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처럼 우주를 구하는 것도 아닌데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지치고 힘들게 느껴진 적, 혹시 있으신가요? 공부, 집안일, 회사일 등 '할 일'은 해도 해도 끝나지 않고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게 되죠. 하지만 이렇게 '편하고 싶은 마음'은 여러분만의 억지가 아닌 하나의 추세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편함을 찾는 현대인들의 이야기, HS애드 블로그에서 소셜 빅데이터 분석으로 자세히 소개해 드릴게요.
(참고 자료: ‘Social Bigdata Insight Report ‘편하고 싶은 사람들(컴포터리안, Comfortarian)’, 2019.05, HS애드 커뮤니케이션팀)
지친 현대인은 ‘편함’을 추구한다
▲지치다, 피곤하다의 2013년~2019년 버즈량 추이
회사일에 치이고 집에 돌아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는 피로를 축적하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일상의 피로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정보의 홍수, 남들과의 비교, 생각을 표출하는 SNS의 대중화 등으로 더욱 강화되며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죠. 월급은 그대로인데 점점 오르는 물가, 어려운 취업 시장 등 빡빡한 삶도 한몫했을 거예요.
눈에 띄는 부분은 지치고 피곤한 사람이 늘어남과 동시에 ‘신경 쓰기 싫고 편함을 추구하는’ 사람도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2013년 1월 약 40만 건이던 ‘편하다’ SNS 언급량 추이는 2019년 1월 110만 건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 곡선을 그렸는데요. 여기서 우리는 높아지는 현대인이 피로를 휴식으로 상쇄하려 하는 반작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의외의 결과는 ‘좋다’와 연관되어 언급되는 감성어 순위에서 나타납니다. 2016년에 비해 2018년에는 ‘신나다’, ‘즐겁다’, ‘즐기다’ 등 액티브한 감성 대신 ‘행복하다’, ‘편하다’, ‘여유’ 등 차분한 감성의 순위가 높아졌습니다.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을 SNS에 자랑하던 사람들은 점차 그러한 활동에서조차 피로를 느끼고 온전히 자신의 상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 전 분야에서 경쟁보다 안정,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편함을 찾는 사람들. HS애드 빅데이터 인사이트 리포트는 이들을 컴포터리안(Comfortable+ian, 발음 편의상 Comfortarian으로 표기)으로 지칭하고 ‘소비’와 ‘라이프스타일’, ‘인간관계’의 세 가지 범주에서 어떻게 편함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이거 내 얘기 아니야?’라고 생각했다면, 지금부터 시선을 집중하세요!
나를 편하게 하는 재화/서비스에 지갑을 연다
컴포터리안의 소비 경향은 패션, 식음료, 집 등 여러 분야에서 일관된 측면이 있습니다. 바로 남에게 보이기보단 ‘내가 편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한다는 점인데요. 편한 패션과 먹기 편한 HMR,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집순(돌)이가 대표적입니다.
패션 측면에서는 운동화와 백팩, 단화와 에코백, 이지웨어 등 편안함과 건강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불편한 패션보다 ‘나’의 편안함을 위한 패션을 선택하는 것이죠. 컴포터리안은 하나의 신조어로 자리 잡은 ‘원마일룩(1마일 정도 외출하기 좋은 가벼운 평상복)’을 입거나, 편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놈코어룩에 열광합니다. 반면 보기에는 예쁘지만 고통과 불편함을 초래했던 ‘하이힐’에 대한 부정 감성은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출퇴근할 때에는 정장에 백팩, 운동화 등을 믹스매치해 실용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조리가 필요 없어 컴포터리안이 선호하는 가정 간편식
시간을 절약하고 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 간편식)에 대한 선호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취생이나 혼밥족이 HMR을 이용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영양과 취향을 고려한 HMR이 다양하게 등장함에 따라 다이어터나 주부, 직장인의 반응도 좋은 편이랍니다. 과거에 ‘엄마가 차린 집밥’이 미덕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나도 차릴 수 있는 한 상’이 대세가 된 것이죠. 특히 일주일에 한 번 밥해먹기 힘든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에게는 직접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HMR 식품이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확대되었습니다. 최근의 HMR 식품은 어쩔 수 없이 먹는 음식이 아닌 ‘맛있어서 먹는 든든한 한 끼’로 자리 잡았답니다. 레시피를 보고 조리만 하면 되는 밀키트 역시 많은 컴포터리안에게 사랑받는 서비스죠.
▲대표적인 집순(돌)이의 취미생활, 홈카페
여가를 이용해 집에 머무르며 편안함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 바로 집순(돌)이인데요. 이 표현은 특정 집단을 일컫는 신조어처럼 여겨지며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일반명사가 된 케이스입니다. 집에서의 휴식이 현대인의 바쁜 삶에 필수적인 쉼표로 여겨지면서, 집순이와 집돌이에 대한 긍정 감성도 증가했다고 해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컴포터리안인 집순(돌)이의 소비와 취미 활동의 변화입니다. 이들은 과거에 침대 프레임이나 수면바지 등 몸이 편한 제품을 구매하고 수동적인 영화나 드라마 감상, 독서 등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음의 편함을 위해 생화나 조명, 바디워시 등을 구매하고 홈카페와 홈스타일링 등 능동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집의 개념이 ‘잠자는 공간’에서 ‘뭐든지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대된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사는’ 사람들
이러한 컴포터리안 트렌드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여행과 노동 서비스, 출판 분야 등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지는데요.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어리랏다)’라는 신조어와 ‘대충티콘’이 대변하듯, 사람들은 적당히 편하고 즐길 수 있는 삶을 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 분야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고생하는 자유여행, 관광 대신 휴양과 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편하게 짜인 코스가 존재하거나 가이드 설명이 포함된 현지 투어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는데요. 여행지에서의 안전 이슈와 전문 지식에 대한 필요성 증가와 함께, 여러 여행사에서 현지 가이드 투어 상품을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호캉스와 한 달 살기, 갭이어 역시 느긋한 휴식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보상과 재충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컴포터리안과 방향을 같이 합니다. 호캉스 키워드의 버즈량은 2017년~2018년 1년 사이 9배, 한 달 살기는 2배 증가했는데요. 과거 ‘돈/시간 낭비’나 ‘사치’로 여겨졌던 이러한 활동들이 ‘나’를 위한 쉼표로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가사 노동을 대신해 주는 대행 서비스 역시 컴포터리안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단시간 서비스 예약 앱 등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진 것도 한몫했죠. 회사에서 업무에 치이는 직장인들은 주말에 가사 노동을 하는 대신 대행 서비스에 맡기고 자신의 여가를 즐깁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홈 클리닝과 세탁대행, 온라인 세탁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펫시터나 반려동물 산책 아르바이트 등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이색 대행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교보문고 2018년 베스트셀러 순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이 세 권의 책은 2018년 출판 시장을 휩쓴 베스트셀러입니다. 열심히, 빠르게,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은 컴포터리안의 마음을 대변하고 지지한다는 점이 공통적이죠. 있는 그대로, 남을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한 삶을 이야기하는 도서는 2019년에도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출판계뿐만 아니라 예능, 드라마, 영화 등에서도 이어지는 추세랍니다. 가까운 서점에서, 영화관에서, VOD에서 다양한 ‘치유계’ 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죠.
인간관계 스트레스는 이제 그만!
HS애드 빅데이터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편하다’의 연관 키워드 버즈량은 4년 전 대비 약 2.5배 증가했으며, 특히 최근에 인간관계와 관련된 키워드 비중이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성은 수많은 노력과 관리를 수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받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많죠.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확산되면서 ‘인간관계는 부질없고 귀찮다’는 인식이 만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관계와 관련된 주요 SNS 키워드
그렇다면 사람들은 ‘인간관계’와 함께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요? 소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살펴본 인간관계의 연관 키워드는 ‘힘들다’, ‘어렵다’, ‘상처’,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내용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물론 ‘사랑’, ‘좋은사람’, ‘공감’ 등 긍정적인 키워드도 존재하지만, 관계를 어렵고 힘들게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은 분명합니다.
현대인은 노력하면 할수록 불편해지는 인간관계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지치는 일상 속에서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며 감정을 소모하는 일’이 힘들다고 느끼는 것인데요. 이러한 반응은 연령대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20~40대 모두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컴포터리안은 인간관계에 집착하기보단 내려놓고 ‘자발적 아싸’가 되는 길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인간관계 스트레스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만큼, 자발적 아싸 증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요.
가족관계와 친구 관계 등 전통적 관계나 결혼, 연애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애나 결혼 등으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 역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담론이 증가했죠. 불필요한 감정 소모로 피곤해지고 싶지 않은 컴포터리안은 혼자만의 시간과 좁고 깊은 친구관계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있으면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온전히 나의 휴식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일상을 살아가기에 바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컴포터리안의 ‘편안한’ 행태에 공감할 것입니다.
빅데이터로 본 ‘편하고 싶은 사람들’ 컴포터리안! ‘이건 완전 내 얘기’라며 격하게 공감하진 않으셨나요?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편함’에 대한 선호도는 비례하며, 우리를 편리하게 하는 재화와 서비스 시장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여유와 휴식에 대한 선호는 국내만의 추세가 아니며, 당분간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지금 삶을 짓누르는 스트레스에 고통받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잠시 귀를 닫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해답은 바로 내 안에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