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가전제품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당대 유행했던 가전을 보면 어떤 시대인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유행 가전도 등장했는데요. 특히 신혼 필수품으로 꼽히는 핵심 가전은 우리 시대가 어떠한 가치를 중시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늘 HS애드 블로그에서는 시대별 신혼필수가전을 통해 우리나라 가전제품 트렌드의 변화를 살펴봅니다.
1960~70년대, 국산 가전 1호의 개막
▲금성 라디오공장 작업광경 (출처: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공식 홈페이지)
전자라는 말조차 익숙하지 않았던 1958년, 지금의 LG 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이 국내 최초로 전자 회사의 초석을 다진 것인데요. ‘빛나는 별’의 이미지를 담은 ‘금성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진공관식 라디오인 ‘A-501’을 조립?생산하면서 가전제품 국산화 시대의 화려한 개막을 알렸습니다.
▲금성사에서 제조한 우리나라 최초의 진공관식 라디오(좌)와 최초의 국산 흑백 TV(우) (출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그 후 국내 전자 산업은 기술발전을 거듭하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합니다. 1960년대부터 가전제품의 국산화가 활발히 진행된 것인데요. 1966년 8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흑백TV인 ‘VD-191’이 금성사를 통해 첫선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흑백TV는 출시된 당해 1만 5백 대, 3년 후에는 7만 3천 대라는 뛰어난 생산실적을 거두며, 라디오를 대체할 신흥 가전제품으로 부상했습니다. 당시 텔레비전의 가격은 생산직 근로자 1년 수입(약 6만 8천 원)에 준하는 고가였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어 KBS방송의 공개 추첨으로 구매자를 선정했을 정도였습니다.
▲최초의 국산 냉장고인 금성사의 ‘GR-120‘
▲ 최초의 국산 세탁기 ‘백조세탁기(WP-181)’ (출처: LG사이버역사관 공식 홈페이지)
1960년대가 국산 1호 가전의 황금기였던 만큼, 최초의 국산 전기세탁기 역시 이 시기에 등장했습니다. 1969년에 금성사에서 출시한 우리나라 최초의 세탁기 ‘백조세탁기(WP-181)’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당시 백조세탁기의 인기에 힘입어 새로 생기는 세탁소 이름에 ‘백조세탁소’라는 이름이 유독 많았다고 하니 가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 수 있겠죠?
▲금성 백조세탁기 광고(1970) (출처: ElectoTube 공식 유튜브 채널)
백조 세탁기는 1.8kg 용량으로 세탁과 탈수 기능이 따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잘 상상이 안 되지만 세탁기가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에는 세탁이 끝난 후 탈수통에 옮겨 담는 2조식 구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다소 불편해 보이지만 빨래하는 데 드는 시간과 힘을 효과적으로 줄여주는 효자 가전이었죠. 당시 옆집에서 백조 세탁기를 사면 구경하러 가는 건 물론이고, 집에서 빨래를 가지고 와 직접 세탁을 해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가사노동 중에서도 육체적 강도가 높은 세탁을 가전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당시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가사 문화의 판도를 바꾸는 혁신적인 일이었습니다. 1970년대 이르러서는 이러한 가사 문화의 변화가 정착되면서 냉장고, 세탁기의 보급률도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점차 확대되는 시기와 맞물리며 가사를 돕는 자동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죠.
또한 아파트의 보급으로 입식 주방이 보편화 되면서 가스레인지, 전기밥솥 등 다양한 형태의 주방제품 역시 활발히 생산되었습니다. 국산 최초의 카세트 녹음기, 전자식 키폰, 기계식 VCR 등 우리나라 최초의 가전 역사가 매일같이 새롭게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1980~90년대, 1가정 1가전의 시대
이러한 가전 시대의 개막에도 불구하고 6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는 여전히 냉장고 보급률 세계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1968년, 우리나라의 냉장고 총 보유 대수는 불과 5만 대에 불과했죠. 70년대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냉장고는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민 가전의 반열에 들어서게 됩니다. 직냉식 2도어 냉장고, 냉수기 부착 냉장고 등 다양한 형태의 냉장고가 출시되기도 했죠. 이 덕분에 1965년도에 1%도 안 되었던 국내 냉장고 보급률이 1986년에는 95%까지 상승하게 됩니다.
▲금성사의 국내 최초 김치냉장고 GR-063 광고
1984년에는 ‘GR-063’이라는 모델명의 국내 최초 김치냉장고가 출시되기도 했는데요. 김치를 별도로 보관할 수 있는 김치냉장고는 우리나라 문화에 걸맞은 방향으로 가전이 발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배우 이경진 씨가 광고 모델로 활약하며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명카피를 남겨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서울에서 열린 88올림픽을 기점으로 가전제품의 보급률은 다시 한번 급증했는데요. 1989년에는 1가구에서 1대 이상으로 냉장고를 보유하는 수준으로까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진정한 국민 가전의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금성사의 컬러TV 하이테크 광고(출처: 옛날TV 공식 유튜브 채널)
컬러TV가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것도 1980년대인데요. 1977년 이미 금성사에서 국내 최초로 컬러TV 양산에 돌입하며 활발하게 수출을 하기도 했지만, 국내에서는 컬러 방송을 송출하고 있지 않아 정작 국내에서는 보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컬러 방송이 송출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도부터인데요. 국내 컬러 방송 시대의 개막으로 국산 컬러TV 시장이 활기를 띠며, 사치품으로만 여겼던 컬러TV가 신혼 필수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진화를 거듭한 국산 진공청소기
깨끗한 신혼집을 유지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청소기 역시 1980~90년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주거의 현대화가 이루어지면서, 청소기의 형태도 다양해졌는데요. 진공청소기의 최대 단점으로 꼽혔던 소음 문제를 개선하고, 흡입력을 향상시키는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급률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1981년에는 금성사에서 세계 최초의 한국형 물걸레 청소기를 출시하며, 국내 가전에서 청소기의 입지가 더욱더 단단해졌죠.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가전제품은 점차 대형화, 고급화되었고 첨단 산업의 발달로 고부가가치화된 양상을 띠었는데요. 1980년 말부터 VCR 기기와 대형 컬러텔레비전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것은 물론이고, 디지털 TV 등의 첨단 가전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밀레니얼 시대로 본격 진입하게 됩니다.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가전제품은 점차 대형화, 고급화되었고 첨단 산업의 발달로 고부가가치화된 양상을 띠었는데요. 1980년 말부터 VCR 기기와 대형 컬러텔레비전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것은 물론이고, 디지털 TV 등의 첨단 가전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밀레니얼 시대로 본격 진입하게 됩니다.
2000년대, 취향에 따라 가전도 선택하는 시대
▲양문형 냉장고의 유행을 선도한 LG DIOS 광고 (출처: 이민지 유튜브 채널)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전제품의 대중화가 당연시되었습니다. 컬러텔레비전, 냉장고, 선풍기 등은 이미 보급률이 100%를 훌쩍 넘어서며 1가정 1대 이상의 보유가 당연해졌죠. 냉장고가 대중화된 지도 이미 꽤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에도 냉장고는 신혼 가전제품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그 중에서도 양문형 냉장고의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여자라서 행복하다고 외치는 배우 심은하 씨의 광고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전으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죠.
▲최초의 국산 드럼 세탁기 브랜드 트롬(TROMM)
냉장고에 이어 국민 가전으로 자리 잡은 세탁기 역시 2000년대에 들어와 유행의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2002년, LG전자가 드럼 세탁기 시장에 진출하며 최초의 국산 드럼 세탁기인 트롬(TROMM)을 출시했기 때문인데요. 드럼 세탁기는 스팀 기술 및 스피드 워시 코스 기능 등을 지원하며, 그동안의 세탁기에서 누릴 수 없는 기능을 제공했는데요. 게다가 아름다운 디자인까지 갖췄기 때문에 명실상부 최고의 인기 신혼 가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혼수 필수품의 신흥 강자가 된 LG전자의 식기세척기
그뿐만 아니라 설거지의 혁명을 불러온 식기세척기가 신혼 가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는데요. 2000년대 초반 LG전자에서 자체 소비자 설문을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주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집안일은 빨래, 설거지, 청소 순이었다고 합니다. LG전자는 이 같은 결과를 반영하여, 2004년 그동안 대체 불가능의 영역으로 생각된 설거지를 대신해줄 식기세척기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2000년대는 얼음 정수기, 홈시어터 등 21세기의 변화되는 트렌드에 발맞추어 다양한 가전제품이 연일 쏟아지는 시기였습니다. 가전은 이제 단순히 소유의 여부를 넘어, 우리 집만의 생활 환경 및 패턴을 반영해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도구가 된 것입니다.
우리가 알던, 그러나 전혀 새로운 가전
이제 국산 가전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외국 제품을 재조립해 생산하던 60년대와 비교하면 단기간에 엄청난 성과를 낸 것이지요.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더욱 똑똑해진 가전의 변화가 눈에 띕니다. 인공지능기술이 적용된 LG ThinQ 브랜드를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는데요.
▲LG ThinQ – 하면서 하는 중 런칭 편 광고 (출처: LG전자 공식 유튜브 채널)
ThinQ 기술이 적용된 가전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및 생활 데이터를 반영하여, 사용습관과 패턴을 직접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최적화된 가전으로 맞춤형 진화를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제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을 넘어 가전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수준으로까지 진화한 것입니다.
▲LG 코드제로 R9 ThinQ - 세상에 없던 테스트에 도전하다 편 광고(출처: LG전자 공식 유튜브 채널)
LG ThinQ 브랜드의 대표적인 가전으로는 OLED TV와 코드제로 R9, WHISEN 등이 있는데요. OLED TV의 경우 인공지능이 알아서 화질과 사운드를 최적화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하여 말 한마디로 요청을 실행하기 때문에 편의를 극대화할 수도 있죠. 코드제로 R9 청소기와 WHISEN 에어컨 역시 집안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사용자의 환경과 패턴을 분석해, 간편하고 똑똑하게 가전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라이프 스타일까지 설계해주는 맞춤형 인공지능 가전은 곧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미세먼지와 황사의 유입 등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따라 유행하는 가전의 형태가 달라지는 양상도 보이고 있습니다.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스타일러 등을 이용해 미세먼지로 오염된 대기 질, 의류, 침구 등의 개선을 돕는 것인데요. 단순히 의식주의 기능을 넘어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가전이 환영받고 있는 것입니다.
▲LG TROMM 세탁기 - 금성 백조 세탁기 출시 50주년 기념 다큐 한국인의 세탁 편 (출처: LG전자 공식 유튜브 채널)
이 밖에도 열지 않고도 노크만으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노크온 냉장고, 드럼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 세탁기 등 국내 가전제품은 꾸준히 발전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도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바로 가전을 이용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죠.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집집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갖추고 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곁에서 늘 자리를 지키고 있어 그 소중함마저 잊고 살게 되었지만, 우리의 일상을 더욱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가전제품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선망의 대상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수준으로까지 진화한 가전제품!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할지 기대됩니다.