시코였던 땅도 있습니다.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했기에 연관성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죠. 미국인들은 부리또도 좋아하고, 데킬라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멕시코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대상으로 DNA 테스트를 하는 겁니다. 결과는 예상 외입니다. 테스트 결과, 적게는 3%에서 많게는 22%까지 대부분이 멕시코인의 피가 섞였다는 DNA 결과가 나온 겁니다. 확률이 적든 많든 그 사람의 조상에는 멕시코 인이 있는 거죠. 멕시코를 싫어한다고 답했기에, 멕시코인의 DNA가 섞여 있다고 하면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아에로멕시코의 아이디어는 또 한 번 발휘됩니다. 그들이 멕시코 여행을 할 경우, DNA 결과만큼 할인해주는 겁니다. 멕시코 DNA가 18%로 나오면, 멕시코 여행 시, 항공료를 18% 깎아 주는 거죠. 3%가 나온 사람은 3%의 혜택밖에 받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그때서야 DNA 결과를 환영합니다.
아에로멕시코는 텍사스뿐 아니라 콜로라도, 유타, 네바다 주에 걸쳐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테스트한 사람 중 54%가 멕시코인의 피가 섞인 걸로 판명이 됐고요.
멕시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면, 할인을 해준다고 해도 별로 효과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미국은 다민족 국가고, 사람들은 다양한 DNA를 갖고 있습니다. 아에로멕시코는 그들 속 멕시코인의 피를 알아본 거죠. ‘DNA 디스카운트’라는 이름의 이 캠페인은, 우리 안에는 국경이 없다고 얘기합니다.
전쟁을 시작한 어린이들
아이들이 전쟁을 해야 한다면 누구와 해야 할까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채소를 먹이기 위해 만들어진 푸드 재단 Veg Power. 그들은 아이들을 전쟁에 출전시켰습니다.
영국의 아이들 중 80%는 충분한 채소를 먹지 않으며, 10대들은 96%에 이르는 수가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Veg Power는 뜻을 같이 하는 브랜드들과 협업해서 아이들의 식습관을 바꾸고자 했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새로운 방법으로.
▲ITV와 Veg Power의 Eat Them To Defeat Them 광고(출처: Ads of Brands 유튜브)
바로 채소들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겁니다. 파트너인 ITV와 협업해서 만들어진 광고는 모든 채소들을 악당으로 그립니다. 갑자기 흙을 뚫고 나오는 악당들. 사악하게 이를 내보이는 옥수수들. 차를 공격하는 수많은 콩들. 그들의 목표는 지구를 정복하는 거죠. Veg power는 엄마가 공격당할 수도 있으니, 아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서 채소와 전쟁을 해야 하는 거죠.
“Eat them to defeat them.”
말하자면 ‘먹어서 없애는 전쟁’입니다. Veg power 홈페이지에는 채소를 어떻게 정복해야 할지 방법까지 자세히 안내합니다. 브로콜리를 쓰러뜨리는 방법은 그들을 3분간 끓이거나 삶은 후, 프라이팬에다 오일이나 버터를 두르고 3분에서 5분간 굽는 겁니다. 이 캠페인엔 채소가 영양이 풍부하고 우리의 친구라는 이미지는 없습니다. 모두가 ‘defeat’시켜야 하는 존재들일 뿐이죠. 캠페인은 영국의 대표적인 슈퍼마켓 브랜드뿐 아니라 디지털 매체, 광고 회사 등 많은 기업과 제이미 올리버 같은 유명인들이 함께합니다.
아이들이 채소를 어떻게 보게 해야 흥미를 느낄까를 생각한 Veg power. 아이들이 좋아 할 포인트를 잘 잡아냈습니다. 추후에 이 캠페인의 효과도 측정할 것이라고 하니, 기대됩니다.
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동화
자동차 여행을 하기에 가장 큰 난관은 아이들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장시간 운전하는 여행에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게임기를 준비하거나 과자나 장난감을 준비하기도 하죠. 폭스바겐은 네덜란드 대행사와 손잡고 더 재미있는 시도를 했습니다.
일명 “Road Tales.”
▲폭스바겐 Road Tales 광고(출처: 폭스바겐 네덜란드 공식 유튜브)
이야기는 앱으로 구동되는 시스템이며, 아직 넓은 지역에서 활용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길 위의 동화’가 세계적으로 적용된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이야기가 될 듯합니다. 그들은 네덜란드의 고속도로를 먼저 파악했습니다. 5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다리, 풍차, 나무, 주유소들을 모두 파악한 거죠. 실제 지형지물은 이야기의 요소로 등장합니다. 거인이 풍차를 뽑는다든지, UFO가 들판의 소를 빨아들인다든지 터널에 들어가면 로켓이 발사된다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이야기에 나타납니다. Road Tales는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에 오는 자동차 색깔 알아맞히기, 터널에 들어가기 전에 카운트다운해서 로켓 쏘아 올리기, 다리에 진입하기 전 고개를 숙이라는 경고까지. 다양한 게임과 퀴즈 등을 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실제 작가들과 협업해 만들어진 동화는, 아이로부터 스마트폰을 멀리 하고 자연 풍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됩니다.
아이들을 보는 눈이 정확한 캠페인입니다.
브랜드는 어떤 당신을 알아봐야 할까요?
많은 브랜드들은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건강하고 꿈을 이루라고 말합니다. 모두가 같은 말을 하기에 여간해서는 와 닿지 않습니다. 미국은 12월말, 국경 장벽을 세우는 데 필요한 예산안이 합의되지 못해서 셧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예산이 통과되지 못하면 정부기관이 업무를 잠정 중단하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생명 및 치안에 직결되는 업무 외의 공무원들은 강제 무급휴가를 떠나야 한다는 거죠. 게다가 일을 하는 공무원도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보수를 받지 못합니다. 그야말로 패닉이 될 수도 있습니다.
▲Kraft Now Pay Later 캠페인(출처: Kraft 공식 페이스북)
식품 브랜드 Kraft는 이들 80만 명의 공무원들을 위해 팝업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공무원 ID만 있으면 가게에 들어와서 무료로 Kraft의 식품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누구도 아이들에게 먹일 식료품이 없이 집에 돌아가서는 안 된다’게 그들의 생각입니다. Kraft는 팝업 스토어 오픈을 워싱턴 포스트 전명 광고에 레터 형식으로 게재했으며, 가게는 실제로 1월 20일 오픈했습니다. 셧다운은 정치적인 색깔을 띱니다. Kraft는 어느 쪽에 지지하는지 언급하지 않습니다. 이 스토어는 ‘정치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가족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Kraft 브랜드를 지지해준 가족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의미인 거죠. 이 가게를 이용한 공무원은 추후에 월급을 받으면 기부를 해도 좋다고 권합니다.
“Kraft now, Pay later”캠페인입니다.
정치적 색깔은 차치하고서라도 Kraft는 사람을 제대로 보는 눈을 가진 브랜드인 듯합니다. 진짜 그들이 필요한 사람을 알아보고 그들을 위해 무료로 제품을 제공하는 결정을 할 줄 아는 기업. 브랜드가 사람을 알아본다는 건, 이렇게 직접적인 이익을 창출하지 않아도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얘기도 되겠지요. 이런 마인드를 가진 기업이라면, 돈이 충분할 때도 선택할 이유가 충분해지니까요.
좋은 브랜드들은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람까지 근사하게 찾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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